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5장 - 상담사의 사람들 (3.)
진대수가 내 허락도 없이 집들이를 개최한 것은 아니었다.
그 대신,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포문을 연 것은 BJ진석.
정확하게는 진석이 방의 매니저가 내 방송에 찾아왔다.
[으깨진석님 별사탕 100개. 잠시후 못생긴 BJ 하나가 놀러오려고 합니다. 불편하시면 저한테 미리 말씀해주세요.]
「???」
「ㅈㅅㅇ???」
“으깨진석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주시면 저야 좋죠.”
「올 탐방이다 ㅋㅋㅋ」
탐방.
프리TV의 전통적인 문화이자 공통의 컨텐츠로, 타인의 생방송에 들어가 잠깐 BJ끼리의 소통을 보여주는 일이다.
소위 ‘대기업’ BJ들이 ‘하꼬(신입)’들을 찾아가는 게 일반적.
그럼으로써 고참들은 별다른 준비 없이도 흥미로운 컨텐츠와 유튜브 각을 뽑을 수 있다.
신입들의 이익은 그 이상인데, 고참과의 합방에서 매력을 어필하는 데 성공하면 빠르게 중소기업 급으로 성장하는 게 가능하다.
물론 신입이라 하더라도 때로는 자기만의 방송을 추구하고 싶을 수 있다.
갑작스런 시청자 유입으로 기존 팬들이 떠날 수도 있으니.
그걸 위해서 ‘탐방사절’ 옵션이 있는데,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무한경쟁이 베이스인 프리TV 안에서 합방 없이도 유명세를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까닭.
다만 내 방송은 그 극히 드문 케이스에 속해 있다.
상담이란 컨텐츠는 BJ끼리의 소통보다는 시청자와의 소통이 우선돼야 하는 것.
BJ와의 상담이 집단상담으로 판정된다고는 해도, 항상 남의 고민만 지켜봐야 한다면 애청자들이 붙지 않을 터였다.
진대수가 노린 게 바로 그 포인트였다.
말하자면 사절 아닌 사절.
이제 막 200따리가 된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시청자를 몰고 다니는 대기업들을 사절하라는 지령이 떴다.
「 딱 선 긋는 모습을 보여주십쇼, 형님. 진석이가 개무시 유튜브 각 뽑을 수 있게. 기분 상하지도 않을 거야. 형님 돕고 싶다고 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거든요. 자, 이제 진석이 방 들어가셔서 옆에 창 띄워주시면 됩니다. 」
PIP(Picture in Picture) 영상 송출.
미리 예습을 해둔 인터페이스라, 곧 BJ진석의 생방송을 좌측 하단에 띄울 수 있었다.
ㅈㅅㅇ(진석 업)을 외치는 시청자들을 위해 소리를 살짝 올려보니……
[탐방 탐브앙. 신입 탐브앙을 가봅시다. 여캠? 응 안 가. 사심진석 어디 갔냐고? 형님들, 저 사심 없다니까요? 석꼬업 하지 말고. 오늘은 내가 갈 데 미리 정해왔어요. 신입인데, 아니 쉰입이라고 그래야 되나? 존나 잘생긴 아저씨 한 분이 들어오셨거든. 가끔은 아저씨도 보러 가고 그래야지. 아, 탐방 오케이라고 합니다. 이제 가볼게요…… 자. 꼰 마…… 나왔다.]
그때부터 진석이 방 시청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300을 돌파하더라.
멀티뷰로 여러 방송을 보는 고인물들이다.
진석이 팬이지만 내 방송에도 들어와 채팅하려는 목적.
그렇지만 탐방이 끝나고 나서 계속 남아있을지는 알 수 없으니, 아직까지는 일종의 허수라고 할 수 있었다.
[어때? 형님들 어때요? 이 아저씨 멋있지? 아저씨 맞냐고? 친구 아니냐고? 아…… 형님들 저 상처 받습니다?]
4년차 BJ 진석이는, 본명은 김진석이고, 나이는 스물여섯.
나와는 스물한 살 차이니까 아저씨라고 불리는 게 자연스럽다.
