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4장 - 말을 잘하는 상담사 (1)
화술은 어휘다.
아무리 깊은 생각을 품고 있다 해도 적절한 어휘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니 화술은 단어의 선택과 상통한다.
동시에 화술은 타이밍이다.
‘그때 이렇게 말할걸’ 하고 생각하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되, 실제로 순발력 있게 말하는 사람이 드문 것.
그러니 화술은 타이밍의 선택과 상통한다.
4로 레벨업해 10의 ‘성장’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다, 나는 그 두 가지 요소를 떠올렸다.
그리고 두려움을 느꼈다.
다른 어휘를 다른 타이밍에 이야기하는 나는 과연 박대민인가…… 하는 생각에.
‘외모’를 올릴 때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화장과 운동 등으로 매력을 강화하는 건 인류의 보편적인 노력이니, 겉이 좀 잘생겨진들 그게 대수겠는가 싶었다.
그렇지만 65의 ‘외모’는 내 정신에까지 개입했다.
단지 인상이 좋아지고 몸의 균형이 맞아진 것뿐이었다면, 나는 결코 멋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매양 구부정하던 허리와 어깨는 습관의 산물이다.
살짝 비호감이었을 우울한 표정 역시 본판과는 무관하다.
그건 분명 정신적인 범주의 박대민이었다.
NBSC는 그런 내 본질을 뒤바꿨다.
나는 이제 당당하게 몸을 펴고 우아하게 미소 짓는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 덕분에, 따로 신경 쓰지 않고 있을 때에도 과거와 다른 풍모가 나왔다.
그런데 ‘화술’을 70으로 올린다면 어떨까.
내 정신은 그때에도 계속 박대민일 수 있는 것일까.
베란다에서 이어지던 그 고민을 끊어준 게 아내였다.
그녀는 잘생겨진 나와 과거의 내가 이어짐을 말해줬다.
아내에게 새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헤벌쭉 웃던 나와 방송창 앞에서 열심히 상담하던 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박대민의 본질은 여전하다.
그러니, NBSC는 일종의 휠체어.
보조기기 위에 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잃어버린 가능성을 되찾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10의 ‘성장’을 ‘화술’에 투자했다.
이미지를 지키며 최고의 스트리머가 되기 위해서.
말 잘하는 상담사로 명성을 떨치기 위해서.
그 결과가 이것이다.
고개를 숙이고자 결심한 건 내 의지였지만, 이후에 절로 떠오른 대화의 전개방향은 분명 NBSC의 힘이었다.
그게 꽤 효과를 낼 듯했다.
내 미래는 아니고, 정보람의 미래 쪽에.
“아 왜…… 아저씨, 농담이에요. 원망하는 거 아냐. 책임지라고 한 거 그냥 해본 말이에요. 에이, 이러지 마시라니까?”
정보람은 몹시 불편한 듯 손을 뻗어왔다.
방송에서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될까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정말로 내가 고개 숙이는 게 싫어서 그런 것도 있으리라.
그런데 이건 사과가 아닌데.
“고맙다, 보람아.”
“……네?”
“잘해줘서 고맙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래해줘서.”
“아니…… 저 고민상담하는 건데? 잘 안 됐는데요? 제작비가 3천인데 반이 적자래요. 자기만족이지 뭐야 그게. 팬들까지 별로라고 깠단 말이야. 봐봐요, 지금도 또 저러고 있다니까? 다보탑들 오늘은 좀 쉬자? 누나 상담 중이지?”
‘다보탑’이라는 건 ‘다 보람이 탓’을 변형해서 줄인 말로, 뭐든 보람이가 잘못한 거라며 몰아가는 채팅을 뜻한다.
진짜 안티는 아니고 BJ 놀리면서 노는 컨셉.
하지만 면대면으로 놀릴 때도 눈치는 있어야 한다.
우울증까지 걸렸다는 애한테 그러면 안 되지.
물론, 그게 단지 적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깟 3천쯤 인생 배웠다 쳐도 될 만큼은 버는 애니까.
17년의 컨텐츠 변경 이후 3년 동안 쉬지 않던 아이가 3일 동안 휴방을 했던 데에는, 분명 이면의 이유가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걸 알아내는 건 ‘진단’의 영역.
50짜리 능력치로는 그녀의 내면을 속단할 수 없다.
