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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206화 (206/221)

<혈통이 깡패임 206화>

206. 비고 (1)

메이샤오의 몸에서 검은 가루 같은 것이 떠올랐다.

가루들은 모두 메이홍의 몸속으로 흡수가 되었다. 그 직후, 메이홍은 세상이 마구 흔들리는 듯한 현기증을 느꼈다.

현기증이 끝나자 수많은 지식이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메이홍은 심호흡을 하다가 장검을 휘둘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여 번의 칼질을 했으나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했다.

“내가 그 여자의 검술을 익히는 날이 올 줄이야…….”

메이홍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방금 그녀가 펼친 것은 메이샤오의 암살검이었다.

암살검뿐만이 아니었다. 메이홍은 마력의 운영법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훨씬 효율적이고, 한 번에 낼 수 있는 출력도 높아졌다.

시험 삼아서 오러를 일으키자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농밀하고 날카로운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세상에.”

메이샤오의 모든 것을 흡수하기는 했으나 재현율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메이홍의 수준은 놀랍도록 높아져 있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진짜 대단한 여자였네.”

새삼 메이샤오에게 감탄하며 장검을 집어넣을 때였다.

“이야, 섬뜩하구먼. 아무리 그래도 같은 혈족을 귀검으로 만들다니.”

“뭐 어때, 어차피 원수사이라면서? 그럼 혈족이라도 남남이지.”

메이홍은 화들짝 놀라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권명우와 벽력권이 잔해 뒤에 숨어서 메이홍을 내다보고 있었다.

“아, 얘야.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할 일이나 마저 하거라.”

“이놈이 미쳤나. 이런 상황에서 그딴 말을 한다고 저 아이가 알겠다고 받아들일 것 같아?”

권명우와 벽력권은 서로를 노려보며 티격태격 싸웠다. 듣다 못한 메이홍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물었다.

“두 분 다 뭐 하세요?”

“나? 나는 이 노망난 늙은이가 가엘 가르시안이라고 너네 팀원한테 볼일이 있다고 해서 감시하러 가는 중이다. 그러다 네가 눈에 띄어서 뭘 하는지 구경하고 있었단다.”

“해코지할 생각 없다니까. 사람 말을 그렇게 못 믿나? 흑천제일권이 언제부터 이렇게 속이 좁아졌어?”

두 노인은 다시 서로를 노려봤다. 그러다 벽력권이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됐다. 네놈이랑 말씨름 하느니 할 일이나 마저 끝내야지.”

“누가 할 소리! 나도 너랑 시간을 낭비할 생각 없다!”

“그렇게 말하는 놈이 왜 자꾸 날 따라오는 게야?”

두 노인은 서로 말다툼을 하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메이홍은 당황스럽다는 얼굴로 두 노인이 사라진 방향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

* * *

“……하아.”

권후돈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소리를 들은 가엘 가르시안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왜 그렇게 죽을상입니까. 대장님도 안 다치고 팀원들도 무사한데.”

“응? 아,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

권후돈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 개운하지 못하다는 얼굴이었다.

“고민거리가 있으면 말해 보세요. 들어드릴 테니까. 그래도 같은 동료 아닙니까.”

그 말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권후돈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권후돈은 눈물을 글썽이며 가엘 가르시안을 바라봤다.

“가엘……!”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가엘 가르시안은 용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게 말이지…… 앞으로가 걱정이 돼서 말이야.”

“앞으로요?”

가엘 가르시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권한울은 흑천 그룹에서 인정받고 있는 실력자이다. 권한울은 물론이고 그 밑에 있는 흑암대의 미래도 밝다고 할 수 있었다.

“한울이가 너무 강한 것 같아서.”

가엘 가르시안은 더더욱 아리송했다. 모시고 있는 상관이 뛰어난 것은 축복이 아닌가.

“세계랭커 수준으로 올라가는가 했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더블 넘버링을 추월하고, 급기야 이번에는 절대자 둘을 동시에 상대해서 이기기까지 했어.”

권한울의 비밀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혈통들이 그를 돕고 있으니까.

“그에 비해서 우리는 어떻지?”

권후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세계랭커에 턱걸이할 수 있는 수준은 되려나? 겨우 그 정도 실력으로 한울이를 도울 수 있을까?”

그제야 가엘 가르시안은 권후돈이 하고자 하는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 한울이의 발목을 잡게 될 텐데. 아니, 그 이전에 우리가 한울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지는 게 아닐까?”

권후돈의 고민을 듣고도 가엘 가르시안은 별 다른 위로를 건넬 수 없었다.

