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이 깡패임 69화>
69화 계승식 (2)
몇 십분 전.
“이게 흑천의 마녀가 펼친 마법이란 말이지?”
마리아 산체스는 결계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냥 경보만 울리는 결계가 아닌 거 같은데?”
마리아 산체스는 손끝을 결계에 가져다 댔다. 그 순간, 푸른 불길이 일어났다.
“오?”
불길이 손을 완전히 뒤덮었다. 그럼에도 마리아 산체스는 손을 떼지 않았다.
“일정량 이상의 마력에 반응하네. 그리고 접촉하면 완전히 불태워버리고.”
마리아 산체스는 뒤를 돌아봤다. 수십 명이 넘는 생인형들이 숨을 거칠 게 내쉬고 있었다.
“너희들 큰일 날 뻔한 거 알아? 이대로 진입했으면 3분의 1은 전부 타죽었을 걸.”
이만한 위력의 결계를 광범위하게 펼쳐놓다니.
“판데모니엄에도 이만한 수준의 마법사는 거의 없는데.”
마리아 산체스의 얼굴에 흥미가 떠올랐다.
“마리아 님.”
그때, 누군가 그녀에게 말했다. 이 자리에서 마리아 산체스와 더불어서 유이하게 생인형이 아닌 자로 페르드랑스의 심복이었다.
“이제 곧 시간이 됩니다.”
“알겠어. 재촉 좀 하지 마.”
마리아 산체스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페르드랑스, 걔도 참 건방지단 말이야. 내가 직접 움직여주겠다는데. 너만 남겨두고 자리를 비워?”
“주인님께서는 다른 방식으로 잠입하실 예정이라…….”
“그래도 마음에 안 들어. 의뢰금을 두 배로 올려야겠어.”
그 말에 심복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안 그래도 마리아 산체스에게 엄청난 양의 금액을 지불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금액의 두 배라니?
“농담이니까 겁먹지 마. 아무렴 또 돈을 받을까. 페르드랑스랑 내가 어떤 사이인데.”
마리아 산체스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겉옷을 벗어던졌다.
근육이 잘 발달된 두 팔과 등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숨을 쉴 때마다 근육 하나하나가 꿈틀거릴 거렸다.
마리아 산체스가 주먹을 쥐었다.
3살짜리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간단한 동작이었으나 마리아 산체스가 취하자 뭔가 달랐다.
마치 주변의 공기가, 아니 공간이 주먹을 중심으로 뒤틀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저건 또 뭐야?”
결계 안쪽에서 순찰을 돌던 이들이 마리아 산체스와 생인형들을 발견했다.
“여자? 저 뒤에는 뭐야?”
“이 멍청아! 보고도 모르냐! 침입자잖아!”
흑천의 헌터들이 황급히 귀에 달고 있는 초소형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기, 긴급 상황입니다!”
마리아 산체스가 주먹을 뒤로 당겼다. 그리고 야구공을 던지듯이 있는 힘껏 팔을 휘둘렀다.
“겨, 결계 밖에 적들이 나타났…… 저, 저게 뭐야? 으, 으아아악!”
마리아 산체스의 주먹과 결계가 충돌했다. 저택 전체를 둘러싸고 있던 결계가 통째로 깨졌다.
“포장지는 벗겨 놨으니 지금부터는 네 차례야.”
마리아 산체스의 말에 심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저희도 움직여보겠습니다.”
“너도 가서 싸우게?”
“아뇨, 저는 주인님께서 따로 시키신 일이 있습니다.”
“또? 하여간 그 음흉한 녀석.”
심복도 마리아 산체스에게 고개를 숙인 뒤, 생인형들과 함께 사라졌다. 생인형들이 흉포한 살기를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홀로 남겨진 마리아 산체스는 팔짱을 기며 말했다.
“그럼 이제 흑천의 마녀를 불러볼까?”
* * *
“연회장 안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말했다고?”
락브레이커가 소리쳤다. 권후돈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으, 응. 여기서 하객들을 지키라고 말했어.”
“그 애송이가 그런 명령을 내렸단 말이지?”
“왜, 왜? 잘못됐어?”