다만 할 수 있는 건, 가장 높은 확률로 마음의 빛깔을 바꿔줄 수 있는 이야기.
70의 ‘화술’을 총동원해서 타이밍을 골랐다.
그리고 가장 적절한 어휘로 가장 적절한 사실을 논했다.
“앨범 사서 들어봤다. 별로였어. 다 보람이 탓이지.”
“……야 이! 다보탑이 여기도 있었네…….”
채팅창은 ㅋㅋ와 ㄷㅂㅌ으로 도배돼 있다.
내가 유도한 거지만, 그 부분이 조금 안타까웠다.
휴방에 대해 사과하며 대놓고 우울증을 언급했는데도 불구하고 놀려도 된다는 느낌을 주는 건, 애가 워낙 밝아서.
마음의 어둠을 감추고 연기하는 데 능숙한 애다.
그래서 이젠 괜찮아졌나봐 생각하며 예전처럼 또 놀려서 유쾌한 방송을 만들어가려 하는 것이다.
나쁜 의도는 아니겠지만, 눈치가 너무 없잖아.
진단 50의 나보다도 못하다니.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놓치고 있는 팬들이 아닌가 싶다.
“보람아. 너 노래 제대로 배운 지 3년이지? 사실 제대로 배웠다고 하기엔 중간에 다른 컨텐츠도 많이 했었고.”
“아…… 그렇긴 하죠.”
“너보다 더 오래 노래만 판 사람들도 앨범은 쉽게 못 낸다. 커버곡으로 2억뷰도 넘긴 J플라워가 다시 오리지널 앨범 내는 데 5년이 걸렸어. 지금 성과만 해도 대단한 거야.”
“에이. 그분은 자작곡이라 그런 거잖아요.”
“그런 얘기가 아냐. 너한테 처음 음방 해보라고 조언할 때, 난 여기까지 올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어. 앨범 제작은 무슨. 한 1년쯤 도전해보다가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지.”
정보람이 입을 떡 벌린다.
황당함과 배신감 등이 얼버무려진 표정.
반쯤은 방송을 위한 연기지만, 나머지 반 정도는 진짜 서운함인 것 같았다.
“아니…… 그럼 왜 하라고 했는데요? 나 망하라고? 그땐 내 목소리 좋아서 잘될 것 같다고 그랬잖아요? 야, 다보탑들 가만히 좀 있어봐. 이거 심각한 문제야.”
이제 좀 내면이 드러나는 것 같다.
‘직면’의 기술이 잘 먹히고 있는 거겠지.
상담이란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일에서 시작한다.
‘촉진적 상담관계’라고 불리는 기본 중의 기본.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고, 때때로 내담자를 자극해 문제를 ‘직면’하게 해주는 것 역시 상담사의 역할이다.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심리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일.
그를 통해서 무의식의 응어리를 끄집어낼 수 있다.
“나 진짜 자신 없었는데, 아저씨 말만 믿고 간 거거든요? 근데 이제 와서 이러시면 어떡해요? 무책임해, 진짜.”
맞다. 나는 무책임하다.
정신과 의사도 아니고 상담심리사도 아닌, 꼰대.
하지만 꼰대에겐 꼰대 나름의 방법이 있다.
과거의 인연 덕분에 적절한 라포는 형성돼 있는 상황.
그러나 고작 50의 ‘진단’으로는 내면에 파고들 수 없으니, 나는 70의 ‘화술’로 그녀가 스스로를 드러내게 만들 셈이다.
“잠깐. 보람아, 내가 그때 음방 하면 잘될 거라고 했었나?”
“응? 목소리 좋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그리고? 어…… 노래할 때 제일 즐거워 보인다고?”
“그래. 사실 내 의견은 아니었어. 테스트 로그 해석하듯이 너희 팬들 채팅을 분석해서 나온 답이야. 노래를 잘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톡방 하다가 너 뜬금없이 노래 부를 때면 채팅창에 ㅋㅋ가 넘쳐났어. 네가 즐거워 보였으니까. 못하긴 하지만 정말 즐긴다는 게 전해졌으니까.”
3년 전의 방송들이지만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주 가끔씩 생목으로 댄스곡 열창하며 신나게 춤추던 보람이는, 노출 리액션 할 때보다 100배는 즐거워 보였다.
