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통이 깡패임-107화 (107/221)

<혈통이 깡패임 107화>

107. 지하경기장 (4)

<하위 초인혈과 대적하고 있습니다!>

<권능 ‘상하관계’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근력이 SS급에 도달합니다!> S급 능력치만 하더라도 초월자라 불리며 헌터 업계에서 경외의 대상이 된다.

S급 능력치를 세 개만 얻어도 세계랭커의 자격을 얻을 정도니까.

하지만 능력치의 성장은 S급이 끝이 아니다. 그보다 더 높은 능력치가 존재했다.

S급이 초월자라면 SS급은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존재한다.

전 세계를, 아니 역사를 통틀어도 SS급 능력치를 보유한 헌터는 굉장히 적다.

헌터 업계에서도 천외천이라 불리며 전설적으로 여겨지는 것이 SS급이다.

그 강대한 힘을 지금 손에 넣었다.

비록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데다.

<경고! 다른 능력치에 비해서 근력이 너무 높습니다!> <주의! 과도한 근력이 사용자의 신체를 망가트리고 있습니다!> <알림! 근력을 일시적으로 제한합니다!>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나 이 정도로도 과분했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전신의 근육에서 화산과도 같은 힘이 느껴졌다.

자칫 잘못하면 온몸이 터져버릴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내 주먹을 막고도 멀쩡하네?”

그때, 마리아 산체스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해서 내지른 주먹은 권한울의 손에 다소곳이 붙잡혀 있었다.

육편으로 나뉘어 버려야 했을 권한울은 무사히 서 있었고.

“너 좀 재미있다?”

마리아 산체스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떠올렸다.

고양이가 생쥐를 가지고 놀다 죽여 버릴 때, 지을 것 같은 미소였다.

“좀 더 거칠게 다뤄도 되지?”

마리아 산체스가 붙잡혀 있던 주먹을 뺐다. 동시에 몸을 회전시키며 뒤돌려 차기를 날렸다.

마리아 산체스의 발꿈치가 권한울의 관자에 직격했다.

분명히 사람의 다리로 때렸는데. 포탄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거창한 소리와 달리 권한울의 머리는 멀쩡했다.

아니, 상체조차 흔들리지 않았다.

“성질 한번 급하군.”

권한울이 마리아 산체스의 발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밀어내며 말했다.

마리아 산체스는 뻗었던 다리를 접으며 뒤로 물러났다.

“너……?”

“두 번이나 때렸으면 이제 내 차례지.”

권한울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정면으로 내지르기 위해서 힘을 모았다.

* * *

권한울이 주먹을 쥔 그때, 마리아 산체스는 거대한 벽을 느꼈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높고 거대한 벽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왔다.

그때, 남자의 몸이 살짝 움직였다. 한쪽 어깨가 내려가며 반대쪽 주먹이 움직였다.

그 순간, 마리아 산체스는 죽음을 직감했다.

저 주먹을 내지르면 자신은 죽는다. 거리가 얼마나 멀든 상관없다. 분명히 온몸이 으스러지며 숨이 끊어지리라.

그때였다.

남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내지르려던 주먹이 그대로 정지했다.

“아참, 이러면 안 되지.”

대뜸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며 남자가 주먹에 힘을 풀었다.

“……뭐 하는 거야?”

“여기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남자는 손과 팔을 툭툭 털었다.

그 행동은 마치 몸에 힘을 빼는 것처럼 같았다.

“자제를 해야 하거든.”

뜻 모를 소리였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저 남자는 전투 도중에 의도적으로 능력을 제한했다.

그런 행동은 상대방을 자신보다 한참 얕잡아 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행동.

“너 내가 누군지 알지?”

“아까 말했잖아. 마리아 산체스 아니냐고.”

“그럼 누군지 알면서도 이런단 말이지?”

너무나도 어이없는 상황에 마리아 산체스는 헛웃음조차 터트릴 수 없었다.

뒤 이어 분노가 타올랐다.

전신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초인혈의 권능에 반응하여 모든 신체능력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너 진짜 내가 가만히 안 놔둘…….”

그때, 권한울이 몸을 낮췄다. 움직인다 싶은 순간, 이미 권한울은 마리아 산체스의 코앞에 와 있었다.

“이게!”

잠시 당황했으나 마리아 산체스는 곧바로 대처했다. 권한울의 정수리를 향해 손날을 내리쳤다.

그보다 먼저 권한울이 움직였다. 마리아 산체스의 손날을 움켜잡은 것이다.

“감히 내 손을 잡아?”

마리아 산체스는 분노하며 역으로 권한울의 손을 붙잡았다. 힘으로 억누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권한울이 힘을 쓰자 역으로 끌려온 쪽은 마리아 산체스였다.

