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6장 - 상담사의 청사진 (3)
진갑수 대표. 쉰둘.
마흔도 되기 전부터 대한민국 미디어 업계를 호령해온 벤처신화의 주인공이다.
내게 있어선 20년간 그저 직장 상사였지만, 이제는 사적으로 좀 아는 대학 선배가 돼 있다.
2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대민이 얘가 그때 그랬던 거야. 알고리즘은 나중에 생각해도 되니까 우선 디자인부터 틀자고. 동아리 애들이 다 얼이 빠졌어. 민 차장 너도 알겠지만 우리 공돌이들이 이쪽으로 참 엄격하잖아? 그런 선배들 앞에 두고 알고리즘 개나 주라는 소리를 하는데, 그게 웃기겠냐 안 웃기겠냐? 그때부터 알아봤지. 얘는 그냥 공돌이가 아니구나. 잘되면 스티브 잡스처럼 되겠고, 아니면 마포대교 가겠구나. 그래서 일을 못해도 끝까지 끌고 가보려고 했는데…… 하하. 이렇게 사고를 칠 줄은 상상도 못했어. 실검스타라니. 퇴사하고 나서도 회사를 위해서 공헌을 해줬단 말이야. 참 대단해. 멋져.”
그렇게 말하는 본인부터가 그냥 공돌이는 아니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한국어를 유려하게 구사하면서, 자기한테 유리한 식으로 잘도 상황을 끌어가는 인물.
그 사탕발림에 넘어가 돈 뜯긴 투자자들이 많고도 많았다.
아마 직접 방송을 해도 꽤 잘될 것이다.
욱하는 성격 때문에 구설수도 만들겠지만.
지금 하는 소리만 들어봐도 수월하게 그림이 그려진다.
“왜 그렇게 깨작깨작해? 불편해서 그래?”
“아닙니다.”
“정말 아냐? 그런 것 같은데? 나 짜른 새끼가 왜 친한 척이야 그러면서 속으로 욕하고 있는 거 아냐?”
“아닙니다.”
“그래? 다행이네. 대민이 네가 그건 좀 알아줘야 돼. 나라고 초창기부터 같이 일한 널 자르고 싶었겠어? 절대 아니지. 그렇지만 투자자들이 좀 그런 무드였단 말이야. 경쟁사는 점점 커지는 상황인데, 고연봉자면서 실적을 못 내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나한테 압박이 많았다고.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어. 그리고 참 잘된 일이잖아? 이렇게 회사를 떠나서 적성을 찾았으니까. 오면서 방송 봤어. 민 차장이 보여주더라. 정말 놀랐지 뭐야. 안 그래, 민 차장?”
“예, 대표님. 저도 정말 놀랐습니다. 박 부장이 그렇게 말을 잘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렇게 신수가 훤해질 줄도 물론 몰랐고요.”
민원식 차장. 마흔일곱.
창립 15주년 경력직 공채 때 들어온 인물로, 유명한 대학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딴 엘리트다.
그런 주제에 한국 IT기업에 와서 정치질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내게 악감정을 가진 거야, 동갑인데 상사여서 그랬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좀 다르게 행동하려 애쓰는 느낌이다.
대표가 아는 동생이라 부르며 살갑게 대하고 있어서겠지.
그 대표 쪽은……
이제는 BJ(부장)가 아닌 BJ(Broadcasting Jockey)가 된 나와 관계설정을 다시 하고자 노력하는 중이고.
“대단해. 참 대단해. 대민아. 아니지, 꼰마님이라고 부를까?”
“편한 대로 부르십쇼.”
“그래, 대민아. 내가 너한테 참 고맙다. 그동안 우리가 계속 안 좋은 뉴스로만 주목을 받았잖냐. 그런 거 싫어서 네가 신규 프로젝트 해야 한다고 제안을 많이 했었지. 쓸 만한 건 없었지만. 그런데 따뜻한 상담사 BJ란 건…… 정말 좋아. 이런 이슈들이 쌓이면 이미지가 개선되는 거지. 그리고 너도 회사생활이 참 보람찼다 싶지? 여기 일하면서 그 BJ들이랑 인맥 만들 수 있었던 거잖아? 그래서 열두 명이나 되는 BJ들을 탐방 시킬 수 있었던 거잖아? 나랑 너랑 친한 건 BJ들도 다 아는 일이니까. 살짝만 얘기해도 압력이 장난이 아니었을 거야. 라인 하나는 잘 만들었다 싶지? 하하하.”
