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이 깡패임 204화>
204. 절대자 (3)
“권한울 이놈!”
권명우는 버럭 고함을 내지르며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주변을 둘려보며 권한울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대장님!”
“괜찮으세요?”
대신 흑천대의 얼굴이 보였다. 권명우는 부대장 권준열을 붙잡고 물었다.
“한울이 그 놈은? 메이샤오는? 드래곤슬레이어는 어떻게 된 것이냐!”
“일단 진정하세요. 안 그러면 상처가 또 벌어지고 말 겁니다!”
그 말에 권명우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두터운 붕대가 가슴에 칭칭 감겨 있었다.
“크윽.”
그제야 잊고 있던 통증이 몰려왔다.
심장이 관통을 당한 통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끔찍했다. 가슴 깊은 곳에 밀려오는 고통에 몸이 떨려올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권명우에게 이깟 고통은 아무래도 좋았다.
“한울이 그놈은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
“그게…….”
권준열은 솔직하게 모든 일을 털어놓았다. 그 말을 들은 드래곤슬레이어의 눈동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한울이가 그 두 놈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다고? 너희들은 그걸 내버려뒀고?”
“대장님이 그 광경을 보셨으면 이해를 하셨을 겁니다. 드래곤슬레이어를 단 번에…….”
“시끄럽다! 당장 그곳으로 가야겠다!”
비록 권명우에게 미치지는 못하지만 메이샤오와 드래곤슬레이어는 절대자라는 위치에 있다.
권한울이 그 둘에게 죽기 전에 빨리 도와줘야 했다. 아니, 어쩌면 벌써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뭣들하는 것이냐! 너희들도 같이…….”
별안간 권명우가 가슴을 움켜쥐며 주저앉았다. 가슴을 둘러싼 붕대에서 조금씩 피가 새어 나왔다.
“그러게 가만히 계시라니까…….”
“의무관! 대장님의 상처가 또 터졌다!”
의무관이 황급히 달려왔으나 권명우는 그를 밀어냈다.
“안 된다…… 한울이 그 놈한테 가야 해.”
가문의 큰 어른으로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권한울에게 도움을 받았다.
이대로 권한울이 죽는 일 만큼은 막아야 했다. 그것만큼은 자존심이, 긍지가 허락하지 않았다.
“날 막지 마라!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한울이 그 놈을 살리고 죽겠다!”
권명우가 그렇게 외쳤을 때였다.
묵직한 기운이 권명우를 압박했다.
“……뭐?”
권명우 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헌터들, 흑천대와 강철대도 압박감을 느꼈다.
커다란 손이 통째로 자신을 뒤덮는 듯한 감각.
마력을 끌어올려도 저항하기 쉽지 않을 만큼 강대한 기운이었다.
“누구냐, 누가 대체…….”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뒤이어 또 다른 기운이 몰려왔다.
방금 전의 압박감이 어린애 장난으로 보일 만큼 거대한 기운이 비고 전체를 짓눌렀다.
쿵.
굉음과 함께 비고 전체가 흔들렸다. 진동이 온 세상을 흔들어놓았다. 천장에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쿵.
두 번째 굉음과 함께 벽이 갈라졌다. 천장에 금이 갔다.
천하의 권명우조차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로 방대한 힘.
그 힘에 식은땀을 흘리던 권명우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 * *
검붉은 비늘이 권한울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비늘의 색이 검은색에서 검붉게 변한 것만 빼면 방금 전과 똑같다. 하지만 결과물은 달랐다.
뱀을 연상시킬 만큼 비늘이 촘촘하게 돋아난 방금 전과 달리 지금은 규칙도, 형식도 없다. 아무렇게나 돋아난 비늘은 마치 혈관을 보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변화는 얼굴에서 더욱 크게 드러났다.
매끈한 가면 같았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귀신의 탈을 뒤집어 쓴 것처럼 잔악하게 변해 있었다.
변화가 끝난 권한울이 양팔을 벌렸다. 그 순간, 붉은색 연기가 휘몰아쳤다.
