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통이 깡패임-106화 (106/221)

<혈통이 깡패임 106화>

106. 지하경기장 (3)

살면서 가장 위험했던 순간이 언제인가.

만약 그런 질문이 들어온다면 권후돈은 망설임없이 지금이라고 말할 자신이 있었다.

“으아아아…….”

권후돈은 머리를 움켜잡은 채 잔해 뒤에 숨어 있었다.

“으하핫! 거기 있냐!”

“모두 내 손으로 죽여 주마!”

잔해 밖에서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서로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권후돈이 참가한 동관의 콜로세움은 단체전이 벌어지는 곳.

폐허를 주제로 꾸며진 경기장에서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로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었다.

“끄아아악! 내 팔!”

“으하하핫 이 병신 새끼! 넌 이제 뒤진 목숨…… 꺽! 꺼억!”

그들에게 들킬까봐 권후돈은 안 그래도 작은 체구를 더더욱 웅크렸다.

“이, 이런 데서 어떻게 흑린갑을 사용하지 않고 우승하라는 거야…….”

권후돈이 겁쟁이긴 하지만 이렇게 적을 앞에두고 숨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권명우에게 흑린갑을 사용하지 말라는 엄명을 받은 상태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흑천의 혈족이라는 사실이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 흑룡혈의 다른 권능들과 스킬들도 제한이 걸린 상태였다.

그런 상화에서 저렇게 극악한 무리와 싸우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으악!”

그때, 바로 옆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새까맣게 그을린 남성이 바닥에 엎어졌다.

그 모습에 권후돈의 얼굴이 더욱 사색이 되었다.

“히이익!”

그때, 비명소리가 들렸다.

권후돈은 잠시 당황했다. 자신이 내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권후돈은 조금 떨어진 곳에 한 여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권후돈과 마찬가지로 여인은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었다.

권후돈이 여인을 발견한 것처럼 여인도 권후돈을 발견했다.

“으아아악!”

“히이이익!”

서로 동시에 기겁을 했다. 권후돈도 여인도 서로 도망칠 준비를 했다.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기를 몇 분.

“아, 안 싸우실 거예요?”

“제, 제가 묻고 싶은 지, 질문인데요…….”

그제야 권후돈과 여인은 깨달았다. 둘이 서로 동류라는 것을 말이다.

해칠 의사가 없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긴장을 풀었다.

“이,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저는 라리사 산…… 아니, 그냥 라리사라고 부러주세요.”

가면을 쓰고 있는 것도 그렇고 여인은 정체를 숨기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건 권후돈도 마찬가지였기에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쪽은요?”

“아 저는…… 그냥 후라고 불러 주세요.”

권후돈은 가면을 고쳐 쓰며 말했다.

“라리사 씨는 어째서 이 경기에 참가하신 건가요?”

“우승 상품이 필요해서요.”

“저랑 똑같은 이유네요.”

몇 마디를 주고받는 동안 권후돈은 라리사라는 여인에게 점차 동질감을 느꼈다.

성경이라든지 처한 상황이라든지. 서로 공통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라리사 씨도 고생이 참 많으시네요…….”

“후 씨도요…….”

둘은 애잔한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때였다.

라리사가 숨어 있는 잔해 위로 한 남성이 나타났다.

남성은 라리사의 정수리를 향해 창을 내려찍었다.

“피하세요!”

권후돈은 황급히 앞으로 튀어나갔다. 라리사를 끌어안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남자의 창은 라리사가 아니라 애꿎은 땅에 박혔다.

“잔챙인 줄 알았더니 몸놀림이 예사롭지가 않군.”

남자가 땅에 꽂힌 창을 뽑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둘이 협력이라도 할 생각인가 보지?”

“그, 그럼 안 되나요?”

권후돈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말라는 규칙은 없지. 게다가 이미 다른 사람들도 하고 있거든.”

그 말과 동시에 남자가 손가락을 입에 넣어서 휘파람을 불었다.

잠시 후,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주변에 나타났다.

