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이 깡패임 176화>
176. 마지막 (2)
-……형님, 어떻게 찾아오신 겁니까.
권천이 날 선 목소리로 물었다. 권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흑천은 예전부터 너희 둘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다만, 회장님께서 명령을 내리지 않아서 손을 쓰지 않았을 뿐이지.
권천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사실 권천도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흑천이라면 둘을 찾아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형님께서 제 앞에 나타나셨다는 말은…… 아버지께서 결단을 내리셨다는 뜻이겠군요.
-그건 아니다.
권혁은 단칼에 부정했다. 권천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네놈의 뒤에 있는 계집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거다.
권천은 이다해를 돌아봤다. 이다해는 밝은 얼굴로 말했다.
-방금 회장님께서 다녀가셨어요. 권천 님을 다시 가문에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앞으로 뒤쫓지 않겠……다고…….
이다해의 말끝을 흐렸다. 그렇다면 권혁은 어째서 자신들의 앞에 나타났단 말인가.
-그래, 회장님께서는 너희 둘을 방관하기로 하셨다. 방금 전, 명령이 내려왔지.
권천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런 명령까지 내려왔는데. 암살자가 이다해를 공격했다. 뒤 이어 권혁까지 나타났다.
-눈치는 여전히 빠르구나.
권혁이 비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아버지께서는 너희 둘을 내버려두실 생각이겠지만…… 나는 아니거든.
-형님, 이 일을 아버지께서 아시면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 오지 않았더냐.
권혁이 천천히 양팔을 벌렸다.
-등잔 밑이 어둡다지. 아버지가 저 계집을 만나고 돌아간 지금, 그분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방심하고 계실 거다.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열 명이 넘는 헌터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각자 손에 흉흉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다해야.
권천은 저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눈감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권천은 이다해와 아이를 품에 안고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땅에 착지를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에서 헌터들이 몰려왔다.
권천은 이다해와 아이를 안은 채 두 다리만으로 헌터들을 상대했다. 헌터들을 걷어차며 도주했다. 한참을 달리다가 두 사람을 내려놓았다.
-먼저 가. 여기는 내가 막고 있을게!
권천이 소리쳤다. 이다해는 이를 악물었다.
떨어지기 싫다. 권천과 함께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고집을 피울 수 없었다.
-……꼭 돌아오셔야 해요.
이다해는 아이를 품에 안고 도망쳤다. 건강혈 덕분에 이다해는 어지간한 헌터보다 능력치가 높았다. 빠른 속도로 멀어졌다.
하지만 권혁이 데려온 헌터들은 이다해보다 월등히 강한 자들이었다. 아무리 이다해가 열심히 도망쳐봤자 금방 따라잡힐 게 분명했다.
그러니 자신이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했다.
-꼭 살아야 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권천은 뒤를 돌아봤다. 권혁이 보낸 헌터들이 뒤쫓아오고 있었다.
용투기를 일으키며 권혁은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이다해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두 다리는 터질 것처럼 아프고, 산소가 부족해서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래도 이다해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권천이 막고 있는 동안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했다.
<진(眞) 건강혈이 격한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체력과 민첩이 0.7 상승합니다!> <체력회복속도가 300% 빨라집니다!> 다행히 그녀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다. 몸에 품고 있는 건강혈이 그녀의 도주를 도왔다.
하지만 줄곧 평범하게 살아온 이다해가 흑천의 헌터들을 뿌리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방법을…… 찾아야 해…….
이다해는 도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늦은 시간이라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차피 사람이 있어도 도움을 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권혁이 그렇게 허술하게 일을 처리할리 없다. 이미 대책을 세워놨을 것이다.
이다해는 완벽하게 고립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그녀 혼자서 아이를 살릴 방법을 찾아야 했다.
문득, 이다해의 시아에 의료수거함이 들어왔다. 이다해는 자물쇠를 뜯어내고 아래에 있는 입구를 열었다.
그 안에 아이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금방 돌아올게. 조금만 참고 있어.
입구를 닫고 나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이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없으리라는 걸.
이다해는 품에서 산모수첩을 꺼냈다. 첫 번째 장에 아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한울이.
한은 크다라는 뜻을, 울은 세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크게 자라라는 뜻에서 이다해와 권천은 아이의 이름을 한울이라고 정했다.
-엄마가 정말 사랑한다.
이다해는 다시 한번 더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때, 이다해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녀의 몸에서 하얀 빛이 떠올라서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꼭 돌아올 게.
이다해는 아이를 내려놓았다. 의료수거함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쳤다.
하지만 얼마 도망치지 못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창이 그녀의 가슴을 꿰뚫었다. 이다해는 힘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대여섯 명의 남자가 그녀의 시체 주위로 내려앉았다. 이다해의 시체를 살피던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아이가 없잖아?
그 헌터가 다른 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당장 흩어져! 찾아내서 죽여!
-굳이 아이까지 데려가야 해?
-권혁 님의 명령이다! 죽기 싫으면 토 달지 마!
헌터들은 다시 사방으로 흩어졌다.
* * *
-한심하군.