시청자들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지만.
「아저씨 ㅇㄷ?」
「진석이 친구띄워줄라그러네?」
[BJ진석님 별사탕 100개. 부장님 안녕하세요 진석이에요. 잘지내셨죠. 방송 키셨다길래 인사드리러 왔어요.]
“어, 진석아. 오랜만이야. 와줘서 고맙다.”
「주작ㅋㅋㅋㅋ 딱봐도 동갑인뎈ㅋㅋㅋㅋㅋ」
「꼰대컨셉임??ㅎㅎ」
[BJ진석님 별사탕 100개. 부장님 제가 실레되는 말쓰미지만 괜찮으시면 나이좀 말씀해주실수 있나여 유유.]
“진석이 방 시청자님들. 제가 마흔일곱입니다. 방송 켰을 때 민증 인증도 했는데…… 나중에 하이라이트 찾아봐주세요.”
「꼰마님 47 맞음 ㅎㅎ」
「아까 민증 보여줬어여」
「??」
「이건 진석이 26보다 더충격인데..」
진석이가 살짝 노안 기질이 있긴 하지.
그렇다고 나와 친구로 보인다는 건 놀리는 말이겠지만.
김진석과는 사실 큰 인연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그저 2018 프리페스티벌 때 잠깐 대화를 나눴을 뿐.
MC로 불려와서 벌벌 떨고 있길래, 주최측의 간부 입장에서 다가가 핫팩 쥐어주고 어깨 좀 두드려준 게 다였다.
그랬는데 이상한 일이지.
들어오자마자 대뜸 나를 찬양하기 시작하더라.
[제가 진짜 좋아하는 아저씨예요. 형님들, 재작년 프리페 때 제가 처음으로 장내 MC 맡았던 거 기억하시죠? 제가 그날 급하게 가느라고 청심환을 까먹어가지고, 속 뒤집어지고 난리였거든. 근데 아저씨가…… 그때 프리TV 부장님이셨는데, 와가지고 나한테 그러시더라고. 진석 씨 방송 잘 보고 있다고. 내년에 대상 타실 분이 MC 맡은 걸로 왜 떨고 있냐고 그러는 겁니다. 아니 3년차에 대상 타는 게 말이 됩니까? 하도 어이가 없어가지고 웃고 말았는데, 근데 이상하게 긴장이 풀리데? 그리고 진짜 19년 대상 탔고요. 이 아저씨 덕분이지.]
……그런 생각을 했었구나.
난 그저 내 일을 했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해준 말들을 가슴에 품고 있었구나.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이 요새 뜨는 BJ라며 싸인 받아달라고 부탁했던 까닭에, 진석이 방송을 몇 차례 보긴 했다.
나름대로 점잖게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있더라.
그래서 좋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로 토크 부문 대상을 탈 줄은 몰랐고, 그저 불안감을 해소해줄 수 있을까 해서 던져본 말에 불과했다.
그래서……
진석이의 말을 듣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어른들을 무조건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진석이가 BJ들 중에서 성격 좋은 축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이런 따뜻함을 해석할 수 없었다.
현 세대 중년과 청년 사이의 관계에는 커다란 벽이 있다.
경제성장기에 보다 편한 성공을 이룬 어른들이 자기 입장에서만 해주는 말들은, 보편적으로 꼰대라 인식되기 쉽다.
입장이 다르고 경험이 다르니까.
나날이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그들의 지식은 대체로 무의미한 경우가 많으며, 무지에서 비롯된 그릇된 충고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어른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간다.
그렇기에 정말 의미 있는 조언까지도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조언도 필요로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청년이건 중년이건 노년이건, 모든 인간은 외롭다.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고 인정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같다.
표현의 방식을 조금만 다르게 해도 서로의 삶이 맞닿을 수 있다.
그걸 가르쳐준 진석이에게, 못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기에 나 역시 녀석을 도와주기 위해 애썼다.
“맞습니다. 진석이 잘될 걸 저는 그때 이미 알고 있었죠.”
