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이 깡패임 158화>
158. 서로의 원수 (2)
바벨의 선박.
달리아 바벨은 무척 진지한 얼굴로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노트북에서 재생되는 영상 속에서는 권한울이 드래곤슬레이어의 제자와 싸우고 있었다.
“이게 흑천의 진혈…….”
달리아 바벨은 동영상을 몇 번이고 되돌려 봤다. 차갑게 내려앉은 눈빛은 얼핏 살기까지 띄는 듯 했다.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 달리아 바벨은 깊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부럽다.”
얼굴을 움켜잡으며 한 번 더 말했다.
“부러워 죽겠다.”
침대에 몸을 던지더니 그 위를 데굴데굴 구르며 또 말했다.
“부러워 미치겠다!”
달리아 바벨은 침대 위에서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아, 왜 흑천에만 진혈이 나타나는 거야! 우리 바벨 가문에는 왜 안 나오는 건데!”
천공투기장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은 S급 능력치 세 개.
그만하면 상당한 강자라고 볼 수 있지만 세계로 나가면 그리 대단할 게 없는 수준이다.
진정한 세계랭커라 불리는 트리플 넘버링의 최소 자격 조건이 모든 능력치가 S급인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뭐가 저렇게 강해! 진혈이라 그런 거야? 아니면 흑천에서 잘 키운 거야?”
하나 영상 속에서 권한울이 보여 준 힘은 천공투기장의 참가자 수준이 아니었다.
세계랭커, 그 중에서도 트리플 넘버링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더 섬뜩한 건 아무리 봐도 권한울이 전력을 다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적룡성도 통하지 않다니.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바벨의 가주로서 드래곤슬레이어라는 존재는 경계할 수밖에 없는 위험인물이다.
그런데 권한울은 그 제자라는 마노 스톤라이트를, 그녀의 적룡성을 가볍게 무시했다.
“부러워! 부러워어어!”
달리아 바벨은 다시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가주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때, 문 밖에서 사샤 바벨의 목소리가 들려왓다. 달링 바벨은 반색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마침 이 질투를 공유할 대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샤!”
달리아 바벨은 방문을 확 열어젖혔다. 사샤 바벨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소리쳤다.
“사샤! 마침 잘 왔어! 방금 권한울 영상을 보는데. 너무 어이가 없지 뭐니! 이게 말이 돼? 저게 말이 되냔 말이야. 왜 흑천에만 저런 괴물 같은 게 나오는 건데!”
달리아 바벨은 사샤 바벨의 배에 얼굴을 마구 비벼댔다.
“부러워! 너무 부러워! 우리 바벨은 왜 진혈이 안 나타나는 건데! 우리 가문이 뭐가 부족해서! 억울해! 억울해서 미칠 거 같아!”
문득 달리아 바벨의 시야에 사샤 바벨의 뒤에 서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달리아 바벨의 몸이 굳었다.
“……권한울?”
권한울은 못 볼 것을 봤다는 듯이 고개를 슬쩍 돌리고 있었다.
달리아 바벨은 고개를 들어 사샤 바벨을 쳐다봤다. 사샤 바벨의 얼굴은 수치심에 잔뜩 물들어 있었다.
“어머나.”
달리아 바벨은 사샤 바벨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헛기침을 하며 권한울에게 말했다.
“일단 들어오렴.”
* * *
“날 치료하는 대신 권한울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고?”
사샤 바벨의 설명을 듣자마자 달리아 바벨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사샤 너 설마 권한울에게 내 상태에 대해서 말한 거니?”
달리아 바벨의 목소리에 분노가 담겼다.
“미쳤구나. 너 같이 똑똑한 애가 왜 이런 멍청한 짓을 저지른 거니! 이번 일은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란다!”
사샤 바벨은 입술을 깨물었다.
“각오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가치가 있다고?”
“권한울은 제 몸에 침투해 있던 적룡성의 기운을 말끔하게 지워 냈어요.”
그 말에 달리아 바벨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적룡성이 얼마나 지독한지는 가주인 그녀도 잘 알고 있다. 한 번 체내에 침투하면 마력으로 몰아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달리아 바벨은 권한울을 향해 물었다.
“그것도 진혈의 능력인가요?”
“그렇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달리아 바벨이 권한울을 향해 물었다. 권한울은 애매하게 얼버무렸다.
