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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87화 (87/221)

<혈통이 깡패임 87화>

87화 던전 공략 (4)

“방금 뭐였죠?”

메이홍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알에서 나온 잿빛 인간이 말을 한다 싶더니 갑자기 권한울과 함께 사라졌다.

GG가 문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상급 악마입니다.”

“상급 악마? 그게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전쟁 당시에 입은 상처를 회복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류와의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은 악마들은 던전에 숨어들어서 신체를 치료하고는 했다.

권한울을 데리고 사라진 악마 역시 그런 경우인 듯 했다.

“저, 저기 베, 베헤모스가 달려오고 있어!”

권후돈이 겁에 질림 목소리로 외쳤다. 베헤모스가 땅을 긁으며 세 명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한울이도 없이 저 놈을 어떻게 죽여!”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죽는 걸요.”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네!”

권후돈이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후돈 오빠, 어떻게 하실 거예요?”

“내, 내가 시선을 끌게. 네가 약점을 찔러!”

권후돈이 흑린갑을 겹겹이 둘러쌌다.

울먹이는 말투와 달리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베헤모스를 향해 달려갔다.

베헤모스가 권후돈을 향해 꼬리를 휘둘렀다. 권후돈은 피하지 않고 몸으로 받아냈다.

불패갑 – 고성(不敗鉀 古城)

다리에서 뻗어 나온 마력이 땅바닥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다.

막대한 충격이 권후돈의 몸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조금만 밀려났을 뿐,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으아아앗!”

용투기가 권후돈의 주먹을 휘감았다. 소용돌이치며 점점 힝을 더해가기 시작했다.

불패갑 - 만파권(不敗鉀 萬破拳)

두 주먹을 동시에 내지른다. 두 개의 작은 소용돌이가 베헤모스의 갑각에 직격했다.

강렬한 충격파가 주변을 뒤흔들었다. 권한울이 인정했을 만큼 강력한 일격이었으나.

“머, 멀쩡하잖아!”

베헤모스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꼬리를 높이 치켜 들더니 그대로 권후돈을 내려치려 했다.

그 찰나, 메이홍이 베헤모스의 뒤에 나타났다.

“후돈 오빠, 수고 했어요.”

GG가 찾아냈던 약점을 향해 귀검을 내질렀다. 베헤모스의 다섯 번째 마디가 폭발했다.

“……어?”

그러나 그 공격을 당하고도 베헤모스는 멀쩡했다. 메이홍이 당황한 사이, 베헤모스가 몸을 비틀었다.

마력의 구체들이 베헤모스의 몸 주위에 떠올랐다.

“피해야…….”

마력의 구체가 광선을 발사했다.

수십 발의 광선이 메이홍을 집어삼켰다.

* * *

권격이 교차한다.

권한울이 내지른 주먹을 악마가 쳐낸다. 악마가 뻗은 수도를 다시 권한울이 막아낸다.

둘이 충돌할 때마다 충격파가 일어났다. 주변의 건물이 박살나고 땅이 흔들렸다.

-인간치고 제법이군!

악마는 기꺼워하며 주먹을 내리쳤다. 주먹을 다 내지르기도 전에 권한울이 손바닥으로 주먹을 밀어냈다.

현룡승천공 기본형(玄龍昇天功 基本形)

유격식 역행(柳擊式 易行)

주먹에 실린 힘과 마력이 반대쪽으로 작용했다. 악마의 팔이 역으로 꺾였다.

-오?

악마가 감탄사를 터트리며 자신의 팔을 쳐다봤다. 그 빈틈을 노리고 권한울이 주먹을 내질러 가슴을 강타했다.

현룡승천공 기본형(玄龍昇天功 基本形)

붕격식 빙백굉권(筋格式 氷白蟲奉)

주먹에 서린 강맹한 기운이 악마의 겉을 부수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악마는 검은 피를 내뿜으며 뒤로 밀려났다.

-흐, 흐하하핫!

악마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오랜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이런 재미있는 인간을 만나게 되다니.

악마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역으로 꺾인 팔과 뭉개진 가슴이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악마의 특징 중 하나였다.

악마는 신체가 오로지 마력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마력만 충분하면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군. 아무리 봐도 나보다 신체능력이 낮거늘. 이 몸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어.

속도, 근력, 마력 등등.

모든 면에서 악마가 권한울보다 뛰어났다. 그럼에도 권한울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꼭 이 몸의 공격을 몇 수 내다보고 있는 듯 하군.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야.

마몬이 웃으며 물었다.

-나는 마몬이라고 한다. 백작위의 악마지. 너는 이름이 무엇이냐.

“시끄럽군.”

권한울은 대답대신 용마기를 일으켰다. 방금 전, 공격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악마는 멀쩡했다.

악마는 전력을 숨기고 있다. 그럼 권한울 역시 더 강한 힘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

-풍류를 모르는 인간이로군. 저 뒤에 있는 동료들이 그리도 걱정인가?

그 순간, 벽 안쪽에서 빛이 번쩍였다. 엄청난 마력이 대지를 강타하는 게 느껴졌다.

