# 18
7장 - 기부는 거부한다 (2)
모든 인간은 선하며, 모든 인간은 악하다.
성선설이나 성악설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그저 46년의 삶 속에서 체득한 현실이었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상황이다.
적절한 상황이 주어지면 살인마조차 선행을 하고, 성인군자와 같았던 사람도 부적절한 상황에서는 큰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 방송은 적절한 상황에 해당했다.
방송 외적으로도.
“방금 알았는데, 세나랑 준태가 드립을 쳤네요? 꼰마 아저씨 기부 벌칙 한다는데 가서 못하게 하자고요. 몰래 도방까지 했던 모양입니다. 웃는 채팅이 너무 많아서 체크를 못했네요.”
BJ세나, BJ준태.
양쪽 모두 최상위권 파트너BJ로, 방송 기믹으로 우결(우리 결혼했어요) 컨텐츠 진행하다가 진결(진짜 결혼해요)로 옮아간 프리TV의 대표 커플이다.
따로 방송할 때도 만 명 이상을 모으곤 하는 유명인들.
채팅 중에 얼핏 그 친구들 언급한 걸 본 적이 있는데, 아마 그때가 도방(도둑 탐방) 중이었던 모양이다.
“걔들이 왜 그랬을까?”
“형님이랑 친해서 도와주려고?”
“전혀 아냐. 업무상 미팅이나 몇 번 했을 뿐이야.”
“그러면 진짜 그냥 재미로 했나? 어쨌든 실검스타니까요. 좋은 이슈로 실검 올라간 BJ는 참 오랜만이기도 했고, 그 친구들도 기부 많이 하는 애들이잖어? 아마 그래서 장난 좀 쳤던 거겠죠. 뭐 걔들 드립이 아니었어도 흐름 자체가 재밌게 잡혔지만요. 채팅방 문화는 흐름 따라가는 법이니까.”
스트리머들의 채팅창에는 저마다 특색이 있다.
예를 들면 ㄷㅂㅌ을 외치며 BJ 울리는 보람 방.
흑역사 나오기만 기다리며 움짤 찔 준비를 하는 은진 방.
운동 리액션 시켜서 BJ 다이어트 시키는 진석 방 등.
그런 문화가 시청자들에게는 방송 외적인 재미요소가 된다.
물론 단지 BJ가 원한다고 형성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시청자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후원 채팅을 통해 흐름을 타는 경우가 많았다.
내 방의 경우, 12탐방러의 팬들이나 실검 이슈에 흥미를 느낀 큰손들이 웃으며 지지발언을 해준 것이 중추적인 흐름.
그래서 업 릴레이가 만들어졌단 얘기였다.
“덕분에 컨셉이 재밌게 뽑혔습니다. 이 정도면 메인 시나리오로 끌고 갈 수 있죠. 시청자들도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식상해지지 않게 배리에이션은 쳐줘야 되겠지만.”
“음. 배리에이션이라.”
“가끔은 역으로 업이 많은 구간마다 5만원씩 기부한다고 하거나, 아니면 시청자 몇 명한테 상품권 쏜다고 하거나. 후자 같은 경우엔 결국 또 별사탕으로 돌아올 거예요.”
이 녀석은 내가 당황하는 동안에 거기까지 생각했구나.
전자의 아이디어가 특히 흥미로웠다.
기존 진행과 반대로 업이 많을 때 기부한다고 하면, 그때 시청자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일단 알겠다. 그럼 이게 나쁜 상황은 아니란 거지?”
“당연하죠. 기부천사 이미지는 확실히 잡을 수 있었어. 그래도 오늘처럼 억지로 실패 결론짓는 건 지양해야 될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기부 막겠다고 나름 미션을 하고 있는 건데, 그걸 조작해버리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죠.”
“그 대신 몰래기부는 계속 진행한다?”
“옙. 시간 좀 지나서 들키면 배신감까진 안 갈 거예요. 어쨌든 좋은 일이니까.”
그렇게 플랜을 검토하는 동안에도 핸드폰이 종종 울렸다.
슬쩍 보니, 아내의 닦달과 딸애의 푸념.
딸애의 경우엔 자기 용돈이나 주지 왜 기부를 하냐는 거다.
그거야 대수롭지 않은 투정이었지만, 아내에게는 미리 설명해주지 못했던 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대수에게 작별인사를 고하고 베란다로 나섰다.
[당신!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기부가 다 무슨 얘기야?]
