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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 세상을 박살 내다-134화 (135/220)

134화 동맹 (3)

“이런 제기랄! 속도 줄여! 속도 줄이라고!”

“와하하하!! 이거지! 이거야!!”

딘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 대는 가운데, G―7의 운전대를 잡은 라비는 미친 듯이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아 댔다.

포트리스를 찾아온 태일 일행이 두고 간 G―7의 엔진은 딘과 장 영감, 라비의 손을 거쳐 최상급으로 맞춰져 있었고, 몇 차례의 튜닝으로 인해 회전과 험지 기동마저 웬만한 개조 차량을 가볍게 넘어섰다.

라비는 잔뜩 흥분한 상태로 G―7의 속도를 있는 대로 뽑아냈고, 정작 그 차에 탄 딘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이 미친 꼬맹이가!!”

한편, 열린 창문을 통해 그런 딘의 모습을 보며 낄낄거리는 녀석들이 있었다.

G―7의 정신 나간 속도를 경쟁하듯 추격해 오는 놈들.

딘과 라비의 손을 거쳐 개조된 바이크를 타고 있는 펑크 라이더들이다.

용병단들이 거듭 붕괴한 가운데, 펑크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최근 몇 주간 소문이 돌았다.

‘끝내주는 바이크 엔진과 튜닝 장비들이 유통되고 있다.’

장 영감의 가게를 중심으로 양질의 장비들이 유통되기 시작했고, 신통한 장비들을 구해 오는 라비를 중심으로 고작 몇 주 사이에 펑크 라이더들이 몰려들었다.

어느새 라비를 중심으로 몰려든 펑크 라이더의 규모는 웬만한 용병단에 버금갈 정도가 되었지만, 그만큼 위험성이 높아졌다.

순전히 속도에 미친 탓이었다.

“나 죽어!!”

고삐 풀린 나귀마냥 라비와 펑크 라이더들은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했고, 목숨을 건 폭주를 계속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딘은 생명의 위협이라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체감하고 있었다.

차라리 기계병단을 이끌고 왔으면 느릴지언정 안전했을 것이다.

“걱정 마, 아저씨! 늦을 일은 절대 없으니까!”

“늦어도 돼. 늦어도 된단 말이야!!”

약속된 장소에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비행체가 등장했다는 정보와 50구역에서 온 자들이 49구역에 진입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그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가는 것뿐이다.

최대한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는 라비의 말에 별생각 없이 그녀의 옆자리에 탄 것은 딘의 일생일대 실수였다.

“당장 멈춰! 운전 내가 할 거야!! 멈추라고!”

그러나 라비는 이미 듣고 있지 않았다.

라비는 운전대를 잡은 채 고개만 창밖으로 내밀고는 바로 옆 바이크를 탄 꼬마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어이, 로켓! 좌표 확인!!”

곡예에 가까운 운전을 하면서 조잡한 나침반과 근처 지형을 살피던 로켓 역시 고함을 질러 댔다.

“어어! 앞으로 5분!!”

“오케이!!”

“앞! 앞을 봐, 이 미친놈들아!!”

“에헤이, 앞에 뭐가 있… 으읏!!”

끼이이이이익!!

앞쪽에 볼록 솟아 있던 바위가 G―7의 차체를 요란하게 긁는다.

만약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 바퀴 하나라도 바위게 걸렸다면, 그대로 차가 전복되어 대형 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다.

“차 세워! 당장!!”

더는 참지 못한 딘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 댔지만, 라비는 또다시 못 들은 척 페달을 더 세게 밟았고, 괴물 같은 엔진 소리가 더욱 커졌다.

“으아아아아악!!!!!”

잠시 뒤, 거대한 플루톤의 모습과 그 앞에 대치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니,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

라비가 난폭하게 브레이크를 밟자 딘의 몸뚱어리가 앞으로 기울었고, 마치 졸도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안전벨트를 움켜잡았다.

이대로라면 죽겠다 싶은 바로 그 순간, 마침내 G―7이 멈춰 섰다.

쿵!!

차의 뒤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펑크 라이더 몇이 나자빠지는 소리일 것이다.

“라비… 애슈턴…….”