“물론 나도.”

권후돈과 라리사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 * *

화풀이나 하고 와라.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메이홍은 크게 실망했다. 속마음을 들키기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써야 했을 정도였다.

흑천제일권씩이나 되는 거물이 훈련을 해 준다는 말에 기대하고 따라왔는데. 시키는 게 겨우 그딴 거라니.

“이딴 걸 죽인다고 화풀이가 될 리가 없잖아.”

메이홍은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칼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그녀의 앞에는 거대한 몬스터가 목이 베인 채 땅에 쓰러져 있었다.

불과 47초.

메이홍이 경기장에 나온 대형 몬스터를 쓰러트릴 때까지 걸릴 시간이었다.

-와아아아아!

-우아아아아!

그녀의 기분과 별개로 관중들은 메이홍의 칼솜씨에 열광했다.

하지만 메이홍은 관중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저 전광판에 점수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렸다.

그녀가 참가한 서관은 몬스터와 인간의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다.

선수가 몬스터를 죽이면 관중들이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그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우승하는 약간 맛이 간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91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았다. 메이홍은 등을 돌려 대기실로 돌아왔다.

넓은 대기실에는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메이홍이 들어오자마자 대기실은 침묵에 휩싸였다.

그녀에게 추파를 던졌던 참가자들은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메이홍은 비어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칼솜씨가 훌륭하던데?”

메이홍이 고개를 들자 가면을 쓴 여자가 보였다.

피부는 까무잡잡하고 덩치가 굉장히 컸다. 그뿐만 아니라 온몸이 근육질이었다.

“저 두꺼운 놈의 목을 한 번에 베어 내다니 정말 대단해.”

“시끄러우니 이만 가세요.”

메이홍은 팔짱을 낀 채 눈을 감았다.

권한울과 팀원들에게 살갑게 대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메이홍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근데 그거 알아? 그쪽의 검에는 부족한 점이 하나 있는 거?”

여자가 어떤 개소리를 해도 무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의 이 말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방금 뭐라고 했죠?”

“하핫, 이제야 반응을 하는구나.”

여자가 즐거워하며 말했다. 마치 이 반응을 노렸다는 듯이.

“너무 흥분하지 마. 말로 설명하지 않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줄 테니까.”

그때,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참가자 ‘발키리’는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자는 메이홍을 향해 손을 흔들며 대기실을 나갔다. 이윽고 경기장 위에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메이홍은 대기실의 창문을 통해 남자를 쳐다봤다.

대꾸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였지만 자존심이 상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체 뭐가 그렇게 잘났는지 똑똑히 지켜볼 생각이었다.

“으으으으으읏!”

여자가 깍지 낀 손을 머리 위로 쭉 폈다. 팔뚝부터 어깨 근육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움직였다.

그때, 여인의 맞은 편 벽에 있던 철창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몬스터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트윈헤드오우거.

평범한 오우거랑 비교했을 때, 머리가 두 개이며 몸집도 두 배나 더 큰 몬스터였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지능과 신체능력도 일반적인 개체보다 두 배 가량 더 뛰어나다던가.

-우워어어어!

트윈헤드오우거가 냅다 여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지축이 흔들렸다.

여자, 발키리는 절대로 당황해하지 않았다. 아공간을 열더니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저게 뭐야?”

메이홍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발키리가 꺼내든 무기는 대검이었다. 하지만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컸다.

길이만 약 10미터.

폭만 약 2미터.

대검이 아니라 버스를 손에 들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때, 발키리가 대검을 들어올렸다.

대검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세워졌다. 그림자가 경기장의 반을 뒤덮었다.

-우우어어어어!

트윈헤드오우거와의 거리는 불과 3미터.

발키리가 대검을 내리쳤다.

그 순간, 바닥이 반으로 쪼개졌다. 경기장이 요동쳤다.

트윈헤드오우거는 쪼개진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으스러져 버렸다.

기묘한 침묵이 흘렀다.

잠시 뒤, 관중석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

-대단하다아아아아!

