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통이 깡패임-205화 (205/221)

<혈통이 깡패임 205화>

205. 절대자 (4)

<권능 ‘복합구현화’가 해제됩니다.>

<반(半) 화신체의 구현이 중단됩니다.> 반 화신체가 풀리자마자 방대했던 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체력과 마력이 바닥이 난 것은 물론이고 다른 혈통들 역시 모조리 잠들어 버렸다.

“아이고.”

권한울은 바닥에 대(大) 자로 뻗어 버렸다.

반 화신체를 하나만 구현할 때는 금방 회복할 수 있었지만 복합구현화는 달랐다.

반 화신체를 처음 사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온몸의 힘이 사라져 버렸다. 회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네.”

반 화신체의 복합 사용.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힘은 권한울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원래 권한울은 메이샤오와 드래곤슬레이어와 동시에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권명우가 회복이 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나섰을 뿐이다.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 약간 허세를 부렸을 뿐.

하지만 복합구현화를 사용하자마자 상황이 역전되었다. 두 절대자를 동시에 상대하고도 압도적인 격차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만하면…… 진짜 화신체에 비견될 것 같은데.”

권한울은 오래 전에 봤던 권선우의 화신체와 복합구현화를 비교해 봤다.

하지만 당시 권선우는 흑천 일가에서 중국까지 최단시간으로 이동하느라 힘을 모두 소진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정확하게 비교할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아무도 안 오나…….”

지금 권한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이대로 꼼짝 없이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때, 어디선가 다급한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한울아!”

권명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만 간신히 돌리자 저 멀리서 달려오는 권명우와 흑천대가 보였다.

그런데 권명우는 달려오다 말고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섰다.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러다 죽어 있는 드래곤슬레이어와 메이샤오를 발견하고는 입을 쩍 벌렸다.

“……맙소사.”

권명우는 터벅터벅 걸어와서 권한울의 옆에 섰다. 권한울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정말…… 네가 혼자서 저 둘을 쓰러트린 게냐?”

“저도 믿기지 않지만 그렇게 된 거 같네요.”

능청스럽게 말하며 권한울은 어깨를 으쓱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서 마음먹은 대로 어깨를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허어…….”

권명우는 권한울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른세수를 하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짜…… 너는 정말…… 하아…….”

권명우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러다 대뜸 주먹으로 권한울의 이마를 때렸다.

“악! 갑자기 왜 이러세요!”

“날 기절시킨 벌이다. 감히 그 상황에서 날 감싸? 삼십 년은 이르다! 이 맹랑한 놈아!”

권명우는 화가나서 소리쳤다.

“한 번만 더 그래 봐라! 그때는 네놈을 먼저 아작을 내 버릴 테니까!”

“그렇게 화가 나셨어요?”

“당연하지! 희생 같은 건 나 같이 늙은 놈이 할 일이지 네가 할 일이 아니야! 앞으로 명심해라!”

권명우는 한참 동안 씩씩 거렸다

그러다 씩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정말 고생했다. 이 대단한 녀석아.”

권명우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권한울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그때였다.

별안간 아무것도 없던 벽이 폭발했다. 뻥 뚫린 구멍으로 누군가 걸어 나왔다.

“후우…… 이놈의 비고는 구조가 왜 이렇게 복잡한지 모르겠군.”

갑자기 들어온 침입자와 권명우의 시선이 마주쳤다.

권명우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반대로 침입자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네놈?”

“다행히 잘 찾아왔군.”

“벽력권! 네놈이 여기 왜 있는 것이냐!”

권명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반응에 벽력권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일세. 내가 이곳에 왜 왔을 것 같은가?”

그 말에 권명우의 얼굴이 굳었다.

권한울은 모든 힘을 소진했으며 권명우는 아직도 부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벽력권과 싸우면 전멸을 피할 수는 없었다.

“대장님!”

