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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60화 (60/221)

<혈통이 깡패임 60화>

60화 다 알고 있다 (1)

메이홍을 영입한 이후, 권한울은 삶은 조금 더 바빠졌다.

팀원이 생겼다고 끝이 아니다. 호위 임무를 맡기 전까지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첫 번째가 메이홍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었다.

“다 끝났어요!”

메이홍이 칼을 붕붕 흔들며 말했다. 밝게 웃고 있는 그녀의 뒤로 토막 난 몬스터들의 시체가 보였다.

“골드 등급의 던전, 골렘 세 마리, 5분 20초 클리어.”

권한울은 시계를 확인해 보며 말했다. 다시 봐도 대단한 실력이었다.

골렘은 그 파괴력도 파괴력이지만 단단한 육신으로 악명이 높았다.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흠집도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골드 등급이지만 플래티넘 등급에 맞먹는다고 평가받을 정도다.

그런 골렘을 상대로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실력은 대단한데…….”

권한울의 약간 걱정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실력은 흠잡을 곳이 없다. 하지만 그녀의 칼질을 보고 있자면 이따금씩 섬뜩해질 때가 있었다.

문득 구언의 말이 떠올랐다.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졌을 거라던가.

부모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고, 원수의 수족이 되어 움직였다. 내면에 폭력성을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잘했죠?”

어느새 메이홍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권한울은 시계를 주머니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했습니다.”

“말씀 편하게 하시라니까요.”

“저는 이게 편합니다.”

권한울의 말에 메이홍이 살짝 쌤통이 난 표정을 지었다.

“……뭐, 하연 언니한테도 존대하시니까요.”

그때, 땅이 쿵쿵 울렸다. 조금 떨어진 곳의 땅바닥이 들썩거리더니 골렘 두 마리가 더 나타났다.

“이번에는 3분 만에 끝내볼 게요!”

메이홍이 다시 검을 쥐고 달려갔다. 권한울은 가만히 그녀를 지켜봤다.

“…….”

사실 눈은 그녀의 전투를 보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

저번 날에 만났던 배철민의 말이 아직도 권한울의 마음속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버지는 스스로 가문을 나온 게 아니라, 사형을 선고 받고 도망친 거라고 했지.”

대체 무슨 연유로 사형을 선고 받았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다.

하지만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았다.

“회장님이랑 하연 씨는 또 말을 안 해 줄게 뻔하고.”

그래서 가문의 사람들을 권속혈로 지배해서 조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권속혈의 지배 권능은 헌터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노호민 때처럼 실컷 패버린 다음에 지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권속혈로 사람을 지배하려면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사람의 정신력을 흐트러트려야 지배의 권능이 먹힌다. 그렇지 않으면 지배의 권능이 통하지 않는다.

카탈리나 블라가가 여인으로서의 매력을 갈고닦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미모를 이용해서 사람을 사로잡고, 권속혈로 지배하기 위함이었다.

“어떻게 따로 조사해 줄 사람을 찾아야겠는데.”

그런 사람을 구하는 게 쉬울 리가 없다.

“세상 참 쉬운 일이 없구먼.”

권한울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근처에 있던 던전 게이트가 흔들리더니 주하연이 안으로 들어왔다.

“권한울 님, 통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누구인데요?”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입니다.”

아이언펭.

흑천 일가에 들어오기 전, 권한울에게 던전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던 길드였다.

이후, 데뷔전을 치를 때,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를 노예처럼 부러 먹으면서 앙갚음을 했지만.

“그 남자가 전화를 왜 했죠?”

“돌려드릴 물건이 있다고만 말했습니다.”

아.

권한울은 그제야 권한울은 잊고 있던 물건을 떠올렸다.

“사람을 시켜서 보내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그냥 그렇게 하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뇨, 그냥 제가 직접 간다고 해 주세요.”

“직접 가신다고요?”

주하연이 이상하다는 듯이 묻자 권한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오랜만에 서울 구경 좀 하려고요.”

* * *

이후, 권한울은 서울로 떠날 준비를 했다.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와 시간 약속을 잡으면서 권한울은 조건을 하나 더 추가했다.

아이언펭이 확보해 놓은 던전 중에서 플래티넘 등급의 던전을 하나 이상 내어달라는 것이었다.

골드 등급의 던전으로는 메이홍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결국은 더 높은 플래티넘 등급의 던전이 필요했다.

