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진없는 상담사-17화 (17/200)

# 17

7장 - 기부는 거부한다 (1)

진대수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10초쯤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다가, 손으로 딱 소리를 냈다.

“좋았어. 길이 나와부렀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왜, 옛날에 <무한한 도전>에서 멤버들이 얼마 기부하기로 한 거 멋지다고 거짓말하는 기믹 있었잖어? 그런 것처럼 반은 기쁘고 반은 슬픈 모양새를 잡는 거예요. 기부금 쌓일 때마다 말로는 너무 기쁘다 행복하다 하면서, 괜히 고개 돌리고 은근 눈물 훔치는 그런…… 약간 본의 아닌 기부인 척을 하는 거죠.”

방송의 재미를 위한 기믹이다.

벌칙의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내가 기부금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척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

“하지만 그러면 이미지를 살리는 방향은 아니잖아?”

“물론 그게 끝은 아니고요. 적당히 시간이 흘러서 기부 컨텐츠가 널리 알려졌을 때 제보자가 나오는 거죠. 같이 자원봉사한 사람이나 수혜자나…… 누가 됐든요. 방송에서 약속했던 금액보다 훨씬 많이 기부했다는 사실이 그런 식으로 알려지는 겁니다. 애초에 아까워한 게 기믹이었음이 훈훈하게 드러나는 모양새죠. 임팩트 있을 거예요. 이 강호에서는 힘을 3푼쯤 숨겼을 때 추진력이 생기는 법이거든.”

순식간에 중장기 플랜으로 만들어버리네.

확실히 대놓고 기쁘게 기부하는 것보다 그쪽이 더 의외성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꼰대마스터라는 ‘츤데레’ 캐릭터와도 꽤 어울릴 것 같고.

다만, 희망적인 얘기부터 하는 게 진대수의 습관.

이번에도 본론은 뒤쪽이었다.

“근데 그렇게 되면…… 일부러 다운을 할 거란 말이죠.”

“어, 그래?”

“옙. 형님 지금 쎈캐 이미지가 상당하거든. 비주얼부터 마스터로 잡았으니까, 당황하는 모습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을 겁니다. 아무리 열심히 상담해줘도 한두 개씩은 벌칙이 나올 거예요. 그러면 별사탕으로는 돈을 거의 못 번다는 거지. 대신 유튜브 각 잘 뽑혀서 그쪽 수익은 올라가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손해가 클 겁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그래도 괜찮냐라.

편차가 크긴 하지만, 시청자가 5천 정도 되면 후원 별사탕이 월 평균 10만 개 이상은 들어온다.

환전 수수료를 제하더라도 600만원에 달하는 거금.

매달 그 정도의 금액을 기부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었다.

“대수야.”

“옙, 형님.”

“괜찮아. 전부 다 기부해도.”

“헐…… 진짜요? 월 5천을?”

……응?

“5천이라니? 너무 간 거 아니냐?”

“아닌데요? 에이, 이 형님 감을 못 잡고 계시네. 기부로 긴장감 주고 업다운 투표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전에 없던 수준의 추천수가 나올 겁니다. 신인BJ 중에선 무조건 탑 찍을 거고, 인기방송 차트에도 상위권 올라갈 수 있어요. 형님 외모에 말빨이면 충분히 그게 된다고요.”

업다운이라는 건, 원래 ‘업’이라는 버튼이 ‘추천하기’ 기능으로서 인기 방송 순위에 산정되는 요소인데, 그 대척점인 ‘다운’ 버튼이 최근에 생겨나며 투표 기능을 갖게 된 것.

기존에 채팅의 눈대중으로만 투표를 진행하던 한계를 개선한 부분이다.

덕분에 시청자들이 좋지 않은 컨텐츠에 피드백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업다운의 비중을 통해서 보다 대중지향적인 BJ를 구분하는 게 가능해졌고.

BJ들 입장에서는, 잦은 투표를 통해서 업을 유도하는 게 순위 상승의 핵심요소가 된 셈이었다.

그렇지만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10분에 한 번씩밖에 누를 수 없기도 하고.

별 재미도 없는 일에 자꾸 투표 유도하면, 그 자체로 다운을 늘리는 혐오 컨텐츠가 된다.

어지간한 대형 BJ들도 하루 한두 번씩만 쓰곤 한다더라.

그런 관점에서 내 방송 컨텐츠는 특이점.

기부를 위해 투표를 하긴 해야 하는데, 업다운이라는 기능이 있는 걸 굳이 안 쓰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타 방송국에 비해 턱없이 자연스럽게 업을 유도해서, 네 시간 방송에서 스무 번 이상 투표를 받을 수 있을 터였다.