그 말에 달리아 바벨은 무심코 한 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부럽다.”
권한울과 사샤 바벨이 뭘 잘못 들었나 싶은 표정을 지었다. 달리아 바벨은 재빨리 말을 정정했다.
“어머, 내가 또 말실수를…… 그냥 잊어 주세요.”
달리아 바벨은 애써 근엄한 표정으로 바꿨다.
“사샤가 어째서 당신을 제게 데려왔는지는 잘 알겠어요. 당신도 자신이 있으니 이곳에 왔겠죠.”
“맞습니다.”
“하지만 제 정체를 알면 그런 생각이 다 사라질 걸요.”
사샤 바벨이 깜짝 놀라 달리아 바벨을 말리려 했다.
“그걸 굳이 말씀하실 필요는…….”
“사샤, 그래서야 공정한 거래가 되지 않잖니.”
달리아 바벨은 권한울을 향해 말했다.
“내 이름은 알리아 다피가 아니에요. 달리아 바벨입니다.”
진짜 이름을 듣자마자 권한울의 표정이 굳어졌다. 확인을 받아야겠다는 듯 물었다.
“……바벨의 가주님이십니까?”
“맞아요. 그런데 놀란 것 같지가 않네요?”
“보통 분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절 치료하면 흑천에 좋을 게 없어요. 그래도 이곳에 남아 있을 건가요?”
권한울은 깊이 고민한 뒤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각오를 하고 왔으니까요.”
권한울은 이미 달리아 바벨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왔다. 그녀가 누구든 치료를 하게 되면 흑천에는 좋을 게 없다는 것도 인지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달리아 바벨이 가주라 해도 권한울의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제가 가주님께 요구할 물건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물건을 요구할 생각인데요?”
“SS급 영약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달리아 바벨의 얼굴이 굳어질 차례였다.
헌터가 전략병기로 취급받고 있는 요즘 시대에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영약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 SS급 영약은 가치를 따지는 게 어리석을 정도로 대단하다.
“……그런 걸 요구하는 걸 보니 흑천 일가에는 현재 SS급 영약이 없는 모양이군요.”
“가주님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우리 바벨 가문에 준비 중인 SS급 영약이 딱 하나 있기는 합니다.”
원래 사샤 바벨을 위해서 준비 중인 영약이었다.
당장 섭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완성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날 치료할 수 있다면 못 줄 것도 없죠.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는 당신을 못 믿겠어요.”
물론 권한울도 자신이 있으니 이곳에 왔을 것이다.
하지만 바벨 가주 역시 권한울처럼 자신이 있다고 외치는 이들을 너무나도 많이 만나봤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바벨 가주를 낫게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가주님, 제게 치료를 받고 효과가 있으면 그때, 물건을 주셔도 되지 않습니까.”
“제가 그쪽을 어떻게 믿죠? 혹시라도 나쁜 꿍꿍이가 있을지 누가 알고요.”
“나쁜 꿍꿍이라뇨?”
“내 몸을 노린다거나.”
쿨럭.
기침이 터져 나왔다. 권한울과 사샤 바벨이 동시에 낸 소리였다.
“왜요. 내가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나 정도면 꽤 매력적이지 않나요?”
“그…… 예쁘긴 하십니다.”
“역시!”
“하지만 가주님. 저는 그럴 생각으로 이곳에 온 게 아닙니다.”
권한울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제 능력이 못 믿으시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오해를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권한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달리아 바벨은 권한울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마치 권한울의 발언이 진짜인지 판가름하겠다는 듯이.
이윽고 달리아 바벨이 사샤 바벨에게 살짝 귓속말을 했다.
“박력 있다.”
“가주님!”
“깜짝이야. 왜 화를 내고 그래.”
“지금 그런 소리를 하실 때가 아니잖아요!”
“아니 뭐…… 할 수도 있지.”
달리아 바벨은 고개를 돌리며 궁시렁거렸다.
“좋아요. 한번 믿어 보도록 하죠. 대신 절 치료하는 자리에는 사샤가 있어야 해요.”
“알겠습니다.”
권한울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럼 지금 당장 시작하도록 하죠.”
* * *
달리아 바벨을 치료하기 위해서 따로 준비할 물건은 없었다.
대신 달리아 바벨의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마력을 주입할 수 있어야 했다.
그 조건을 위해서 달리아 바벨은 가운을 벗고 등을 내보인 채 침대에 앉았다.
