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통이 깡패임-201화 (201/221)

<혈통이 깡패임 201화>

201. 붕괴 (3)

“권명우 대장님을 찾으러 가겠다고요?”

권준열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한울의 결정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권명우를 찾으러 가겠다니? 그 말은 권명우를 지원하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권명우는 권명우다.

어떤 위기기 닥쳐도 권명우는 결코 흔들리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정면으로 돌파하여 자신의 적을 역으로 짓밟았다.

그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권준열로서는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 봐도 권명우가 지는 모습을 떠올릴 수 없었다.

“대장님보다는…… 흑암대를 챙기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권준열은 진심을 담아서 조언했다. 그러나 권한울은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작은할아버님께 가야 합니다.”

권한울은 단호했다.

본능이 경고했다. 모든 일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지금, 가장 위험한 사람은 권명우라고.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었다. 권한울은 진(眞) 흑룡혈을 보유하고 있다. 그 때문에 권한울의 내면에는 용의 본능이 깃들어 있다.

용의 본능이 계속 경고를 날리고 있었다. 이대로 쉴 시간이 없다. 당장 권명우를 찾으러 가야 한다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결국 권준열은 권한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권한울이 직계 혈족이라고 하지만 권준열은 수많은 공을 세워온 흑천대의 부대장이다.

권준열은 권한울의 말을 정면에서 거부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권한울이 없었더라면 방금 전, 강철대의 기습으로부터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지금은 권한울의 말을 듣는 게 좋다는 것을 권준열은 느끼고 있었다.

“다만, 흑암대를 지원하고 싶어도 비고의 위치를 알 수가 없어서…….”

권준열이 곤란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권한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몸을 돌리는 것과 동시에 벽을 향해 손날을 휘둘렀다. 예리하게 방출된 용마기가 벽을 길게 갈랐다.

“가, 갑자기 왜 이러는 겁니까.”

권준열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그 순간, 갈라진 벽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아아악!”

갑작스러운 비명소리에 권준열과 흑천대는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권한울 만큼은 바로 벽으로 튀어나가서 주먹을 휘둘렀다.

일격에 벽이 박살이 나며 빈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검은 로브를 입은 여성이 가슴을 베인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내 위치를……!”

여인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권한울은 조금도 대꾸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여인을 붙잡는 게 우선이었다.

“오, 오지 마!”

권한울이 다가오자 여인은 뾰족한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주머니에서 지팡이를 꺼내서 내질렀다.

지팡이의 끝에서 섬뜩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허공에서 촉수 다발이 튀어나와서 권한울을 휘감았다.

“큭?”

권한울은 얼굴을 찌푸렸다. 촉수에서 느껴지는 강도와 힘이 상상보다 강력했던 것이다.

권한울이 촉수와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여인은 목걸이를 움켜잡았다.

목걸이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벽과 바닥, 천장이 젤리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다.

권한울은 여인이 공간계 마법을 이용해서 도망치려 한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권한울은 이를 악물고 초인혈의 권능을 끌어올렸다.

몸을 휘감고 있는 촉수를 잡아 뜯었다. 그러나 이미 여인의 마법은 완성이 되어 버렸다.

젤리에서 점액질로 변한 벽이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대로 여인이 사라지려던 찰나였다.

<‘반마혈(班魔血)’이 사용자의 의지를 받아들입니다.> 갑자기 반마혈이 발현되었다. 악마왕에게서 얻은 이 혈통은 마법에 한해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했다.

<‘반마혈(班魔血)’이 반경 3m 이내의 모든 마법과 권능의 발현을 멈춥니다.> 반마혈의 권능이 발현되자마자 촉수가 소멸했다. 그와 동시에 벽의 움직임이 멈췄다.

점액질로 변했던 벽이 다시 딱딱한 무기질로 되돌아갔다.

“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여인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목걸이에 다시 마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마법은 다시 발현되지 않았다.

권한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곧바로 여인의 멱살을 움켜쥐고 땅바닥으로 패대기쳤다.

“아악!”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여인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권한울은 봐줄 생각이 없었다.

기어이 팔까지 꺾어서 제압하고 나서야 멈췄다. 여인은 바닥에 억눌린 채 고통으로 가득한 신음을 흘려댔다.

“이온의 마법사냐?”

“마, 맞아요! 맞으니까 제발 팔 좀 놔주세요!”

여인이 애원하듯이 소리쳤다. 권한울은 더욱 강하게 팔을 움켜쥐었다.

“꺄아악!”

“이곳에서 뭘 하고 있었지?”

“흐, 흑천대의 바, 발을 묶기 위해서 마법을 사, 사용해서 길을 바, 바꾸고…… 파, 팔이 끊어질 것 같아요!”

