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통이 깡패임-68화 (68/221)

<혈통이 깡패임 68화>

68화 계승식 (1)

환골탈태(換骨奪胎)

근골과 장기, 그 외에 신체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는 현상을 말한다.

환골탈태를 경험한 육신은 모든 능력이 향상된다.

단순히 힘이 좋아진다, 마력을 잘 다루게 된다.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생명체로서의 근간이 달라진다. 존재로서의 격이 높아진다.

환골탈태를 통해 향상되는 전투력은 기존의 3~4배 이상이라고 한다.

그 정도로 대단하기에 세계랭커 중에서도 환골탈태를 경험해본 사람은 한두 명 정도에 불과하다.

“관심이야 있지만…… 그런 걸 왜 물으시는 겁니까?”

별안간 노무라 마사타카가 주변을 살폈다. 목소리를 한껏 낮춘 뒤, 속삭였다.

“타카미네 병원은 오랜 연구 끝에 환골탈태의 시술법을 개발해냈다네.”

“……그게 정말입니까?”

권한울이 반응을 보이자 노무라 마사타카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물론 쉽게 되는 건 아니야. 타카미네 병원의 모든 유물과 설비를 동원해야 하는데다 막대한 양의 영약이 필요하지. 한 번 시술을 실시하면 병원의 모든 유물이 작동을 정지해서 한 달은 넘게 휴관을 해야 해.”

세계 최고의 병원 중 하나로 거론되는 타카미네 병원이 휴관을 해야 할 정도라니.

그야말로 병원의 모든 것을 갈아 넣어야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내가 자네에게 그 시술을 해준다고 하면 어떻게 할 텐가?”

“저한테 말입니까?”

“그래, 나는 자네처럼 장래가 유망한 젊은이를 좋아하지. 더군다나 흑천의 혈족이라면 투자해서 나쁠 게 없지 않겠나? 다만…….”

노무라 마사타카의 눈빛이 변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환골탈태란 쉽게 되는 게 아니야. 병원으로서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함부로 시술해 주는 건 힘들어.”

“그럼 괜찮습니다.”

권한울이 단칼에 거절하자 노무라 마사타카의 표정이 살짝 무너졌다.

“괜찮다고?”

“병원에 부담을 지우면서까지 부탁드릴 수는 없지요. 무엇보다 지금은 임무에 집중할 때라서 다른데 신경을 쏟을 여유가 없거든요.”

노무라 마사타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잠시 뒤,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이 맞군. 하지만 언제든지 관심이 있으면 날 찾아오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만나서 영광이었네.”

그리 말한 뒤, 노무라 마사타카는 자리를 떠났다.

“하연 씨, 저 말이 진짜일까요?”

“솔직히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환골탈태의 시술법을 만들어냈다면 소문이 나지 않았을 리가 없죠.”

주하연의 말이 맞았다.

환골탈태는 흔해빠진 기연과는 차원이 따르다. 세계랭커들조차 탐을 낼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

“다만 아예 부정하기도 힘들군요. 환골탈태는 타카미네 가문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그 숙원이 최근에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그러니 성공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주하연의 의견이었다.

“그런데 왜 바로 거절하신 건가요? 자세히 나쁠 건 없을 것 같았는데요.”

“은근슬쩍 제 속을 떠보는 게 재수가 없어서요.”

노무라 마사타카는 순수한 호의로 환골탈태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니다.

말을 하는 내내 권한울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환골탈태를 미끼로 던지고 권한울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리고 말이죠.”

권속혈을 지니고 있기에 똑똑하게 볼 수 있었다.

노무라 마사타카의 정신력은 탐욕과 오만으로 완전히 오염되어 있었다.

“영 못 믿을 인간이더라고요.”

* * *

권한울은 주하연과 함께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앗, 오셨네요.”

메이홍이 연회장을 냉큼 권한울에게 달라붙었다.

“혹시 수상한 사람은 있었나요?”

“아뇨, 없었어요.”

메이홍에게는 미리 하객들의 감시를 부탁해 놨다.

혹시 페르드랑스가 수작을 부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메이홍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타카미네 료코와 고리키 나나가 권한울에게 다가왔다. 권한울이 먼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타카미네 료코 양, 가문을 정식으로 물려받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권한울은 고개를 들며 둘을 살폈다.

치장을 최대한 절제한 타카미네 료코와 달리 고리키 나나는 굉장히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의 화장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진했다.

“제대로 갖춰 입으시니까…… 몰라보겠는 걸요.”

고리키 나나가 권한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훑어봤다.