붉은색 연기가 서로 얽히더니 거인의 팔이 만들어졌다.
세 쌍의 팔이 권한울의 등 뒤에 대칭으로 펼쳐졌다. 마치 휘광을 보는 듯 했다 .
“…….”
안 된다.
권한울을 보자마자 메이샤오는 생각했다.
이런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건 이 세상에 존재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본능이, 이성이, 생명으로서의 무언가가 광란에 빠진 것처럼 경고했다.
“으하하핫!”
그 순간, 폭소가 터져 나왔다. 메이샤오는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드래곤슬레이어를 돌아봤다.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놈 덕분에 한층 더 강해질 수 있겠구나!”
드래곤슬레이어의 마력이 더더욱 강해지기 시작했다. 주홍빛이었던 마력이 용암처럼 시뻘겋게 변했다.
그 모습을 보며 메이샤오는 떠올렸다.
드래곤슬레이어는 용의 힘이 강해질수록 강해진다. 권한울이 강해진다면 그만큼 드래곤슬레이어도 강해진다.
“어디 한 번 시험해볼까!”
드래곤슬레이어가 움직였다. 단 한 걸음 만으로 권한울의 코앞에 도달하여 두 자루의 참마도를 동시에 내리쳤다.
권한울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참마도는 아무런 방해도 없이 권한울의 양쪽 어깨에 내리꽂혔다.
“멍청한 놈! 내 멸룡성은 네놈의 권능을 모조리…….”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참마도가 산산조각이 났다.
드래곤슬레이어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권한울을 쳐다봤다.
참마도는 박살이 났으나 권한울의 몸은 멀쩡했다. 표면에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이, 이놈이!”
드래곤슬레이어가 당황한 순간, 권한울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권한울의 등 뒤에 떠 있던 거인의 팔이 연기가 되어서 사라졌다.
권한울이 손바닥으로 허공을 내리쳤다.
그 직후, 드래곤슬레이어의 몸이 땅에 처박혔다.
마치 개구리처럼 대자로 뻗은 드래곤슬레이어의 주변에는 거대한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우웨에에에엑!”
드래곤슬레이어는 바닥에 깔린 채로 피를 토해 냈다. 그 짧은 순간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증거였다.
“어…… 어림없다…… 내게는…… 멸룡의…… 힘이……!”
드래곤슬레이어의 마력이 다시금 강해졌다. 드래곤슬레이어는 이를 갈며 몸을 일으켰다.
그때, 거인의 손 하나가 또 사라졌다. 이윽고 권한울이 주먹을 허공을 때렸다.
그 순간, 무언가가 터졌다. 폭발했다.
드래곤슬레이어가 서 있던 장소가 박살이 났다. 그와 동시에 저 뒤에 있던 벽에 대형선박이 통과해도 될 만큼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드래곤슬레이어?”
메이샤오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드래곤슬레이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권한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메이샤오를 쳐다봤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메이샤오는 격한 공포심을 느꼇다.
메이샤오는 혓바닥을 힘껏 깨물었다. 터져 나오는 피맛 덕분에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따.
“퉷.”
남아 있던 피를 내뱉으며 메이샤오가 움직였다.
메이샤오의 몸이 사라지더니 권한울의 등 뒤에 나타났다.
소리도 내지 않고, 기척도 흘리지 않은 채 권한울의 목을 향해 검강을 휘둘렀다.
하지만 메이샤오의 검강은 권한울의 목을 베지 못하고 멈춰섰다.
그 앞을 무언가가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불타는 칼날 같은 것이 메이사오의 장검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칼자루를 잡은 손이 없다.
칼은 혼자서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메이샤오가 중얼거렸다.
“검강……?”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기어검……?”
그 순간, 권한울이 메이샤오를 돌아봤다. 그러자 이기이검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두 개였던 것이 열 개, 스무 개로 늘어났다.
무수히 많은 칼날들이 메이샤오를 겨누었다. 권한울이 손가락을 들어 그녀를 가리키자 칼날들이 쏟아졌다.