“음…… 그것까지 생각해서 벌칙 플랜을 제안한 거구나.”

“그렇죠. 거기다 BJ가 자기 돈 벌려고 리액션 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기부를 하려고 상담을 하는 흐름이 되면, 흥미든 감동이든 커지는 게 인지상정. 그러면 주목받기 좋아하는 큰손들이 유입될 겁니다. 실검스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 큰손 대이동이 예상되는 상황인데 말이죠.”

“그런 거야?”

“옙. 뭐 실검 이유도 있고, 탐방 왔던 애들 하이라이트도 슬슬 유튜브 올라가고 있거든요? 생방 못 봤던 시청자들도 그거 보고 유입될 가능성이 커요. 오늘은 못해도 5천따리 찍을 겁니다. 아이돌 출신인 애들 빼면 신기록이에요.”

이틀째에 5천이라니.

믿을 수 없는 전망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 대수의 말대로 진행된다면, 나는 본의 아니게 기부대통령이 돼버릴지도 모르겠다.

그걸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그깟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

딸애 학비에 혼수까지 챙겨줄 수 있을 만큼은 모아뒀다.

월 5천으로 아내와 딸애의 자랑스런 가장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플랜이 어디 있으랴.

“하하. 좋네. 얼마가 됐든 다 기부하는 걸로 하자.”

“……와우. 미쳐 진짜. 여유로운 중년이란 이토록 멋진 거군요. 이 찐데스, 감격했습니다!”

“하하. 뭐 얼마가 들든 어떠냐. 네 말대로 유튜브에서 수익이 나올 거 아냐? 기부가 화제 되면 PPL도 붙을 거고. 그렇다면 괜찮아. 전체적으로는 수익이 떨어지는 셈이겠지만, 나한테는 돈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하니까.”

“크……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형님. 결국 이미지가 돈을 부르는 법이죠. 그걸 모르고 눈앞의 돈에 현혹되는 애들이 많은데, 형님은 역시 다르시네. 이거 내가 봉황을 잡았어.”

“내가 너 잡은 거라니까.”

“하핫. 아무튼 좋습니다. 후달리는 사이즈에 덜덜 떨면서 구체적인 플랜을 만들어보죠.”

후달린다고 떠드는 건 말뿐이었다.

이후 진대수는 진중하게 경우의 수를 계산했다.

“일단…… 나중에 실제 기부액 공개할 때 충격을 더하기 위해서, 페널티 금액은 정액제로 하죠. 한 번 실패할 때마다 50만 원씩 기부하는 걸로. 이게 좀 더 임팩트가 클 겁니다.”

“음. 그렇긴 하겠는데, 혹시 오버되는 일은 없을까?”

“아뇨, 제 생각에는 하루 두 번 이상 실패하진 않을 듯요. 형님이 미움 살 일을 한 적도 없는데 그렇게까지 공격할 이유가 뭐겠어. 적당히 재밌는 선에서…… 그러니까 대충 월 2천 언저리에서 마감될 겁니다. 그런데 실제 기부액은 별사탕 수익 전액. 그러니까 벌칙 금액의 두 배 이상이 된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네요.”

“음. 좋아, 믿어볼게.”

나는 얌생이 진대수를 믿었다.

그렇기에 방제를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 꼰대마스터의 고민상담소 (상담 실패시 50만원 기부) 」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두 번째 생방송을 진행했다.

과연 진대수 말대로 시청자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인사와 소통, 그리고 가볍게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건네는 오프닝 시퀀스 사이에 이미 500을 돌파했다.

나는 그 거센 파도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자 노력했다.

실검이나 탐방 BJ들이나 내 외모 등을 주제로 몰아치는 채팅들이 눈을 어지럽히지만.

스트리머가 채팅에 휩쓸리면 컨텐츠가 붕 떠버린다.

유입된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중심을 잡아야 했다.

실검 이슈 속에서 보람이 야방 하이라이트가 반드시 봐야 하는 영상이 되어 50만뷰를 기록 중이라고 했다.

거기에 어제 하이라이트 영상이 또 올라갔고, 12탐방러의 영상들 역시 유튜브에서 각각 수만뷰 이상을 찍고 있을 터.

진대수의 실검 플랜은 하루로 그치는 일이 아니다.

그 결과로 5천따리가 되든 만따리가 되든, 나만큼은 의연하게 대처해야 했다.

천이 되고 2천이 되는 내담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인자한 웃음] 속에서 고민 사연을 읽고, [정문의 일침]으로 맥을 짚고, [차분한 음성]으로 꼰대 같은 소리를 하고, [아련한 눈빛]으로 마스터의 명언을 날려주며.