어쩐지 소름끼치는 눈빛이었다. 살면서 여자한테 이런 눈길을 받을 줄은 몰랐다.

권한울은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 타카미네 료코에게 물었다.

“생각보다 하객들이 많지는 않군요.”

“원래 계승식은 가문 사람들과 병원 관계자들만 불러서 조촐하게 치루는 게 관례거든요.”

권한울은 슬쩍 연회장을 둘러봤다. 악단을 통째로 불러서 연주를 시키고 있는데. 조촐하다는 말이 어울리나 싶었다.

“하, 한울아.”

멀리서 권후돈이 달려왔다. 옆에는 락브레이커도 함께 있었다.

권한울은 타카미네 료코에게 양해를 구하고 권후돈에게 다가갔다.

“팀원들은?”

“네, 네가 말한 대로 배치했어. 1조랑 2조는 외부를 순찰하고 있고, 3조는 안에 있어.”

“잘했네.”

권한울의 말에 권후돈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락브레이커.”

“왜 그러지?”

락브레이커가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는 잘 부탁하겠습니다.”

“내가 나설 틈이 있을지 모르겠군. 리틀드래곤이랑 다른 두 명이 워낙 잘나셔서.”

이런 상황에서도 락브레이커는 비꼬듯이 말했다. 옆에 있던 권후돈은 안절부절 못했다.

“그럼 대장, 우리는 할일이나 하러 갑시다.”

“하, 한울아 가볼 게.”

반면 권한울은 락브레이커의 태도를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피차 좋은 감정은 없다. 할일만 제대로 해 주면 불만은 없었다.

-아아.

그때, 연회장 안에서 노무라 마사타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무라 마사타카는 연회장 한쪽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서서 마이크를 붙잡고 있었다.

-오늘 모여주신 하객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모두의 시선이 노무라 마사타카에게 집중되었다. 노무라 마사타카는 잠시 사람들을 둘러봤다.

꼭 시선을 즐기는 것 같았다.

-이 자리에 서 있으려나 선대 당주님의 계승식이 떠오르는군요. 그날의 저는 단상이 아니라 아래에서 선대 당주님을 올려다보고 있었지요.

노무라 마사타카가 잠시 말을 멈췄다. 당시의 일을 회상하는 듯 했다.

-그랬던 제가 지금은 이곳에 서서 계승식의 시작을 알리게 됐으니 감개무량합니다.

그 뒤로도 노무라 마사타카의 말이 길게 이어졌다. 자신의 젊은시절 이야기, 그리고 선대 당주의 죽음, 마지막으로 병원장으로 취임한 직후 얼마나 노력했는지.

하는 말만 들어보면 타카미네 료코가 아니라 노무라 마사타카를 위한 자리 같았다.

-그럼 타카미네 료코 아가씨께서 단상에 올라오시겠습니다.

노무라 마사타카가 살짝 뒤로 물러났다. 밑에 있던 타카미네 료코가 계단을 밟으며 올라왔다.

단상 위에 선 타카미네 료코가 마이크를 잡았다. 현장에 모인 귀빈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던 찰나였다.

[기, 긴급 상황입니다!]

귀에 꽂고 있던 초소형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겨, 결계 밖에 적들이 나타났…… 저, 저게 뭐야? 으, 으아아악!]

무언가 충돌하는 굉음이 저택 전체를 울렸다. 이윽고 수백 개의 유리가 연달아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주하연이 황급히 권한울에게 말했다.

“권한울 님, 결계가 깨졌습니다.”

그게 뜻하는 바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습격이 시작되었다.

저택 밖에서 비명소리와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권한울은 고민했다. 첫 번째 습격 이후 줄곧 조용하던 적이 이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공격을 해온다?

“함정인 거 같군요.”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페르드랑스는 교활한 인물이다. 그런 자가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짓을 저지를 리가 없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주하연의 물음에 권한울은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

“굳이 적의 수작에 어울려줄 필요는 없죠.”

이런 상황에서는 함부로 움직이는 것보다 버티는 게 훨씬 나았다.

괜히 적의 수작을 깨부수겠다고 움직였다가는 계략에 당할 확률이 높았다.

“권후돈!”

권한울이 큰소리로 외쳤다. 바로 근처에서 권후돈이 고개를 들었다.

“왜, 왜?”

“팀원들을 데리고 타카미네 료코 양과 하객들을 보호하도록 해라. 연회장에서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지금 가장 안전한 장소는 이 저택이다.

주하연이 결계를 친 이후, 몇 번이고 저택 안쪽을 수색했다.