메이샤오는 검강으로 이기어검들을 쳐 냈다. 하지만 처음에 한두 번만 막을 수 있을 뿐이었다.
이기어검들은 메이샤오의 빈틈을 찌르며 들어왔다. 결국 메이샤오의 몸 곳곳을 이기어검이 꿰뚫었다.
“아아악!”
비명과 함께 메이샤오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몸 곳곳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이기어검들이 메이샤오의 주변을 날아다녔다. 그러다 다시 그녀를 향해 칼끝을 세웠다.
“하…….”
죽음의 순간, 메이샤오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당혹스러움과 억울함이 뒤섞인 웃음이었다.
그때였다.
이기어검이 떨어지려는 찰나, 누군가 메이샤오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이기어검으로부터 멀리 거리를 벌렸다.
“……드래곤슬레이어?”
품에 안긴 채로 메이샤오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드래곤슬레이어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대꾸했다.
“젠장, 네가 죽으면 나 혼자서 저 괴물을 어떻게 상대하라는 거냐.”
겨우 일격.
그것만으로 평상시보다 몇 배는 강해진 드래곤슬레이어가 전투불능이 되었다.
겨우 일합.
그것만으로 메이샤오는 죽기 직전까지 몰렸다.
두 사람 다 깨달았다. 지금 권한울은 상식을 초월한 괴물이라고.
“이봐, 다른 작전 없어?”
드래곤슬레이어의 말에 메이샤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요. 대신 당신이 시간을 끌어줘야 해요.”
“빌어먹을 저런 애송이를 상대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니…….”
절대자란 도전을 받는 입장이지 도전을 하는 입장이 아니다.
하지만 저런 괴물 같은 놈을 상대로 그런 것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그럼 너만 믿고 있겠다.”
드래곤슬레이어가 메이샤오를 내려놓았다. 주먹으로 손바닥을 팡팡 치며 앞으로 나설 때였다.
장검이 가슴을 뚫고 튀어나왔다.
드래곤슬레이어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칼자루를 움켜쥐고 있는 메이샤오의 모습이 보였다.
“……왜?”
메이샤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가슴에서 칼을 뽑은 뒤, 드래곤슬레이어의 목을 쳤다.
“미안해요. 이길 방법이 이것밖에 없더라고요.”
드래곤슬레이어의 시체에서 검은 가루 같은 것이 떠올랐다. 가루들은 모두 메이샤오가 손에 쥐고 있는 장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신을 귀검으로 만들면 가능성이 생기거든요.”
귀검(鬼劍).
죽인 자의 영혼을 사역하여 자신의 힘으로 삼는 수라혈의 권능.
메이샤오의 마력에 멸룡성의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하아…… 이거 좋네요. 당신의 힘에 반응해서 멸룡성의 힘이 커지고 있어요.”
드래곤슬레이어가 그랬던 것처럼 메이샤오의 마력도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거 알아요? 수라혈의 권능은 무기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죠. 그래서 검기니 검강이니 하는 것들과도 궁합이 잘 맞는답니다.”
메이샤오가 엄지손가락을 깨물어서 피를 냈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으로 칼날에 혈선을 그었다.
“그럼 수라혈의 권능인 귀검(鬼劍)과 검강이 만나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칼날이 붉게 물든다. 검강도 검붉은 빛을 토해냈다.
귀검 – 동근연지(同根連枝)
칼날을 중심으로 검강이 뻗어 나온다.
드래곤슬레이어를 귀검으로 만든 덕분에 마력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검강은 메이샤오를 휘감고 그것도 모자라서 바닥과 천장을 뒤덮었다.
마치 나뭇가지와 뿌리가 뻗어나가는 것 같았다.
“그 위력도, 범위도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답니다.”
검강은 어느새 권한울의 주변을 둘러쌌다. 사방팔방에서 권한울을 향해 예기를 뿜어댔다.
“아무리 당신이라 해도 맨몸으로 검강을 막을 수는 없겠죠.”
검강은 검강으로 막아야 하는 법.
