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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219화 (219/221)

<혈통이 깡패임 219화>

219. 화신체 (2)

“그릇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고 날 상대하겠다고……?”

권혁은 못미덥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 말을 나보고 믿으란 말이냐?”

“뭐, 안 믿으셔도 상관없습니다.”

권한울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저는 숙부님을 설득시키려고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아니니까요.”

권혁은 권한울의 눈치를 살피다가 몸을 일으켰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구나.”

“저는 숙부님처럼 겉과 속이 다른 놈이 아니라서요.”

“후회하게 될 거다.”

“그거야 제가 알아서 할 일이죠.”

하.

권혁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자세를 잡았다. 용마기가 권혁의 몸을 둘러쌌다.

권한울 역시 용마기를 일으켰다. 두 사람은 검은 불길에 휩싸인 채 서로를 노려봤다.

“한수 가르쳐 주마.”

“글쎄요. 배울 게 있을지 모르겠네요.”

권혁이 땅을 박찼다. 검은 불길이 땅 위를 달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권한울의 코앞에 도달했다.

허리를 틀며 동시에 다리를 휘둘렀다. 용마기에 휩싸인 정강이가 허공에 궤적을 그리며 권한울의 관자로 날아들었다.

권한울은 팔뚝을 들어서 발차기를 막아냈다. 각기 다른 용마기가 충돌하며 서로를 밀어냈다.

“제법이구나!”

뒤로 밀려난 권혁이 다시 달려들었다. 권한울의 목덜미를 향해 손날을 내질렀다.

권한울은 고개를 틀어 손날을 피했다. 동시에 주먹을 휘둘러 권혁의 복부를 걷어찼다.

하지만 그 직전, 검은 비늘이 권혁의 몸통을 뒤덮었다.

검은 비늘과 발이 충돌하는 순간, 강한 반탄력이 일어났다. 다리가 밀려나오며 역으로 권한울이 날아갔다.

“흐하하핫!”

권혁이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진혈의 권능은 정말 황홀하구나! 순혈의 권능 따위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어!”

본래 순혈의 혈족으로서 정점에 군림했던 권혁이 이제는 진혈까지 손에 넣었다.

지금 권혁은 역대 흑천 최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했다.

“좀 더 열기를 더해 볼까?”

권혁의 이마가 갈라지더니 세 번째 눈동자가 나타났다. 동시에 머리에서 뿔이 돋아났다. 커다란 구슬 하나가 주변을 맴돌았다.

주변 환경을 지배하는 천리용안과 본신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청해용각. 여기에 여의주까지 꺼내들었다.

권혁의 기세가 몇 배로 불어났다. 온 세상이 권혁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왔다.

“자! 다시 놀아 보자꾸나!”

권혁이 다리를 들어서 땅바닥을 찍었다. 용마기가 지표면을 뒤엎으며 권한울을 향해 날아들었다.

권한울도 용마기를 방출해서 권혁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 순간, 코앞에 권혁이 나타났다.

“으하하핫!”

권혁은 광소를 터트리며 권한울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용마기가 온 세상을 휩쓸었다.

“왜 저항을 안 하는 것이냐! 너도 진혈이라면 대응을 해야 할 것이 아니냐!”

권혁은 환희에 젖어서 권한울을 계속 몰아붙였다.

“겨우 이 정도냐? 네놈이 그렇게 자랑하는 다른 혈통들을 꺼내보란 말이다!”

“안 그래도 그럴 참입니다.”

그 순간, 권한울이 앞으로 튀어나가며 권혁의 명치를 걷어찼다.

권혁은 이번에도 용린마갑으로 몸통을 보호했다.

용린마갑과 발이 충돌했다. 그리고 용린마갑이 산산이 부서졌다.

권한울의 발차기는 용린마갑을 부수고 권혁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내장이 터지는 듯한 격통과 함께 권혁의 몸이 멀리 날아갔다.

“컥! 커억! 크어어억!”

권혁은 입에서 피를 토해 내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용린마갑은 무적의 방패일 텐데?

“흑룡혈은 대단한 혈통이죠.”

전투시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는 용의 본능을 부여해 줄 뿐만 아니라 온갖 강력한 권능들을 얻게 해준다.

괜히 흑천 일가가 세계최강이라 여겨지는 게 아니다. 흑룡혈의 권능이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최고는 아니야.”

권한울의 다리는 황금빛에 물들어 있었다. 용린마갑을 부수고 권혁에게 치명상을 입힌 초인혈의 권능 ‘금강불괴’였다.

“용린마갑은 훌륭한 방어형 권능이지만 물리력에 한해서는 초인혈의 권능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육탄전에 한해서는 흑천의 혈족들도 한 수 접어 주는 게 초인혈이다. 그만큼 초인혈의 권능은 대단했다.

“크으, 한 방 먹었구나.”

권혁은 입가의 피를 닦아 냈다. 처음에 얻어맞았을 때와 달리 혈색이 나아졌다.

진혈의 권능 덕분에 내상이 빠르게 회복된 것이다.

“더 이상 방심하지 않겠다. 이제부터 제대로 해 주마.”

그리 말하며 권혁이 용마기를 일으켰다. 이내 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또 뭐냐?”

검붉은 오러로 만들어진 칼날들이 권한울의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별 거 아닙니다. 수라혈의 권능이죠.”

“별 거…… 아니라고?”

칼날들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실제로 살점이 베이는 듯한 섬뜩함이 느껴졌다. 칼날의 예기가 너무 날카로운 탓에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권혁 정도 되는 강자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데. 별 게 아니라고?

“보여 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보여 드리는 겁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칼날들이 날아들었다.