“너, 너는?”

“나?”

권한울이 양쪽 입 꼬리를 올렸다. 짐승처럼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

“불청객을 만나러 가야지.”

* * *

밖으로 나가자 넓은 정원 곳곳에서 권후돈의 팀원들과 습격자들이 싸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습격자들의 모습이 심하게 괴악했다.

사지의 한쪽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거나 피부가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두 눈은 흐리멍덩하고 입에서는 녹색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컥!”

“크악!”

그런데 권후돈의 팀원들이 밀리고 있었다.

괴인들이 팔다리를 휘두를 때마다 권후돈의 팀원들은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나?”

권후돈의 팀원들은 권미가 직접 데려왔다. 그만큼 만만찮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들이 저렇게 쉽게, 아니 압도적인 격차로 밀리다니?

“끄아아악!”

팀원 한 명인 괴인의 손에 붙잡혀 땅에 처박혔다. 괴인은 그 위에 올라타서 팀원에게 주먹질을 하려고 했다.

가만히 두고보면 죽을 판이었다.

권한울은 곧바로 괴인들을 향해 마탄을 쏟아냈다.

수십 발의 마탄이 괴인들의 몸 곳곳에 틀어박혔다. 괴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물러났을 뿐, 모두 멀쩡했다.

어지간한 오러도 꿰뚫을 만큼 강력한 마탄이 괴인들의 피부조차 뚫지 못한 것이다.

어이없어하는 권한울에게 주하연이 말했다.

“……인형술사의 생인형들입니다.”

“인형술사라고요?”

“판데모니엄 소속 악인입니다. 사람과 몬스터를 융합시켜는 시험을 즐기는 끔직한 작자입니다.”

주하연이 괴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들은 모두 몬스터의 신체를 이용해 강화가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독을 이용해서 신체의 잠력을 한계까지 이끌어낸 것 같군요.”

“독까지 썼단 말입니까?”

“예,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저들을 어쩌지 못할 겁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권후돈의 팀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권한울은 저들을 향해 소리쳤다.

“부상자들을 데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라!”

권한울의 말에 팀원들은 부상자들을 부축하고 모두 저택으로 들어갔다.

“빨리 정리하고 페르드랑스를 찾아보죠.”

권한울은 아공간을 열어서 가죽 장갑을 착용했다. 메이홍도 검을 빼들었다.

그런데 주하연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연 씨?”

“권한울 님, 죄송합니다.”

대뜸 주하연이 말했다.

“누군가 저를 부르고 있습니다.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표정이 굳어 있었다.

“꼭 하연 씨가 가야하나요?”

“단 일격에 결계를 부순 장본인입니다. 반드시 제가 가야 합니다.”

아무래도 페르드랑스에게 다른 조력자가 있는 듯 했다. 권한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세요.”

“알겠습니다.”

주하연은 마력을 몸에 두른 채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지자 권한울은 괴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도 할 일을…….”

그때였다

“---!”

“---!!”

“---!!!”

생인형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내질렀다. 몸 곳곳에 검은 핏줄이 돋아냈다. 독의 증상이 더욱 강해진 것이다.

생인형들이 권한울을 향해 달려들었다.

각기 다른 형태를 하고 있는 생인형들이 일제히 달려오는 모습은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으엑.”

메이홍이 싫다는 듯이 혀를 내밀었다. 권한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뒤로 물러나 계세요.”

권한울의 이마가 갈라졌다. 좌우로 벌어지며 눈동자가 나타났다.

<권능 ‘천리용안(天理龍眼)’을 개방합니다.> 권능을 개방한 순간, 생인형들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느려졌다.

생인형 뿐만이 아니었다. 온 세상이 느려진다.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 한 톨까지 세세하게 보였다.

권한울은 용마기를 일으켰다. 신체에 있는 마력을 전부 용마기로 치환했다.

원래 보유하고 있는 마력과 다룰 수 있는 마력은 별개인 법.

100의 마력을 가지고 있어도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마력은 30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 권한울은 100의 마력을 전부 다루고 있었다.

<‘천리용안(天理龍眼)’이 주변 환경을 지배합니다.> 천리용안의 권능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권한울은 모든 용마기를 양손에 모았다. 손가락의 두 번째 마디를 굽혀 마탄을 장착했다.

일반적인 마탄으로 생인형들을 꿰뚫을 수 없다면 마탄의 위력을 강화시키면 될 일.

현룡승천공 무류형(玄龍昇天功 無類形)

응용식 용마탄(應用式 龍魔彈)

검은 광선이 연달아 생인형들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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