“……어?”

몸이 허공을 날았다. 당황한 찰나, 권한울이 그녀의 몸을 있는 힘껏 땅으로 휘둘렀다.

마치 젖은 수건을 땅바닥으로 휘두르듯, 그녀의 몸이 땅에 메다꽂혔다.

“꺄악!”

바닥보다 그녀가 훨씬 단단하기에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일각을 이룬 헌터.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자세를 잡았다

그 직후 보았다.

코앞에서 권한울이 주먹을 쥐고 있는 것을.

“제법 따끔할 걸.”

그 말과 함께 권한울이 주먹을 내리쳤다.

지하경기장 전체가 진동했다.

* * *

마리아 산체스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몸을 일으켰다.

“누님!”

옆을 돌아보자 마르코스 산체스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였다.

“여기가 어디야.”

“지하경기장의 의무실입니다!”

“의무실? 경기는?”

그 물음에 마르코스 산체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마리아 산체스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경기는 어떻게 됐냐고!”

“……누님께서 패배하셨습니다.”

그 말에 전신의 힘이 쭉 빠져나갔다.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르코스 산체스의 입으로 직접 듣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패배감을 곱씹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보게.”

분노를 억누르는 티가 역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리아 산체스가 시선을 돌리자 마크 골드픽시의 얼굴이 보였다.

“막 깨어난 자네에게 위로을 건네는 게 도리인 줄은 알지만…… 그전에 이걸 먼저 물어볼 수밖에 없군.”

마크 골드픽시가 이를 갈며 말했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생각인가?”

그 물음에 마르코스 산체스가 벌떡 일어났다. 인상을 쓴 채 마크 골드픽시를 노려봤다.

“이봐! 지금 우리 누님께서 누워 계시는 거 안 보여!”

“마르코스 그만해.”

“누님!”

“그만하라고.”

마리아 산체스가 몇 번이고 경고하고 나서야 마르코스 산체스는 입을 다물었다.

“마크 님. 죄송하게 됐습니다. 일이 꼬여도 너무 꼬였네요.”

“미리 말해두네만 세 번째 참가자를 보내라는 말은 하지도 말게. 선수등록제한은 없지만 세 번째부터는 놀림거리가 되니까!”

그 말에 마리아 산체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마세요.”

“그럼 어쩔 생각이지?”

“계획을 변경해야죠.”

“그러니까 계획을 어떤 식으로…….”

“마르코스. 붙잡아.”

명령이 떨어지자 말자 마르코스 산체스가 마크 골드픽시의 두 팔을 제압해서 땅바닥으로 밀어붙였다.

“끄악!”

갑작스러운 폭력에 마크 골드픽시는 비명을 터트렸다.

“가, 감히 내게 손을 대다니! 이게 무슨 짓…….”

“시끄러우니까 좀 닥쳐. 이대로 목을 꺾어버리기 전에.”

마르코스 산체스가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경고에 마크 골드픽시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분노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다.

이들은 산체스 가문의 혈족들이며 그 가문은 판데모니엄에서도 악명이 놈은 진짜 악마들이라는 사실을.

“나, 날 죽일 생각인가?”

“그럴 리가요. 저희는 함부로 사람을 죽이는 인간 말종이 아니에요.”

마리아 산체스가 생긋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마크 골드픽시는 좀처럼 안심할 수 없었다.

“사과를 먼저 드릴 게요. 계약은 이행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마크 골드픽시의 얼굴에 온갖 감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마크 골드픽시는 그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목숨이 위험할 테니까.

“……알겠네. 내 이 일을 걸고 넘어지지 않을 테니. 자네들은 조용히 도시를 떠나도록 하게.”

마크 골드픽시로서는 최대한 양보를 한 셈이었다. 그러나 마리아 산체스는 이 정도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예, 그 말씀대로 하죠. 하지만 그 전에 저희 부탁을 들어주셔야겠어요.”

“부탁?”

“저랑 싸운 그 남자에 대해서 조사해 주세요.”

“내가 말하지 않았나! 그런 정보를 캐내는 것은 불가능…….”

“아 설명이 좀 부족했나 보네요. 정체를 밝혀 달라는 게 아니에요. 정체라면 이미 알고 있어요.”

“알고 있다고?”

“권한울.”

귀에 익지 않은 이름인 것으로 보아서 유명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크 골드픽시는 그 이름을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최근에 관련된 정보를 들어본 적이 잇기 때문이다.

“……남미 카르텔 전쟁의 주요인물이잖아?”