흑천대가 권명우의 주변을 둘러쌌다. 그들을 보고도 벽력권은 여유로웠다.

“명우 자네……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군. 흑천대의 숫자도 많이 줄었고.”

벽력권이 기세를 일으키자 묘한 압박감이 권명우와 흑천대를 짓눌렀다.

그때였다.

“아! 대장님!”

벽력권의 뒤에서 한 여성이 튀어나왔다.

그 얼굴을 본 순간, 권명우는 물론이고 흑천대원들 전원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왜 이렇게 망신창이가 되셨어요? 몸은 괜찮으세요?”

여성, 메이홍이 종종 걸음으로 달려와서 권한울의 엎에 무릎을 꿇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이윽고 또 익숙한 얼굴이 벽력권의 뒤에서 나타났다.

벽력권을 지나치려던 주하연이 권명우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이사님? 가슴에 상처가…… 설마 메이샤오한테 공격당하신 건가요?”

“아니…… 그게…….”

“권한울 님! 왜 이런 곳에 누워 계시는 겁니까!”

주하연도 황급히 권한울에게 달려갔다.

권한울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두 여자에게 물었다.

“메이홍? 하연 씨? 다들 왜 벽력권과 함께 계시는 거죠?”

“저분께서 저희를 구해 주셨습니다.”

“맞아요! 매화칠검을 한 번에 처리하시는데. 진짜 엄청 대단하시더라니까요.”

두 여자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벽력권에게 모여들었다.

벽력권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심심해서 장난 좀 쳐 봤는데.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네! 명우 자네, 담력이 너무 작아진 게 아닌가?”

“이 미친놈이?”

권명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벽력권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비고가 열렸다고 해서 들어와 봤는데. 상황이 심각해보여서 내 잠깐 손을 좀 썼을 뿐이라네. 설마 날 탓하지는 않겠지?”

“네놈이…… 우리를 도왔다고?”

“그래, 일단 사람을 살리고 봐야 할 게 아닌가.”

그때였다.

천장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한 줄기의 번개가 떨어졌다.

번개가 떨어진 자리에는 벽력권의 제자 라이신이 서 있었다.

“스승님, 다시 인사드립니다.”

“오, 그래. 내가 시킨 일은 잘 하고 왔느냐?”

“예, 이제 곧 내려올 겁니다.”

라이신이 천장을 가리켰다. 잠시 후, 두 남자가 툭 떨어졌다.

“으아아아…… 너무 높아서 죽는 줄 알았어…….”

“이 정도로 힘들어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권후돈과 가엘 가르시안이었다.

둘은 서로 대화를 주고받다가 문득,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을 눈치챘다.

“하, 할아버님? 한울아?”

“대장님, 여기 계셨군요!”

권후돈과 가엘 가르시안이 권한울에게 달려왔다. 권한울은 이번에도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두 사람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 그게 말이지. 매화칠검한테 공격을 받았는데!”

“저기 계신 여성분께서 구해 주셨습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죠.”

권한울이 라이신을 쳐다봤다. 라이신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루인 아스파담에 대한 악감정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권후돈과 가엘 가르시안을 도와준 은혜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권한울은 고개를 살짝 숙여서 감사를 표했다.

“이거 참, 흑천제일권도 한물 갔구먼. 가문의 일을 처리하는데 남의 도움을 다 받고.”

“크, 크읏.”

“걱정말게나 이 일을 다른 곳에 떠들고 다닐 생각은 없으니. 그랬다가는 흑천제일권의 명성이 땅에 떨어지지 않겠나.”

“이, 이 노망난 놈이……!”

한쪽에서는 벽력권의 조롱에 권명우가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자존심이 강한 만큼 이런 식의 굴욕에는 영 내성이 없었던 것이다.

저대로 내버려 두자니 권명우가 안쓰러웠다. 권한울은 목소리를 높여 권명우를 불렀다.

“작은할아버님!”