“음, 미안.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어. 알다시피 BJ라고 하면 편견이 많잖아? 기부를 통해서 선한 BJ가 되려고 해.”
[그건 알겠는데…… 그래도 너무 액수가 크잖아. 앞으로 수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함부로 쓰지 말자는 거지.]
“어, 그만큼은 벌었어. 오늘 번 게 150 정도는 돼.”
[……어? 정말?]
“별사탕이 2만 5천 개 넘었잖아? 그게 개당 100원이야. 거기서 60%를 환급받을 수 있거든. 그러면 150이 돼.”
[어…… 그렇게나……? 아…… 번 만큼 쓰겠단 거였구나.]
“그래. 그리고 기부하는 게 유명세가 되면, 유튜브 쪽에서 수익이 나올 거야. 이미지가 돈을 부르는 세상이거든.”
진대수가 해준 말로 정리하자, 아내도 이내 이해해줬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적극적인 방향으로.
[그럼…… 정말로 한 달에 몇 천씩 기부할 수 있는 거야?]
“지금 생각엔 그럴 것 같아. 그게 물론 큰돈이긴 한데-”
[그거는, 좀 멋있네.]
“어, 그래?”
[응……. 정말 그런 거면…… 아빠도 좋아할 거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좋은 얘기 나올 거고. 그건, 좋은 것 같네.]
[아빠 아빠! 나 용돈은?]
딸애가 핸드폰을 뺏어든 모양이다.
버릇없는 행동이지만, 우리 집에서 혼내는 역할은 아내다.
“지수야, 지금까지 주던 만큼은 줄 거야. 약속할게.”
[나 더 주면 안 돼? 아빠 완전 부자 되는 거 아냐? 하루에 막 백만 원씩 벌면, 얼마지? 완전 몇 억씩 벌잖아?]
“지수야. 너 지금도 충분히 받고 있잖아.”
[그래두…… 이상한 데 기부하지 말고 나한테 기부해라 응?]
“이상한 데가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들한테 도움을 드릴 거야.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복을 받는 거야. 알지?”
[아 뭐래. 내가 애긴 줄 알아? 그런 게 어딨어.]
딸애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선한 일을 하면 보상받는다는 건 그저 이상론일 뿐.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권선징악을 산타할아버지와 동급의 동화로 여기며 살고 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다른 생각도 든다.
호구처럼 살아온 내 인생은, 사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었다.
비록 회사원이던 시절에는 큰 혜택을 보지 못했지만.
BJ가 된 지금, 턱없이 고마운 보은으로 돌아왔다.
“지수야. 아빠는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지금도 봐.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후원을 받은 거, 아빠가 그동안 선하게 살아왔기에 가능했던 일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유명한 BJ들이 아빠 방송을 열심히 응원해줬을 것 같아?”
[……몰르겠어.]
“선하게 살면서도 불행한 사람은 있어. 하지만 악하게 살아서 불행해지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아. 우리 지수도, 아빠 생각에 동의해줄 거지?”
[……몰라. 아빠 맘대로 해.]
퉁명스럽게 끊지만, 어느 정도 마음을 푼 것 같았다.
그게 70의 ‘화술’ 덕분이란 걸 나는 안다.
NBSC 덕분에 내 세상이 이토록 달라진 것이다.
이제는 베풀고 싶은 만큼 베풀 수 있다.
별사탕 수익이 제로가 된대도 유튜브로 돈을 벌 수 있으니.
예전 같은 호구로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 남이 강요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가 원해서 베푸는 일이라면.
그것은 분명히 전진에 해당할 터였다.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전진을 고민해야 할 때였다.
「 성명 : 박대민 / 성별 : 남 / 연령 : 47
직업 : 상담사 Lv.5 (12/10)
관계 : 82 / 진단 : 60 / 화술 : 70 / 외모 : 65
‘경청은 상담사를 성장시켜요’ (73825/100000)
‘더욱 많은 내담자를 만나봐요’ (11234/12000)
‘내담자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167/170) 」
오늘 얻은 exp는 4.
내담자 퀘스트가 세 차례, 행복 퀘스트가 한 차례 달성됐다.
점점 성장이 더뎌진다는 것이 거기서 확 느껴졌다.
보람이와의 첫 합방 때 8exp를, 은진이와의 술먹방에서 7exp를, 12탐방러와 함께한 첫 본방송으로 8exp를 벌었다.
그렇지만 6천 명이 시청한 오늘 방송에선 4exp.