사실 가엘 가르시안도 평소에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수를 갚아 준 은혜를 갚기 위해서 권한울을 따라왔다. 하지만 은혜를 갚기는커녕 권한울에게 도움만 받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

권후돈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가엘 가르시안이 마음 속 깊이 그 말에 동의를 했을 때였다.

“아, 왜 자꾸 쫓아오는 거야!”

“누가 널 쫓아간다는 거냐! 난 한울이를 보러 가는 거야!”

“언제는 날 감시하러 오는 거라면서!”

“감시도 하고! 한울이한테 물을 것도 있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명우와 벽력권이 서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걸어오고 있었다.

“자, 작은 할아버님?”

권후돈이 놀라서 입을 열었다. 그제야 두 노인은 고함을 지르는 것을 멈췄다.

“후돈아, 한울이는 깨어 있느냐?”

“아, 예!”

권후돈과 가엘 가르시안은 양옆으로 비켜섰다. 간이침대에 누워 있던 권한울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할아버님?”

권한울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전신이 부르르 떨릴 뿐, 움직이질 않았다.

“괜찮다. 그냥 누워 있어라.”

권명우는 권한울을 향해 말했다. 그러면서 주하연을 향해 말했다.

“하연아, 내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저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좀 비켜 주지 않으련?”

“……알겠습니다.”

주하연은 아공간에서 의자 두 개를 꺼내서 내려놓은 뒤, 권후돈과 가엘 가르시안을 데리고 사라졌다.

다 박살이 나서 휑한 공간에 세 남자만 덜컥 있자니 묘한 침묵이 흘렀다.

“내가 하연이에게 자리를 내어 달라고 말했는지는 알고 있겠지?”

“제 지밀에 대해서 물어보시려는 거 아닙니까?”

“그래, 맞다.”

권한울은 슬쩍 옆에 있는 벽력권을 바라봤다. 외인이 있는데 이 사실을 말해도 되냐는 뜻이었다.

“어차피 저놈도 다 알고 있다.”

“그래, 그러니까 째째하게 굴지 말고 말해 보게. 나도 궁금해 미치겠거든. 어떻게 한 사람이 여러 개의 혈통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야.”

벽력권이 웃음소리를 흘리며 덧붙였다.

“게다가 자네 팀원들에게 도움을 준 것도 있으니 그 정도 설명은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네.”

“쯧.”

권명우는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걱정 말거라. 저 친구한테는 비밀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받아 냈으니까. 정신 나간 놈이기는 해도 약속을 어기는 놈은 아니야.”

권한울은 권명우를 믿고 자신의 비밀을 설명했다.

흑천 일가에 처음 온 날부터 다른 혈통을 얻을 수 있었으며 다른 혈통들을 사용해서 강해질 수 있었다는 것.

“…….”

“…….”

권한울의 설명을 모두 들은 두 사람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게 정말이냐? 대체 왜 너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거지?”

“그것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릇에 대한 설명은 뺐다. 그건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도 제게 왜 이런 능력이 생겼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기에 모른다고 시치미를 뚝 뗐다.

권한울이 이렇게 나오자 두 사람도 더 이상 캐물을 수 없었다.

“흑천의 혈족이 다른 혈통들을 가지고 있다? 이 일이 알려지면 전 세계가 뒤집히겠군.”

벽력권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런 벽력권을 권한울과 권명우가 노려봤다.

“미리 말한 대로 비밀은 지켜 주지. 대신, 조건이 있네.”

“젠장, 이딴 놈에게 약점이 잡히다니.”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게. 내가 대가를 요구할 사람은 권한울이니까.”

“뭐? 아까는 본가에 요구할 거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권한울은 긴장한 채로 벽력권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런 비밀을 감춰 주는 대가가 간단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자네의 팀원 중에 환수혈의 혈족이 있지 않은가?”

“예, 그렇습니다만.”

“그 친구를 내 제자로 삼고 싶네.”

이어지는 말에 권한울의 눈동자가 커졌다. 권명우도 마찬가지였다.

“뭐, 뭐야? 제, 제자?”

“뭘 놀라고 그러나. 내가 원래 제자 욕심이 좀 많잖나.”

“그건 그렇지만…… 왜 하필 그 아이를 제자로 달라고 하는 거지?”

“내 오랜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지.”

벽력권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원래 벽력굉천권은 한 쌍이 되는 스킬이 하나 더 있다네. 백화지염각이라는 거지.”

“백화지염각? 처음 들어보는데.”

“그럴 수밖에 없지. 내가 익히지 못한 스킬이라 한 번도 세상에 보인 적이 없으니까.”

벽력권은 헛기침을 한 뒤 말을 이어나갔다.