그 말에 권명우가 잽싸게 권한울에게 다가왔다.

“왜 그러는 게냐.”

“아직 긴장을 푸실 때가 아닙니다. 아직 비고에는 메이 가문의 잔당과 이온의 마법사들이 있습니다.”

그 말에 권명우의 표정이 달라졌다. 냉혹하고 잔인한 사냥꾼의 얼굴이었다.

“……네 말이 맞구나. 내가 하마터면 또 실수를 할 뻔했어.”

권명우가 흑천대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지금 당장 던전을 수색해라. 단 한 놈도 빠짐없이 모조리 잡아들여라!”

* * *

흑천대가 비고를 수색하는 동안 권한울은 주하연이 펼쳐놓은 간이침대에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원래는 약물의 힘을 빌려서라도 몸을 회복시킨 다음 수색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뭐? 같이 움직이겠다고? 진짜 내 주먹에 골이 깨지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쉬거라!

권명우의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걸국 얌전히 침대에 누워 있는 신세가 되었다.

“자, 입 벌리세요.”

옆에 앉아 있던 주하연이 깔끔하게 깎아놓은 사과를 포크에 찍어서 내밀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신세였기에 권한울은 입만 벌려서 주하연이 내민 사과를 베어물었다.

사과를 오물오물 씹으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거기에는 권후돈과 가엘 가르시안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권한울을 지키겠다고 서 있는 것이다.

“메이홍은요?”

“메이샤오의 수하를 찾겠다고 자리를 비웠어요.”

“거참.”

다만 메이홍은 예외였다. 메이샤오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흑천대의 수색에 동참했다.

메이샤오의 수하를 한 명이라도 더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권한울 님, 다른 혈통의 힘을 사용했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렇죠.”

“메이샤오와 드래곤슬레이어 정도 되는 이들과 싸워야 했으니 혈통의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밖에 없으셨을 테고요.”

그제야 권한울은 주하연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눈치챘다.

권명우가 권한울의 비밀을 눈치챘을까봐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작은할아버님께는 제 비밀을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권명우라면 자신의 비밀을 받아들여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힘을 사용했던 것이고.

“아뇨, 그게 아니라…….”

그런데 생각과 다르게 주하연은 고개를 저었다.

“벽력권도 권한울 님의 비밀을 알아차렸을 거 아닙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권한울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아차…….”

* * *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나?”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권명우는 고개를 돌렸다. 벽력권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흥, 신경 끄시지.”

“자네를 좀 놀렸기로서니 아직도 삐져 있는 겐가? 속이 좁군.”

“이놈이!”

권명우가 주먹을 움켜쥐자 벽력권이 껄껄 웃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알 것 같군. 권한울, 그 아이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지?”

벽력권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멀리 있었지만 확실하게 느꼈다네. 그 아이는 분명 흑룡혈 뿐만 아니라 초인혈, 수라혈의 힘을 사용했어.”

권명우는 말없이 벽력권의 말을 듣기만 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자네도 몰랐던 것 같군. 정말 대단한 아이가 아닐 수 없어. 그런 엄청난 비밀을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이 사실을 함구해 줬으면 좋겠군.”

그때, 권명우가 입을 열었다. 벽력자가 권명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

“눈빛이 무섭군. 내가 자네의 부탁을 거부하면 칼부림이라도 할 것 같잖나.”

“부탁이 아니라 강요일세.”

“그 지경이 되어서까지 허세를 부리려는 건가? 정말 지겨울 정도로 자존심이 넘치는…….”

“허세?”

권명우가 기세를 일으켰다.

환자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거친 마력이 품어져 나왔다.

“이게 지금 허세로 보이는가.”

벽력자는 입을 살짝 벌렸다. 이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자네는 이런 친구였지.”

“대답부터 하시지.”

“대답이라면 이미 하지 않았나.”

권명우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내가 아까 말했을 텐데.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생각은 없다고.”