권혁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아스팔트 도로 위로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그동안 발전한 게 하나도 없어. 아니, 오히려 퇴화했구나.
권천은 눈동자만 움직여서 권혁을 올려다봤다. 전신이 난자당한 탓에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내가 왜 널 죽이려 하는지 이해 못하겠지. 사실 널 그냥 내버려둘 수도 있었어. 하지만…… 난 후환을 남겨 두는 사람이 아니거든.
아무리 가문에서 도망친 배반자라지만 어엿한 직계가 외부에 남아 있는 것은 권혁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런 변명은 다 집어치우마.
그러나 권혁이 진짜로 권천을 죽이려는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난 옛날부터 네놈이 위선을 떠는 게 마음에 안 들었어.
권천의 말이, 행동이, 그 모든 것이 권혁을 자극했다.
-자, 죽이기 전에 기회를 주마.
권혁이 권천의 머리를 붙잡아서 들어올리며 물었다.
-무슨 말이든 좋다. 욕을 해도 좋고 저주를 퍼부어도 된다. 내게 말할 기회를 주마.
권혁은 한껏 기대감을 품고서 권천을 바라봤다. 권천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형님, 좀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 말에 권혁의 얼굴이 굳었다.
-이 아우가 우둔하여 형님의 속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권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를 갈며 권천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게 아니야! 내가 그딴 헛소리나 들으려고 왔는 줄 알아? 말해! 네 진심을 말하란 말이야!
권혁은 권천의 머리를 움켜쥔 채 연신은 바닥에 내려찍었다.
-말해! 말하라고! 말하란 말이야!
권혁은 씩씩거리며 손을 멈췄다.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권천을 노려봤다.
권천은 얼굴이 이미 다 뭉개져서 눈코입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다.
-부디…… 아버지께…….
그럼에도 힘겹게 입을 움직였다.
-당신의…… 잘못이…… 아닌…….
권혁의 얼굴이 힘줄이 섰다. 권혁은 양손으로 권혁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딴 위선 떨지 말라고 했지!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권천의 머리가 힘없이 늘어졌다.
* * *
석관 속에서 권한울은 눈을 떴다.
양손으로 석관을 밀어서 열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피부에 닿는 공기가 낯설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빛이 눈이 부시다.
문득,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주하연인가 싶어서 권한울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하연 씨, 내가 뭘 봤는지 알아요? 옛날 일을 보고 왔어요.”
어째서 환골탈태 시술을 받는데. 그런 과거의 기억을 보게 됐는지 모르겠다.
어렴풋이 추측하기로는 그릇을 소유한 사람들의 기억을 보게 된 게 아닌가 싶었다.
악마에서 시작되어 어머니까지 보게 되었으니.
“난 말이죠. 지금까지 부모님을 원망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확실하게 알았다.
여태까지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한 번도 만나 본적이 없다고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사실 그건 진짜 무관심이 아니었다. 자신을 혼자 내버려둔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표출했던 것이었다.
“혼자 사느라 힘들었거든요. 많이 힘들었어요.”
문득 권선우와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부모의 원수인 자신이 원망스럽지 않냐고 물었던 권선우에게 권한울은 이렇게 대답했었다.
-솔직히 말해서 별 생각이 안 듭니다.
-기억도 안 나는 아버지를 위해서 위험을 짊어질 수는 없죠.
사실 그게 아닌데.
자신을 버린 게 아니었는데. 혼자 둘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는데. 두 사람은 끝까지 자신을 지키려고 했는데.
이렇게나 받은 게 많은데.
“어쩌죠.”
서서히 허리가 숙여졌다.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죄악감이 밀려왔다. 죄책감이 가시가 되어 온몸에 틀어박히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해 버렸어요.”
* * *
“아, 저기 미안한데.”
오딘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난 하연이가 아니거든.”
권한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비로소 오딘을 알아봤다.
“하연이는 저기 누워 있는데. 만나게 해 줄까? 어차피 넌 여기서 죽을 거라. 그 정도 소원은 들어줄 수 있는데.”
권한울은 단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은 채 오딘을 쳐다봤다. 마치 고정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아참, 내 소개를 안했구나. 나는 판데모니엄의 대의원 오딘…….”
“본 적 있어.”
그 말에 오딘은 흡족했다. 역시 이 몸의 명성은 어딜 가지 않았다.
“어머니의 가족을 죽이고 납치했던 그 마법사로군.”
그런데 권한울의 말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어머니에게 그릇을 집어넣고 실험을 했던 그 마법사야.”
조용했던 권한울의 몸에서 점점 마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권혁과 손을 잡고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웠던 그 마법사 맞군!”
분노가 격발되었다. 막대한 마력과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그 광경을 보고도 오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괜히 힘 빼기는. 너 그런다고 나 못 이긴다.”
오딘은 판데모니엄의 대의원.
단순히 능력치로 봐도 그는 SS급 능력치를 이미 몇 개나 손에 넣었다.
이제 막 루키로 소문난 권한울과는 스펙부터가 달랐다.
“그냥 얌전히 있으면 안 될까? 그럼 안 아프게 죽여줄…….”
쉴 새 없이 말을 늘어놓던 오딘이 서서히 조용해졌다.
