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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85화 (85/221)

<혈통이 깡패임 85화>

85화 던전 공략 (2)

돌로 된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다.

GG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씩 하는 소리였다.

그 정도로 GG는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무표정을 고수했다.

“…….”

그런 GG가 던전에 들어온 이후로 계속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또 옵니다. 전방은 제가 맡겠습니다.”

“네! 아, 후돈 오빠 뒤! 뒤를 보세요!”

“내, 내가 막을 게!”

그 원인은 눈앞에 있는 세 사람 때문이었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동시에 돌진하겠습니다.”

“후돈 오빠! 마무리 부탁드려요!”

“나, 나만 믿어!”

공격해 오는 악마들이 순식간에 세 사람의 손에 시체로 변한다.

그렇다고 어중이떠중이들만 공격해 오는 것은 아니었다.

“생체기도 위험하다! 뒤로 물러나!”

“알겠…… 꺄악!”

“내가 붙잡을 게!”

무서운 독침을 가지고 있다는 에키마라, 소머리를 한 미노타우르스, 돌로 만들어진 몸을 가지고 있는 가고일.

하급이기는 해도 이름이 알려질 만큼 강력한 악마들이 일행들을 노렸다.

하지만 어떤 악마도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후돈 오빠! 막아주세요! 제가 파고들게요!”

“오, 오래는 못 버텨!”

“약한 소리 하지 마시구요!”

GG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가 판단했을 때, 이 던전은 S급으로 추정될 만큼 위험했다.

더군다나 악마란 것들은 기괴하고 괴상한 수법을 자주 사용하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 어려운 던전을 물고기가 물살을 가르는 것처럼 거침없이 진행하다니.

특히 놀라운 것은 저들의 대장이라는 권한울이었다.

메이홍, 권후돈도 강했지만 권한울이라는 남자는 아예 차원이 달랐다.

“으, 으아앗 또 온다!”

“뭐, 뭐가 저렇게 많아!”

“두 명 다 제 뒤로 오세요.”

자신에게 다가오는 악마의 무리를 순식간에 분쇄해버리지 않나.

“하, 한울아 저기 봐봐!”

“저건 너무 크잖아요!”

“제가 맡을 테니 주변을 정리해 주세요.”

메이홍과 권후돈이 버거워하는 악마가 나타날 때마다 단신으로 달려들어서 숨통을 끊어놓질 않나.

“더 이상 없는 거 같군요. 조금 쉬었다 가죠.”

“하아, 찬성이에요!”

“으아아, 힘들다.”

GG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 많던 악마들이 모두 시체가 되어 나뒹굴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봤음에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 전투력이었다.

“길잡이 아저씨?”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GG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메이홍이 그에게 물병을 내밀고 있었다.

“한 모금 드세요.”

“감사합니다.”

GG는 물병을 받고도 바로 마시지 않았다. 대신 떠나려는 메이홍을 붙잡고 물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가요?”

“세 분은…… 혹시 흑천에서 비밀리에 키우는 비밀병기라도 되는 겁니까?”

GG의 물음에 메이홍은 웃음을 터트렸다. GG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아, 죄송해요. 그런 말을 또 처음 들어봐서요. 저희 팀에 대해서 아무 것도 듣지 못하셨나 보네요?”

“흑천에서 오신 귀한 손님들이니 잘 모시라고만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음, 저희 팀이 좀 강하죠. 두 명은 순혈에 한 명은…… 아니, 세 명 모두 순혈이거든요.”

그 말에 GG의 무표정은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순혈이 어떤 존재던가.

혈통을 보유 하고 있는 가문에서도 몇 안 되는 귀한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순혈은 보통 필요한 곳에 딱 한 명씩만 배치되기 마련이다.

그런 순혈이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이라니.

“……놀랐습니다.”

게다가 GG가 판단하기로 이 세 명은 단순히 순혈이라 강한 것이 아니었다.

