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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114화 (114/221)

<혈통이 깡패임 114화>

114. 산체스 가문 (4)

<하위 초인혈이 당신과 맞서고 있습니다! 진(眞) 초인혈이 격하게 분노합니다!> 권한울이 마리아 산체스를 발견한 시점부터 초인혈은 반응을 했다.

<권능 ‘상하관계(上下關係)’를 발현합니다!> <범위 내에 있는 하위 초인혈의 권능을 일시적으로 약화시킵니다!> <하위 초인혈과 싸울 때 한정으로 근력이 SS급에 도달합니다!> <경고! 다른 능력치에 비해서 근력이 너무 높습니다!> <주의! 과도한 근력이 사용자의 신체를 망가트리고 있습니다!> <알림! 근력을 일시적으로 제한합니다!> 제한되었다고 하지만 SS급의 근력이다. 권한울은 마리아 산체스의 주먹을 가볍게 붙잡았다. 그 손을 움켜쥐어서 압도하기까지 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어차피 상위 초인혈은 하위 초인혈을 죽일 수 없다.

“지금은 이것부터.”

권한울은 마리아 산체스의 머리를 붙잡으려 했다.

권속혈을 이용해서 세뇌를 하기 위해서는 직접 접촉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붙잡히기 직전, 이번에는 마리아 산체스가 권한울의 손목을 붙잡았다.

“너,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어차피 지배를 할 텐데 굳이 설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

권한울은 손에 힘을 줬다. 억지로 그녀의 머리를 붙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권한울, 자신의 손이.

“내 질문에 대답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야. 그치?”

마리아 산체스가 손에 힘을 줘서 버티고 있었다.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권능 상하관계에 의해서 마리아 산체스의 권능은 약화가 된 상태다.

거기다 현재 권한울의 근력은 SS급.

비록 너무 거대한 힘이라 약체화가 되기는 했지만 마리아 산체스에게 밀릴 리가 없었다.

“어디서 좋은 약이라도 훔쳐 먹었나 봐? 설마 흑천의 혈족이 날 힘으로 이길 줄은 몰랐어.”

마리아 산체스의 팔 힘이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래봤자 나한테는 안 돼!”

별안간 마리아 산체스가 머리를 뒤로 젖혔다.

고함소리와 함께 이마로 권한울의 머리를 들이박았다. 권한울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박치기.

보기에는 우스운 기술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람의 두개골은 인체의 뼈 중에서도 특히 단단한 부위다. 하물며 마리아 산체스의 육신은 초인혈로 강화가 된 상태.

그런 두개골을 SS급 근력도 억누른 힘으로 들이박았다.

“죽은 거 아니지?”

땅에 쓰러져 있는 권한울을 보며 마리아 산체스가 물었다. 굉장히 유쾌하게 느껴지는 어조였다.

“내가 당한 굴욕을 갚으려면 한참 멀었는데. 벌써 쓰러지면 안 되지.”

마리아 산체스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강해졌다. 피부가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섭취한 강화제의 효과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때, 권한울이 몸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그렇게 무식한 박치기를 맞았음에도 권한울은 멀쩡했다. 기껏해야 코가 살짝 붉어졌을 뿐이었다.

“어머, 왜 멀쩡한 거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마리아 산체스는 오히려 기뻐했다.

오히려 잘됐다. 힘조절을 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패 버릴 수 있을 테니까.

“마르코스 산체스. 저기 하연 씨를 부탁할게요.”

권한울이 코를 매만지며 말했다. 마르코스 산체스는 즉각 그 명령을 따랐다.

마리아 산체스는 그런 마르코스 산체스를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너…… 가문으로 돌아가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반 죽여놓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금 상대해야 할 인물은 따로 있었으니까.

“어우, 얼얼하네.”

권한울은 아직도 코를 매만지고 있었다.

마리아 산체스는 권한울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곧바로 땅을 박찼다.

그녀의 발이 땅을 걷어차는 순간, 지반이 폭발했다.

권한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특별한 기교는 없었다. 그저 눈앞의 목표물을 박살 내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서 휘둘렀을 뿐.

하지만 팔을 완전히 휘두르기도 전에 권한울의 손이 움직였다. 팔꿈치를 올려 마리아 산체스의 팔뚝을 올려쳤다.

