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통이 깡패임-112화 (112/221)

<혈통이 깡패임 112화>

112. 산체스 가문 (2)

마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장면 같았다.

근육질의 여자가 움직일 때마다 땅이 갈라지고 공기가 울려퍼졌다.

그 상대도 범상치 않았다.

검은 정장의 여자가 손으로 허공을 휘저을 때마다 공간이 비틀리고, 일그러졌다.

“그래! 이거지!”

근육질의 여자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런 싸움을 고대해 왔어! 오직 너만이 맛보게 해 줄 수 있는 이 전투를!”

근육질의 여성, 마리아 산체스는 반쯤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주하연의 두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대량의 마력이 순식간에 소모되었다.

“응”

중력이 강해지며 마리아 산체스의 몸을 붙잡았다.

“크윽!”

마리아 산체스가 뿌리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힘이었다.

주하연이 다시 마법을 발현했다. 하늘에 거대한 창이 나타났다.

마리아 산체스를 잡아당기던 중력이 창을 끌어당겼다. 창이 엄청난 속도로 낙하했다. 그대로 마리아 산체스를 꿰뚫었다.

하지만 창이 뚫리기 직전, 마리아 산체스가 손으로 창을 움켜잡았다. 완력만으로 창을 멈춰 세우고, 악력만으로 창을 박살 냈다.

“흐아아앗!”

뒤이어 마리아 산체스가 발을 들어서 땅을 내려찍었다. 땅과 마법이 동시에 박살이 났다. 그녀를 억누르던 중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랫동안 활동을 안 해서 걱정했는데. 실력이 조금도 퇴화하지 않았구나.”

마리아 산체스가 기쁘다는 듯이 말했다. 주하연은 그저 인상을 쓸 뿐이었다.

저 여자의 말대로 주하연의 실력은 쇠퇴하지 않았다. 하지만 발전한 것도 아니었다.

반면, 마리아 산체스는 발전했다.

자신과 싸울 때보다 훨씬 더.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었다. 저 여자, 마리아 산체스는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백 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한 천재.

산체스 가문에서도 귀하게 여겨질 만큼 대단한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계속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싸우면 권한울을 구하기 힘들 걸. 아니, 걔뿐만이 아니라 다른 혈족들도 어쩔 수 없을 텐데.”

마리아 산체스가 도발적인 어조로 말했다. 이렇게 상대방을 격양시킴으로써 전투를 격하게 만드는 게 그녀의 버릇 중 하나였다.

하지만 마리아 산체스의 의도와는 반대로 주하연은 뜻 모를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마리아 산체스. 정말로 당신이 데려온 산체스 혈족이 그분들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거야 당연하지.”

마리아 산체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굳이 귀찮게 실력 차이를 거론할 필요도 없지. 너와 함께 온 흑천의 애송이들은 모두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애송이들에 불과해.”

그에 비해서 마리아 산체스가 데려온 이들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자들이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이기지 못할…….”

그 순간, 마리아 산체스의 말문이 막혔다.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사방에서 전해지던 산체스 혈족들의 기운이 순식간에 작아졌기 때문이다.

이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설마.”

주하연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 * *

아스팔트가 깔려 있는 넓은 차도.

그 한복판에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특이하게도 반죽틀로 찍어낸 것처럼 반듯한 구덩이었다.

“후아!”

그 속에서 누군가 고개를 쳐들었다. 체구가 작고, 굉장히 유약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하,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권후돈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땅에 충돌하기 전에 가까스로 흑린갑을 이용해서 몸을 보호했다. 덕분에 땅에 충돌하고도 무사할 수 있었다.

“다, 다들 괜찮을까?”

권후돈은 가장 먼저 다른 일행을 걱정했다. 다들 권후돈보다 실력이 뛰어날 테니 괜찮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빠앙!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다. 권후돈 때문에 출발하지 못한 자동차들이 울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권후돈은 자신이 차도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으, 으아아. 미안해요!”

권후돈은 황급히 차도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 순간, 발이 묶여 있던 자동차들이 종잇장처럼 찌그러졌다. 으스러진 철판에서 피가 튀었다.