말을 잘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속은 참 빤하다.
나와는 다른 의미에서 사토라레 같은 인간.
다른 건 몰라도 욕심 하나만큼은 가만히 있을 때도 아우라처럼 풍겨나오는 수준이었다.
‘진단’이 49였던 시절엔 그저 사업가로서의 의욕이라고 좋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추악함이 너무 잘 보인다.
내가 더 클 수 있겠다고 생각했겠지.
상담 인방이라는 컨셉은 선한 이슈가 되기 딱 좋으니까.
그렇기에 미리 약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슈메이커가 된 내가, 혹시라도 악감정 속에서 플랫폼을 옮기거나 대표 욕을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 상황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언제나 갑의 입장에서 지시만 하던 사람이 내게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니.
그렇지만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불쾌한 퇴출로 끝을 맺은 직장생활을 보람찬 추억으로 왜곡해서 나와의 인맥을 재설정하려는 것.
그건, 내가 바랐던 재회와는 많이 달랐다.
“대표님. 외람된 말씀을 하나 드려도 괜찮을까요.”
“뭐야? 편하게 말해.”
“인맥이 아니라 친분입니다. 탐방을 시킨 게 아니라 부탁한 겁니다. 프리월드 대표이사의 라인으로서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라, 오지랖 넓은 아저씨로서 그 아이들에게 과분한 존경을 받았을 뿐입니다. 민 차장이 그런 부분은 말씀드리지 않았던 모양이네요.”
“하하. 아, 그래? 민 차장, 그런 거였어?”
“어…… 그게…… 저도 방금 들은 소식이라 파악이 좀 늦었습니다.”
웃기고 있네.
성희가 아침부터 난리를 친 일인데 방금 전에 들은 척한다.
공학박사 중에서 저만큼 거짓말 잘하는 사람도 드물 거다.
“그래도, 사실은 영향이 없진 않았을 겁니다. 그렇잖아요? 박 부장, 이 회사 근무 안 하셨으면 BJ들한테 뭐 부탁을 할 수나 있었겠어요? 그 친구들 다 월 몇 천씩 버는 애들이던데, 친분 있다고 쉽게 움직여주나 어디.”
박 부장이라고 부른다.
대표 앞이라고 압존법 쓰는 게 아니라, 이 인간은 예전부터 그랬다.
임원들에게는 설설 기는 주제에 나만큼은 쥐좆으로 봤지.
내가 못하는 걸 잘하는 사람이라서 일부 존경심까지 갖고 있었지만……
지금 내 앞에는 현수가 앉아 있다.
호구였던 날 존경스러운 어른이라고 생각해준 녀석이.
민원식이 날 깔아뭉개게 놔두는 건, 명현수의 롤모델을 깔아뭉개는 짓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지금만큼은 호구이고 싶지 않았다.
“민원식 씨. 내 팀 맡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예. 그렇게 됐네요.”
“지난 15년 동안 형성된 팀만의 문화가 있어서, 적응이 쉽지는 않으실 겁니다.”
“하하. 뭐 별 거 있나요. 어차피 회사가 다 그런 거지. 15년 동안 팀장으로 계셨던 게 이상한 일인 거고, 이제는 회사 문화를 따라가야죠. 닉네임 이런 것도 박 부장이 너무 간 거였잖아요?”
맞는 말이다.
나는 너무 앞서나갔다.
그 결과, 남들보다 한참 먼저 퇴사에 이르렀다.
이제는 이 인간에게 ‘부장님’도 아닌 ‘박 부장’ 소리를 더 들을 이유가 없다는 것.
“원식아.”
“……뭐요?”
“나이도 같은 너한테 과장 시절부터 깍듯이 존댓말 해줬던 거, 네가 좋아서 그랬던 거 아니다. 또 은근슬쩍 박 부장 박 부장 하는 거 웃어넘겨줬던 거, 내가 눈치가 없어서 그랬던 거 아니다. 이젠 동네 아저씨들 됐는데 편하게 좀 말하자. 적당히 해라. 더 까불면 나도 웃어주기 힘들어. 부하직원도 있고 하니까 여기까지만 말하는 거야.”
“아니…… 뭐 이런…… 하하.”
“그리고 갑수 형.”
진갑수가 정말 보기 드문 표정을 지었다.
당장이라도 샷건(키보드를 부수며 분노를 표출하는 행위)을 칠 것 같은 얼굴.
저걸 마지막으로 본 게 프리오션 PT 때였나.