“……메이홍?”

권한울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마몬이 웃으며 말했다.

-잘됐군. 마침 걱정거리가 사라져서.

그 순간, 권한울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권능 ‘천리용안(天理龍眼)’을 개방합니다.> <‘천리용안(天理龍眼)’이 주변 환경을 지배합니다.> 권한울의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물든다. 이마가 갈라지더니 세 번째 눈동자가 나타났다.

-오?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어서 깨물었다. 피가 새어나오는 손가락으로 블랙리버 자켓에 일직선으로 혈선을 그었다.

<‘아수라왕(阿修羅王)’이 눈을 뜹니다.> <일시적으로 신체능력이 강화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저항력이 증가됩니다! 모든 저항력의 수치가 100을 달성합니다.> <일시적으로 기술이 증가됩니다! 모든 무기를 전문가 이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수라왕이 자켓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막대한 기운이 사방을 집어삼켰다.

-오오?

그 모습에 마몬이 크게 기꺼워했다.

-마음에 드는군! 정말 멋진 일이야! 이 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마몬이 마력을 일으켰다. 검은 구름이 마몬의 몸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이 몸의 권능 ‘낙성운(落聖雲)’이다.

마몬의 몸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마치 헤엄치듯 하늘을 마구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네 놈이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구나!

낙성운이 마력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마력은 탄환이 되어 권한울을 덮쳤다.

권한울이 서 있던 땅이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왜 그러지? 갑자기 무력해졌구나!

마몬의 비행이 점점 더 빨라졌다. 그럴 수 록 낙성이 뿌리는 탄환의 숫자도 늘어났다.

-그대로 천천히 죽을 생각이더냐!

연속해서 흩뿌린 탄환 때문에 땅은 이미 폐허가 되더 못해서 깊은 구덩이가 파일 정도였다.

별안간 마몬이 움직임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뭐?

권한울이 멀쩡한 상태로 서 있었다. 당황한 마몬이 다시 탄환을 흩뿌렸다.

탄환이 권한울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러나 권한울에게 닿기 직전, 붉은 기운이 탄환을 모조리 소멸시켰다.

<‘삼계육도(三界六道)’ ‘인간도(人間道)’를 발현합니다!> 외부의 공격을 자동적으로 막아주는 아수라왕의 권능이 앞에서는 악마의 탄환도 소용이 없었다.

<‘삼계육도(三界六道)’ ‘인간도(人間道)’를 잠재웁니다.> 권한울은 권능을 잠재웠다. 이러면 마몬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지만 대신 그것을 쓸 수 있었다.

<아수라왕이 주변의 마력을 응집시킵니다.> 권한울의 주먹에 빛이 모여든다. 심상치 않은 기류가 주먹을 중심으로 몰아쳤다.

권강(拳罡)

무의 정점을 본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지고의 빛이 권한울의 주먹에 맺혔다.

-…….

마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권강의 위력은 상급 악마조차 무시할 수 없었다.

-과분한 무기를 가지고 있구나!

마몬이 다시 움직였다.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그런 마몬의 움직임을 권한울의 이마에 달린 눈동자가 정신없이 쫓았다.

굳이 인간도를 사용한 이유.

그건 마몬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읽어내기 위해서였다.

천공비로(天空飛路)

제 1차로 독주(獨走)

바람길이 하늘 위로 뻗는다. 권한울은 바람길에 몸을 실었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른 권한울의 몸이 마몬에게 닿았다.

-뭐?

마몬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권한울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마몬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빛이 악마의 몸통을 꿰뚫었다.

* * *

“위험해!”

광선이 발사되기 직전, 권후돈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모든 마력을 달리는데 집중했다.

아슬아슬하게 메이홍을 밀쳐냈다. 메이홍 대신 권후돈에게 광선이 집중되었다.

“끄아악!”

흑린갑이 유리처럼 깨져나갔다. 광선이 권후돈의 맨몸을 지지기 시작했다.

“후돈 오빠!”

메이홍이 구검을 휘둘렀다. 참격이 광선을 베어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다시 광선이 빈자리를 채웠다.

그 찰나, GG가 튀어나왔다. 권후돈을 끌어안고 광선의 범위에서 멀리 벗어났다.

메이홍이 있는 곳까지 물러난 GG는 권후돈을 아래에 내려놓았다. 권후돈은 새까맣게 그을린 채로 숨만 간신히 내쉬고 있었다.

“도망쳐야 합니다.”

GG가 메이홍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권한울 님이…… 대장님만 오시면…….”

“상급 악마를 상대로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메이홍은 입을 다물었다.

“도망쳐도 베헤모스를 떨쳐낼 수 없어요.”

“한 명을 희생하면 됩니다.”

GG는 권후돈에게 시선을 보냈다. 메이홍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개소리하지 마.”

“당신이 반대하면 저는 혼자서라도 그렇게 행동할 겁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소리치다 말고 메이홍은 입술을 깨물었다.

GG는 팀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고용된 신분일 뿐.

이런 상황에서 목숨을 걸라 강요할 수는 없었다. 강요한다 해도 따르지 않을 게 뻔했다.