권혁은 용마기가 실린 주먹으로 칼날들을 모조리 쳐 냈다. 칼날들이 유리창처럼 깨졌다.

생각보다 별 거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 또 다른 칼날이 날아들었다.

“이런 하루살이 같은 기술로 뭘 어쩌겠다는 거냐!”

권혁이 칼날을 후려치려는 그때, 갑자기 칼날의 움직임이 변했다.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더니 그대로 권혁의 허벅지에 내리꽂힌 것이다.

“큭?”

권혁은 칼날을 움켜쥐고 박살을 냈다. 칼날을 사라졌으나 허벅지의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응급처치를 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칼날들이 뒤이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날아온 칼날들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권혁의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 틈이 보일 때마다 권혁의 맨살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니?”

이런 묘기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모두 읽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는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움직임을 읽는 것은 서로의 격차가 클 때나 가능한 일이다. 즉, 고수와 하수가 아니면 성립될 수 없다.

권혁은 흑천 일가에서 권선우, 권명우 다음가는 실력자였다.

그만큼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무수한 전투를 경험했다.

그런 권혁보다 권한울의 기량이 앞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권혁은 격노하며 마력을 일으켰다. 용린마갑으로 온몸을 빼곡하게 뒤덮었다.

칼날이 예리하기는 하지만 용린마갑을 뚫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더 이상 이딴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다!”

권혁은 이 기세를 몰아서 권한울에게 돌진했다. 이대로 거리를 좁힌 다음에 결판을 낼 생각이었다.

적이 달려오는데도 권한울은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주먹을 움켜쥔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어리석은 놈! 적을 눈앞에 두고 뭔 짓을 하는 게냐!”

권혁은 더욱 거리를 좁혔다. 권한울이 있는 곳까지 몇 걸음 남지 않았을 때였다.

갑자기 권한울의 품에서 찬란한 빛이 쏟아졌다.

“준비하느라 오래 걸리네요. 간신히 깨우치기는 했는데. 사용하려면 준비가 좀 필요하거든요.”

권한울이 주먹을 들어올렸다. 표면에 찬란한 빛이 맺혀 있었다.

그것을 본 권혁의 얼굴이 멍해졌다. 이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권강이라고?”

혈통과는 상관없이 오직 개인의 기량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습득할 수 있다는 초월자의 기예.

고수가 즐비하다는 흑천 일가 내에서도 오직 권명우만이 습득하는데 성공한 기술이었다.

“숙부님, 이 꽉 깨무시죠.”

권한울이 주먹을 내질렀다.

찬란한 빛이 권혁을 꿰뚫었다.

* * *

권혁은 자신의 모든 마력을 끌어 모아서 권강을 막았다.

권강은 권혁의 용마기와 용린마갑을 모조리 소멸시키고 몸통에 직격했다.

다행히 위력이 약해진 탓에 몸통이 뻥 뚫리는 사태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헉! 허억! 헉!”

하지만 온몸의 체력이 바닥이 나버렸다. 권혁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숨을 헐떡거렸다.

“헉, 허억!”

이 모든 상황이 권혁에게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숙부님, 일어나시지요.”

그때, 권한울이 권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설마 벌써 끝입니까?”

으득, 권혁이 이를 갈았다. 입가의 피를 닦으며 일어났다.

“아직 메인디쉬가 남아 있는데 무슨 소리냐.”

“그거 참 기대가 되는군요. 그럼 어디 한번 보여 주시죠.”

“오냐.”

권혁의 마력이 폭발했다. 섬뜩한 마력이 사방으로 퍼지더니 거대한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용으로 변한 권혁이 권한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 * *

화신체.

혈통의 정점에 도달한 자만이 얻을 수 있다는 권능.

이 권능을 얻은 사람은 혈통의 근원이 되는 생물로 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권선우만 하더라도 화신체 하나로 메이 가문을 멸문시킬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혔으니까.

-그래, 이 힘이다.

화신체를 다시 꺼내든 권혁은 한껏 도취된 얼굴로 말했다.

-이 힘이야 말로 나를 진정으로 기쁘게 만든다! 이 정도의 전능감과 해방감은 생전 처음이야!

권혁은 기쁨에 젖어서 소리쳤다.

그때, 권한울이 권혁에게 질문을 던졌다.

“숙부님, 어떻게 해야 화신체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아십니까?”

권혁은 멈칫하며 권한울을 쳐다봤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

“숙부님처럼 수상쩍은 실험이 아니라 정식적으로 어떻게 해야 화신체를 얻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권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흑천제일권이라 불리는 권명우 이사님도 화신체는 얻지 못했죠. 하지만 회장님은 얻었습니다. 그 차이점이 뭔지 아십니까?”

-그딴 쓸데없는 질문을 던지는 저의가 뭐지? 시간을 끌려는 것이냐?

“저는 최근에 그 답을 알았습니다. 바로 고뇌입니다.”

그 말에 권혁은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무슨 개소리냐.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는 듯 권한울은 말을 이어 나갔다.

“고뇌를 통해 고민과 갈등을 거듭하다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고찰하는 순간, 사람은 한 단계 높은 곳에 도달합니다. 그 경지가 바로 화산체의 경지입니다.”

권선우는 자신의 아집 때문에 아끼던 자식을 잃었다. 역설적이게도 그 애환과 고통 덕분에 권선우는 여의주를 완성시키고 화신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것이냐.

권혁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미 화신체를 손에 넣었다. 그딴 걸 몰라도 아무 상관없어.

“제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그 순간,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불길한 예감은 권한울이 마력을 일으키자 곧 현실로 나타났다.

강대한 마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권한울의 몸이 변이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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