하지만 이 많은 검강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제 끝내도록 하죠.”
검강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천천히 조여 오면서 권한울을 압박했다.
권한울은 시험 삼아서 주먹을 휘둘렀다. 거인의 팔이 사라지더니 검강의 다발을 후려쳤다.
그러나 권격은 검강에 닿는 순간, 잘게 나뉘어 사라졌다.
-대단하군.
이 모습으로 변한 이후, 처음으로 권한울이 입을 열었다.
-아무리 이 모습이라 하더라도 혈화검이 평생 동안 완성시킨 검은 능가할 수 없군.
이건 혈통이니 마력이니 하는 것과는 상관없다.
혈화검 메이샤오가 갈고닦은 검강이 권한울의 권격을 능가했을 뿐이다.
-그럼 이쪽도 이에 걸맞는 비기로 맞서는 수밖에.
권한울이 가슴 앞에 손을 모았다. 세 쌍의 거대한 손들도 똑같은 행동을 취했다.
권한울이 마력을 끌어올리자 온 세상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거대한 마력이 손으로 만들어놓은 공간 안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거인의 손을 토대로.
모든 용마기를 담는다.
그리고 아수라왕을 통해 용마기를 변형시킨다.
처음에는 불덩어리 같았던 용마기가 한 점에 모이더니 잘 갉고닦인 흑요석처럼 매끈한 구체를 이루었다.
검강의 다발 사이로 그 광경을 목격한 메이샤오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설마…… 말도 안 돼…… 아니…… 그건…….”
권강(拳罡).
절대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초월자의 기예.
“말도 안 돼…… 그건…… 그것 만큼은…….”
강기는 혈통의 유무랑 상관없이 오랜 수행과 많은 깨달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권한울의 나이대에서 권강을 습득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래도 소용없어요…… 똑같은 강기가 부딪히면 내가 이길 테니까.”
그녀의 말이 맞았다. 진정한 깨달음을 통해서 갈고닦인 메이샤오의 검강과 아수라왕을 통해 만들어진 권한울의 권강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권한울의 노림수는 강기의 충돌에 있지 않았다.
-후우…….
권한울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흑수정처럼 빛나던 권강에서 흰색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미리 말해두마.
연기의 양이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연기를 속에서 권한울이 말했다.
-이건 흑천제일권께서 직접 창안하신 기술이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메이샤오가 칼을 휘둘렀다. 검강의 다발이 권한울을 향해 쏟아졌다.
-이름은 묵염(墨炎)이라고 한다.
권한울이 모아놓은 권강이 모조리 소멸했다.
그 순간,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폭발했다. 엄청난 힘이 사방으로 퍼졌다.
권한울을 둘러싸고 있던 검강의 다발들이 한순간에 소멸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바닥과 그 위에 깔려 있던 잔해들도 모조리 사라졌다.
“……아?”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메이샤오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도망쳐야 한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 전에 무색의 폭발이 메이샤오를 덮쳤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두르고 있던 마력이 사라진다. 옷이 사라진다. 그리고 피부와 근육마저도 똑같은 신세가 되어버렸다.
“……아아.”
의미를 알 수 없는 한 마디를 남긴 채 메이샤오는 그대로 폭발에 휘말려서 사라졌다.
* * *
“……어?”
문득, 메이샤오는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고도 한동안 머릿속이 멍했다. 바로 직전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메이샤오가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시선을 내렸다. 자신을 몸을 본 메이샤오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끝났네.”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망신차이가 된 몸.
남아 있는 부위보다 없는 부위가 더 많았다.
그때,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어느새 권한울이 근처에 다가와 있었다.
“당신이 이겼네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메이샤오는 실소를 흘렸다.
“재미없네요. 절대자 둘을 상대로 이겼으면 좀 더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갑자기 온몸의 기력이 급격히 사라졌다.
간신히 붙어 있던 목숨이 육신을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
“……축하해요.”
메이샤오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새로운 절대자가 된 걸.”
그 말을 끝으로 메이샤오의 눈동자에 생기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