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통이 깡패임-190화 (190/221)

<혈통이 깡패임 190화>

190. 복수자 (5)

여의주(如意珠).

천 년 동안 수행을 마친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는 순간, 만들어 낸다는 귀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범인조차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천지만물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용의 힘을 다룰 수 있는 흑룡혈의 마지막 권능은 이 여의주를 생성해 내는 것이다.

<‘여의주 – 오행’이 사용자에게 감응합니다.> 기이하게도 흑천 일가의 문헌 중에서 여의주에 대한 기록은 무척 적다.

역대 흑천의 혈족 중에서 여의주를 습득한 사람이 적을 뿐만 아니라 여의주가 지니고 있는 힘이 무척 방대하고 복잡하기에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한울 역시 여의주를 습득하기는 했으나 아직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고 있었다.

<‘여의주 – 음양’이 반응합니다.> 특이한 사실은 권한울에게는 여의주가 하나 더 존재한다는 것이다.

과거 이무기의 내단을 습득한 나비효과가 권한울에게 두 번째 여의주를 안겨줬다.

<두 여의주가 서로 공명합니다.>

<‘오행’과 ‘음양’을 동시에 소환하시겠습니까?> 권한울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몸속에 머물고 있는 두 번째 여의주를 잠재웠다.

여의주를 다루는 것은 무척 힘들고 어렵다. 천리용안과 청해용각을 동시에 사용하고 나서야 여의주의 힘을 약간 사용하는 게 고작일 정도.

여기서는 하나로 충분하다.

여의주가 찬란한 빛을 내뿜기 시작한다. 전투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한순간 그 빛이 시선을 빼앗겼다.

“드디어 그 빌어먹을 구슬을 꺼냈구나.”

뇌신으로 변한 라이신이 입을 열었다. 뇌신강림을 꺼내든 이후부터 그녀의 기세는 하늘을 집어삼킬 듯이 강렬했다.

“그 구슬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다! 스승님의 말로는 대처법 따위는 없다고 하셨지!”

여의주의 힘은 방대하다. 흑천의 혈족 중에서 여의주를 완벽하게 다루는데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저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힘을 사용할 뿐. 그렇기에 여의주에는 대처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조언은 해 주셨다. 무슨 수를 써도 좋으니 시간을 소모시키면 그만이라고!”

라이신이 한쪽 팔을 휘둘렀다. 팔이 채찍처럼 길어지는가 싶더니 거대한 전격이 지면을 쓸어버렸다.

<‘여의주 - 오행’이 공간을 장악합니다.> 여의주의 힘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공간을 집어삼키고 자신의 지배아래 두었다.

라이신이 휘두른 전격이 여의주가 장악한 공간 안에 들어왔다. 그러자 가루가 물에 녹듯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막아 낸 것도, 비슷한 힘으로 상쇄시킨 것도 아니다.

스킬을 이루고 있는 마력의 연결을 흐트러트린 다음에 소멸시킨다.

한참 수준이 떨어지는 헌터도 아니고 동급, 어쩌면 그 이상이 되는 헌터의 기술을 이런 식으로 막아 내다니.

라이신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디 이것도 막아 보시지!”

라이신이 섬광이 되어 사라졌다. 하늘 위에 나타난 뒤, 전격을 흩뿌렸다.

그녀가 발산한 전격이 번개가 되어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의주의 영역에 들어오자마자 소멸되었다.

“진짜 정신 나간 권능이네.”

라이신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스승에게 설명을 듣기는 했으나 직접 보니 기가 막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속시간이 얼마 안 남았지?”

그 말대로였다. 여의주의 권능은 무척 강력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존재는 용이 아니라 한낱 인간이다.

<지속시간 : 100초.>

여의주의 힘을 사용할수록 지속시간은 줄어든다.

무슨 수를 써서든지 여의주의 힘을 소모시킨다. 라이신이 스승에게 들은 조언은 정확했다.

“이거 위험하군. 시간이 다 끝나기 전에 뭔가를 보여줘야겠는데.”

그리 말하며 권한울은 여의주에 의지를 불어넣었다. 여의주가 또 다시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내가 순순히 당해 줄 거 같아?”

라이신이 허공을 박차며 움직였다. 섬광이 되어 권한울의 주변을 마구 뛰어다녔다.

허공에 선이 그어지고, 그 선이 사라지기도 전에 또 그어진다. 마치 빛으로 된 그물이 권한울을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았다.

권한울조차 지금의 라이신은 포착할 수 없었다. 눈으로 쫓는 건 고사하고 감각으로 포착하는 것도 버거웠다.