하지만 플래티넘 등급의 던전은 흑천 일가 내에서도 따로 관리하기 때문에 권한울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언펭을 이용해서 플래티넘 등급의 던전을 공략하고, 메이홍의 실력을 확인하고자 했다.

“정말 두 분만 가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또한 이번에는 주하연 없이 권한울과 메이홍 둘만 가기로 했다.

“예, 이번에는 저희 둘이서 진행을 해 보려고요.”

그 이유는 주하연 없이 던전을 공략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던전의 확보, 정보 수집, 공략 아이템 준비까지 모조리 주하연이 도맡았다.

편하기는 했지만 매번 주하연에게 의지해서야 그녀가 없을 때,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

그러니 이번에는 둘이서만 던전 공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겠다.

……라는 게 권한울의 주장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주하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그녀를 흑천 일가에 두고 권한울과 메이홍은 서울로 가는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전용기 안에서 메이홍이 권한울에게 물었다.

“권한울 님, 솔직히 둘이서 던전을 진행한다는 건 핑계죠?”

“티 많이 났나요?”

“그건 아니에요. 저처럼 맨날 권한울 님을 살피는 사람이 아니면 몰랐을 걸요.”

그랬다니 다행이었다.

“말한 대로 다른 용건이 있기는 하죠.”

“뭔데요?”

“개인적인 사정이라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네요.”

메이홍이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연 씨한테 말할 건가요?”

“저한테도 말씀 안 해 주는 게 섭섭하기는 하지만…… 참아드릴 게요. 권한울 님은 이제 제 상사잖아요.”

메이홍이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피곤한지 눈을 감았다. 그러다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권한울을 쳐다봤다.

“아, 이러면 우리 둘이 공범이네요?”

* * *

서울에 도착한 권한울은 가장 먼저 아이언펭의 길드로 향했다.

“메이홍 씨, 그동안 흑천에만 있느라 답답하셨을 텐데 공기 좀 쐬고 오세요.”

그 말에 메이홍은 권한울을 흘겨봤다.

“너무 노골적으로 떼어놓으시는 거 아니에요?”

“알면 사정 좀 봐주시죠.”

“알겠어요. 맛있는 거라도 먹고 있을 게요.”

메이홍은 혼자서 시내로 사라졌다.

통역 스킬도 보유하고 있고, 실력도 보통이 아니니 권한울은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메이홍을 보낸 뒤, 권한울은 아이언펭의 길드 건물로 향했다.

입구로 들어선 순간,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권한울 님을 뵙습니다!”

입구에서부터 1층의 로비까지 모든 길드원들이 서서 권한울에게 인사를 했다.

그 사이로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가 통통한 배를 튕기며 걸어왔다.

“권한울 님, 다시 뵙게 되어 감격스럽습니다.”

권한울은 웃는 얼굴로 아이언펭 길드마스터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면서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정신 사납게 이게 무슨 짓입니까.”

권한울이 목소리를 낮게 내리깔자 길드마스터의 얼굴이 새파랗게 굳었다.

“제, 제 나름대로 환영인사를…….”

“시끄럽고 당장 사람들 해산시켜요.”

“아, 알겠습니다!”

길드마스터는 황급히 직원들을 돌려보냈다.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권한울에게 돌아왔다.

“이, 이만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 * *

아이언펭.

십년이 넘게 대한민국의 1위 길드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대형 길드다.

헌터들의 수준은 물론이고 일처리 능력까지 몹시 뛰어나기에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강한 믿음을 쌓고 있다.

그런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 업무실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길드마스터의 자리에 젊은 남성이 앉아 있었고, 길드마스터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던 것이다.

“여, 여기 있습니다.”

길드마스터는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반지를 내밀었다.

낡고 볼품없는 반지였으나 권한울은 알고 있었다. 이 반지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이름 : 구속의 반지

-품질 : 레전더리(???)

-반지의 진명과 권능은 봉인되어 있다. 해제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절차가 필요하다.

-스킬

1, 장막 : 반지의 이름과 설명은 ‘소유자’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2. 세뇌 : ‘소유자’ 이외에 사람이 장기간 반지와 접촉할 경우 ‘소유자’에게 정신적으로 구속이 된다.

“권속혈이 있으니 이 반지를 쓰기는 좀 아까운데.”

구속의 반지도 좋았으나 사용 조건이 너무 까다로웠다.

소유자 이외에 장기간 접촉한 사람에게만 구속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간에 반지의 소유권을 강탈당하면 그대로 뺏기는 셈이니 말이다.

“권한울 님, 따로 시키실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 그랬죠.”