「올ㅋㅋ 진짜임??」
「예언자네 그때 진석이 개하꼬였는데」
[아이 씨, 형님 하꼬는 아니죠? 나름 천따리였는데. 부장님, 듣고 계시죠? 저 별 충전해왔는데 리액션 같은 거 있어요?]
“없어, 진석아. 반가웠다. 자, 이제 컨텐츠 다시 할게요.”
[응? 벌써요? 부장님? 저기요?]
대답 없이 PIP까지 꺼버렸다.
[석사탕님 별사탕 100개. 우리 진따 손절당했네 크크크.]
아마 진석이는 무시당한 설움에 괴로워하고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연기일 것이다.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유튜브 각이 되는 거니까.
시청자들은 언제나 의외성에 열광한다.
최근에 케이블 예능에까지 진출한 진석이가 신입 BJ에게 무시당했다고 하면, 그건 꽤나 호기심이 들 아이템.
레전드까진 아니더라도 꽤 괜찮은 조회수가 나올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새로운 고민을 PIP로 올렸다.
“꿀떡꿀떡님, 여동생이 자꾸 꿀떡님 옷을 입고 나가서 굉장히 불편하시다고요.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질 않아서 화가 나는 상황인데, 해결책을 알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BJ진석 : 여동생이 남자옷을 좋아하나봐여?? ㅎㅎㅎ」
……진석이 안 나갔네?
아무래도 무시당하는 시퀀스가 좀 더 필요한 모양이다.
“꿀떡님, 우화를 하나 인용해볼게요. 나그네가 있었습니다. 그의 옷을 벗기는 일을 두고 태양과 바람이 내기를 했죠. 바람은 거친 기세로 옷을 날려버리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반면에 태양은, 그저 따뜻한 온기로 그를 덥게 만들어 옷을 벗겼죠. 동생 분께도 그렇게 해보시면 어떨까요? 옷을 한 벌 사주세요. 언니로서 옷 선물도 해준 적이 없었네, 그래서 너도 언니 옷을 몰래 입었던 거겠지, 하고 말하면서요. 어쩌면 동생 분 역시 그 온기에 녹아버릴지도 모릅니다.”
[BJ진석님 별사탕 100개. 아니 그러지말고. 꿀떡님 그냥 옷장에 자물쇠를 달아여. 그게 최고임 애들은 말 안 들어.」
뜬금없이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대수가 계획대로라는 양 웃더라.
시청자들은 생소한 긴장감에 흥분한 것 같고.
하여튼…… 방송 잘 아는 녀석이다.
늘 고민 듣고 해결해주고 하는 일방적인 그림이라, ‘텐션’이라는 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내 컨텐츠의 한계다.
하지만 대기업의 개입이라는 그림은 무척이나 흥미로울 터.
이럴 때는 흐름에 올라타줘야 한다.
“BJ진석님이 또 다른 의견을 주셨네요. 이분이 진짜 BJ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사칭 같아.”
「ㅋㅋㅋㅋㅋㅋ아재요 방금 탐방왔잖아욬ㅋㅋㅋㅋ」
「아 기냥 무시해버리네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소중한 의견을 주셨으니까 꿀떡님의 선택을 한번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어느 쪽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겹이랑 맞장뜨는 하꼬의 패기」
「꿀떡님 진꼬삼을 기억해주세요」
“자, 이상한 채팅은 지양해주세요. 진꼬삼은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본 건 아니지만…… 들어보죠. 꿀떡님의 선택은!”
「꿀떡꿀떡 : ㅎㅎㅎㅎㅎㅎ꼰마님 말대로 해볼게요」
“아, 그렇군요. 진석이 사칭하시는 BJ진석님은 강퇴할게요.”
「BJ진석 : 않이;;; 부장님 한판더요」
「BJ진석 : 이번엔 이긴다」
「BJ진석 : 석빡이들 잘보셈 대상의품격을보여드림」
진석이는 3연패를 당하고 물러났다.
그 과정 내내 내가 인자하게 웃었던 모양.
시청자들이 진석이랑 진짜 친한 것 같다며 즐거워하더라.