“벽력굉천권이 뇌력을 다루는 것처럼 백화지염각은 화력을 다루지. 그래서 마력을 불로 변형시킬 수 있는 사람만이 익힐 수 있다네.”

문제는 벽력권은 뇌력만을 타고났다는 것이었다.

“두 스킬을 동시에 익히면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지. 하지만 두 힘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헌터는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네.”

단순히 마력의 속성만 변화시켜서는 두 스킬을 익힐 수 없다.

마력을 아예 번개와 불로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자가 필요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환수혈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네. 그 혈통은 다른 생물의 힘을 모방할 수 있다지?”

사람이 두 가지 힘을 가진 사례는 없지만 몬스터들 중에는 그런 존재가 많다. 벽력권은 그 사실에 주목했다.

“환수혈을 가지고 있는 그 젊은이라면 두 스킬을 동시에 익힐 수 있을 걸세. 그러면 두 스킬의 진가를 보고 싶다는 내 평생의 숙원도 이루어지게 되지.”

그렇기에 벽력권은 권한울에게 가엘 가르시안을 제자로 들이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권한울, 내 부탁만 들어준다면 죽을 때까지 자네의 비밀에 대해서 함구하도록 하겠네.”

벽력권이 권한울의 손을 붙잡았다. 그의 눈동자에 열망이 깃들었다.

권한울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거절의 말에 벽력권의 몸에 힘이 빠졌다.

“자네의 비밀보다 그 젊은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

“제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대장과 부대원이라는 입장이지만 권한울은 가엘 가르시안의 행동을 강제할 생각이 없었다.

“가엘에게 직접 물어보시죠.”

* * *

갑자기 불려온 가엘 가르시안은 당혹감을 맛보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너를 제자로 삼으려고 한다.”

벽력권은 가엘 가르시안에게 그를 제자로 삼으려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대장님께서는…… 제 의사를 중시한다고 하셨습니까?”

“그렇다. 꼭 너에게 물어보라고 하더구나.”

가엘 가르시안은 고민에 빠졌다. 그가 말이 없자 벽력권이 초조한 기색으로 말했다.

“본인은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부할 수 있는 절대자이니라. 약속하마, 내 제자가 된다면…….”

“얼마나 강해질 수 있습니까?”

대뜸 가엘 가르시안이 말했다.

“그런 걸 왜 묻는 게냐?”

“저는 대장님께 갚아야 할 은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실력으로는 도움이 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죠.”

그렇기에 가엘 가르시안은 벽력권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 있는 수준까지 강해질 수 있습니까?”

벽력권의 입 꼬리가 비틀렸다. 가소롭다는 얼굴로 말했다.

“허! 한심한 소리를 하는구나! 내 제자가 되어서 모든 것을 물려받는다면 세계최강도 가능하느니라!”

“……최강이요?”

“권한울 그놈만 뺀다면 말이다.”

본인이 말하고도 이상했는지. 벽력권은 재빨리 정정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권한울을 능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 밑까지는 가능하지. 어떻게 하겠느냐?”

“되겠습니다.”

가엘 가르시안이 망설이 없이 말했다. 그제야 벽력권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후회하지 않을 거다.”

* * *

권후돈은 멀찍이 서서 벽력권과 가엘 가르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엘 가르시안이 벽력권 같이 대단한 사람의 제자가 된 것은 기뻐할 만했으나 어째서인지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뭐 재미있는 거라고 저걸 보고 있는 게냐.”

별안간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느새 권명우가 서 있었다.

권후돈은 깜짝 놀라서 고래를 숙였다.

“자, 자자, 작은할아버님!”

“그렇게까지 놀라니까 좀 재미있구먼.”

권명우가 웃으며 대꾸했다. 권후돈은 황송하다는 듯 어쩔 줄 몰라했다.

“답답해 보여서 말을 걸어 봤느니라.”

“제, 제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나요?”

권후돈은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메이홍은 메이샤오의 힘을 얻었더구나.”

“예? 그, 그런 게 가능하, 한가요?”

“수라혈의 권능이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사역할 수 있거든.”

“아…….”

권후돈도 알고 있는 권능이었다. 몇 번인가 메이홍이 보여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걸로 두 녀석 모두 나름의 길을 찾아냈구나.”

“그, 그렇네요.”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저, 저요?”

권후돈은 금방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이었다.

“그, 글쎄요. 훈련의 가, 강도를 좀 더 높이면…….”

“그래서야 저 두 놈들보다 강해지겠느냐?”

“그, 그건…… 힘들겠죠…….”

권후돈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 모습에 권명우가 혀를 찼다.

“이놈아. 나는 말이다. 흑천의 혈족이 다른 놈들보다 뒤쳐지는 꼴은 못 본다.”