“하아…….”
달리아 바벨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샤 바벨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가주님, 아직도 걱정이 되시나요?”
“젊은 남자한테 알몸을 보이려니 좀 긴장이 돼서.”
“……아, 그러시군요.”
사샤 바벨은 질렸다는 얼굴로 물러났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권한울은 달리아 바벨의 등에 두 손바닥을 댔다. 가슴을 만질 수는 없으니 이곳이 가장 심장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손바닥을 통해 주입된 마력이 달리아 바벨의 몸 전체로 퍼졌다.
<‘천재혈(天才血)’이 대상의 구조를 파악합니다.> 권한울의 머릿속에 달리아 바벨의 인체지도 펼쳐졌다.
‘저번보다 훨씬 악화되었군.’
파티장에서 봤을 때는 그래도 미세한 마력통로는 열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마력통로들까지 전부 막혀 있었다.
달리아 바벨의 몸 상태를 관조하며 권한울은 한 가지 의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질병인 건가?’
본래 헌터와 질병은 서로 연관이 없는 단어다.
헌터가 보유하고 있는 마력이 언제나 신체를 건강하게끔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력을 운용하는 법까지 깨우친다면 어지간한 질병들은 전부 치료할 수 있다.
‘마력이 저항한 흔적이 없다.’
그러나 달리아 바벨의 몸은 마력이 질병에 저항한 흔적이 없이 마력통로가 전부 닫혀 있었다. 심장에 고이 잠들어 있는 마력이 그 증거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권한울은 이쯤에서 고민을 멈추기로 했다. 지금은 병의 원인을 찾는 것보다 치료를 하는 게 더 급했기 때문이다.
우선 달리아 바벨의 신체에 주입한 마력을 미세한 크기의 실로 직조해 냈다.
그 실들을 움직여서 가장 커다란 마력 통로에 비집고 들어갔다.
원래 다른 사람의 체내에 들어간 마력은 조종하는 게 쉽지 않다. 하물며 그걸 실로 바꾸고 마력통로에 침투시키다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공정이었으나 권한울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천재혈(天才血)’이 대상의 구조를 해석합니다.> 천재혈이 권한울의 작업을 도왔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천재혈은 유물의 구조를 파악하고 봉인을 해제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발전했으니 이 정도 작업은 쉬웠다.
‘만만치 않군.’
하지만 마력통로가 워낙 메말라 있었기 천재혈이 있어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고작 몇 분이 흘렀을 뿐인데. 마력을 거의 다 썼다.
‘어쩔 수 없지.’
<‘드래곤하트’가 가동합니다!>
<지금부터 30분 동안 모든 마력이 변환됩니다!> <모든 원소 저항력이 300% 상승합니다!> <스킬 피해가 최대 50%까지 감소합니다!> 드래곤하트를 가동하자 다시 마력이 차올랐다.
하지만 권한울은 드래곤하트의 마력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랬다가 여기 있는 두 여자에게 용심혈의 존재를 들키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권한울은 드래곤하트의 마력을 자신의 몸에서 한 번 걸러낸 뒤, 다시 달리아 바벨에게 주입했다.
마력통로를 비집고 들어가던 마력의 실이 결국 심장까지 닿았다.
그 순간, 마력의 실에 의해서 뚫린 좁은 통로를 타고 심장의 마력이 해방되었다. 줄곧 고여 있던 마력은 엄청난 기세로 밀려왔다.
“큭!”
달리아 바벨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상당한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권한울은 더욱 많은 양의 마력을 주입했다. 마력의 실을 키워서 통로를 키우려 했다.
그때였다.
달리아 바벨의 신체에서 낯선 기운이 불길처럼 타올랐다.
<천재혈이 저주를 감지합니다!>
<저주가 신체를 침범합니다!>
저주는 순식간에 권한울의 몸속으로 침투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전신으로 퍼졌다.
물이 나오는 고무호스를 누가 움켜쥔 것처럼 갑자기 마력통로가 확 좁아졌다. 그 바람에 권한울은 내상을 입고 말았다.
“쿨럭.”
권한울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저주는 실로 지독했다. 단숨에 권한울의 전신을 장악하고 망가트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천재혈(天才血)이 저주를 해석합니다.> <해석 완료. 마법에 의한 지효성 저주입니다.> <장기간 해주하지 못할시 신체 내부가 모두 망가지게 됩니다.> 마법.