세 명 모두 보기 드문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가문을 책임질 기둥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 기둥이 한 곳에 모여 있으니 강할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GG는 두 손으로 뺨을 때리며 감정을 떨쳐냈다.

지금 자신은 길잡이로서 던전에 들어왔다. 언제까지 놀라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 * *

던전을 공략하면서 권한울은 여러 번 감탄했다.

‘다들 잘 싸우네.’

메이홍은 말할 것도 없고 권후돈도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게 잘 움직여주고 있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권한울이 나설 필요가 전혀 없었다.

문득 주하연과 나눴던 문답이 떠올랐다.

-지금 제 팀에 필요한 포지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포지션이라면?

-예, 원래 강한 팀의 첫 번째 조건이 역할을 분담하는 거잖아요.

-맞는 말씀입니다만…… 권한울 님 팀에는 굳이 역할을 나눌 필요 없을 겁니다.

당시에는 주하연이 했던 말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던전에서 확인해 보니 알 수 있었다.

역할을 나누는 이유는 팀의 부족한 면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권한울의 팀에는 그런 점이 없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수준이 높다.’

메이홍과 권후돈은 순혈일 뿐만 아니라 가문의 대표로 뽑혔을 만큼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가문에서 한두 명 찾아보기 힘든 원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원석이 둘이나 모여 있으니 주하연이 따로 역할을 나눌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이다.

‘저 GG라는 사람도 무시할 수 없군.’

파블로 패밀리의 담당자가 자신한 만큼 GG의 실력은 대단했다.

악마의 접근을 미리 알아내거나 함정의 위치를 귀신 같이 알아맞혔다.

‘감지 능력은 나보다 뛰어나다.’

믿기 힘든 일이었다. 권한울은 여러 혈통의 보조를 받고 있었다.

그런 권한울보다 환수혈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GG의 감지능력이 더 뛰어나다니.

‘아마도 환수혈의 능력 덕분이겠지.’

환수혈은 몬스터의 능력을 따라할 수 있다.

감지에 관련된 몬스터의 능력을 사용했다면 권한울보다 뛰어난 것도 이해가 갔다.

‘전투력은 조금 아쉽지만.’

길잡이라는 특성상, GG는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하지 않았다.

대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게 관여함으로서 전투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유도하고는 했다.

‘만약 전투에 관련된 몬스터의 능력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함부로 속단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환수혈이란 잠재력과 활용도가 높은 혈통이었다.

-권한울 님의 팀은 그대로 놔둬도 강해질 거예요.

주하연과 나눴던 대담의 뒷내용이 떠올랐다.

-그래도 꼭 단점을 찾자면…… 모든 팀원을 보좌할 수 있는 올라운더가 한 명 있으면 좋을 거 같네요.

권후돈은 체력과 방어력이 뛰어나지만 공격력이 다소 아쉽다.

메이홍은 공격력이 압도적이지만 그 외의 능력이 떨어진다.

그런 각자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존재.

‘저 사람이 딱이긴 한데…….’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무턱대로 영입 제한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GG는 수상쩍은 면이 많았다. 그런 인물을 팀에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지.’

권한울은 아쉬움을 접고 영입에 대한 일을 잊기로 했다.

* * *

안 그래도 어둡던 하늘이 완전히 새까맣게 변했다. 던전에 밤이 찾아온 것이다.

“더 진행하면 위험하니 야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GG는 이전에 던전에 들어왔을 때, 미리 봐둔 안전지역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안전지역에 도착하자마자 GG는 숙련된 솜씨로 자리를 정리하고, 텐트를 펼쳤으며, 식사 준비에 들어갔다.

“다 됐습니다.”

세 사람이 끼어들 겨를 도 없이 야영준비가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간단하게 스튜를 만들었습니다. 맛이 없으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GG가 세 사람에게 스튜를 담은 그릇을 내밀었다. 갓 만든 덕분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세 사람은 거의 동시에 스튜를 떠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이거 진짜 맛있는데요?”