권후돈의 질문에 락브레이커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반대야. 그 녀석…… 상황을 정확하게 볼 줄 알았군.”
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함부로 움직이는 것은 얼간이나 하는 짓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연회장이다. 넓고 시야가 확 트여 있기 때문에 변수가 생겨도 대처하기 쉬웠다.
“그, 그럼 한울이 말대로만 하면 되겠네.”
“대장도 어지간하군.”
“어, 어?”
“그랬다가는 우리가 재미를 볼 수가 없잖아.”
락브레이커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 권한울 말대로 하객들만 지키고 있다가는 모든 공훈을 그 놈이 가져가게 되지. 대장은 정말로 그걸 원하나?”
“하, 하지만 임무가 우선…….”
락브레이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장, 대가리가 달렸으면 조금만 더 생각해봐. 이 작전의 지휘권은 권한울에게 있어. 이게 무슨 소리인 줄 알아?”
“모, 모르겠어…….”
“무슨 일이 생기든 그 놈의 책임이라는 거야. 즉, 그 놈에게 모든 뒤처리를 맡기고 우리는 맛있는 부분만 삼켜도 된다는 거지.”
권후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로서는 대체 락브레이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본인의 이득만을 생각하단 말인가?
-무슨 좋은 수라도 있나요?
권후돈이 매고 있는 목걸이에서 권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후돈은 깜짝 놀란 반면, 락브레이커는 지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다 보고 있었군요.”
-당연하죠. 자칫 잘못하면 후돈이가 다칠지 모르니까요.
“제가 있는데 그런 걱정은 왜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답이나 하세요. 무슨 수가 있는 겁니까?
락브레이커가 미소를 지었다. 권후돈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락브레이커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너무도 잔인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제가 범죄자 몇 놈을 조져봐서 잘 압니다. 이런 놈들은 절대로 정면에서 들이대지 않아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멍을 뚫어놓죠.”
-그 구멍을 역이용하겠다는 거군요.
권미가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좋아요.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대신 후돈이가 다치면 안 됩니다.
“당연하죠.”
허락을 받은 이상, 락브레이커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럼 대장, 움직입시다.”
“우, 움직이다니?”
락브레이커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쥐구멍을 찾아야지.”
* * *
“여러분들! 함부로 움직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겁먹지 마십시오! 무슨 일이 생겨도 저희가 지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권후돈의 팀원들은 연회장을 돌아다니며 하객들은 진정시켰다.
처음에는 경찰을 부르라며 난동을 피우던 하객들도 지금은 조금 진정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조금 진정됐을 뿐이지 다들 불안한 얼굴이었다.
“대낮에 습격이라니…… 경찰들은 대체 뭐하고 있답니까.”
“보통 놈들이 아닌 것 같아요…… 경찰들로는 어림도 없고 헌터들을 불러야할 거 같던데요.”
하객들은 다들 떨리는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 속에는 타카미네 료코도 있었다. 타카미네 료코는 어느 누구하고도 대화하지 않고 차분한 얼굴로 시간을 살피고 있었다.
“아가씨!”
그때, 고리키 나나가 타카미네 료코를 불렀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빨리 거기로 도망쳐야 해요!”
“거기라면…… 은신처 말씀이세요?”
유서 깊은 가문은 어느 곳이나 숨을 곳이 마련되어 있기 마련이다.
타카미네 가문의 저택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가씨!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고리키 나나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은신처의 존재를 들키면 너도 나도 따라가겠다고 난리를 피울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권한울 님께서는 여기 있으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지금 적들이 저렇게 많이 몰려왔는데 그게 무슨 태평한 말씀이세요!”
고리키 나나는 화를 내며 말했다.
“아가씨께서 잘못되시면 타카미네 가문과 병원은 그날로 끝이에요!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모르시겠어요?”
타카미네 료코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생각이 달라졌는지. 고리키 나나에게 말했다.
“알겠어요. 나나 씨의 말을 따를 게요.”
“잘 생각하셨어요!”
“하지만 어떻게 가시려고요?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들한테 들킬 텐데요.”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하객들은 연회장 중앙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여기에 권후돈의 팀원들이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이제 곧…….”