권한울이 그 단어에 집중할 때였다.
<천재혈(天才血)이 마법의 구조를 파악했습니다.> <저주를 해제합니다.>
천재혈의 마력이 순식간에 저주를 흐트러트리고 망가트렸다. 저주는 변변찮은 저항도 못해보고 사라졌다.
권한울의 신체에 침투한 저주뿐만 아니라 달리아 바벨의 몸에 있는 저주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신체가 순식간에 말끔하게 변했다.
“……후우.”
권한울은 가쁜 숨을 내쉬며 달리아 바벨의 몸에서 손을 떼어놓았다.
“끝났습니다.”
그리 말하며 권한울은 달리아 바벨의 얼굴을 살폈다.
달리아 바벨은 멍한 얼굴로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가주님?”
달리아 바벨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손끝에서 미약한 마력이 피어올랐다.
마력은 이내 커다란 덩어리를 이루었다. 달리아 바벨이 손을 움직이자 마력이 따라왔다.
사샤 바벨은 두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고 있었다. 이 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사샤 보이니? 내가 다시 마력을 다루고 있어.”
사샤 바벨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달리아 바벨은
권한울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
같은 헌터이기에 저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사샤 바벨이 권한울에게 고개를 숙였다. 권한울은 쓴웃음을 지었다.
“대가를 바라고 한 일입니다. 감사할 필요는 없어요.”
* * *
달리아 바벨을 치료한 뒤, 권한울은 곧바로 떠났다.
영약이 완성되면 권한울에게 보내 주겠다는 확답을 받고서.
“사샤.”
권한울이 떠난 뒤, 달리아 바벨이 말했다.
“영약이 준비되면 바로 권한울에게 보내렴.”
“알겠습니다.”
사샤 바벨의 태도는 한층 더 공손했다. 힘을 되찾았으니 달리아 바벨은 다시 가주로서 활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권한울에 대해서 조사해야겠어.”
“예?”
“사람을 붙이는 걸로는 부족해. 아예 전담부서를 만들어야겠어.”
그 말에 사샤 바벨의 표정이 굳었다.
권한울은 달리아 바벨의 은인이다. 그러나 동시에 위험인물이기도 했다.
망설임 없이 감시를 명하는 달리아 바벨의 모습은 실로 냉정했다.
“알겠습니다.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권한울의 약점을 중점적으로…….”
“응? 그게 무슨 소리니?”
달리아 바벨이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사샤 바벨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권한울을 경계하셔서 부서를 설치하라고 하신 게 아닌가요?”
“사샤…… 너 그런 애였니? 어떻게 날 도와줬는데. 바로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
사샤 바벨은 무언가 울컥했다.
“그럼 그런 명령을 왜 내리신 건데요!”
“권한울한테 드래곤하트가 있어.”
사샤 바벨은 순간,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또 무슨 헛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헛소리가 아니야. 마력을 되찾았을 때, 느껴졌단다. 그 아이의 심장에는 분명 드래곤하트가 있었어.”
권한울은 드래곤하트의 마력을 최대한 숨겼지만 사샤 바벨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헌터로서의 기량만 따지면 달리아 바벨은 권한울보다 몇 수는 더 높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인간이 드래곤하트를 가질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지.”
용심혈.
바벨의 혈통만이 그런 일이 가능했다.
“하지만 가주님, 혈통을 두 개 이상 가지는 건 불가능…….”
“그럼 진혈이 나타난 건 말이 되고?”
그 말에 사샤 바벨은 말문이 막혔다.
“사샤, 상식에 얽매이지 마렴. 지금까지 없었다고 앞으로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어.”
게이트가 열리기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세상이 이렇게 변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권한울은 흑룡혈 외에 용심혈을 보유하고 있어. 흑룡혈이 진혈이니 어쩌면 용심혈도 진혈일지 모르지. 또 어쩌면 다른 혈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고.”
“말도 안 돼요…….”
“내가 아까 말했지? 상식에 얽매이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는 달리아 바벨 역시 권한울이 어떻게 흑룡혈과 용심혈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게 뭔지 아니? 상식 외의 존재는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거야.”
그러니 우선 조사해야 한다. 권한울의 비밀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그리고 용심혈이 있다는 말은 우리 바벨의 혈족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잖니?”
달리아 바벨의 눈동자가 탐욕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