권한울은 반지에게서 시선을 떼고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를 쳐다봤다.

“흑천 일가에 대해서 조사를 해 주셔야 겠습니다.”

“……흑천 일가라고요?”

말만 꺼냈을 뿐인데. 길드마스터의 눈동자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구속의 반지’에 얽매인 종속자의 구속이 풀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권한울은 살짝 인상을 썼다. 이토록 불안정한 스킬이라니.

길드마스터가 두려워하는 게 당연했다. 아이언펭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흑천 그룹에 비할 바가 아니다.

둘의 규모가 너무 커서 흑천 일가는 일부러 대한민국 길드의 순위를 매길 때 넣지 않을 정도니까.

“……아니에요. 잊으세요.”

권한울이 그렇게 말하자 길드마스터의 눈동자가 다시 안정됐다.

<‘구속의 반지’에 얽매인 종속자의 구속이 유지됩니다.> 권한울은 짧게 혀를 찼다. 권속혈의 지배라면 불길 속에라도 뛰어들 텐데.

내친 김에 권한울은 권속혈을 발현했다.

<‘권속혈(眷屬血)’의 권능을 발현합니다.> <대상의 정신력이 강합니다.>

<지배가 불가능합니다.>

“역시 안 되네.”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헌터는 권속혈로 지배할 수가 없었다.

노호민처럼 실컷 패버리면 될지도 모르지만 이 자리에서 그 방법을 쓰는 건 곤란했다.

“이만 가보도록 하죠.”

그리 말하며 권한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였다.

문득 권한울은 자신이 아직도 종속의 반지를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 아공간에 넣을까 했지만 그냥 손가락에 착용했다.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지만 그 여파는 엄청났다.

<‘종속의 반지’가 착용자의 자격을 심사합니다.> <자격이 증명되었습니다. 진명을 해방합니다.> 권한울은 깜짝 놀라서 손가락을 쳐다봤다.

반지가 불타오르더니 겉에 쌓여 있던 녹이 전부 벗겨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새빨간 뱀 두 마리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으로 변했다.

이름 : 색욕의 반지

품질 : 레전더리(SSS+)

설명

7대 죄악 중 하나인 색욕을 상징하는 반지. 착용하는 손가락에 따라서 반지의 능력이 달라진다.

스킬

1, 엄지 : 자신의 존재감을 강화시킨다.

2. 검지 : 타인의 호감을 산다.

3. 중지 : 타인을 최면에 빠트린다.

4. 약지 : 대상의 정신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5. 소지 : 타인에게 환각을 보여준다.

반지를 들고 있자 권속혈이 술렁이는 게 느껴졌다.

<‘권속혈(眷屬血)’이 색욕의 반지에 반응합니다.> <‘권속혈(眷屬血)’의 권능이 크게 강화가 됩니다.> 권한울은 반지를 이리저리 살피며 생각했다.

권속혈로 타인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그게 없어서 지배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 반지가 있으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시험해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겠지.”

권한울은 네 번째 손가락에 색욕의 반지를 착용했다.

길드마스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왜 그러시는…… 우읍!”

반지를 낀 손으로 길드마스터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색욕의 반지’의 당사자의 정신을 약화시킵니다!> 새까만 마력이 길드마스터의 얼굴 틈새를 파고들었다. 길드마스터의 눈동자가 살짝 뒤집혔다.

<‘권속혈(眷屬血)’의 권능을 발현합니다.> <정신력이 강한 이를 지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동화율 12% -> 14%> 권한울은 손을 천천히 떼어놓았다. 길드마스터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마구 쓸었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무리 권한울 님이라 해도 용납 못합니다!”

구속 상태였을 때보다 더욱 반항적인 태도였다. 권한울은 개의치 않고 길드마스터에게 명령했다.

“흑천 일가에 대해서 조사해 줘야겠습니다.”

그 말에 길드마스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 흑천 일가의 회장인 권선우의 차남인 권천에 대한 것은 모두 가져오세요. 특히 흑천 일가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겠습니까?”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당분간 이곳에 머무를 테니 정보가 모이면 연락하세요.”

권한울은 다시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다시 길드마스터를 돌아보며 말했다.

“한 가지만 더 부탁합시다.”

“말씀하십시오!”

“여기 아이언펭 길드에도 유물들을 모아놓는 금고가 있죠?”

“당연합니다!”

“거기서 몇 개 좀 집어오고 싶은데. 괜찮죠?”

권한울은 물음에 길드마스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 가져가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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