이미 등록된 내담자가 많고, 많은 사람들을 행복해지게 할 만큼 굵직한 상담이 없었던 까닭이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누적 내담자가 만 명을 넘긴 이상, 합방을 하지 않는 바에야 더는 급증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라포 형성도 안 된 상태에서 진행하는 가벼운 상담으로는, 다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 불가능하다.
거기다 애청자들의 행복 역치는 점점 더 높아지기만 할 터.
3천 명의 내담자를 늘리고 16명을 행복하게 해준 오늘의 성과도 사실은 초기의 행운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하루에 3exp를 버는 것조차 쉽지 않으리라.
그러니 지금의 12exp가 정말 중요하다.
여기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갈린다.
사실은 기술을 사는 게 맞을 거라 생각한다.
지난번 레벨업 전에 보니, 정말 유용한 기술들이 많더라.
10exp짜리 [최적의 비유]는 내담자가 반드시 납득할 만한 비유적 표현을 제시해준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10exp인 [편안한 자세]의 경우엔 내담자가 더없이 편안하게 느낄 만한 자세로 보정해준다고 했다.
그런 기술들과 함께라면 상담의 질이 크게 높아질 터였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진단’ 쪽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걸 50에서 60으로 상승시킨 것만으로도 날 둘러싼 세상이 변하는 것을 절감했다.
그걸 올리지 않았더라면, 진갑수 대표에게 한마디 반론이나 해볼 수 있었을까.
은근슬쩍 추어주는 가식에 기뻐서 헤헤 웃기나 했으리라.
그야말로 호구처럼.
지금 그 수치를 70까지 올린다면.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마음들을 읽을 수 있을까.
그로써 얼마나 더 강인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 생각에 더는 고민을 이어갈 수 없었다.
설레는 마음에 동조해 레벨이 1 오르고, 이내 ‘진단’이 70으로 상승했다.
그리고 나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을 마주했다.
그 위에 진갑수의 얼굴이 겹쳐지고 있었다.
……나는 방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
높은 ‘진단’을 갖춘 상담사로서 내담자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었나.
오랫동안 내 마음을 괴롭혀왔던 진갑수라는 인물에게 복수한 쾌감에 도취되어, 그저 나를 위해 투자한 것은 아니었나.
그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인간인 이상 남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싫은 일인 법.
나 역시, 이제 다시는 호구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직전에 딸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그랬으면서도,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그 명제를 나 스스로 팽개치고, 오직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 exp를 투자한 것이다.
70의 ‘진단’이 내게 물었다.
너는 정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그저 이미지를 위해 기부를 할 뿐이고 실상은 네 곁의 사람들을 내리누르려 드는, 위선자가 되고 싶냐고.
타의 모범이 될 만한 상담사가 될 생각은 없는 거냐고.
창밖을 바라보며 한참을 고민했다.
그 끝에 생각했다.
더는 호구로 살고 싶지 않지만……
결코 진갑수 같은 사람은 되지 않겠다고.
*
[엥? 봉사활동 가고 있다고요? 뭘 벌써…… 평일인데…….]
당황해서 중얼거리던 진대수는, 이내 픽 웃었다.
[하여튼 못 말려. 형님 전생에 천사 아니었나 싶네요.]
“……아냐. 아마 이순신 장군님이었을 거다.”
[엥? 그건 또 뭔 소리예요?]
“나라를 구한 것 같아서. 요즘 행운만 가득하거든.”
[아하. 그래서 벌써부터 그 행운을 나눠주러 가신다? 내가 이래서 형님을 좋아하지. 편집 끝내면 저도 합류할게요.]
“그럴 것 없어. 하이라이트 편집 오래 걸리잖아.”
[초짜들이나 그런 거고, 저쯤 되면 세 시간에 땡이에요. 형님 혼자 보내면 내 맘이 편하겠냐고. 주소 보내줘요.]
거참, 자기가 더 천사처럼 굴고 있으면서.
나야 그저 기부할 곳이 잘 운영되고 있는 시설인지 확인하기 위해 가고 있는 것뿐인데.
목적지는 종위보육원이다.
강서구에 위치한 작은 육아원(7~19세 보육시설)으로, 평일에도 학습지도 등으로 봉사자를 받고 있었다.
원래는 1주 전에 담당자에게 일정을 예약해야 한다고.
그렇지만 서울대 출신이라는 사실과 후원을 위해 답사하고자 하는 의도를 밝히자, 일정 정도 사정을 배려해줬다.