곧이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평화로웠던 차도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어, 어어?”

갑작스러운 상황에 권후돈도 당황해서 찌그러진 자동차를 쳐다봤다.

자동차들 위로 가냘픈 체구의 여인이 서 있었다.

“흐, 흑천의 혈족 맞죠?”

여인이 권후돈에게 물었다. 몹시 자신 없는 어조였다.

“사, 산체스 가문에서 왔어요. 다, 당신을 주, 죽여야 하는데. 다, 당연히 순순히 협조해 주지는 않으시겠죠?”

익숙한 목소리에 권후돈은 자신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라리사 씨?”

지하경기장에서 만났던 그 여자와 비슷한 목소리였다.

권후돈의 물음에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후 씨?”

“마, 맞아요! 저예요!”

권후돈이 반갑다는 듯이 소리쳤다. 여인, 라리사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설마 후 씨가 흑천의 혈족일 줄은 몰랐어요! 흑천의 혈족 중에 권후돈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후라고 소개하신 건가요?”

“마, 맞아요.”

권후돈이 쑥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라리사는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그날 승부를 마무리 짓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정말 운명적이네요!”

승부라는 말에 권후돈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반가움에 잠시 잊고 말았다. 그날, 지하경기장에서 라리사는 권후돈과 싸우고자 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라리사 씨는 저랑 싸우실 건가요?”

“당연하죠! 권후돈 씨랑 꼭 한번 싸워 보고 싶었거든요!”

라리사 산체스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두 눈동자에는 살기가 떠올라 있었다.

“무엇보다 당신은 흑천이고 저는 산체스에요. 그것만으로 우리가 싸워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나요?”

“하, 하지만…….”

권후돈이 망설임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때, 다른 목소리가 끼어 들었다.

“경찰이다! 손들어!”

어느새 경찰복을 입은 사람들이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허튼 짓을 했다가는 바로 죽여 버리겠다!”

특이하게도 경찰들은 총이 아니라 칼과 창 같은 무기를 들고 있었다.

평범한 경찰이 아니라 경찰직을 수행하고 있는 헌터들이라는 뜻이었다.

“어디서 온 누구인지 당장 밝…….”

소리를 치르다 말고 경찰관은 입을 다물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라, 라리사 산체스?”

그 한 마디는 폭탄과도 같았다.

같이 있던 경찰들은 물론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던 시민들조차 모조리 공포에 질렸다.

“제 3의 손 라리사 산체스다!”

“다, 당장 도망쳐!”

경찰들은 무기를 내던지고 달아났다. 시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엄청난 변화에 권후돈은 당황스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 구경꾼들도 사라졌네요.”

라리사 산체스가 두 주먹을 얼굴까지 끌어올렸다. 눈높이에 맞췄다.

보폭은 좁게, 몸은 살짝 비스듬하게.

마치 복서와 같은 자세였다.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저는 이 싸움을 허무하게 끝내기는 싫거든요.”

라리사 산체스가 허리를 숙이며 돌진했다. 단숨에 권후돈에게 도달했다.

라리사 산체스의 두 손이 사라졌다.

권후돈은 반사적으로 흑린갑을 펼쳐서 몸을 보호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수십 발의 권격이 흑린갑을 두드렸다. 흑린갑이 유리창처럼 깨졌다.

순식간에 권후돈은 맨몸이 되었다. 라리사 산체스는 주먹을 횡으로 휘둘렀다. 턱을 부수려 했다.

그 순간, 권후돈의 몸이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 떠민 것처럼 라리사 산체스에게 달려들었다.

불패갑 불패굴곡(不敗鉀 不敗窟曲)

권후돈의 어깨가 라리사 산체스의 몸통을 들이박았다. 예상외의 충격에 라리사 산체스의 균형이 흔들렸다.

그 틈을 노리고 권한울이 두 주먹을 뻗었다.

불패갑 만파권(不敗鉀 萬破拳)

흑린갑에 둘러싸인 주먹이 라리사 산체스의 복부를 강타했다.

“쿨럭!”