그 과정 속에서 마침내 한 시간이 경과했을 무렵.

정말로 동시시청자의 수가 5천을 돌파하고, 마침내 ‘내담자’ 퀘스트가 1만을 달성해, NBSC의 exp가 10에 이르렀다.

그렇게나 예상대로 돌아가는 전개 속.

어째선지 다운 숫자만큼은 늘어날 생각을 하질 않았다.

“다음으로 소망강처녀님의 사연입니다. 꼰마 오빠, 남친과 권태기예요. 처음에는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잘해주던 남친이, 1년쯤 만난 지금은 저한테 관심이 없는 느낌이에요. 머리를 바꿔도 모르고 삐쳐도 풀어주려고 하질 않아요. 어떻게 해야 예전처럼 다시 뜨거운 연애를 할 수 있을까요?”

[소망강처녀님 별사탕 100개. 저 심각해요 꼭 좋은 해결책 찾아주세요 유유.]

채팅하는 투를 보면 대학생쯤 된 친구 같은데.

이쯤에서 실패가 하나 나온다면 좋을 것 같다.

생돈 나가서 슬퍼하는 표정 열심히 연습했으니, 써먹어야지.

그 뒤에 따로 쪽지 보내주면 되리라.

“소망님. 꼰대 아저씨가 한마디 할게요. 뭘 그런 생각을 하고 그래요? 세상에 영원한 게 어디 있습니까. 어느 커플이든 1년쯤 만나면 처음처럼 뜨거울 수는 없는 거예요. 거기에 괜한 미련 갖고 있으면 오히려 헤어지기 십상입니다.”

「ㅋㅋㅋㅋㅋ나 이 꼰대 좋아」

「ㄲㄷㅇ!」

[소망강처녀님 별사탕 100개. 유유유 오빠저 주거요 유유.]

“죽지는 말고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빌려오죠.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하라. 그리고 사랑스럽게 되어라. 식상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해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결코 의무감으로 뜨거워질 수 없어요. 그리고 익숙한 것은 언제고 편안해지기 마련이죠. 그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처음 그때보다 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셔야 합니다. 좀 더 나은 사람, 좀 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세요. 그 모습을 보면, 남친 분도 분명 소망님의 새로운 사랑스러움에 푹 빠지고 말 겁니다.”

턱없이 식상한 이야기다.

[정문의 일침]을 쓰지도 않고 동네 꼬마들도 할 수 있는 소리나 했으니, 이번에야말로 다운이 쏟아지겠지.

그 타이밍에 이후의 기부 플랜을 확실하게 설명하면……

[소망강처녀님 별사탕 1000개. 와 진짜 아 유유 열씨미 해보께요 남치니가 저한테 푹빠지게 만들꺼에요 유유]

ㅠㅠ라고 하면서 왜 별사탕을 후원하는 걸까.

그리고 업은 왜 이렇게 늘어만 가는 걸까.

“저, 여러분? 처음에 말씀을 드렸는데 새로 오셔서 못 보신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방제에 썼다시피, 제가 상담에 부족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50만원씩 기부하려고 합니다. 그걸 업다운 투표로 진행하고 있어요. 여기서 제가 별로였다 싶으신 분들은 다운을 눌러주시면 되겠습니다. 여기, 우측 하단.”

「ㅋㅋㅋㅋㅋㅋ아재 다운구걸 ㅁㅊㅋㅋㅋㅋㅋ」

「시른데 시른데ㅋㅋㅋㅋ」

[은진알통님 별사탕 500개. 형님 연애상담 되게 잘하는거같음 흐흐흐. 약점이 뭐에여 거길 공략해볼게여.]

“어…… 회사 문제, 그쪽으로 공략해주세요. 회사 잘린 입장이니 회사생활 쪽으로는 젬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시른데 시른데ㅋㅋㅋㅋ」

[보람찬하루일을님 별사탕 1000개. 기부하지 말고 아재 맛있는거 사드세요. 담에 보람이 방 한번 또 와주세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운을 눌러서 실패 판정만 띄워주면 50만원씩 기부를 하겠다는데, 어쩌자고 이렇게들 협조해주지 않는 걸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데스크 맞은편의 진대수 역시 표정이 굳어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깐 마이크를 껐다.

“야, 대수야. 이게 왜 이러지? 계획대로 안 되는데.”

“음…… 제가 형님을 과소평가했네요.”

“뭐? 나를?”

“옙. 형님 연기 진짜 못하네요.”

“연기를?”

“말씀드렸잖아요. 지금 들어온 시청자들은 형님이 당황하는 걸 보고 즐기려는 마인드가 형성돼 있다고요. 근데 지금 형님이, 업 올라가는 거 보면서 당황하고 있잖어.”