현룡승천공 기본형(玄龍昇天功 基本形)

호격식 조각(護擊式 爪角)

호격식 조각은 팔꿈치와 무릎 같은 뾰족한 부위로 적의 공격을 쳐 내는 기술.

마리아 산체스의 주먹은 허무하리만큼 쉽게 튕겨져 나갔다.

“제법이야!”

하지만 마리아 산체스는 곧바로 반격했다. 몸을 회전시키더니 뒤돌려 차기로 권한울의 머리를 강타했다.

허를 찌르는 필살의 공격이었다. 마리아 산체스는 권한울의 머리가 터졌으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거참.”

권한울은 머리는 멀쩡했다. 마리아 산체스의 발은 권한울의 머리를 부수지 못하고 멈춰 있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뭔가 이상했다. 큰일 날 뻔한 게 아니라 큰일이 났어야 정상이었다.

“어떻게…….”

“기술을 사용했지.”

현룡승천공 기본형(玄龍昇天功 基本形)

호격식 철목(護擊式 鋨木)

가만히 선 채로 적의 공격을 받아내는 기술.

방어력 자체는 다른 기술에 비해서 뒤떨어졌지만 급하게 사용할 때 좋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마리아 산체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 그녀는 특수강화제에 의해서 모든 능력이 대폭 상승한 상태다.

그 상태로 온 힘을 다해서 휘두른 공격을 맨몸으로 버틴다고?

불가능하다.

가능할 리가 없다.

이건 뭔가가 잘못됐다.

“근데 이거 언제까지 내 얼굴에 대고 있을 거야.”

권한울이 마리아 산체스의 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러다 한 대 맞는다?”

마리아 산체스는 재빨리 다리를 접었다. 그 순간, 권한울이 움직였다.

권한울의 두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마리아 산체스를 향해 권격을 쏟아냈다.

“나랑 정면에서 붙어 보시겠다?”

마리아 산체스도 곧바로 반격했다. 권한울을 부술 기세로 공격했다.

무수히 많은 권격이 허공에서 얽혔다.

두 사람 모두 SS급 근력에 버금가는 근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

권격이 충돌할 때마다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공기가 울렸다.

권한울의 주먹이 그녀의 턱을 강타했다.

“너, 제법 잘하네. 재미있어!”

마리아 산체스는 기꺼워하며 다시 달려들었다.

그녀가 발을 내딛는 순간, 권한울이 그녀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마리아 산체스의 몸이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권한울이 그녀의 머리를 걷어찼다.

뒤로 밀려났다. 걷어차인 관자를 매만지며 마리아 산체스가 말했다.

“……제법 빈틈을 잘 노리는데?”

마리아 산체스가 또 다시 땅을 박찼다. 두 사람이 다시 충돌했다.

한참 동안 두 사람은 권격을 주고받았다.

문득, 마리아 산체스는 깨달았다.

압도할 수 없다.

근력은 물론 민첩, 마력, 그 외의 모든 능력치, 심지어 경험, 기술에 이르기까지 마리아 산체스 쪽이 더 우월하다.

그런데 압도할 수 없다.

권한울은 마치 자신의 움직임을 미리 읽는 것처럼 먼저 공격을 쳐 내고 반격했다.

“설마…….”

수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판데모니엄의 의원인 자신이, 이런 무명 헌터에게 지고 있다.

그 증거로 자신은 권한울의 몸에 손도 못 대고 있는데. 자신은 권한울에게 수도 없이 공격을 허용했다.

“……개기지 마!”

그 상황이 분노를 촉발시켰다.

마리아 산체스는 고함을 내지르며 주먹을 쥐었다.

그 순간, 마리아 산체스의 등 뒤로 하얀 거인이 나타났다.

거인은 마리아 산체스와 똑같이 주먹을 쥐고 있었다.

초인혈의 권능 중 하나인 부분 거인화였다.

“너 따위가 어디서 나한테 개기고 있어!”

거인의 형상이 점점 더 명확해졌다.

그 거인을 보며 권한울이 작게 말했다.

“저건 못 피하겠는데.”

피하기에는 거인의 크기가 너무 컸다.

그렇다면 맞서는 게 상책.

권한울이 주먹을 쥐었다. 전신에서 용마기가 치솟았다.