권한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방금 전보다 월등히 강해져 있었다.
“뭐야? 힘을 숨기고 있었…….”
권한울이 딛고 있던 바닥이 갈라졌다. 주변의 사물들이 폭발에 휘말린 것처럼 날아갔다. 천장과 벽이 마력에 의해서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환골탈태에 성공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S급에 도달합니다!> <근골이 재구성 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30%의 보정을 받습니다> <마력통로가 재구성됩니다! 모든 마력의 효율 및 위력이 30% 상승됩니다!>
강대한 힘이 내부에서부터 용솟음쳤다. 하지만 환골탈태로 인한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권한울의 내뿜는 마력이 어떤 형상을 이루었다. 거대한 용이 똬리를 틀고 울부짖었다.
<흑룡혈의 동화율이 80%에 도달합니다!> <권능 ‘여의주 – 오행’을 습득합니다!> <특성 ‘용주’가 권능 ‘여의주-오행’의 영향을 받습니다!> <특성 ‘여의주 – 음양’으로 격상됩니다!> <특성 ‘만독불침’이 독인으로 진화합니다!> <특성 ‘교룡지체’가 ‘반인반룡’으로 발전합니다!>
흑룡혈의 동화율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더욱 짙어진 용의 본능이 권한울에게 깃들었다.
“……환골탈태로 이렇게까지 격변한다고?”
오딘은 의문을 느꼈다. 이온에는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이 잠들어 있다. 당연히 환골탈태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환골탈태를 경험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놀랍도록 강해지기는 했지만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거 나도 긴장해야겠군.”
오딘은 저주의 덩어리를 꺼내들었다. 설마 권한울을 제압하는데. 이것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어쩌면 <혈통을 죽이는 뱀>을 써야할지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였다. 별안간 권한울이 사라졌다.
“어?”
놓쳤다. 권한울보다 월등히 뛰어난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는 자신이, 권한울의 움직임을 놓쳤다.
갑자기 눈앞에 권한울이 나타났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주먹을 쥐고 있었다.
오딘이 반응하기도 전에 권한울의 주먹이 먼저 복부에 틀어박혔다.
그 직후, 오딘의 몸이 천장에 틀어박혔다.
아니, 틀어박힌 수준이 아니었다. 천장을 뚫고 튀어나갔다.
오딘의 몸은 천장을 연달아 부수며 위로 숫구쳤다. 시야가 뒤흔들려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오딘은 더 이상 시술실에 있지 않았다. 층을 알 수 없는 곳에 엎어져 있었다.
“무슨…… 일이…….”
바로 앞에 있는 바닥이 뻥 뚫려 있었다. 그 밑을 확인하려던 찰나, 몸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우욱!”
수도꼭지를 최대한 틀어놓은 것처럼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뒤늦게 격통이 따라왔다. 마치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아무리 환골탈태를 했다지만 권한울의 능력치라 해 봤자 S급이 한계일터. 그런데 어떻게 자신을 압도한단 말인가.
“대의원님?”
문득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자신이 고용한 판데모니엄의 악인이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래요? 갑자기 왜 밑에서 튀어나오셨어요?”
“그, 그쪽이야말로…… 뭘 하는 중…….”
격통 때문에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판데모니엄의 악인은 정면을 가리켰다.
망신창이가 된 흑예대원이 보였다.
“이제 슬슬 마무리 지으려고 했죠. 그런데 의원인 뭘하던…….”
그때, 오딘이 튀어나온 구멍에서 누군가 솟아났다.
권한울이 오딘을 노려보고 있었다.
“권한울……!”
오딘은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서 저주의 덩어리를 최대한 끌어냈다.
“이건 또 뭐야?”
그때, 판데모니엄의 악인이 권한울에게 다가갔다. 험상궃은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가 묻고 있잖아. 뭐 하는 새끼인…….”
파삭.
판데모니엄의 악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으스러졌다. 마치 짓밟힌 깡통 같은 모습이었다.
“…….”
그 모습을 본 오딘은 할 말을 잃었다.
판데모니엄의 악인을 한 번에 죽여서? 그것도 놀랍지만 진짜 이유는 아니었다.
“너 그거…….”
권한울의 옆에 거대한 손이 떠올라 있었다. 방금 전, 판데모니엄의 악인을 으스러트린 그 손이었다.
예전에 본 적이 있다.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서 무엇이든 부수고 박살 내는 거인의 손.
저것은…….
“……초인혈의 권능이잖아.”
* * *
오딘은 볼 수 없다.
권한울의 눈에는 이런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환골탈태에 성공하셨습니다!>
<초인혈의 동화율이 80%에 도달합니다!> <권능 ‘금강기’가 ‘금강불괴’로 발전합니다!> <권능 ‘패왕성’이 ‘역발산기개세’로 발전합니다!> <권능 ‘패란의 손’을 습득합니다!> <권능…….>
수도 없이 많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권한울은 그것들에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오직 눈앞에 있는 오딘만을 노려봤다.
“도망칠 생각하지 마라.”
권한울이 나지막이 말했다. 마치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았다.
“잔뼈 하나 남기지 않고 으깨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