방금 전까지 망설이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무자비한 공격이었다. 라리사 산체스는 피를 토해 내며 뒤로 날아갔다.

권후돈은 그런 라리사 산체스를 착잡한 얼굴로 바라봤다.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네요…….”

권후돈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행동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대량의 흑린갑을 만들어 내서 몸을 둘러쌌다. 검은 거인이 라리사 산체스를 내려다봤다.

그 압도적인 모습에 라리사 산체스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라리사 산체스.

검은 거인이 팔을 들어올렸다.

-흑천을 건드린 죗값을 무겁습니다.

철퇴와도 같은 주먹이 라리사 산체스를 후려쳤다.

* * *

“하핫, 살다보니 이런 우연이 다 있네.”

그 시간, 메이홍은 한 여자와 대치하고 있었다.

덩치가 몹시 거대하고, 전신에 나무뿌리처럼 단단하고 굵은 근육이 자리잡고 있는 여자였다.

근육이 허세가 아니라는 듯, 여자는 10미터 가까이 되는 길이의 대검을 손에 뒤고 있었다.

“설마 지하경기장에서 싸웠던 상대가 너였을 줄이야.”

“저도 신기하네요.”

메이홍은 장검을 손에 쥐며 말했다.

“설마 당신과 이렇게 싸우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그래서 세상이 재미있는 거지. 아, 맞다. 너는 내 이름을 모르지?”

여자는 대검을 어깨에 짊어지며 말햇다.

“나는 카롤리나 산체스라 해. 너는 메이홍 맞지? 메이 가문의 배신자.”

“마지막 소개는 좀 빼주시래요? 굉장히 불쾌해서요.”

“하긴, 배신자라는 칭호가 썩 좋은 건 아니지.”

카롤리나 산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거 고민되네.”

“뭐가요.”

“이 자리에서 정말 널 죽여야 하나 싶어서 말이야.”

메이홍의 미간이 좁아졌다. 지금 이 여자가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이렇게 재미있는 인연도 오랜만인데 굳이 죽여야 하나…… 어차피 너는 흑천의 혈족이 아니니까 괜찮을 거 같기도 한데…….”

카롤리나 산체스는 한참동안 고민했다.

“그래, 인심 썼다. 지금 도망치면 놔줄 게.”

그 순간, 메이홍이 칼날을 뽑았다. 한줄기의 검풍이 카롤리나 산체스의 머리카락 한올을 자르고 사라졌다.

“이게 무슨 뜻일까?”

“무슨 뜻이긴요. 헛소리 작작 지껄이고 덤비라는 뜻이죠.”

“그럼 너 죽어. 알아?”

메이홍은 웃음을 터트렸다. 가소롭다는 듯이.

“설마 검으로 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지금은 멸문했지만 메이 가문하면 병장기의 천재들로 유명했다.

전 세계를 뒤져도 메이 가문에 비견될 검사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기술만 따지면 내가 밀릴지도 모르지.”

카롤리나 산체스도 그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

“근데 한 가지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별안간 카롤리나 산체스가 대검을 높이 쳐들었다. 그리고 단숨에 내리쳤다.

10미터가 넘는 길이 덕분에 카롤리나 산체스가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메이홍에게 닿았다.

대검의 날이 메이홍의 얼굴 옆면을 지나 어깨를 찍었다.

어깨를 베기 직전, 대검이 멈췄다.

“이 세상에 ‘걸리버’ 카롤리나 산체스라고 하면 오줌을 지리지 않는 놈들이 없지. 그에 비해서 넌 어떻지?”

기껏해야 메이 가문의 배신자로만 불리고 있는 무명 검사에 불과했다.

“너 따위가 날 이기겠다고?”

메이홍은 대답 대신, 손을 움직였다.

어깨에 닿아 있는 대검의 밑에 장검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위로 휘둘렀다.

메이홍의 장검에 대검이 절단되었다. 무기가 아니라 두부를 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카롤리나 산체스가 당황한 그 순간, 메이홍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카롤리나 산체스는 절단된 대검을 다시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메이홍의 정수리를 노리고 내리쳤다.