순간, 고리키 나나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게 아니라 기회가 생기면 그때 움직이면 되죠.”
“기회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고리키 나나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어느새 등 뒤에 락브레이커가 와 있었다.
“아까부터 듣고 있었는데…… 어디를 간다고? 거기가 어디지?”
“그, 그, 그게…….”
“우리 쪽에서 말하지 않았나?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고리키 나나의 시선이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라, 락브레이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요…….”
“다 들었어. 료코 아가씨를 은신처로 데려가겠다고?”
고리키 나나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다 끝났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전혀 의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말이 되는 소리군.”
“예?”
“따지고 보면 페르드랑스가 노리는 사람은 타카미네 료코 아가씨지. 그런데 아가씨를 이런 곳에 둘 수야 없는 거 아닌가.”
고리키 나나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
“그, 그렇죠? 역시 락브레이커 님하고는 말이 좀 통하네요. 그럼 저와 아가씨를 거기로 안내해 주시겠어요?”
“그래, 같이 가도록 하지.”
그 말에 고리키 나나의 얼굴이 멍해졌다.
“가, 같이 간다뇨?”
“말 그대로 우리도 같이 간다는 소리지.”
“그러니까 왜…….”
“당연한 것을 묻는군. 당연히 안전의 안전을 기하기 위해서지. 아가씨랑 그쪽 둘이서만 은신처에 있는 것보다 우리도 같이 있으면 더 안전할 테니까.”
“거, 거기는 타카미네 가문의 비밀 은신처라서 외인은 들어올 수 없어요!”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니 규칙에 예외를 두면 돼지.”
락브레이커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자 고리키 나나는 말문이 막혔는지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나도 끼워주게.”
뜻밖의 인물이 입을 열었다. 병원장 노무라 마사타카였다.
“은신처로 간다면서? 염치없지만 나도 같이 가고 싶네만.”
“당신도 말입니까?”
락브레이커가 턱을 매만지며 물었다. 노무라 마사타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염치없는 부탁을 해서 미안하네. 하지만 내가 죽으면 타카미네 병원도 큰 타격을 입고 말지. 병원을 위해서라도 살아남아야겠네.”
그리 말하며 노무라 마사타카는 간곡한 어조로 말했다.
“나나 씨, 그러니 나도 데려가주게.”
갑자기 자신이 거론되지 고리키 나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알겠어요. 가, 같이 가요.”
* * *
현룡승천공 무형(玄龍昇天功 無形)
응용식 용마탄(應用式 龍魔彈)
권한울의 손에서 발사된 검은 마탄이 생인형들의 몸을 꿰뚫었다.
그 순간, 용마탄에 적중된 생인형들의 신체가 통째로 소실되어버렸다.
팔에 맞으면 팔이 사라진다. 머리에 맞으면 머리가 없어진다. 가슴에 맞으면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순식간에 열 명의 생인형들이 시체가 되어 땅바닥에 쓰러졌다.
“위력 확실하네.”
권한울은 손가락을 풀며 말했다.
용마탄은 단순히 용마기를 응축시켜서 마탄으로 쏜 게 아니다.
수라혈과 천재혈을 활용해서 현룡승천공의 묘리를 섞었다.
거기다 천리용안의 권능으로 모든 마력을 때려 박았다.
“----!”
“----!!”
남아 있는 생인형들이 다시 돌진했다.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용마탄을 보고 겁에 질려서 도망쳤겠지만 생인형들은 이미 이지를 상실했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었다.
“한 발 더 가볼까?”
권한울이 다시 용마기를 일으켰다. 천리용안의 권능을 이용해서 용마기를 마탄으로 다듬었다.
두 번째 용마탄이 모조리 생인형들의 가슴에 적중했다. 그 직후, 생인형들의 상반신이 모조리 사라졌다.
“와…….”
옆에 있던 메이홍이 경악스럽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저런 걸 두 번이나…… 안 힘드세요?”
“조금?”
권한울이 목을 좌우로 두 번 껐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부담이 심한 천리용안을 사용한 채로 막대한 양의 마력을 두 번이나 쏟아 부었지만 권한울은 멀쩡했다.