동시에 전광판에 점수가 떠올랐다.

<96점>

발키리는 크게 웃으며 관중들을 향해 인사했다.

그때, 발키리가 대기실 쪽을 쳐다봤다. 정확히 메이홍과 눈을 마주쳤다.

‘뭐가 부족한지 알겠어?’

발키리가 입모양을 뻐끔 거렸다.

‘호쾌함이 부족해. 네 검은 재미가 없어.’

그 말에 메이홍의 입가가 비틀렸다.

* * *

가엘 가르시안은 권한울의 명령에 따라서 남관의 콜로세움에 참가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경기는 요약하자면 달라기 경주였다.

결승선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우승하는 굉장히 간단한 승리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결승선까지 향하는 코스가 온통 함정 투성이라는 것이다.

발을 딛는 순간, 벽과 천장에서 독침이 쏟아지는 함정은 애교.

닿는 순간, 전신이 마비되는 투명한 결계라던지. 돌조차 순식간에 녹여 버리는 열광선을 굉장히 위험했다.

하지만 가엘 가르시안이 누구던가.

생물의 감각과 신체능력을 모방할 수 있는 환수혈의 소유자이자 이미 던전의 길잡이로 많은 경험을 쌓아온 남자다.

모든 함정을 단숨에 돌파하고 선두를 차지했다.

이대로만 가면 우승은 가엘 가르시안의 차지였다.

“으하하핫! 거기 서라!”

느닷없이 2등까지 치고 올라온 저 남자만 아니었더라면 말이다.

“거기 서란 말이다!”

놀랍게도 남자가 2등으로 치고 올라온 방법은 다름이 아니었다.

돌진.

함정을 피하거나 해체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맨몸으로 받아내면서 달려왔다.

“사람이 맞나?”

가엘 가르시안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함정을 전부 얻어맞으면서 달려오다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1등은 내꺼다!”

지금도 남자는 실시간으로 함정을 받아내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러면서도 전신에 생체기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문득, 가엘 가르시안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어릴 적, 가엘 가르시안은 섬 밖이 궁금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이 넘쳐나는 미지의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문의 복수를 하느라 자신의 소망을 접어 뒀지만 권한울 덕분에 진정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역시 세상은 재미있군.”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함정을 피하고 오는 가엘 가르시안보다 저 남자의 속도가 더 빨랐다.

이대로 가면 우승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질수는 없지.”

인생 최고의 은인이 우승을 명했다.

그렇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명을 완수해야만 했다.

“팬텀.”

가엘 가르시안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잠시 후, 그의 몸이 흐릿해졌다.

* * *

<진(眞) 초인혈이 순(純) 초인혈의 기세를 감지합니다.> <예의를 갖추지 않는 하위 혈통의 행태에 격하게 분노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변화가 일어난다.

격한 감정이 권한울의 전신을 뜨겁게 달구었다.

하위 혈통의 하극상에 분노하는 초인혈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얘 왜 이래?’

권한울이 당황해할 정도였다. 혈통에게 의지가 있다는 것은 이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격하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권한울이 감정을 제어하고 있을 때였다.

“어디를 고를까요.”

마리아 산체스가 허공에 대고 손가락을 콕콕 찍는 모습이 보였다.

“뭘 하고 있는 거지?”

“응? 아 신경 쓰지 마. 어디를 먼저 부러뜨려서 죽일까 정하고 있는 거니까.”

“아니, 그딴 말을 하면…….”

<굴욕을 참지 못하고 ‘진(眞) 초인혈’이 광분합니다!> 몸속에서 한 번 더 폭발이 일어났다. 더 이상 권한울도 제어하기 힘들었다.

“그래, 목으로 하자.”

그때, 마리아 산체스가 움직였다. 권한울을 향해 달려들었다.

체구가 작은데도 마치 전차가 달려오는 것 같았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위협적이었다.

마리아 산체스가 권한울의 목을 향해서 손날을 내리쳤다.

그보다 먼저 권한울이 움직였다.