목걸이에서 느껴지는 마력이 심상치 않다 싶었더니 역시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권한울은 손날로 여인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여인은 곧바로 기절했다.

“권준열 님, 이 여자를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심문할 생각으로 죽이지 않았다. 권한울은 여자를 권준열에게 맡겼다. 그런 뒤, 자신은 여인이 들고 있던 유물을 살펴봤다.

<클레다멘다라>

-품질 : 레전더리(SSS-)

-설명 : 악마 공작 ‘클레다멘다라’가 사용하던 지팡이. 어떤 괴수도 묶어놓을 수 있는 마법이 담겨 있다.

<아후라다의 보옥>

-품질 : 레전더리(AAA-)

-설명 : 아후라다의 결계 내부에서만 사용 가능한 마도구. 이 마도구가 있으면 결계 내부의 공간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을 수 있다.

둘 다 처음 만져보는 마도구였으나 천재혈 덕분에 어렵지 않게 사용법을 알 수 있었다.

마도구를 만지작거리던 권한울은 문득 이대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만요.”

권한울은 여자의 몸을 뒤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여자가 걸고 있는 귀걸이를 발견했다.

<아후라다의 수정>

-품질 : 레전더리(AAA-)

-설명 : 아후라다의 결계 내부에서만 사용 가능한 마도구. 이 마도구가 있으면 결계 내부의 구조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귀걸이를 떼어서 손에 쥐었다. 그러자 머릿속에 입체적인 지도가 떠올랐다.

“역시.”

비고의 공간을 조작할 수 있는 유물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었는데. 추측대로 이런 유물이 따로 존재했다.

권한울은 지도를 들여다봤다. 놀랍게도 지도를 확대해서 그 공간에 누가 있는지도 볼 수 있었다.

지도를 뒤지던 권한울은 둘씩 묶여서 흩어져 있는 흑암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벽력자랑 라이신이잖아?”

너무 의외의 인물들이 흑암대와 함께 하고 있었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권한울이 당황해하던 그때였다.

지도의 구석에 있는 권명우가 보였다.

권명우는 드래곤슬레이어와 대치하고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권명우가 있는 장소를 확대했을 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메이샤오가 권명우의 가슴에 칼을 꽂아 넣었다.

“…….”

아주 잠깐, 머릿속에 새하얗게 물들었다. 권한울은 곧바로 행동을 정했다.

“권준열 님.”

“예?”

“작은할아버님께서 위험합니다. 지금 당장 움직이죠.”

“……예?”

권준열이 당황해서 되물었다.

“방금 흑암대를 부탁한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벽력자와 라이신과 함께 있으니 그쪽을 도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걸 설명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복잡했다. 권한울은 곧바로 목걸이에 마력을 집어넣었다.

<마도구 ‘아후라다의 보옥’가 공간을 재구성합니다.> 벽과 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권준열과 흑천대는 크게 놀랐다.

“권한울 님, 이건 대체 무슨 일입니까!”

설명할 여유가 없었다. 권한울은 권명우가 있는 방을 좌표로 정했다.

하지만 그곳으로 갈 수는 없었다.

<마력의 흐름이 복잡하게 뒤얽혀서 해당 좌표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권명우와 드래곤슬레이어가 뒤엉킨 여파로 마력이 뒤틀려 있었다.

권한울은 다시 궁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저곳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근처로 이동한 다음에 달려간다? 그래서야 너무 늦다.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 권명우의 목숨은 촌각을 다투고 있다.

“……아.”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권한울은 좌표를 정했다.

권명우가 있는 공간.

그 위로 말이다.

“좀 거친 방법을 쓸 겁니다. 다들 알아서 대비하세요.”

“예?”

권준열은 여전히 상황파악을 할 수 없었다. 그런 권준열을 내버려 두고 권한울은 주먹을 높이 쳐들었다.

<초인혈의 권능 ‘역발산기개세’가 발현됩니다!> 권한울의 주먹에 눈부신 빛이 맺혔다. 그 광경을 본 권준열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초, 초인혈?”

그 순간, 권한울이 주먹을 내리쳤다.

굉음과 함께 바닥이 붕괴되었다.

* * *

바닥이 무너져 내리며 흑천대와 강철대도 아래로 떨어졌다.

다들 처음에는 당황했으나 금방 대처했다. 흑천대는 물론 강철대도 평범한 헌터가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권한울 님!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잔해를 붙잡고 떨어지며 권준열이 소리쳤다. 권한울은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밑에 작은 할아버님과 메이샤오, 드래곤슬레이어가 있습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

어느 정도 떨어진 순간, 저 밑에서 엄청난 마력이 느껴졌다. 그 마력을 감지한 권준열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권한울의 말이 진짜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작은 할아버님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상처를 치료해 드려야…….”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대장님이 위험하다고요?”