체력이 S등급으로 오르면서 얻게 된 초월적인 지구력 덕분이었다.
“이제 남은 놈들도 정리하죠.”
페르드랑스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인형들을 상대로 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권한울이 세 번째 용마탄을 준비할 때였다.
“꺄아아아악!”
“사, 사람 살려!”
저택 안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온 것은.
순간, 권한울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권후돈과 락브레이커에게 하객들을 부탁했다.
그런데 이 비명소리는 대체 뭐란 말인가.
“……메이홍, 이곳을 부탁드릴 게요.”
권한울은 메이홍에게 맡기고 저택으로 달려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반대쪽 벽을 무너뜨리고 침입한 생인형들이 보엿다.
그런데 생인형들만 보일 뿐, 권후돈과 락브레이커는 없었다.
그 둘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팀원들의 숫자도 턱없이 적었다.
“이상한 일이로군요.”
생인형들 속에서 누군가 입을 열었다.
“안에 들어오면 락브레이커가 있을 거라고 했는데. 락브레이커는커녕 지키고 있는 사람도 별로없군요.”
괴인조차 예상외였다는 듯이 말했다. 권한울은 괴인을 노려보며 물었다.
“페르드랑스인가?”
“그럴 리가요. 저는 주인님의 명령을 따르는 종일 뿐입니다.”
권한울은 혀를 찼다. 하긴 진짜 페르드랑스라면 이렇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지만…… 그나마 당신이 남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괴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리틀드래곤. 터무니없이 강하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강해도 한손으로 열손을 어쩔 수는 없는 법.”
괴인이 양팔을 펼쳤다. 생인형들이 좌우로 흩어졌다.
“저들을 지키고 싶거든 가만히 계세요.”
그 말에 하객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하객들은 모두 애타는 시선으로 권한울을 바라봤다.
하지만 정작 권한울은 괴인과 하객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이봐.”
대신 남아 있는 권후돈의 팀원을 향해 물었다.
“예, 예!”
“권후돈이랑 락브레이커…… 그리고 타카미네 료코 양은 어디로 갔지?”
권후돈의 팀원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 아까 따로 연회장을 빠져 나가셨습니다.”
“내가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가?”
“트, 틀림없이 내리셨습니다!”
팀원은 덜덜 떨며 소리쳤다. 권한울은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숨을 길게 마시고 내쉬었다.
“빌어 처먹을.”
그리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어쩐지 뒤통수가 간지럽더라니 이런 식으로 날 엿 먹여?”
권한울의 살기가 점점 더 짙어졌다. 그 모습에 괴인의 얼굴이 굳었다.
“리틀드래곤! 하객들의 목숨이 아깝거든 가만히 있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해봐.”
괴인은 말을 멈췄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권한울에게서 느껴지는 폭발적인 살기와 분노가 그의 입을 다물게 했다.
“해 보라고.”
권한울이 괴인을 노려보며 뇌까렸다. 그 순간, 괴인의 등줄기를 타고 오한이 들었다.
“다, 당장 모두 죽여 버려…….”
그 순간, 권한울이 마력을 일으켰다. 엄청난 밀도의 마력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퍼졌다. 천장의 모든 유리가 박살이 났다.
천공비로(天空飛路)
제1차로 독주(獨走)
그 순간, 괴인은 보았다. 반투명한 바람의 길이 연회장 전체를 가득 채우는 광경을.
“……뭐?”
권한울이 바람길에 몸을 실었다. 그의 신형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생인형들의 머리가 연달아 터져나갔다.
“이, 이게 무슨……!”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손바닥 하나가 괴인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대로 벽으로 처박았다.
“크, 크어어억!”
권한울은 괴인의 얼굴을 움켜쥔 채 높이 들어올렸다.
“해봐.”
“으, 으아아아악!”
“해 보라니까?”
“그, 그만 그마아아안!”
권한울이 괴인의 얼굴을 붙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으아아악!”
괴인의 비명소리가 절정에 달한 순간, 무언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권한울의 얼굴에 피가 튀었다.
권한울은 축 늘어진 괴인의 시체를 한쪽으로 집어던졌다.
살기어린 눈동자로 팀원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새끼들 지금 어디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