“그러게요. 어떻게 간을 하신 거예요?”

“하, 한 그릇 더 먹어도 될까?”

세 사람이 모두 놀랄 만큼 스튜는 굉장히 맛있었다.

재료가 알맞게 익은 것은 물론이고 먹으면 먹을 수 록 깊은 맛이 느껴졌다.

세 사람은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고, 또 받아서 먹기 시작했다.

“귀찮은 일을 모두 맡겨서 미안합니다.”

스튜를 먹다말고 권한울이 GG에게 말했다. GG 혼자서 야영 준비를 한 게 마음에 걸렸다.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손이 빠른 사람이 맡는 게 효율적입니다. 다음에도 제게 맡겨 주십시오.”

GG가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권한울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하다못해 설거지라도 맡겨주세요.”

“아니요 그러실 필요는…….”

갑자기 GG가 고민에 빠졌다.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설거지 대신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십시오.”

“부탁이라고요?”

“흑천 일가는 한국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GG의 눈동자에서 옅은 호기심이 느껴졌다.

“어떤 관광지가 있는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GG가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그걸 들어서 뭐하시려고요.”

메이홍이 빈 그릇을 내밀며 말했다.

“그냥 놀러오세요. 맛있는 음식도 먹었으니까. 후돈 오빠가 직접 안내해 드릴 게요!”

“내, 내가?”

“중국인인 제가 한국을 소개해도 웃기잖아요?”

일리 있는 말이군.

권한울이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그건 안 됩니다.”

GG가 말했다. 세 사람의 시선이 GG에게 모여들었다.

조금이나마 들떠 있던 방금 전과 달리 지독한 어둠이 느껴지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안 된다고요?”

“예, 그런 사사로운 이유로 다른 나라를 방문할 수는 없습니다.”

“뭐 어때요. 여행인데.”

“안됩니다.”

GG가 단호하게 말했다. 무척 음울한 눈동자로 말했다.

“저는…… 벌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리고 뜻모를 소리를 덧붙였다.

* * *

“제가 보초를 설 테니 세 분은 쉬시지요.”

식사가 끝나고 취침 시간이 되었다.

GG는 세 사람을 잠자리에 들게 하고 본인은 망을 보겠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고, 밤이 더욱 깊어졌다.

텐트의 문을 잠그는 지퍼가 열리더니 권한울이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GG를 발견했다.

GG는 근처에 있는 바위 위에 서서 망을 보고 있었다.

“안 주무십니까?”

권한울이 다가가 GG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잠이 잘 안와서요.

“던전에서는 쉴 수 있을 때, 푹 쉬어야 합…….”

“환수혈을 가지고 있죠?”

불쑥, 권한울이 물었다. GG의 정신을 흔들어볼 요량이었다.

“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GG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담담히 말했다. 되레 권한울이 맥이 빠졌다.

“딱히 비밀이 아니었나 봅니다?”

“아뇨, 비밀입니다. 밝혀지는 순간, 어떻게 해서든 그 사람을 죽여 버릴 정도로.”

“근데 왜 그렇게 차분하죠?”

“제 실력으로는 당신을 죽일 수 없으니까요.”

GG는 순순히 털어놓았다.

“그러니 진실을 말하는 것 말고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자포자기?”

“어차피 당신은 그 비밀을 가지고 절 해코지하실 생각이 없지 않습니까.”

그것 또한 정답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GG는 단 한 번도 해를 끼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팀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움직였다.

“하나만 더 묻죠. 파블로 패밀리의 간부를 죽이고 다니는 범인이 당신입니까?”

“예, 맞습니다.”

이번에도 GG는 순순히 인정했다.

“어째서죠?”

이번에는 곧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GG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찾아야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권한울을 바라보며 물었다.

“더 이상은 묻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저도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뭐죠?”

GG가 말없이 권한울을 바라봤다. 권한울이 되물으려던 찰나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혈통을 가지고도 멀쩡할 수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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