그 포인트가 진대수의 노림수일 터였다.
인간의 관계란 결코 면대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때로는 특정인을 둘러싼 다른 이들의 온도를 살펴 그의 됨됨이를 파악하기도 한다.
절친의 친구라면 상대적으로 좋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
그런 것이 프리TV 방송에도 적용된다.
논란이 있는 BJ를 손절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떨어져나가고.
인기 있는 BJ와 통화하는 에피소드라도 하나 넣으면, 열광적인 반응이 뒤따른다.
지금처럼 매너 좋기로 소문난 BJ가 무시를 당하고도 채팅으로 소통하려 애쓴다면.
그때는 내 뒤로 아우라가 비치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의 후광효과라고 하면 뜻이 통하겠지.
덕분에 석빡이(진석 방송 애청자)들은 탐방이 끝난 뒤로도 내 방을 나가지 않았다.
비록 멀티뷰로 진석이 방도 함께 보고 있겠지만.
우리의 인간관계가 잘 어필된 덕분에, 내 방 역시 즐겨찾기 설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리고 그날의 환영 세례는 진석이에서 끝나지 않았다.
BJ뜨갱이 잠깐의 텀도 없이 뒤를 이었다.
[부장님! 캬, 올만이네요. 잘 지내셨지요? 방송으로 보니까 기분 되게 이상하네.]
“어, 대경아. 오랜만이다. 나야 잘 지냈지.”
[행님들. 이 꼰마님이요, 제가 지인짜 존경하는 분입니다. 완전 백퍼 이백퍼 인성갑. 제가 유명한 흑역사 있잖아요. 접때 장애인 비하해가지고 기사 나오고…… 씁 부끄러버라. 그때 부장님이 저한테 메일 보내가지고, 너가 좋아하는 사람이 장애인인데 그 사람을 누가 방송에서 병신이라고 표현했다고 생각해봐라, 넌 씨바 그거 이해가 되겠냐…… 아니 일케는 말 안 했고, 훨씬 더 신사답게 얘기하셨죠. 아무튼 그거 읽고 나가지고 정신이 빡 들더라고. 아 쓰바 내가 쓰레기였구나. 그래서 부장님이랑 토킹어바웃 쫌 하고 바로 사과방송 냈지요. 그때부터 멘토로 모시고 인사 박고 그랬슴다. 나 이제 맘 잡고 컨텐츠 제대로 하고 있잖아? 그쵸 행님들? 뜨갱이 사람 맹글어준 분입니다. 차례로 인사 박읍시다. 꼰! 마!]
「꼰! 마!」
「꼽! 나!」
6년차 BJ 뜨갱. 본명 이대경. 스물여섯 살.
경상도에 거주하는 상남자로, 카리스마 있는 외모에 해괴한 컨텐츠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서, 2018 프리페스티벌 모바일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몇 개월 뒤에 장애인 비하 논란으로 주춤했지만.
그때도 나는 업무의 일환으로 메일을 보냈다.
대경이가 말한 것보다는 훨씬 더 점잖은 어조였지만, 가능한 강경한 태도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해달라 요청했던 것.
그랬더니 몇 시간 뒤에 죄송합니다 한번 찾아뵙고 싶습니다 그러더라.
해서 원래부터 꽤 괜찮은 녀석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었다.
‘진단’이 49…… 또는 그 미만이던 시절이던 때의 판단이다.
사실은 그게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
상남자 그 자체로 살다가 내 장문의 메일을 통해 변화하게 된 거라 주장하는 본인의 말처럼.
아니면 그게 신입인 날 띄워주기 위한 연기일 수도 있고.
어느 쪽이 됐든, NBSC로 만든 60의 ‘진단’은 대경이의 말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있다.
그렇기에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축객령을 내렸다.
“대경아, 진짜 반가웠다. 나 이제 컨텐츠 하게 나가.”
[엥? 부장님? 아니요 잠깐만요, 저 충전도 하고 왔는데 뭐 쫌 없습니까? 진슥이보다는 제가 훨씬 토크가 되잖아요?]