“이대로 천천히 말려서 죽여 주지!”

이동하는 도중 라이신이 전격을 쏘아냈다. 사방에서 발사된 전격이 권한울을 덮쳤다.

라이신이 쏘아 낸 전격들 역시 여의주의 권능을 뚫지 못하고 허공으로 흩어졌다.

<남은 시간 : 80초>

문제는 전격을 막아 낼수록 여의주의 지속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지속시간 : 60초>

1분 밑으로 내려갔으나 권한울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지금부터 자신이 행할 일에 집중할 뿐이었다.

<권능 ‘천리용안(天理龍眼)’이 세상을 응시합니다.> 이마에 떠오른 세 번째 눈동자가 고정된다. 시선이 향하는 방향은 허공이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였다.

<권능 ‘청해용각(淸海龍角)’이 방향을 잡습니다.> 머리에 돋아난 뿔이 여의주의 힘을 이끌어 낸다. 여의주의 빛이 더욱 밝게 빛났다.

<지속시간 : 10초>

드디어 지속시간이 바닥을 드러낸 그때, 권한울이 남아 있던 힘을 모조리 이끌어 냈다.

“가라앉혀라.”

그 순간, 여의주가 보이지 않는 힘을 내뿜었다.

조용하지만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기파가 온 세상을 휩쓸었다. 라이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엇?”

허공을 박차려고 했으나 아무 것도 밟히지 않았다. 라이신은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다.

“윽,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라이신은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엄청난 기파가 일어난 것치고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세상은 여전히 조용했다.

“뭐야, 설마 실패한…….”

그때였다.

라이신의 몸에 깃들어 있던 전력이 외부로 방출되기 시작했다.

“이, 이거 왜 이래.”

라이신은 크게 당황했다. 전력을 어떻게든 붙잡으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몸에 충분하게 차올라 있던 전력이 순식간에 방전되었다. 아니, 뇌력뿐만이 아니었다. 라이신의 체내에는 마력이 단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 말도 안 돼…….”

라이신은 원래대로 돌아온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 마력을…… 모두 날려 버렸어?”

권한울이 한 일은 무척 단순했다. 라이신이 쏘아 낸 전력을 무효화했던 것처럼 라이신의 체내에 있는 마력을 전부 소멸시킨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차오르겠지만 현재의 라이신은 마력이 없는 일반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이미 손을 떠난 전격을 무효화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라이신의 체내에 있는 전력은 그녀의 의지에 의해서 단단히 묶여 있었으며 제어를 당하고 있었다.

그것을 권한울은 억지로 강탈한 뒤, 소멸시켰다.

“스승님도 이런 말씀은 안 하셨는데……?”

벽력권이 말한 여의주의 권능 중에 이런 능력은 없었다.

그 말은 권한울이 만들어 낸 여의주는 다른 혈족들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더 할 건가?”

권한울이 라이신을 향해 물었다.

라이신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력이 없는 몸뚱아리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면 영원히 루인 아스파담의 원한울을 풀 수 없다.

“당연하지.”

라이신은 맨주먹을 움켜쥐었다. 마력은 남아 있지 않았으나 두 눈의 투지는 여전했다.

“그만하거라.”

그때, 벽력권이 나섰다. 그는 라이신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움켜잡았다.

“스, 스승님.”

“똑똑한 녀석이 오늘따라 왜 이리 미련하게 구는 게냐. 이미 승부는 끝났다.”

“아, 아직입니다. 저는…….”

“저 아이는 이미 네 억지를 들어줬다. 그러니 너도 적당히 물러날 줄을 알아야 하는 게 아니냐.”

벽력권이 단호하게 말했다. 라이신은 말없이 주먹을 쥐었다.

“먼저 돌아가서 마음을 정리하고 있거라.”

벽력권은 라이신에게 마력이 담긴 포션을 건넸다. 라이신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약을 마셨다.

바닥이 났던 마력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라이신은 그 즉시, 자리를 벗어났다.

번개가 되어 사라지는 라이신을 권한울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

“제자를 대신해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네.”

벽력권이 권한울을 향해 짧게 목례를 했다.

“제자의 억지를 받아 준 것도 모자라서 저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줘서 고맙군.”

권한울은 볼을 긁적였다. 그가 라이신이 떠나는 것을 막지 않은 이유는 딱히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서가 아니다.

또 복수를 하겠다며 덤벼들 것 같아서 내보냈을 뿐이다.

“원래 저렇게 철이 없는 아이가 아니라네. 오히려 내 제자들 중에서 가장 사려깊은 아이였는데.”