“도착했어, 아저씨. 어때? 진짜 빠르지?”

“너, 다시는… 우웁!”

“호오, 아저씨도 멀미를 하는구나.”

“우웨에에엑!!”

다짜고짜 차 문을 연 딘은 그대로 모랫바닥에 속을 게워 내고 말았다.

비틀거리며 고개를 들어 뒤쪽을 돌아보니 몇 놈은 과열되어 터지기 직전인 자신의 바이크 엔진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고, 나머지는 신기하다는 듯 전방의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어찌 되었든 그 누구도 방금까지의 정신 나간 질주에 경악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로지 단 한 명, 딘을 제외하고.

“미쳤어… 죄다 미친놈들이야.”

딘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찰나, 앞쪽에서 누군가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G―7. 내 G―7이 왜…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제야 전방을 바라보자 벙찐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착륙한 순양함 플루톤과 그 앞에 서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뒤쪽에 구름 떼처럼 몰린 사람들.

“쩌, 쩐다!”

저만치서 이쪽을 보고 있던 소년, 지우가 나지막이 탄성을 내지른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은 마치 유령이라도 보는 듯한 얼굴로 딘과 펑크 라이더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시동을 끈 라비가 차에서 내리며 딘을 바라본다.

“아저씨, 도착했는데 왜 그렇게 죽상이야?”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모인 한가운데에 멈춰 선 G―7과 바이크들.

그리고 그런 현장에서 한바탕 토사물을 게워 낸 딘.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라비는 진심으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 * *

갑작스럽게 흙먼지를 날리며 바람처럼 등장한 차 한 대와 수십 명의 펑크 라이더들.

어느 한쪽을 공격하러 왔다기에는 지나치게 빈약하고,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다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엉성하다.

게다가 다짜고짜 차에서 내리자마자 속을 게워 내는 사내는 또 뭐란 말인가.

카렌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갑자기 난입한 이들의 면면을 살폈다.

‘적어도 아크의 짓은 아니야.’

갑자기 나타난 이들을 본 아크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뒤쪽에 서 있던 백련 역시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황급히 아크 쪽으로 다가왔다.

곧이어 백련에게 무언가 귓속말을 전해 들은 아크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카렌 역시 서둘러 눈앞에 나타난 이들의 정체와 의도를 파악하려 했지만, 적어도 그들 중 알 만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49구역의 무법자들처럼 보일 뿐이다.

그 와중에 뒤를 돌아보니, 강필의 시선이 요란하게 생긴 차량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강필은 저들의 등장과 함께 뭔가 놀란 듯 한마디 하지 않았던가.

카렌은 그런 강필의 옆으로 다가가 가만히 중얼거렸다.

“아는 자들인가요?”

그러나 강필은 넋이 반쯤 나간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차, G―7… 저건 내 차요. 프랑켄 녀석에게 맡겼는데, 저게 왜 여기에…….”

“뭐라고요?!”

카렌은 놀란 얼굴로 차에서 내린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 차에서 내려 속을 게워 내느라 안색이 좋지 못하던 사내가 상황을 파악한 듯 머쓱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정작 사내의 얼굴을 확인한 카렌은 내심 놀라고 말았다.

붉은 눈동자. 메타휴먼 혹은 로보티안이다.

카렌이 잠시 얼어붙은 사이, 먼저 입을 뗀 쪽은 아크였다.

“사막여우, 의외의 장소에서 뵙는군요.”

49구역에서 오버테크놀로지라 부를 법한 장비들을 생산해 유통한 정체불명의 장인, 사막여우.

한때 드림 코퍼레이션에서도 그를 찾아 영입하려 했지만, 끝내 그를 찾아내지 못했다.

백련의 용병단이 그의 기계병단에게 몰살당한 이후에는 그를 제거하기 위해 곳곳을 뒤졌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 사내가 협상 현장에 나타난 것이다.

현재 49구역에서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바로 사막여우였다.

어쩌면 그와 지금이라도 만난 것은 차라리 행운인지도 몰랐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뭐야? 당신, 나 알아?”

사막여우는 삐딱한 태도로 아크를 바라보았고, 아크는 애써 화를 참으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크 탈로스라고 합니다.”