“내가 음방을 추천한 건 그래서였어.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돈 벌기 위한 방송이 아니라 네가 즐거운 방송을 해봤으면 하고 바랐던 거야. 직장인 입장에서 해선 안 되는 발상이었지. 아마 그래서 잘린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고마운 거야. 힘든 일도 있고 한계에 부딪칠 때도 많았을 텐데, 꿋꿋이 극복하고 여기까지 와줘서, 정말 고맙다.”
나는 그녀와 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건 새로운 걸 기획하고 만들어나가는 벤처.
그렇지만 프리TV가 궤도에 올라 거대한 캐시카우가 된 이후, 프리월드는 더 이상 벤처기업이 아니게 됐다.
그 현실에 순응하고 월급쟁이 아저씨에 안주했다.
그래서 약간은 대리만족을 원했던 것도 같다.
섹시 여캠 BJ보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음방을 추구한다면.
그 행보를 바라보며, 호구가 되어버린 나도 조금쯤 마음의 위안을 느낄 수 있을 듯했다.
그토록 비겁했던 꼰대질.
사실은 사과를 해야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야 편해지겠지만, 정보람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듯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어떤 기술도 사용하지 않는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때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나딘 스테어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너처럼 살걸. 돈만 보며 늙지 말걸. 부럽다. 너무 부러워서 확 망했으면 좋겠다. 내 젊은 시절보다 훨씬 더 행복하게 일하는 애가 돈까지 잘 벌면, 억울하잖아.”
사실은 지금도 나보다 더 잘 벌고 있지만.
말을 마치고 진대수 쪽을 흘끔 바라봤더니,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보고 있더라.
저 친구가 원한 전개는 이게 아니었겠지.
상담 아닌 저주로 명언을 써먹길 바라지는 않았을 테니까.
아마 있어보이는 어휘와 그럴싸한 논리로 고독한 무사 이미지를 형성하길 바랐을 텐데……
그걸 바라는 마음은 나도 같지만, 역시 좀 어렵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정보람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커서.
날 낮춰서 걔 띄워주는 얘기를 한 거니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다.
일단 이유 모를 우울감 대신 자존감이 커질 거고.
의외성 있는 전개니까 유튜브 각도 괜찮게 나올 거고.
다만 내게 주례는 안 맡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정보람을 돌아봤을 때.
그 녀석이 내게 달려들었다.
“아, 진짜…… 아찌, 왜 그래…… 미워 진짜!”
……밉다면서 끌어안는 건 무슨 심보일까?
50밖에 안 되는 ‘진단’이 다시금 아쉬워진다.
핸드폰의 전자녀(후원 채팅 내용을 읽어주는 여성형 TTS)가 뭐라뭐라 떠드는 것 같은데, 울음소리 때문에 안 들렸다.
그래서 디렉터인 진대수를 바라봤다.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모습.
……이중적인 표현이 요즘 트렌드인가?
*
그날 방송은, 레전드를 찍었다는 모양이다.
후원 별사탕의 개수부터가 격이 달랐다고.
“9만 개가 터졌어요, 9만 개가. 이게 다 얼마냐고. 휴방하다가 하루 만에 월급을 벌어버렸네. 아니지, 거의 30분 만에.”
과장이 섞인 말이다.
보람이가 파트너BJ 중 하위권이라곤 해도, 월간 30만 개 정도는 버는 수준이었으니.
물론 일간 기록으로는 전에 없던 일이긴 한데……
그게 내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대수야. 정확하게 왜 이렇게 된 거야?”
“엥? 그걸 저한테 퀘스쳔하시는 거?”
“……그게 왜?”
“아니, 자기가 해놓고 왜 이래요? 형님이 뽑아낸 거잖아? 후원 챗 다 형님 멋있다고, 꼭 방송국 만들라고 하던데요?”
그것도 보긴 봤다.
그 점이 특히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
“난, 그냥 보람이한테 힘을 좀 주고 싶었던 건데.”
“엥?”
“그러니까…… 우울증이 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자존감을 높이는 건 만병특효약이잖아. 그래서 일부러 속을 긁은 거야. 마음의 격벽을 허물고 진심을 드러낼 수 있게. 그 뒤에 그간 고맙게 생각하던 대상인 날 낮추고, 나보다 더 잘 살고 있는 거라는 암시를 줬어. 그러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아서. 내가 멋지게 보일 생각은 아니었어.”
“그야…….”
진대수가 듬성듬성 난 턱수염을 긁는다.