벽력권이 짓궃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의 부탁을 거부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겠지만…… 자네와의 악연을 이렇게 시시한 방법으로 매듭을 지을 수는 없지.”

권명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 그래도 비밀을 함구하는 대가는 받아 내야겠네. 맨입으로 그런 고생을 할 수는 없잖나.”

“뭐야?”

“그럼 내가 아무런 조건도 없이 비밀을 지켜 줄 거라 생각했나? 그런 봉사는 할 수 없지.”

암암, 그렇고 말고.

벽력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권명우는 한대 패고 싶다는 욕망을 참아야 했다.

“그보다 권한울, 그 아이의 팀 말인데. 가엘 가르시안이라는 놈이 환수혈을 가지고 있다지?”

“잘 알고 있군. 근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거냐.”

“흐음, 환수혈이라…… 흐으으음.”

벽력권이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잠겼다. 그러다 걸음을 옮겨 다른 곳으로 향했다.

권명우가 인상을 구기며 벽력권을 따라가며 외쳤다.

“아, 그걸 왜 물어보냐고!”

* * *

“잠깐 어딜 좀 갔다 와도 될까요?”

흑천대원들과 수색을 하던 도중, 메이홍이 말했다.

흑천대원들은 메이홍의 부탁을 흔쾌히 허락했다. 권한울 덕분에 흑천대는 메이홍에게도 무척 호의적이었다.

자유 시간을 얻은 메이홍은 어딘가로 향했다. 권한울이 메이샤오, 드래곤슬레이어와 싸운 장소였다.

그곳을 살피던 메이홍은 드디어 원하던 것을 찾았다.

바닥에 쓰러진 채 죽어 있는 메이샤오의 시체 말이다.

“이런데서 죽어 있었네.”

메이홍은 메이샤오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꿈에 나타날 정도로 증오하던 적이었으나 이상하게도 적개심은 들지 않았다.

아마도 시체에 복수해 봤자 아무 소용도 없기 때문이리라.

“직접 죽이고 싶었는데.”

권한울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메이홍의 실력으로는 수십 년이 흘러도 메이샤오에게 복수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평온한 죽음을 맞이한 게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다.

“부디 지옥에 떨어지길.”

그리 말하며 메이홍이 몸을 돌릴 때였다.

“속 시원한 얼굴이 아니네요.”

메이홍이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죽은 줄 알았던 메이샤오가 눈을 뜨고 있었다.

메이홍은 반사적으로 칼자루를 움켜잡았다. 그러자 메이샤오가 웃음소리를 흘렸다.

“너무 경계하지 마요. 난 이미 죽었으니까.”

“거짓말. 그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으면서.”

“안 죽었다면 권한울 그 괴물 같은 인간이 날 내버려 뒀을 리가 없잖아요?”

그건 그랬다.

이곳에는 권명우와 흑천대는 물론 벽력권까지 있다.

메이샤오가 아무리 자신의 죽음을 가장하려고 해도 들통이 났을 것이다.

“난 이미 죽었어요. 아주 잠깐, 혼을 육신에 묶어 놨을 뿐이죠.”

“그래? 잘됐네.”

메이홍의 눈빛에 살기가 흘러넘쳤다. 칼을 뽑고 메이샤오에게 다가갔다.

“내 손으로 직접 죽이고 싶었는데.”

“메이홍.”

“구걸해도 소용없어. 무슨 말을 해도 너는 내 손에 죽…….”

“날 귀검으로 만드세요.”

그 말에 메이홍이 멈칫했다.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귀검은 사람의 영혼을 강제로 사역하는 권능이다.

그렇게 된 사람의 영혼은 사용자가 풀어 줄 때까지 안식에 들 수 없다.

긴 세월을 고통 받고, 억압받으며 이용당하는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진심이에요.”

“무슨 꿍꿍이야?”

“꿍꿍이라…….”

