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6장 - 상담사의 청사진 (2)
실검 1위는 세 시간쯤이 지나서 바뀌었다.
그렇지만 그 뒤에도 꽤 오래 10위 안에 있었고, 동이 틀 무렵에야 순위권 밖으로 빠져나갔다.
4월 6일 밤부터 7일 새벽까지 포털사이트를 이용한 네티즌의 대다수가 ‘꼰대마스터’를 알게 됐다는 뜻이다.
그 과정을 알고 있다는 건, 내가 잠을 설쳤다는 뜻이고.
NBSC를 얻은 날처럼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때는 설레는 마음 때문에, 지금은 불안한 마음 때문에.
체면을 지키며 인기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거의 모든 여캠이 처음에는 섹시 컨셉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소통방송으로 옮아간다.
남캠들 역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시청자를 잡는다.
BJ들만 그런 게 아니라, 유느님이라고 불리는 톱스타조차 무명 시절에는 몸을 던져가며 인지도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갓 방송 시작한 내가 체면부터 지키려는 것은……
어쩌면 애벌레가 탈피 없이 날아오르길 꿈꾸는 것과 같은 모순일지도 모른다.
벤처기업, 특히 프리TV 같은 이슈메이커를 캐시카우로 두고 있는 프리월드의 직원으로 일하던 시절에, 나는 체면을 버리려 애써왔다.
모르는 걸 두려움 없이 질문하고 새로운 문물에 마구 부딪치며.
때로는 나이 어린 사원들과 야자타임까지 하면서.
그렇게 나 자신을 ‘신상’의 상태로 유지하고자 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는 세상이 조금 달라졌다.
누구보다 체면을 구겨야 하는 인방러가 됐지만.
박대민의 세상에서는, ‘관계’만큼 소중한 것이 또 없다.
날 존경한다 말해주는 후배들.
더없이 소중한 아내와 내 삶의 증거와도 같은 딸.
그들을 실망시키며 얻는 영예에는 어떤 즐거움도 없을 터였다.
“여보 여보! 그거 진짜야? 당신 실검에 올랐어?”
“진짜라니까? 아빠도 봤지? 우리 반톡 완전 터진다니까? 아빠 어제 완전 우주대스타였대. BJ계의 아이돌이라고 막.”
아내와 딸은 내 실검에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렇지만 나는 순수하게 기뻐만 할 수가 없었다.
유명세란 언제나 논란과 함께한다.
사소한 발언 때문에 안티들에게 조리돌림 당할 수도 있고, 때로는 의도가 왜곡되어 온당치 않은 욕을 먹을 수도 있다.
내 작은 실수가 가족들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
그러니, 벌칙 같은 걸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해야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내 체면을 지키면서도 유명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그 고민 속에 밤을 지새우고 나서, 명현수와 통화했다.
새 프로젝트가 이제 좀 정리단계라더라.
그래서 간만에 팀원들과 모두 모여 회식을 하자고 조르던데, 외부인이 된 입장에서 그건 좀 부담스러웠다.
한참 승강이하다 간신히 점심 약속으로 타협할 수 있었다.
차를 몰아 판교로 가는 건 오랜만이었다.
회사에 가는 것도 일주일 만이지만, 퇴사 전에도 차를 몰고 다닌 적은 많지 않았다.
그보다는 태블릿을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곤 했다.
자투리 시간까지 활용해서 업무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그렇게 일하다가 타의로 퇴사하고, BJ가 되어 찾아간 회사.
그 건물 1층의 카페에 들어서며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지원팀 같은 미래기획팀을 이끌며 나 역시 몇 차례 BJ들과 만난 적이 있다.
팀 내의 회의실에서 보기도 했지만 카페도 자주 찾았었다.
아무래도 자유분방한 친구들이라 회의실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때도 나는 주로 상담역이었다.
회사 입장에서 놓쳐선 안 되는 파트너BJ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그들에게 회사의 새로운 방침 등을 전달하는 업무.
중소기업 수준의 매출을 내며 유저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친구들이 내담자 역할이었다.
실적 못 내는 부장 입장에서는, 나이와 무관하게 저자세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내가 그런 BJ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고가 될 것이다.
날 내보낸 대표이사가 날 붙잡기 위해 굽실거릴 수 있게끔.
나는 프리TV의 대들보로 우뚝 설 것이다.
그런 생각에 수첩을 보며 장고에 빠져들었다.