그 뒤에 고개를 끄덕이더라.
“진심으로 상대한다고 하더니, 진짜 상담자만 생각하셨네.”
“상담자가 아니라 내담자라고 하는데.”
“아무튼요. 제3자한테 어떻게 보일지는 별 신경을 안 쓰셨구나? 사람들이 의외로 똑똑해요. 프리TV 시청자들은 특히 눈치가 빠르죠. 저게 대본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도 그렇고,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아닌지도 그렇고. 아, 여캠 남캠 얼굴에 푹 빠져서 가상연애나 하는 물소 암소(이성 BJ를 맹신하는 남녀를 부르는 멸칭)들은 제외.”
시청자들이 똑똑한 것과 내가 멋있는 게 무슨 관계일까?
잠깐 황당해하고 있는데, 화장실 갔던 보람이가 돌아왔다.
이제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다.
아직 눈이 좀 붉긴 하지만.
“아, 진짜. 아저씨 너무해요. 그건 반칙이지.”
“음…… 반칙?”
“응. 아, 실컷 울었네. 그러는 게 어딨어요? 자학 드립은 에바야. 내가 상담해달라 그랬지, 우쭈쭈 해달라 그랬어요?”
……우쭈쭈란 걸 알아채다니, 눈치 빠르네.
계속 주례 맡기려고 할지도.
“근데 뭐, 아저씨가 그런 사람이죠. 이거 유튜브 올릴 때쯤에 방송국 열어요. 내 팬들이 엄청 밀어줄 거야.”
“왜? 저주를 했는데, 날 싫어하지 않을까?”
“아, 진짜! 천연이라 더 멋있어.”
짜증난다는 듯한 말투로 멋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여서, 머쓱하게 진대수를 봤다.
“대수야. 설명 좀 해줄래?”
“설명을 바라시면 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형님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시청자들한테도 빤히 보였다는 얘기예요. 형님 그거 모르죠? 생각하는 거 얼굴에 다 타이핑되는 거?”
“내가?”
“그렇다니까. 같이 대화하고 있으면 이 사람 사토라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인방 해도 가망 있겠다 싶었던 거지만. 그렇잖아? 대본 주작이 판치는 이쪽 세상에, 속마음이 그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나온다면. 그게 혹시 너무 어수룩해 보일까봐 일부러 빡센 스타일링 주문한 건데.”
……내가 그 정도였구나.
공대답지 않게 감수성 풍부하다는 얘기 많이 듣긴 했는데.
어쩌면, 그게 82의 ‘관계’를 만든 근원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기대 이상이네요.”
“어땠길래 그래?”
“말로 하긴 좀 그렇고, 영상으로 봐요.”
녹방(녹화방송) 영상을 통해 본 내 모습은……
일단 카리스마 있게 잘생겼다는 게 첫인상.
보람이가 앵글을 잘 잡아줘서 무슨 모델처럼 나왔다.
그랬는데, 상담이 시작된 뒤로는 시궁창이었다.
정보람을 바라보며 속으로만 참회하던 나는, 3자의 눈으로 보니 왜 당장 눈물이 안 나오나 싶을 정도로 슬픈 얼굴이다.
그러다가 마지막 멘트를 날릴 때는……
“저거, 저거! 캬. 이건 감수성 터져버리지. 폭풍간지 아저씨가 저런 눈으로 보는 거야. 소 같은 눈이니까, 소간지네요?”
그건 좀 다른 것 같은데.
기술 하나 안 썼는데, 별사탕들이 펑펑 터지고 있다.
[아련한 눈빛]까지 쓰면 대체 어디까지 순해질지 모르겠다.
영상 속에서 날 끌어안고 울고 있는 정보람은, 현실에서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내 소매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나는, 좀 그랬어요. 결혼한다고 생각하니까 우울하더라구. 아니, 결혼이 싫은 건 아니고. 근데 방송을 계속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3년 동안 하고도 어정쩡한데, 돈 적당히 벌었으니까 이젠 애기나 가질까 했죠. 근데 그 생각 하면 되게 우울했어요. 아저씨 말이 정답 같아. 망하더라도 이 일 계속 해야 돼. 고마워요. 나, 상담하길 잘한 것 같아요.”
작은 효과음 소리가 들렸다.
거길 쳐다보지 못한 채, 멋쩍게 고개만 끄덕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