그렇게 맡게 된 것이 중고등학생의 수학 지도.
덤으로 이공계 방향의 진로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랬는데, 막상 보육원에 도착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헉?! 우와! 꼰마님?”
“……저를 아세요?”
“알죠! 실검 뜨셨잖아요? 영상 봤는데…… 와…… 봉사활동도 하시는구나. 아까 전화로 후원도 많이 하실 거라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와…… 좋은 일 하시네요. 멋있다…….”
가장 젊은 생활지도원인 김효원이라는 친구다.
생방송까지 본 건 아닌지 기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열성적인 투로 동료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요즘 완전 핫한 유명인이세요. 은퇴하시고 인방 하시는데, 어제 실검에도 올라왔고요, 완전 말씀 잘하시는 분이에요.”
“그래? 은퇴를 되게 일찍 하셨나?”
“아뇨! 저분 마흔일곱이래요. 맞죠? 꼰마님, 맞죠?”
“예. 그리고 박대민입니다.”
“앗, 죄송해요. 아무튼 이분이 그래서 사람들 상담을 해주시거든요? 그게 진짜 재밌는데, 보셔야 되는데. 오늘 학습지도 대신에 상담 진행하면 안 될까요? 되게 도움 될 텐데.”
“그래……? 김 쌤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뭐…….”
덕분에 수학교습이 상담 클래스로 바뀌었다.
예민한 시기의 아이들을 상담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
그렇지만 이제는 ‘진단’도 70으로 올린 만큼, 조심해서 접근한다면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듯했다.
사실은 그 ‘진단’이야말로 직접 시찰을 나온 근간이었다.
인가 시설이라고 해도 원장 등에 의한 비위가 없지는 않다고 들어서, 내 눈으로 확인하고 기부하고 싶었던 것.
그렇기에 김효원과 종위보육원에 대해 꽤 오래 이야기했다.
“보시다시피, 작아요. 애들도 서른세 명밖에 없고요. 걔네들을 저희가 스무 명이서 관리하는데, 쉽진 않아요. 애들이 한창 클 때니까 사고도 많이 치고…… 아이, 하소연 같죠? 그래도 애들이 다들 착해서 별 탈 없이 운영되고 있어요.”
다행히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독심술까지는 아니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생활지도원이 아는 범위에서는 켕기는 구석이 없는 듯.
“아무튼 진짜 잘됐다. 꼰…… 저기, 박 쌤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앞으로도 자주 와주세요. 저도 구독하고 매일 볼게요.”
“몇 번 더 오겠습니다. 그런데, 후원 방식 말인데요.”
“아, 네. 보통 봉사 오신 분들은 물품, 결연, 장학후원을 많이 해주세요. 물품도 그렇고 전액 다 아이들을 위해 쓰여요.”
“예. 어떤 게 좋을까요? 지금 시급한 게…….”
“사실 다 시급하죠. 애들 퇴소할 때 자립지원금도 필요하고, 당장 학원 보낼 돈도 없어서 애들 공부 못 시키고 있고, 그리고 뭐 핸드폰 같은 건 꿈도 못 꾸고요. 기계값에 요금에…….”
얘기를 들으며 후원의 방식을 고민하던 중.
문이 열리고, 얼떨떨한 기색의 여학생 하나가 들어섰다.
기껏해야 중3 정도로 보이는 작은 아이였다.
“효원 쌤 안녕하세요.”
“어, 수아 왔어? 이리 와. 여기 앉아. 오늘 상담해주실 분.”
“넹…… 상담 뭔데요?”
“상담이 뭐긴, 너 고민상담 그런 거지.”
“고민 없는데.”
“없긴 뭐가 없어. 이분 진짜 똑똑하신 분이니까, 진로상담 같은 것도 해도 되고. 너 고3인데 진짜 고민이 없어?”
“별로요. 애들 올 때까지 잘래요.”
내겐 눈길도 안 주고 구석의 책상으로 간다.
중1 딸애와 엇비슷하게 작은 신형에, 마음이 퍽 짠해졌다.
“고3 치고는 많이 앳돼 보이네요.”
“아…… 여기 오는 애들이 보통 그래요. 어려서부터 잘 못 먹은 애들이고 그래서, 평균 키가 좀 작고…… 휴우.”
그 뒤로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실검스타 꼰대마스터를 알아보는 애들은, 한 명도 없었다.
딸애 한 달 용돈으로 살 수 있는 저가폰 하나가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