“죄, 죄송합니다.”

“사과를 받으려고 한 말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흑암대에서 네가 제일 밑에 있을 텐데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그건 용납할 수 없지.”

권명우의 눈빛이 험악하게 변했다. 권후돈은 검에 질려서 몸을 떨었다.

“넌 당분간 내가 훈련시켜 주마.”

그리고 믿기 힘든 말을 했다.

“……예, 예?”

“내가 널 키워 주겠단 말이다.”

“저, 정말요?”

권후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흑천제일권이라 불리는 권명우에게 배울 수만 있다면 놀랍도록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하, 하지만 그, 그런 폐를 끼칠 수는…….”

“어차피 나와 흑천대는 당분간 외부활동을 할 수가 없다.”

권명우는 씁쓸한 얼굴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치료를 끝내기는 했으나 권명우가 입은 상처는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무려 검강에 꿰뚫린 상처다. 메이샤오의 마력이 독처럼 남아서 권명우의 회복을 방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흑천대도 강철대의 배신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전력의 3분의 1이 사라졌으니 이를 보충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 그동안 네놈에게 집중하겠다는 소리다. 그래도 싫으냐?”

“아, 아뇨! 그, 그럴 리가요!”

권후돈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모습에 권명우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너는 내가 키워 주마.”

“가, 감사합니다!”

“아, 그전에 네 엄마한테 먼저 전화를 해라.”

“네! 어머니께서도 좋아하실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다.”

권명우가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죽을 지도 모르니 미리 작별인사를 끝내 놓으라는 소리다.”

권후돈은 권명우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예?”

“흑천대원들 중에 꼭 한두 명씩 죽는 놈들이 나타난단 말이지. 그러니 미리 정리를 하고 오거라.”

권명우는 권후돈의 어깨를 툭툭 두들긴 다음에 자리를 떠났다.

권후돈은 그런 권명우를 졸졸 따라가며 울먹였다.

“작은할아버님. 다, 다시 한 번 더 생각을…….”

* * *

흑천대는 밤을 세워 가며 메이 가문의 잔당들을 체포했다.

아쉽게도 그 과정에서 이온의 마법사들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이미 비고를 빠져 나갔다는 증거만 발견할 수 있었다.

“남아 있는 물건도 없다 이거지?”

흑천대의 보고를 받던 권명우가 짧게 혀를 찼다.

“메이샤오 그 빌어먹을 년이 이미 다 가져다 사용한 모양이군.”

비고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이곳에는 남아 있는 재화는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것은 이온에서 개조한 마검들뿐이었다.

“다 좋은데 마지막에 김이 새는군.”

약탈은 강자의 권리이자 승리의 보상이다.

그것이 쏙 빠졌으니 아쉽다고 느낄 수밖에.

“볼일은 다 끝났으니 이만 철수하자.”

권명우가 흑천대에 명령을 내렸다.

권한울도 비고를 떠날 채비를 하려고 했다.

복합구현화로 인해서 바닥이 났던 체력과 마력이 조금이나마 돌아와서 이제 움직일 수 있었다. 혈통의 권능은 아직도 잠들어 있었지만.

그때, 메이홍이 등을 콕콕 찔렀다.

“무슨 일이세요?”

“아무래도 대장님한테 먼저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아서요.”

메이홍이 주변을 두리번거린 뒤, 권한울에게 속삭였다.

“사실 비고 안에는 진짜 비고가 숨겨져 있어요.”

“예? 그게 정말입니까?”

메이홍이 고개를 맹렬하게 끄덕였다. 권한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비고가 또 있어 봤자 메이샤오가 이미 털었을 거 아닙니까.”

“아뇨. 거기는 진짜 중요한 물건들이 담겨 있는 곳이라 만일을 대비해서 메이샤오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메이홍은 말없이 자신의 장검을 내밀었다. 거기서 감지되는 마력에 권한울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메이샤오를 귀검으로 만든 겁니까?”

“예, 혹시 화내시는 건 아니죠?”

“아뇨, 그건 아닌데…….”

강자를 귀검으로 만들 수 있으면 본신의 전투력이 급격히 증가한다. 환영하면 환영할 일이지 화를 낼 일이 아닌 것이다.

다만, 죽은 사람은 귀검으로 만들 수 없는데. 어떻게 메이샤오를 귀검으로 사역했는지 이해가 안 됐을 뿐이다.

“메이샤오를 귀검으로 만들면서 그 여자의 지식도 얻었어요. 그 지식 중에 비고 내부의 숨겨진 장소에 대한 정보도 있었구요.”

메이홍이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진짜 비고를 구경하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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