“형도 그러는 거 아닙니다. 나 고작 일주일 전에 퇴직한 사람이에요. 원해서 한 게 아니라 갑수 형이 강요한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웃는 낯으로 와서 추억으로 포장하려고 하면, 내가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너, 이 자식…… 허허.”
“명현수 너도 마찬가지야. 이 새끼야, 과장씩이나 달았으면 니 팀장 니 대표 동선은 파악해야 되는 거 아니냐? 왜 여기로 끌고 와서 꼴 보기 싫은 인간들 보게 만들어? 밥맛 떨어져서 못 있겠다. 나 간다.”
“……들어가십쇼.”
마지막에 현수까지 비난한 건, 그 녀석을 위해서였다.
여기서 사이에 낀 처지가 되면 회사생활에 애로가 생길 수 있으니.
같이 욕먹는 그림을 만들어주려는 의도를 이해했는지, 고개 푹 숙이고 인사만 하더라.
물론 진갑수 쪽은 날 보내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어딜 가. 앉아. 너 인마, 갑자기 실검 뜨고 하니까 세상이 우스워 보이냐? 쉬워 보여? 은혜를 모르고 어딜 나대?”
세상은 우습지 않다.
과거에는 가끔 그런 생각도 했었지만, ‘진단’을 60으로 올린 뒤로는 전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은 참 무서운 곳이다.
하지만, 나 역시 가끔은 무서운 사람이다.
“세상이 아니라 형이 우스워요. 사과부터 하셨어야죠. 잘됐다고 축하를 하시든가. 그게 사람 사이의 도리입니다. 멋대로 잘라놓고 이젠 자기 덕분에 잘된 거라는 소리나 하고 계시는데, 내가 무슨 성인군자라고 그것까지 받아줘야 됩니까? 이거 놔요. 나 이제 당신 직원 아닙니다.”
“너. 이래놓고 프리TV에서 방송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아?”
“오늘부터 고민해보죠. 트위치로 갈지 유튜브로 갈지.”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이 새끼야! 너 후회할 거다. 내가 한마디만 하면 너 같은 새끼는 바로 매장이야. 한두 명 보내본 줄 아냐? 넌 내 밑에서 20년을 구르고도 그걸 몰라?”
“형 밑에서 20년 구르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그러면서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
3분 전부터 녹음기가 켜져 있던 화면을.
“어, 이 자식이…….”
“전에 제작진 욕한 영상으로 화제 되셨었죠? 이것까지 나가면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형이 음으로 양으로 매장시킨 BJ들 목록까지 한번 얘기해볼까요?”
“……앉아. 앉아서 얘기하자.”
“걱정 마십쇼. 그쪽이 가만있으면 나도 가만있습니다. 그냥 서로 엮이지 맙시다. 내가 원하는 건 딱 그 정도예요.”
“그래. 알았어. 안 엮이자. 그렇게 하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방송 열심히 하겠습니다.”
프리TV를 위해 공헌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우리는 어쨌든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는 관계다.
내 손에 치명적인 막말 파일까지 들어와 있으니, 이 정도 일로 위해를 가할 생각은 못 하겠지.
이렇게나 쉬운 일인데.
회사에서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던 날에 이랬어야 했는데.
보기 싫은 인간들을 합죽이로 만들고 <궁중>을 나서는 기분은, 후련하고 개운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런 건 있었다.
과거의 악연과 확실히 선을 그었다는 성취감.
이제는 진짜 박대민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
“미안하게 됐다. 밥 제대로 먹지도 못했지?”
명현수는 키득거리며 대답했다.
[에이, 엄청 배부릅니다.]
“배가 부르다고?”
[마음의 양식을 먹어서요. 기분이 좋으니까 속도 든든하네요. 부장님, 최고였어요. 아니 진짜…… 너무 행복했어요.]
남 욕먹는 거 보면서 즐거워하는 애는 아닌데.
얘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너 어필은 확실히 한 거 맞지? 내 얘기들에 동조하는 티를 내거나 했으면 안 돼. 사회생활을 그렇게 하면 큰일 나.”
[그러진 않았죠. 부장님 욕하는 소리들에 그냥 고개 끄덕거렸습니다. 하도 유치해서 반박하고 싶지도 않더라고요.]
“그래. 잘했다.”
[부장님. 민원식 그 새끼, 맞죠?]
“그 새끼라니…… 근데 어떤 거 말하는 거야?”
[아니에요?]
“뭘 말하는지 알려줘야지.”