벽력권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권한울은 그를 향해 물었다.

“루인 아스파담과 저 아이는 단순한 사문관계가 아니었다네. 그보다 좀더…… 깊은 관계였지.”

벽력권은 더 이상 설명은 하지 않았다. 권한울도 괜히 캐묻지 않았다. 그럴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보다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네.”

“무엇입니까.”

“자네가 보여 줬던 그 보법…… 벽력굉천권과 몹시 흡사하더군. 어디서 어떻게 얻게 된 것인가.”

결국 올 것이 왔다.

천공비로를 사용할 때부터 예상은 했다. 오히려 알아보지 못했다면 실망했으리라.

“맞습니다. 벽력굉천권의 일부를 변형시켜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변형시켰다고? 그러니까 지금…… 스킬을 새로 만들어 냈다는 건가?”

벽력권은 말을 잇지 못했다.

헌터들은 어디까지나 스킬을 습득하고 사용할 뿐이다.

스킬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은 절대자라 불리는 이들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걸 권한울이 해낸 것이다.

“혹시 벽력굉천권을 함부로 손댄 것이 불쾌하시다면…….”

“아니…… 그건 아닐세. 자네는 루인을 쓰러트리고 벽력굉천권을 얻었지. 그걸 어떻게 하든 그건 자네의 마음이야. 다만, 좀 놀랐을 뿐이라네.”

벽력권은 잠시 고민하다가 권명우를 돌아봤다.

“이보게.”

“왜.”

“내가 이 친구에게 선물을 하나 주고 싶군. 괜찮겠나?”

“네가…… 선물이라고?”

벽력권이 아공간을 열었다. 그곳에서 팔찌를 하나 꺼내서 권한울에게 던졌다.

“원래는 라이신이 10위권에 진입하면 주려고 했던 물건일세. 하지만 그 아이보다는 자네에게 더 어울릴 것 같군.”

<케세르 에세르>

-품질 : 레전더리(SS-)

-설명 : 어떤 고행자가 만들어 낸 팔찌. 몸의 무게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능력

1. 특수스킬 ‘천근만근’을 사용할 수 있다.

2. 특수스킬 ‘일장춘몽’을 사용할 수 있다.

3. 특수스킬 ‘클락업’을 사용할 수 있다.

“내가 젊은 시절에 수련을 할 때, 사용하던 물건이지. 난 그 팔찌 덕분에 세계최속의 권사라는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네.”

그렇게 귀한 것을 받게 되다니. 권한울은 팔찌를 소중하게 손에 쥔 채 감사를 표했다.

“자네의 재능에 경의를 표하고, 제자의 무례를 사과하는 뜻에서 보내는 것이라네.”

벽력권은 권명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나는 이만 가 보겠네.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흥, 또 보기는 뭘 봐. 두 번 다시 얼굴 비추지 마.”

뇌광이 벽력권의 몸을 둘러쌌다.

이윽고 벽력자의 몸이 사라졌다. 어디를 둘러봐도 벽력권을 찾을 수 없었다.

제자인 라이신과는 비교도할 수 없을 만큼 조용하고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권한울은 새삼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놈아!”

벽력권의 움직임을 머릿속에 되새기고 있을 때였다. 한걸음에 달려온 권명우가 권한울을 끌어안았다.

“주기적으로 사람을 놀래키더니 설마 환수까지 이길 줄이야!”

권명우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차세대 절대자라 불리며 20위권에 등극했던 고수 라이신을 정면에서 꺾어버렸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온 세상이 들썩거릴 게 분명했다.

“으하하하핫! 벽력권 그 녀석! 만날 때마다 제자 자랑을 그렇게 하더니 결국 이런 식으로 혼쭐이 나는구나!”

다만 권명우가 기뻐하는 진짜 이유는 벽력권의 자존심이 구겨졌기 때문인 듯했다.

“다들 봤느냐! 이게 권한울이다! 진혈이다! 앞으로 우리 흑천은 이 아이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다!”

권명우는 흑천대와 강철대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권한울은 괜히 부끄러워져서 권명우를 말렸다.

“할아버님. 이쯤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이쯤? 그래! 여기서 이렇게 떠들게 아니지!”

아차, 권한울은 얼굴을 쓸었다. 권명우는 아무래도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는 듯했다.

다행히 구원의 손길은 금방 나타났다.

“응? 뭐라고?”

흑미대의 대장 권소리가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게 정말이야? 알겠어. 이만 끊자.”

권소리는 통화를 종료한 뒤,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메이 가문의 비고 입구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도시에 있는 모든 헌터가 그쪽으로 몰려드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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