덕분에 진동벨을 받아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점원이 직접 커피를 들고 내 테이블로 다가왔다.
“음료 나왔습니다.”
“어? 아,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셀프인데…….”
“아뇨, 아니에요! 집중하고 계신 것 같아서 일부러 방해 안 했어요. 상담하실 거? 그런 거 정리하시는 거예요?”
순간적으로 또 다른 초능력자를 만났나 싶어 당황했다.
그렇지만 올려다본 점원의 얼굴에 깃든 감정은, 호기심과 동경과, 뭐 그런 것들.
나는 그제야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 예. 알아보셨군요.”
“당연하죠! 생방송은 못 봤는데, 아침에 출근하면서 봤어요. 진짜 재밌던데…… 저기, 괜찮으시면 셀카 한번만…….”
프리월드 사옥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이다.
정문은 서쪽의 옥외주차장 쪽으로 나 있지만, 사실 남쪽의 이 카페야말로 전철역에서 나와 통과하기 딱 좋은 위치.
덕분에 인방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BJ를 볼 수 있을까 싶어서 면접에 몰린다고 했다.
이 점원 역시 프리TV 애청자인 듯했다.
그리고 나는 어제 실검 1위를 달성한 슈퍼루키 BJ.
이 점원만이 아니라 카페 안의 거의 모든 사람이 내 쪽을 흘끗거리고 있었다.
음. 곤란한걸.
여기뿐만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많은 곳에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꽤 나올 것 같다.
어쩌면, 앞으로는 연예인들처럼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끼고 다녀야 할지도.
“아, 저기, 웃지 말아주시면 안 될까요? 완전 근엄하게 해주시면…… 아, 그렇게요. 진짜 멋있어…… 얍. 아, 눈 감았다. 잠시만요, 한번만 다시 찍을게요…….”
알바생은 그렇게 세 장을 더 찍은 뒤에야 물러갔다.
마음 같아선 마주앉아서 되는 대로 떠들고 싶은 눈치였지만, 직장에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
나야 이제는 직장이 아니라서 느긋한 거고.
그런 생각 중에, 마침내 명현수가 카페로 내려왔다.
“부장님!”
“그래, 현수야.”
“죄송합니다. 빨리 내려오려고 했는데, 성희가 자꾸 누구랑 만나려고 점심시간까지 앞당긴 거냐고 따져서…….”
“하하. 그래서 그 녀석이 참견쟁이지.”
“부장님 오셨다고 얘기했으면 절대 안 놔줬을 겁니다.”
“글쎄, 그랬으려나.”
“그랬을 겁니다. 부장님을 진짜 아빠처럼 따랐잖아요.”
송성희 대리는 이제 겨우 입사 5년차.
나와 알고 지낸 기간은 만 4년도 안 된다.
내 ‘관계’ 수치가 높다곤 해도, 아빠처럼 따랐다는 건 명현수의 과장일 터였다.
닉네임부터가 명과장이니까.
프리월드는 IT기업 치곤 좀 경직된 분위기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사원들에게 닉네임을 붙이거나 하지 않았지만, 나는 팀원들에겐 나름대로 별명을 붙여주곤 했었다.
명현수는 그 덕에 대리 때부터 명과장님이라고 불렸다.
이제는 실제로도 명 과장이 돼 있고.
같은 맥락에서 나한테도 별명을 붙여달라 요청해서 ‘아빠’라는 닉네임을 받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불리는 일은 드물었다.
내려놓으려 노력했다 해도 실무진 중 최고참이었으니.
그나마 발랄한 성희 정도만 가끔 애교처럼 아빠 아빠 부르곤 했었다.
“됐다 됐어. 혹시 누구 또 나올까 걱정된다. 어서 나가자.”
“예, 부장님. 어디로 갈까요?”
“제일 비싼 거 사줄게. 나 이제 잘 벌잖아.”
“어…… 부장님, 그래도 제가 사야죠. 회식도 못 했는데…….”
“그 반대야. 너 밥 한번 제대로 사준 적이 없어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었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어.”
“부장님……. 알겠습니다. 가시죠. 제가 오늘 최고의 식당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부장님 아마 가본 적 없으실걸요?”
“왜 이래. 나도 이 근처 안 가본 데 없어.”
“에이. 매일 컵라면으로 때우셨으면서요?”
근 5년 정도 그런 식이긴 했다.