마리아 산체스의 손날을 팔뚝으로 막아냈다.

분명 살과 살이 부딪혔는데. 강철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울려 펴졌다.

“와, 너 정말 단단하구나.”

마리아 산체스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널 죽이려면 나도 제대로 해야겠는 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리아 산체스의 허리가 움직였다. 권한울의 몸 곳곳을 공격했다.

‘이런 미친……!’

마리아 산체스의 공격은 별다른 기술도, 특별한 기교도 존재하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식하리만큼 단순했다.

하지만 권한울은 그 공격들을 버텨내지 못하고 밀려나갔다.

‘오로지 힘만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마리아 산체스의 전술은 단순했다.

방어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공격에만 집중한다.

상대방이 피하든, 막아내든 상관하지 않는다. 어차피 두들기다보면 부서지니까.

어처구니없는 전술이었지만 초인혈, 그 중에서도 최상위 강자가 사용하자 말이 달라졌다.

마리아 산체스의 공격을 받아낼 때마다 권한울은 폭탄을 받아내는 듯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 정도로 마리아 산체스의 공격은 무겁고, 단단했다.

‘이대로는 부족하다.’

본래 마리아 산체스는 권한울이 손가락 하나 대기 힘들 만큼 강력한 실력자다.

권한울에게 진(眞) 초인혈이 있다지만 이 격차를 줄이기는 힘들었다.

게다가 현재 권한울은 흑룡혈의 권능과 기술을 봉인당한 상태.

‘정체를 들켜도 좋으니까 그냥 다 쏟아부어 볼까?’

이내 권한울은 그 생각을 접었다.

정체를 숨겨야 하는 것은 마리아 산체스 역시 똑같다. 권한울이 흑룡혈의 권능을 상당부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마리아 산체스도 초인혈의 권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권한울이야 정체가 들켜도 부끄러움만 감수하면 되지만 마리아 산체스의 경우에는 다르다.

그녀의 악명을 생각하면 정체가 들키자마자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죽이기 위해서 움직일 것이다.

‘무엇보다 초인혈이 원하고 있다.’

초인혈은 자신만의 힘으로 마리아 산체스를 굴복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혈통은 단순한 힘이 아니다. 각각의 의지가 존재했다.

그 의지를 무시해서 좋을 것은 없었다.

‘그래, 네 소원대로 해 주마.’

권한울이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였다.

<진(眞) 초인혈의 동화율 30% -> 34%> 권한울의 말에 호응하듯 동화율이 상승했다.

초인혈의 힘이 한층 더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새로운 권능을 개방합니다!>

<권능 ‘상하관계(上下關係)’를 습득합니다.> 그때였다.

권한울의 등 뒤에 무언가가 닿았다. 경기장의 벽이었다.

계속 밀리다 보니 어느새 경기장 끝에 도착한 것이었다.

“이제 못 피하겠지?”

마리아 산체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팔을 뒤로 잡아당기며 주먹을 쥐었다.

마리아 산체스의 팔에 붙어 있던 근육이 갑자기 두 배로 커졌다. 근육이 그녀의 팔을 단단하게 움켜쥐었다.

주먹을 중심으로 마력과 공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권한울은 직감했다.

피할 수 없다.

막으면 으스러진다.

“이걸로 박살 내 주지!”

마리아 산체스가 주먹을 내질렀다.

그 순간, 본능이 권한울의 몸을 움직였다. 들이닥치는 주먹을 손바닥으로 막아냈다.

폭음이 울려 퍼졌다. 권한울이 등을 기대고 있던 벽과 바닥이 박살이 났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권한울은 멀쩡했다.

“……뭐야.”

마리아 산체스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와.”

반대로 권한울은 놀랐다는 듯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때문이었다.

<권능 ‘상하관계(上下關係)’를 발현합니다!> <범위 내에 있는 하위 초인혈의 권능을 일시적으로 약화시킵니다!> <하위 초인혈과 싸울 때 한정으로 근력이 SS급에 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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