[그게…… 민원식이 부장님 자리 노리고 약 친 거 아닌가 싶어서요. 지금 팀장 자리들이 꽉 차서 그놈이 승진 못 하고 있었던 거잖습니까? 요즘 대표랑 자주 붙어다니는 것도 그렇고, 좀 연관이 돼 있었던 거 아닌가 했는데.]
……그럴지도 모르겠네.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방향이긴 한데, 일리가 있었다.
팀장 맡은 부장들 중에 제일 만만한 게 나였겠지.
대표에게 어필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일 듯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무심코 짠해지고 말았다.
그 인간도 나름대로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구나.
박사 학위까지 가지고 학사 부장한테 지시 받으면서, 이런저런 열등의식으로 일그러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든, 진짜 개운했습니다. 부장님.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진짜 사람이 달라 보였어요.]
“그래서 싫어진 건 아니지?”
[아뇨. 더 존경하게 됐습니다.]
“왜?”
[인간미 있잖아요? 예전에는 진짜 같은 인류가 맞나 싶었거든요. 저희끼리는 예수님 부처님 부장님 이렇게 3대 성인이라고 그랬어요.]
“……오버하긴.”
[하하. 아, 동영상이라도 찍어놨어야 했는데. 그거 애들 보여주면 다들 난리 났을 텐데. 부장님, 아무튼 오늘- 엇.]
[부장님? 무슨 부장님? 아빠예요? 아빠, 저예요 쏭쏭!]
송성희 대리의 목소리.
참견쟁이란 별명 싫다고 쏭쏭이라고 불러달라 했던 아이다.
그 녀석이 명현수 핸드폰에 대고 참견을 시작했다.
[부장님, 왜 제 전화는 안 받아줘요? 명과장님이랑만 통화하고 그러셨어요? 너무해 진짜. 언제 회사 한번 안 와요?]
“음. 다음에 한번 갈게.”
[오늘 회식하면 되겠다! 상무님 꼬셔서 법카 받아올게요.]
“그건 좀. 미안한데, 나 너희 대표랑 싸웠다.”
[응? 네?]
“오늘 우연히 만나서 한바탕 했어.”
[……부장님이? 3대 성인이?]
내가 무슨 성인이라고.
그저 호구였을 뿐인데, 명과장 이 녀석이 포장을 너무 했네.
송성희의 손을 거친 핸드폰은 거의 팀원 전체에 돌아갔다.
아마도 민원식 차장 역시 누구와의 통화인지 알았겠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잠시 후에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민차장 : 박대민 씨. 서로 좀 오해가 있었던 거 같은데, 내가 불쾌하게 했다면 미안하게 됐습니다. 이쪽에서 일하면 앞으로 볼 일 많을 텐데 불편한 감정 서로 지우고 갑시다.」
……이 인간은 또 왜 이러는 걸까?
무척 궁금하지만, 굳이 답장을 해주진 않았다.
그와 다시 볼 때는 내가 불편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원룸으로 가서 진대수를 기다리며, 벨벳으로 장식된 금색 칠판 위에 마인드맵을 그려나갔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성인’을 적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명과장의 포장이지만……
방송에서나마 그럴 수 있다면, 어떨까?
“형님 형님! 저 왔습니다요. 식사 하셨어요? 오다가 붕어빵 있어서 좀 사왔는데. 이런 거 안 좋아하…… 응? 성인?”
칠판을 일별한 진대수가 눈을 가늘게 뜬다.
“형님? 19금 벗방 고고하시는 거?”
“그 성인이 아냐. 대수야. 나, saint가 되고 싶다.”
“올…… 형님이야 진짜 세인트 팍이죠.”
“그게 아니라 방송에서 말이야. 방송 외적인 벌칙으로 가자. 상담에 실패할 때마다 그날 수익의 50%를 기부하는 걸로.”
대수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에, 엥? 형님? 아니, 그게 얼마가 될 줄 아시고!”
“얼마가 됐든. 기부도 하고, 혹시 허락이 된다면 봉사활동 나가서 V로그까지 찍자.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인 포장을 만드는 거야. 이미지로 프리TV를 제패할 수 있게.”
“오, 오……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예요?”
“오늘 진갑수랑 한 판 뜨고 왔거든.”
“엥? 세인트 팍 형님이? 레알?”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참 고개를 흔들던 대수는, 잠시 후에 키득거리며 웃었다.
“흐흐. 잘은 모르겠지만, 쫌 재밌는데요? 한번 해볼까요?”
상담사의 청사진에, 디렉터의 손길이 첨가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