그렇다면 메이홍이 해야 할 일은 하나 뿐이었다.

“……후돈 오빠를 부탁해요.”

“결국 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시는군요.”

“그게 아니에요.”

메이홍이 검을 쥐며 말했다.

“제가 막겠어요. 그러니 당신은 후돈 오빠를 데리고 가주세요.”

GG의 몸이 멈칫했다. 메이홍을 향해 재차 물었다.

“당신이…… 희생한다고요?”

“그 편이 더 확실하잖아요.”

죽어가는 사람을 미끼로 던진다고 베헤모스가 혹할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메이홍이라면 확실하게 발을 묶어놓을 수 있었다.

“게다가 당신은 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GG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메이홍을 쳐다봤다. 메이홍은 실소를 머금었다.

“복수해야할 사람이 있잖아요. 안 그래요?”

“그걸 어떻게…….”

“나도 당신하고 똑같으니 알 수 있어요.”

GG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랑 똑같다면…… 그럼 어떻게 희생을…… 자처할 수 있는 겁니까.”

“그러게요. 나도 할일이 참 많은데.”

메이홍이 베헤모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짧은 시간 동안 정이 좀 들었나봐요.”

베헤모스가 다시 움직였다. 메이홍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세요!”

GG는 권후돈을 어깨에 들추어 맸다. 그가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등 뒤로 격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소리는 금방 멎었다.

도망쳐야 한다.

그걸 알면서도 GG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으, 으윽.”

메이홍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붉은 열상이 몸통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베헤모스의 광선에 당한 것이었다.

베헤모스가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입을 쩍 벌린 뒤, 메이홍을 향해 낙하했다.

* * *

-……어이없군.

마몬이 벽에 처박힌 채로 중얼거렸다.

-이 내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인간에게 패배하다니.

마몬의 가슴에는 이미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곳으로 마력이 끊임없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건 안 되겠군.

그를 쓰러트린 인간은 이미 저 멀리 달려가고 있었다.

마치 마몬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다는 태도였다. 그게 어쩐지 섭섭해서 마몬은 웃음을 터트렸다.

-오히려 잘 됐다고 해야 하나.

어차피 살아서 던전을 나간다고 해도 마몬을 기다리는 것은 지독한 절망과 고독뿐이다.

악마는 인류와의 전쟁에서 패배했다. 대다수의 구성원을 잃었으며 기반이 되는 유물들도 모두 인간에게 빼앗겼다.

훗날을 기악하며 던전에 숨어들기는 했지만, 마몬은 이미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심을 한 상태였다.

-그나마…… 재미있었어.

마몬의 몸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 아쉽군…….

마몬은 자신을 쓰러트린 인간을 떠올렸다.

-혈통이…… 아직도…… 그게…… 남아 있었을 줄이야…….

* * *

권한울은 온힘을 다해서 뛰었다.

마력 반응이 느껴지고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다. 최악의 경우 팀원들이 모두 죽었을지도 몰랐다.

“메이홍! 권후돈!”

이름을 부르며 안으로 돌입했다. 그 순간, 권한울은 봤다.

처참한 상태로 바닥에 누워 있는 둘의 모습을.

“커억!”

그리고 저 멀리서 베헤모스와 싸우고 있는 GG의 모습을.

GG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랐다. 온몸의 피부가 푸르죽죽하고 이빨이 뾰족뾰족했다.

“크아앗!”

GG가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내질렀다. 베헤모스의 몸이 휘청거렸다.

하지만 이내 베헤모스가 꼬리를 휘둘렀다. GG는 꼬리에 얻어맞은 채로 멀리 날아갔다.

“샐러맨더!”

GG가 소리쳤다. 온몸에 붉은 비늘이 돋아났다. 눈동자가 파충류처럼 길쭉하게 변했다.

“하!”

GG가 마력을 일으키자 불길이 베헤모스를 휘감았다. 그러나 베헤모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GG를 향해 마력 광선을 발사했다.

광선이 GG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GG는 신음을 흘리며 땅에 쓰러졌다.

“헉, 허억…….”

GG는 가쁜 숨을 내쉬며 베헤모스를 올려다봤다. 그렇게 공격을 퍼부었는데도 베헤모스는 멀쩡했다.

베헤모스가 천천히 GG를 향해 다가갔다. 식사를 위해서 입을 벌렸다.

그때였다.

누군가 베헤모스의 머리 위로 낙하했다. 베헤모스의 머리가 망치에 얻어맞은 것처럼 땅에 처박혔다.

-$#%#^#^@!

처음으로 베헤모스가 고통에 가득한 비명소리를 질러댔다. 분노를 토해내며 살기를 뿜어댔다.

베헤모스의 머리 위에 올라탄 누군가가 다시 주먹을 들어올렸다. 있는 힘껏 내리쳤다.

베헤모스의 머리가 호두처럼 으깨졌다. 내용물이 땅에 쏟아졌다.

“허억…… 허억…….”

GG는 여전히 가쁘게 숨을 내쉬며 베헤모스의 머리를 쳐다봤다.

권한울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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