“내가? 그랬어?”

“옙. 표정에 다 나온다니까요? 하여튼 사토라레라니까.”

……내가 문제였던 것 같다.

충격적인 수준으로 올라가는 추천수에 당황스러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던 탓.

그래서 시청자들이 실패를 실패시키려 한다는 얘기였다.

“으음. 그럼 다시 제대로 해볼게. 집중하면 될 거야.”

“놉. 형님 이미 다 들켜서 연기한다고 해도 효과 없을 것 같어요. 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잖겠어? 아예 다운 구걸 컨셉으로 가죠. 기부하고 싶으니까 다운 좀 눌러달라 해요.”

“……그건 너무 말이 안 되잖냐? 사람들이 믿겠어?”

“믿겠어가 아니라 이미 믿고 있거든요? 형님 이미지가 너무 좋잖어. 베스트BJ 열두 명이 탐방 와서 진짜 좋은 아저씨라고 빨아줬으니까, 거기서 생긴 후광효과가 상당한 거죠.”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기존의 이미지 때문에 내가 기부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고 판단해, 오히려 그쪽을 방해하고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정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어쩔 수 없으니까 플랜B로 갑시다. 이 그림도 나쁘진 않은 것 같어. 아니, 오히려 최상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래?”

“옙. 기부하고 싶어서 찡찡대는 BJ랑 허락 안 해주려는 시청자들…… 그림이 웃기잖아요? 이런 건 의외성이 크다는 거죠. 잘만 되면 며칠 안에 또 실검 올라갈 수 있을지도.”

그게 가능한 일일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진대수는 인터넷 세상을 나보다 훨씬 잘 아는 얌생이.

하릴없이 마이크를 켜고 재공지에 나섰다.

“저, 여러분? 제가 그래도 이렇게 벌칙을 설정했는데, 한 번도 못 하면 재미없지 않을까요? 오늘 딱 두 번만 실패할게요. 제가 이래봬도 모아둔 돈이 꽤 있습니다. 100만원 정도는 기부해도 괜찮아요. 그러니까 다운 좀 부탁드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 나왔닼ㅋㅋㅋㅋ」

「아 나 아재 너무 좋아욯ㅎㅎㅎㅎㅎ」

[케바케님 별사탕 100개. 야들아 빨랑 다운좀 눌러드리자 성님 안달복달나붕게 크크크.]

그러나 그 이후로도 올라가는 건 업뿐이었다.

그리고 채팅창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내 표정이 썩어들어가면 거기에 신이 나서 ㅋㅋ.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다운에 기뻐하면, 그게 또 웃기다며 ㅋㅋ.

그런 흐름 속에서 또 시청자수가 솟구친다.

업 릴레이 속에서 실시간 차트에 올라간 덕분인지, 3시간을 넘길 무렵에는 6천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후원된 별사탕의 수가……

“저, 여러분. 지금 후원금이 좀…… 너무 많습니다. 벌써 2만 개가 넘었거든요? 이제 슬슬 아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꼰마야놀자님 별사탕 100개. 시른데 시른데 크크크.]

“저, 여러분도 맛있는 거 사드셔야죠. 저는 돈 벌려고 방송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넣어두셨다가 다른 분들 주세요.”

[dosena님 별사탕 100개. 크크크 미쵸 아니 이방송 진짜 뭐냐고 크크크.]

“자, 이제 그만. 그만하세요. 그리고 제가 오늘 스스로 자체평가를 해보면, 한 세 번 정도 고민을 해결해드리는 데 실패를 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고요. 일단은 150만원 기부를 하고 내일 공지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까지 강수를 뒀지만, 원하던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마구니님 별사탕 1000개. 결국 이렇게 나오시나 주작방송 심하네 크크.]

[보람보람보님 별사탕 500개. 아니 도랏 크크크. 이런 방송은 처음봐요 크크. 꼰마님 진짜 대박입니다 크크.]

[은진러뷰님 별사탕 2000개. 진짜 오늘 제대로 웃었습니다. 엽캠도 아닌데 이렇게 웃은 거 오랜만이네요. 재밌었어요.]

……난 재미없다.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기부하려던 게 아닌데.

멋있고 은밀하게 좋은 일 많이 해서, 기부대통령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런 생각 중에 핸드폰이 울렸다.

아내였다.

「인간아 150이 땅을 파면 나와?? 제정신이야?? 취소해!!」

원래는 아내가 좋아하고 시청자들이 싫어할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네.

세상 참, 60의 ‘진단’으로도 알 수 없는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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