‘프리오션’ 기획이 엎어지고 나서는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느끼게 돼서.
젊은 친구들이 나 때문에 편하게 식사하지 못할까 걱정되기도 했고.
그런 까닭에, 그 이후로 입사한 사원 대리들과는 환영회 말고는 따로 식사를 함께한 기억이 없었다.
“그럼 오늘은 아예 코스로 드시죠. 요 앞에 새로 한식집이 하나 생겼는데, 가격대는 높아도 진짜 괜찮습니다.”
“하하. 그거 괜찮네. 그럼 회사 사람들 볼 일은 없겠어.”
“앗, 그렇겠네요. 이렇게 멋져지신 거 보여줘야 되는데. 아침에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성희가 여기저기 샷건 치면서 떠벌려서 금세 퍼졌거든요. 사실 뭐 실검 이슈니까 안 그랬어도 다 알게 됐겠지만요. 민원식 차장 표정을 보셨어야 되는데.”
“팀장이라고 불러야지.”
“제 팀장님은 여기 계시거든요.”
“너도 참…… 하하.”
한식당 <궁중>은 이름처럼 고궁을 모티브로 삼은 듯했다.
예전 같았으면 가격대 걱정으로 근처에도 안 갔을 모양새.
그렇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말도 안 되게 비싼 수준은 아니어서, 현수가 나름대로 절충안을 낸 거란 게 느껴졌다.
“막 개장했을 때 너무 궁금해서 한번 와봤거든요. 근데 맛도 괜찮고 인테리어도 좋아서 사원들도 몇 번 데려오고 했어요.”
“그래, 잘했다. 요즘 새삼 느끼는 건데, 네가 있어서 팀이 잘 굴러갔던 것 같아.”
“에이…… 다 부장님 리더십이었죠.”
“아냐. 중간에서 애들 멘탈 케어하고 다른 팀에 당당하게 항의도 하고 했던 네가 역할이 컸어. 아니었으면 실적도 못 내는 팀 분위기가 어떻게 좋았겠냐. 고생이 많았다.”
“에이…….”
그냥 해보는 소리는 아니다.
‘진단’을 60으로 올린 뒤, 그간의 회사 생활 역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반추할 수 있게 됐기에.
나는 그저 사람 좋은 호구였다.
일 문제에서는 프로페셔널하게 행동하려 애썼지만 인간관계에서는 무르고 물러서, 뺨을 맞아도 웃을 사람이라 불렸다.
그런 사람을 팀장으로 두는 건 결코 행운이 아니다.
차라리 욕을 듣고 구박을 받더라도, 강단 있고 진취적인 사람과 일하는 게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
그렇게 내가 챙기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준 게 명현수였다.
안에서는 팀원들을 독려하고 내 플랜을 지지하면서, 밖에서는 미친개처럼 여기저기 들이받기도 많이 했다.
당시에는 좀 과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달랬었는데……
사실은 내가 해야 했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었던 거지.
이래저래 고마운 녀석이 아닐 수 없다.
가장 비싼 코스를 주문하면서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부장님, 진짜 이래도 됩니까? A코스 너무 비싼데.”
“이래도 돼. 실검 1위 스타가 됐잖냐.”
“하하. 솔직히 말씀드려서 적응이 안 돼요. 애들 불편할까봐 탕비실에서 직접 커피 타시던 게 엊그제 같은데, 회사 그만두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스타 돼버리시고. 멋집니다. 부장님, 정말 존경합니다.”
“존경하지 마라. 그리고 부장님 소리도 이제 그만 하고.”
“에이. 부장님을 그럼 뭐라고 부릅니까?”
“형이라고 해. 나 이제 네 상사 아니잖냐. 안 그래?”
“하하. 그래도 부장님은 저한테 언제나 부장님입니다. 처음부터 그랬잖아요? 그때부터 쭉 부장님이셨는데, 10년 동안 해왔던 호칭을 이제 와서 어떻게 바꿉니까?”
……벌써 10년이 됐구나.
첫 대규모 공채에서 당당하게 수석으로 들어와 직접 미래기획팀에 지원한 현수는, 10년 동안 내 수족처럼 일해왔다.
단숨에 고치는 건 쉽지 않겠지.
“그리고 존경하는 것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왜. 나 되게 한심한 상사였잖냐. 잘려도 할 말 없는.”