권준열이 경악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 말에 흑천대도 반응을 했다.

“대장님이 위험하다고?”

“그 양반이? 정말로?”

“누구야! 어떤 새끼들이 우리 대장님을 건드렸어!”

권준열을 비롯한 흑천대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잔해를 박차며 더욱 빠른 속도로 아래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권한울은 눈을 꿈뻑거렸다.

“허어…….”

그 탓에 권한울은 흑천대보다 한발 늦게 아래에 도착했다.

바닥에 착지하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다들 성질도 급하시지.”

그러면서 고개를 들었다. 저 앞에 있는 메이샤오와 시선이 마주쳤다.

“권한울……!”

권한울을 보자마자 메이샤오는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하필 이럴 때 나타나다니! 당신이라는 사람은 하나 같이 다 마음에 안 드는군요!”

메이샤오가 분노를 터트렸다.

권명우의 목숨을 거두려는 찰나에 방해를 받았으니 화가 이만저만 난 게 아닌 모양이었다.

“허, 저 놈을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드래곤슬레이어가 권한울을 바라보며 기꺼워했다. 그 역시 권한울에게 원한이 있었다.

“잘됐군. 안 그래도 너한테 풀어야할 원한이 있었는데.”

두 절대자가 동시에 기세를 내뿜었다. 그 엄청난 기운에 흑천대의 얼굴이 굳어졌다.

“권한울 님, 저희가 돕겠습니다.”

권준열과 흑천대가 권한울의 옆에 섰다. 절대자의 기세에도 이들은 밀리지 않았다.

“하, 이 놈들이 어디까지 날 비굴하게 만들 생각이냐.”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 가슴에 붕대를 감은 권명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놈들은 내 사냥감이다. 너희들은 빠져라.”

“대장님이야 말로 가서 쉬세요. 그 몸으로 무리하시면 진짜 죽어요.”

“그러게 평소에 좀 열심히 운동하시지.”

“아니, 이 새끼들이 못하는 말이 없네!”

권명우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흑천대원들 사이에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권명우와 흑천대. 그리고 같이 떨어진 강철대까지.

그들을 바라보며 권한울은 한 마디로 말했다.

“됐으니까. 다들 물러나세요.”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권명우는 눈을 꿈뻑거리다가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작은 할아버님도 그렇고 다들 도움이 안 되니까 물러나셔서 상처부터 치료하세요.”

그 말에 권명우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권명우는 크게 화를 냈다.

“이놈아! 아무리 내가 다쳤다지만 그런 말을 하면…….”

그때, 권한울의 몸이 사라졌다. 어느새 권명우의 앞에 나타났다.

권명우가 반응하기도 전에 목덜미를 후려쳤다. 권명우는 찍소리도 못하고 기절했다.

“이것도 못 막으시면서 어떻게 싸우시겠다는 거예요.”

권한울은 손을 탁탁 털면서 말했다.

격전을 치루는 동안 권명우는 이미 체력과 마력이 거의 다 소모를 했다. 그런데 심장에 관통을 당한 상태에서 또 싸운다?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나머지 분들도 어서 가세요. 여기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권한울이 손짓을 했다. 권준열과 흑천대는 당황해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때였다.

“이 애새끼가 지금 뭐라고 한 거냐?”

어느새 드래곤슬레이어가 권한울의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너 혼자서 우리 둘을 상대하겠다고? 어디 이것부터 받아내고 그딴 소리를 해봐라!”

드래곤슬레이어가 엄청난 기세로 손도끼를 내리쳤다.

흑천대가 그 광경을 뻔히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움직임을 놓칠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도끼가 권한울의 머리를 쪼개려 했다. 그 순간, 권한울의 몸이 움직였다.

손도끼의 날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갈 정도로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몸을 틀었다. 그와 동시에 드래곤슬레이어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허벅지가 움푹 들어가며 무릎이 굽혀졌다. 드래곤슬레이어의 눈동자가 빠질 듯이 커졌다.

“크, 크어어…… 컥!”

비명을 내지르기도 전에 권한울의 주먹이 턱을 올려쳤다. 드래곤슬레이어의 머리가 뒤로 꺾였다.

그 바람에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그곳을 향해 권한울이 팔꿈치를 꽂아 넣었다.

그 커다란 덩치가 공처럼 튕겨져 나갔다. 저 멀리 벽에 처박혔다.

“……어, 어어?”

권준열은 너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나머지 흑천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드래곤슬레이어.

모든 용종의 천적이며, 흑천의 맞수.

그 괴물이 저렇게 허망하게 날라가다니?

자신들이 제대로 본 게 맞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세 번 말하기는 싫으니까 이번에 잘 들으세요.”

그러나 정작 권한울은 드래곤슬레이어에게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았다. 오로지 흑천대만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할아버님을 모시고 물러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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