메이홍이 멈추지 않았다. 대검을 향해 장검을 연달아 휘둘렀다. 그 거대한 대검이 순식간에 조각조각 나뉘었다.

카롤리나 산체스의 코앞에 도달한 메이홍이 목을 노리며 장검을 횡으로 그었다.

“이 건방진 년이!”

그 순간, 카롤리나 산체스가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공간에서 집채만 한 크기의 해머가 나타났다. 카롤리나 산체스는 메이홍을 향해 해머를 내리쳤다.

이것까지 자르기는 어려웠는지. 메이홍은 뒤로 물러났다. 해머가 대지를 강타했다.

“이제 알겠죠?”

한참 떨어진 장소.

메이홍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날 못 이겨.”

* * *

굉음과 함께 건물이 박살이 났다. 잔해를 뚫으며 두 남자가 튀어나왔다.

“모처럼 다시 만났는데. 어딜 도망가는 것이냐!”

곰처럼 덩치가 큰 남자가 그보다 한참 작은 남자를 뒤쫓고 있었다.

“가엘 가르시안! 남자답게 나랑 싸워라! 도망치지 말고!”

가엘 가르시안은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저 남자와 정면에서 싸우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연변이 브루노 산체스.

초인혈 덕분에 혈족 전체가 강인한 육신을 가지고 있는 산체스 가문 내에서도 특히나 튼튼한 인간.

세계 랭커 세 명에게 집중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 낸 일화는 가엘 가르시안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잡았다!”

브루노 산체스가 두 손을 뻗었다. 가엘 가르시안은 허리를 숙임과 동시에 땅을 박차며 그 손을 벗어낫다.

브루노 산체스는 짜증난다는 얼굴로 가엘 가르시안을 노려봤다.

“바퀴벌레처럼 촐싹거리며 도망치지 말고 덤비란 말이다!”

어리석은 소리.

강적에게 무작정 달려들면 어떤 험한 꼴을 당하는지 호세 딜 파블로 때 뼈저리게 느꼈다.

“붙잡히기만 해 봐! 비틀어서 죽여줄 테다!”

브루노 산체스가 다시 달려들었다. 가엘 가르시안은 다시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그 순간, 브루노 산체스가 땅을 걷어찼다. 모래와 자갈이 가엘 가르시안의 얼굴을 덮었다.

설마 이런 치졸한 수법을 쓸 줄은 몰랐기에 피할 수 없었다. 가엘 가르시안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잡았다!”

브루노 산체스는 그 빈틈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가엘 가르시안의 목을 움켜쥐려 했다.

그때였다.

가엘 가르시안의 몸이 움직였다. 눈을 감은 그대로 브루노 산체스의 손을 쳐 내고 복부에 팔꿈치를 꽂아 넣엇다.

“으윽?”

브루노 산체스는 인상을 썼다. 그 틈에 가엘 가르시안은 뒤로 물러났다.

“보이지도 않을 텐데 어떻게 움직인 거지?”

가엘 가르시안은 쓰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새하얀 토끼 귀가 뿅 튀어나왔다.

“시력이 아니라 청각에 의지했다.”

“……이거 웃긴 놈이네.”

“이제 당신이 어떤 인물인지 어느 정도 파악이 되는군.”

“그래? 이제야 내가 얼마나 무서운 놈이지 알겠어?”

브루노 산체스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멋진 대답을 기대하는 듯 했으나 가엘 가르시안의 대답은 정반대였다.

“만만하다군.”

“……뭐라고?”

“유명한 악인이라서 경계했더니. 호세 딜 파블로 정도는 아니야. 당신 정도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

브루노 산체스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극심한 분노가 느껴졌다.

그때, 가엘 가르시안이 짧게 중얼거렸다.

“마몬.”

악마의 마력이 가엘 가르시안을 둘렀다. 짐승과도 같은 가죽이 그의 몸을 뒤덮었다.

거대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브루노 산체스의 얼굴이 서서히 굳기 시작했다.

“이제 도망치지 않을 테니 얼마든지 덤벼라.”

그리 말한 뒤, 가엘 가르시안이 땅을 박찼다.

곧이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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