저 거인은 초인혈의 상위 권능.

초인혈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런 것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저 그런 기술을 쓸 수는 없었다.

“후우…….”

용마기의 양이 더욱 늘어났다. 용마기에 권한울이 파묻혀서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제 그만 죽어!”

마리아 산체스가 주먹을 뻗었다. 하얀 거인이 똑같이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이 자신을 강타하기 직전, 권한울도 똑같이 주먹을 내질렀다.

현룡승천공 상승형(玄龍昇天功 上乘形)

기격식 승룡권(氣擊式 昇龍奉)

용마기 폭발했다. 검은 용이 아가리를 벌렸다.

그 직후, 거인의 팔이 뜯겨나갔다.

검은 용은 거인의 팔뿐만 아니라 상반신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 * *

상반신이 사라진 거인은 허공으로 흩어져서 사라졌다.

마리아 산체스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고맙다.”

별안간 권한울이 마리아 산체스를 향해 말했다.

“너희 덕분에 상승형을 습득했다.”

상승형(上乘形)

현룡승천공의 세 가지 형(形)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기술.

그만큼 상승형을 익히는 것은 몹시 힘들다. 그 밑의 단계인 입문형과 기본형을 완벽하게 습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권한울은 상승형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기본형 중 하나인 호격식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권한울이 너무 강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

다른 혈통들을 조합하여 얻게 된 압도적인 수읽기 능력.

여차하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수많은 권능들.

방어 기술은 호격식을 사용할 틈도, 이유도 없었기에 호격싞의 숙련도가 낮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권명우와 동행하면서, 산체스 가문의 혈족들과 전투를 치르면서 호격식을 익히는데 성공했다.

“특히 네가 도움이 많이 됐어. 안 막으면 위험한 공격들이 많았거든.”

호격식의 이치를 깨닫자 권한울의 머릿속에 현룡승천공이 다시 재정립되었다.

상승형을 사용하기 위한 기틀이 마련이 됐다.

“……자꾸 잡소리, 개소리, 헛소리.”

말을 할 때마다 마리아 산체스의 얼굴이 서서히 구겨졌다.

“근데 이거 하나는 알겠어. 너는…… 넌 이 자리에서 반드시 죽어야 해.”

마리아 산체스의 본능이, 경험이 말해줬다.

이 남자, 권한울을 이 자리에서 죽이지 않으면 답이 없다.

아직은 약한 지금, 이 순간, 꼭 죽여야 했다.

그렇게 다짐한 순간, 마리아 산체스의 기세가 강해졌다.

방금 전이 모닥불이었다면 지금은 기름을 들이부은 것 같았다.

그런 착각이 들만큼 폭발적이고 강렬했다.

“……설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그녀가 먹은 특수강화제는 한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건 해독제를 먹지 않으면 약효가 점점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약효가 강해지면 사용자도 강해진다. 하지만 그 그만큼 부작용도 커진다.

그렇기에 마리아 산체스는 사태만 해결하고 바로 해독제를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지.”

마리아 산체스의 기세가 점점 더 강해졌다. 권한울의 얼굴조차 굳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이거…… 나도 밑천을 꺼내야 되겠네.”

그 말에 마리아 산체스는 코웃음을 쳤다.

밑천?

뭘 꺼내든 달라질 것은 없다.

비약의 효과가 극한까지 발휘된 지금, 마리아 산체스는 무적이다.

생명력을 소모시켜서 얻은 힘이니 그 정도야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 생각은 다음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

황금색 기운이 권한울의 전신을 뒤덮은 것이다.

“……금빛?”

처음에는 자세히 봐야 할 정도로 옅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 록 황금색은 짙어졌다.

이윽고 마치 후광을 등에 업은 것처럼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하게 변했다.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익숙한 기운이었다.

마리아 산체스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호신기?”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호신기는 초인혈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운이다.

언제든, 어떤 상황에서든 사용자의 몸을 보호하는 권능이다.

그것을 어떻게 저 남자가, 흑천의 혈족이 사용하고 있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호신기가 어째서 황금색…….

그 순간, 마리아 산체스의 머릿속에 한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어른들이 자주 하던 말.

가문의 문헌 속에서 자주 읽었던 표현.

“……진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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