“전혀요. 부장님, 제가 이 얘기 해드린 적 없었던 거 같은데…… 저 부장님 때문에 미래기획팀 지원한 겁니다.”
“뭐? 나 때문에? 그게 무슨 말이야?”
“면접 때요. 저랑 같이 면접 본 동기 중에 대호라고 있었잖습니까? 그때 긴장해서 손에 땀나서, 손에 적어놓은 대본 다 지워져서 울먹거리고 있던 애. 기억나시죠?”
“어, 그래. 그런 애가 있었지.”
“걔한테 부장님이 하신 말씀도 기억하십니까?”
“아니. 내가 뭐라고 했었지?”
“오늘 면접에서 연이 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걸 아쉬워하지 말라고 하셨죠. 이 회사보다 더 잘 맞는 곳이 있을 거라고. 언젠가 정말 대호처럼 세상을 호령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도 엉망진창이었다는 걸 알아서 울먹이던 친구였다.
애초에 손바닥에 대본 써온 것부터가 부적격 사유여서, 나 역시 쟤는 떨어지겠구나 생각하고 있었고.
그 심경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에 면접 같은 건 본 적도 없이 스카웃돼 창업공신이 된 입장이라서.
덕분에 어린 나이에 팀장 맡고 부장 단 내가 그 친구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터.
그렇지만…… 왠지 알 것 같았다.
간절한 염원이 무너진 순간의 슬픔이 공기를 통해 내게도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작은 위로라도 건네주고 싶었다.
별 도움이 되지는 못할지라도,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했던 말인데, 남의 입으로 들으니 굉장히 민망하네.
뜬금없이 너무 오글거리는 소리를 했던 것 같다.
“그래, 그랬던 것 같다. 근데 그게 왜? 너한테 해준 말도 아니고 그냥 오지랖 좀 부렸던 건데.”
“하하. 부장님, 그때 대표님이랑 전무님 사이에 계셨어요.”
“응? 아, 그랬지. 그땐 면접도 직접 보셨었지.”
“그랬는데 대놓고 회사 디스하신 거잖습니까. 이런 회사 말고 더 잘 맞는 데 있을 거라고요. 떨어질 게 뻔한 면접자 위로하겠답시고 옆자리 대표 얼굴에 똥칠을 하셨던 겁니다.”
……그게 그렇게 되나.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문제겠지만, 욕심 많고 자존심 강한 대표 입장에선 꽤 기분이 나빴을 법했다.
“생각을 못 하신 게 아니라, 신경도 안 쓰셨던 거죠? 그걸 보고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라인 생각은 쥐뿔도 안 하고 그냥 내 할 말 해버리는데. 그렇게 해서 자기가 뭘 얻으려는 것도 없고, 그저 쥐뿔도 없는 취준생한테 힘 주려고 진심 가득한 얼굴로 위로하는데. 그런 어른은 살면서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롤모델로 삼았던 겁니다. 나도 누군가한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그래놓고 툭하면 여기저기 들이받고 그랬지만요. 부끄럽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나는 결국 웃고 말았다.
정말 웃긴 이야기라서.
난 그 이후로 나 대신 들이받고 다니는 패기의 명현수 덕분에 편안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정작 그 명현수는 호구 같은 날 존경해왔다니.
이보다 더 우스운 이야기가 또 어디 있겠는가.
“현수야.”
“예, 부장님.”
“고맙다.”
“고맙긴요.”
“계속 존경해라. 더 존경받을 수 있게 노력하마.”
“하하. 제 감정을 동력으로 쓰시는 겁니까? 부장님은 참-”
머리를 긁으며 말하다가, 현수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
입구 쪽에서 들어오던 누군가를 본 것 같았다.
“누가 왔…… 음.”
고개 돌려 바라본 곳에 진갑수 대표가 서 있다.
그 곁에는 허리를 거의 반으로 접고 수행하는 민원식 차장.
그들 역시 우리 테이블을 바라보며 굳어 있었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인데……
그래도 인사는 해야겠지.
일어나서 고개를 꾸벅여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여기서 뵙네요.”
“흠. 박 부장…… 아니지. 대민이 네가 여긴 웬일이야?”
“아는 동생 밥 좀 사주러 왔습니다.”
“……그래, 그래 보이네. 아는 동생이라. 하하. 그럼…… 나도 아는 동생 밥 한 끼 사줘도 될까?”
대답도 듣지 않고, 진갑수 대표가 내 맞은편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