“탈로스… 아, 설마 당신이 그 드림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 경영자인가?”

“정확히는 부사장입니다.”

“어쨌든 높은 사람이라는 거잖아?”

“…….”

“마침 이렇게 만났으니 한마디 해야겠어.”

방금 속을 게워 낸 남자가 입가를 소매로 대충 닦더니 아크에게 다가왔다. 백련과 뒤쪽의 지휘관들이 그런 사내를 경계하며 아크의 곁으로 다가온다.

“당신들, 메타휴먼의 생산을 그만둬.”

사막여우의 뜬금없는 한마디에 아크는 물론, 현장에 있는 모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심지어 사막여우와 함께 온 꼬마까지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사막여우를 쳐다볼 정도였다.

“대체 지금 무슨 말씀을…….”

“들었잖아. 메타휴먼 따위, 다시는 만들지 말라는 말이야.”

아크는 사막여우의 붉은 눈동자를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백련의 어리석음 때문에 상황이 꼬였지만, 눈앞의 사내가 가진 붉은 눈동자는 틀림없이 메타휴먼의 표식이다.

분명 그에 대한 기록 역시 회사 내부에 남아 있을 터였다.

“보아하니 그쪽도 우리 회사를 통해 세상에 나온 거 같은데…….”

“내가?”

사막여우가 낄낄거리며 웃더니 아크를 노려보았다.

“이봐, 부사장.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당신네 회사가 신이라도 되나?”

“…….”

사막여우는 주변의 경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크의 가까이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당신들은 생명을 창조하고 있는 게 아니야. 도둑질해 와서 쓰고 있을 뿐이잖아.”

“감히!”

아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막여우는 제 할 말을 계속했다.

“당신들은 이미 선을 한참 넘었어.”

아크는 협박을 쏟아 내는 사막여우를 노려보며 물었다.

“여기에는 뭐 하러 온 겁니까?”

사막여우는 씩 웃더니 고개를 들어 착륙한 플라톤을 바라보았다.

“비행정이 있다길래 구경도 할 겸…….”

“…….”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가이 쪽을 바라보았다.

“50구역에서 온 친구들이 있다고 하기에 한 번 만나 보고 싶었거든.”

아크는 그런 사막여우를 보며 잠깐 고민했다.

차라리 플루톤의 화력을 이용해 지금 당장 50구역 오합지졸과 사막여우를 모조리 쓸어버리는 게 어떨까.

분명 후폭풍이 클 것이다. 많은 것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대가를 감수하더라도 사막여우와 연합을 이 자리에서 없애 버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하던 아크는 사막여우를 향해 조용히 물었다.

“사막여우, 당신이 이끄는 이들은 어디에 두고 온 겁니까?”

백련에 따르면 사막여우가 이끄는 기계병단은 거대 용병단마저 와해시킬 정도의 위력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연합보다도 위험했다.

아크의 질문을 들은 사막여우가 히죽 웃는다.

“글쎄, 한번 찾아보든지.”

그런 사막여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아크는 결국 길게 한숨을 내쉬며 등을 돌렸다.

“…이만 돌아가도록 하죠.”

아크의 지시를 들은 세 명의 군 지휘관이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그저 백련만이 사막여우를 노려보며 이를 갈 뿐이었다.

“저놈을 이곳에 그냥 두고 간다고?!”

아크는 그런 백련의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백련, 당신이 혼자서라도 저 남자와 싸워 보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어.”

백련은 이를 갈며 몸을 떨었지만, 결국 사막여우를 향해 달려 나가지는 못했다.

아크의 입장에서는 사막여우가 그의 병단을 이끌고 왔다면 모를까, 이곳에서 위험한 도박을 벌일 이유는 없었다.

떠나기 직전, 아크는 카렌을 바라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행운을 빌어, 누나.”

그러나 카렌은 아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크는 그런 카렌의 반응을 보며 슬쩍 웃어 보인 뒤, 플루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뒤쪽에서 강필이 다짜고짜 사막여우의 멱살을 붙잡고 드잡이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인마! 너! 내 차, G―7에 뭔 짓을 한 거야?! 어?”

혁명가, 세상을 박살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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