메이샤오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메이 가문의 부흥을 꿈꾸면서 제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메이 가문의 모든 스킬과 지식을 습득하는 일이었어요.”

“뭐 하러 그런 짓을 했는데?”

“앞으로 메이 가문은 떠돌아다녀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많은 지식이 소실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혈족들은 그냥 버리자고 했지만 저는 가문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메이샤오는 스킬을 사용해서 가문의 모든 지식과 스킬을 자신의 영혼에 집어넣었다.

“저는 제가 가장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절대자의 영혼에 담긴 지식을 감히 누가 훔쳐갈 수 있을까. 누가 넘볼 수 있을까.

메이샤오는 이런 방법으로 메이 가문의 지식을 지키고자 했다.

“안전?”

“예에, 마음껏 조롱하세요. 근데 누가 알았나요. 권한울이 저런 괴물일지.”

메이샤오가 짧게 투덜거렸다.

“제가 이대로 죽으면 제 안에 있는 메이 가문의 모든 지식과 검술이 사라지게 돼요. 그건 너무 아깝지 않나요?”

“전혀 아깝지 않아.”

“그렇게 매정하게 말하지 마세요. 정말 당신의 마음 속에는 가문에 대한 애정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아.”

메이홍이 싸늘하게 말했다. 메이샤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너는 날 이용해서 어떻게든 지식을 남겨서 다른 메이 가문의 잔당에게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잖아.”

“맞아요. 그럴 생각으로 제안하는 거예요. 물론 성공할 가능성은 낮겠지만요.”

“낮은 게 아니라 아예 없어. 나는 절대로 널 귀검으로 만들지 않을 거고 설사 만든다 하더라도…….”

“그럼 이렇게 하죠. 당신이 메이 가문을 새롭게 만드세요.”

뜻밖의 말에 메이홍의 말문이 막혔다.

“무슨 헛소리를…….”

“평생을 짝도 없이 늙어 죽을 건 아니잖아요? 혈통은 일반인과 결혼하다고 해서 희석되는 게 아니니까 언젠가 당신을 통해서 새로운 혈족이 구성되겠죠.”

메이샤오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 새로운 메이 가문이 만들어지겠죠. 그 메이 가문에 내 지식을 사용하세요.”

“……이해가 안 돼. 지금 남아 있는 메이 가문에 무슨 이득이 된다고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하는 건데?”

“뭐,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 가문을 재건하면 좋겠지만…… 제가 죽었는데 그런 일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죠.”

메이샤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 메이 가문의 명맥만이라도 유지하고 싶어요. 전혀 새로운 메이 가문이 아닌…… 기존의 메이 가문을 잇는…….”

그제야 메이홍은 메이샤오가 어떤 인간인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메이샤오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가문을 유지하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메이홍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

“당신한테도 나쁜 제안은 아닐 거예요. 날 귀검으로 삼으면 당신은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테니까.”

“필요 없어. 난 네 힘으로 강해질 생각 따위는 없어.”

“과연 그럴까요? 당신에게 재능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 상태로는 절대로 권한울을 따라잡을 수 없을 거예요.”

메이홍의 몸이 움찔 떨렸다.

“왜요? 정곡을 찔렸나요?”

“시끄러워.”

“제 도움을 받아도 그 괴물 옆에 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데. 혼자서 뭘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언젠가 권한울을 뒤쫓지 못하고 버려질지도 모르는데. 그걸 견딜 수 있을 것 같나요?”

메이홍은 이를 갈았다. 분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날 귀검으로 만드세요. 원수인 나를 이용해서 강해지세요. 당신의 목표를 이루는데 이용하란 말이에요.”

메이홍은 고민에 잠겼다. 이윽고 칼을 역수로 잡고 메이샤오의 가슴을 겨누었다.

“……젠장.”

그 반응에 메이샤오가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너무 험하게 사용하지는 말고요.”

메이홍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칼을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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