“네, 맞아요. 직접 얼굴을 맞댄 적이 없어서 알아맞히는 데 한참 걸렸어요. 하지만 마지막에 그 기술 덕분에 알아냈어요.”

방어하는 것과 동시에 반격.

흑룡십이승무의 기술이 분명했다.

“다 알고 있으면서 뭘 조사해 달라는 것인가?”

“지금 어디에 묶고 있는지. 그리고 언제 도시를 떠나는지. 떠난다면 어디로 가는지. 그 정도는 알아봐줄 수 있잖아요?”

그 말에 마크 골드픽시의 눈동자가 두려움에 떨려 왔다

“설마…… 그들을 습격할 생각인가? 그랬다가는 미스트리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될 텐데?”

“그런 정신 나간 짓을 벌일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마세요,. 당신은 그저 저희가 부탁한 일만 해 주시면 돼요. 그러면 무사히 돌려보내 드리죠.”

마음에 들지 않는 거래였지만 마크 골드픽시로서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 자네의 말대로 해 주지.”

“감사해요. 마르코스. 이제 저분을 놔드려.”

마르코스 산체스가 마크 골드픽시를 놓고 뒤로 물러났다. 마크 골드픽시는 손목을 매만졌다.

그를 향해 마리아 산체스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뭐 해요, 빨리 비서한테 말하지 않고.”

마크 골드픽시는 못마땅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받았다.

“참, 비서한테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세요. 알겠죠?”

경고를 한 뒤, 마리아 산체스는 마르코스 산체스에게 명령했다.

“마르코스. 저 남자는 내가 감시하고 있을 테니까. 너는 다른 경기장으로 가서 애들을 데려와.”

“흑천을 습격하실 생각이십니까?”

“맞아. 그러니 미리 준비를 해 놔야지.”

“하지만 그랬다가는 흑천과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산체스 가문에게도 흑천 그룹은 버거운 상대였다.

가문의 원로들은 되도록 그들과 엮이지 않으려 했다.

“어쩔 수 없잖아. 이대로 시조님의 보물을 포기할 수는 없어.”

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다. 흑천을 적으로 돌리는 것보다 시조의 보물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걱정 마. 어렵지는 않을 거야. 권한울이 데리고 있는 애들 중에는 주하연만 조심하면 되거든.”

* * *

연승을 할 때마다 참가자는 짧은 휴식시간을 요청할 수 있었다.

“산체스 가문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 휴식시간동안 권한울은 권명우와 주하연을 대기실로 불렀다.

권한울의 말에 두 사람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저랑 싸운 두 사람 모두 산체스 가문의 혈족입니다.”

“어쩐지 범상치 않더라니.”

권명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다른 가문이면 몰라도 산체스 가문 만큼은 흑천에서도 가볍게 볼 수 없었다.

초인혈의 강함도 강함이지만 산체스 가문이 판데모니엄에 행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설마 여자 쪽은 마리아 산체스였나요?”

“맞아요. 하연 씨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챘나 보네요?”

“그 여자를 제가 모를 리가 없죠. 다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착각이겠거니 했는데…….”

주하연이 말문을 흐렸다. 그녀는 마리아 산체스와 개인적으로 풀어야할 일이 있었다.

“흠…… 미스트리 도시는 몰래 들어올 수 있을 만큼 허술한 곳이 아니니 조력자가 있었을 텐데. 그런 귀찮은 일을 강행하면서까지 이곳에 들어올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권명우가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잠시 후, 결론을 냈다.

“……우승상품을 노리는 모양이군.”

그 말에 두 사람은 권명우를 쳐다봤다.

“가끔 지하경기장에는 원류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흘러들어오지. 그 중에 산체스 가문이 반드시 얻어야할 게 있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곳에 올 리가 없어.”

“그럼 계속 권한울 님께 산체스 가문의 혈족들이 도전할 거란 말인가요?”

주하연의 물음에 권명우는 고개를 저었다.

“지하경기장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후원자가 있어야 하지. 후원자가 지하경기에 참가시킬 수 있는 선수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두 명 이상 참가시키면 눈총을 받아. 무능력한 주제에 숫자로만 채우려고 한다고.”

권한울이 쓰러트린 산체스 가문의 혈족은 둘.

횟수는 이미 끝났다.

“으하핫, 본의 아니게 산체스 가문의 잔칫상에 잿밥을 뿌리게 됐구나.”

권명우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에게 권한울이 물었다.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면 어떻게 해서라도 얻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겠지. 하지만 놈들이라고 해도 별 뾰족한 수는 없을 게다.”

권명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지간히 목숨이 아까운 놈들이 아니고서야 미스트리 도시에서 난리를 피울 리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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