“응 안녕. 다음에 현실에서 보자.”
「웃으면서 쫓아내넼ㅋㅋㅋ」
「악마다」
「ㅋㅋㅋㅋㅋㅋ이아재 맛들렸나 다손절하네」
「꼰마님 저기 지금 6천따린데요!」
「이게 바로 불혹의 명경지수인가..」
악마도 아니고 명경지수도 아닌데.
그렇지만 유튜브 각을 위한 컨셉이라고 대답할 순 없고.
하릴없이 채팅들 무시하며 고민상담을 이어나가는데, 이번에도 채팅창에서 BJ뜨갱이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진석이에 비해서도 훨씬 더 파격적인 해결책들을 내놓더라.
그러다가 3연패로 쫓겨난 건 같았지만.
훌륭한 말발로 잘나가는 BJ라 해도, [정문의 일침]을 가진 날 ‘민심’으로 대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인 듯했다.
그렇게 두 명을 보내는 데에 10분쯤이 걸렸다.
이후 약 1시간.
나는 10인의 BJ들로부터 탐방을 받았고, 반복해 쫓아냈다.
하나같이 호구 박대민에게 도움을 받았던 여캠들.
나로선 잘 기억도 안 나는 사소한 일까지 거론하며, 신입인 꼰대마스터를 띄워주기 위해 애를 쓰더라.
진대수가 잠도 안 자고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던 모양이지.
그 덕분에 최고시청자 3102명을 기록했다.
애청자(즐겨찾기) 수는 1242명.
팬클럽(일정액 이상 후원자) 수는 109명.
고작 한 번의 방송으로 이룩한 성과가 그 정도였으니, 디렉터 진대수가 주먹을 휘두르며 기뻐한 게 이해가 됐다.
“아 나이스 나이스! 형님 최고! 레전듭니다, 레전드!”
“좋단다. 12탐방 준비한 건 너잖아.”
“저야 탐방 시간대만 정해준 것뿐인데요? 그 BJ들이랑 팬들을 흡수한 건 다 형님 말솜씨죠. 역시 내가 선택한 BJ!”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선택한 거다. 넌 최고의 디렉터야.”
“헤헷. 그 얘길 듣고 싶었습니다.”
이후엔 BJ들에게 사과와 감사를 전하고자 핸드폰을 켰다.
딸애와 아내로부터 톡이 잔뜩 와 있더라.
「 아빠 왜 내거 안읽어줘
아빠 나 나 보고있단마리야 애들도 보고있다구
아 나 과외쌤왔어
아빠 나 과외시간옮겨줘 아님 아빠 방송시간옮겨 」
「 나 지금 주민이랑 방송 같이 보는 중이야
혼자 보려고 했는데 계속 따라와서..
ㅎㅎ 주민이 좋아한다 당신 완전 스타 같대
어머.. 당신 좋아하는 애들이 많네.. ㅎㅎ 기분 좋네
..앞에 두 명 빼곤 왜 다 여잔데?
합방이 뭐야?
합방 안 돼 여자애들이랑은 하지 마
진석이 뜨갱이 걔네들 괜찮아보이데 걔들이랑 해
음.. 다음에 여자애들 없을 때 말해줘
주민이가 집 분위기 봐서 아빠한테 살짝 보여주겠대 」
처남도 참.
아직 장인어른께 보여드릴 만한 수준은 아닌데.
그 생각 중에, 동생에게서도 톡이 하나 왔다.
아주 짧은 문구였다.
「 재밌네. 하여튼 뭐든 잘한다니까. 응원할게. 」
……코끝이 찡해졌다.
빨리 전화해서 합방 날짜 잡으라는 진대수를 끌어안고, 나는 나지막이 감사를 전했다.
“고맙다, 대수야. 고마워.”
“엥…… 아니…… 하하. 나도요. 잘해보자구요, 꼰마님.”
BJ꼰마의 첫 번째 방송이 그렇게 끝을 맺었다.
그리고, 내 예상 이상으로 커다란 후폭풍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