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이 깡패임 58화>
58화 강철이
<악마의 권능 ‘모나르크’와 ‘순광보’의 결합이 완료됩니다!> 여태까지 맞물리지 않던 지식과 경험들이 하나로 융합된다.
머리에 구멍을 뚫고 얼음물을 들이붓는 것 같은 상쾌함이 번진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됩니다.>
몸속에 새로운 스킬이 자리를 잡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현룡승천공을 얻을 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잘 모르는 지식이 주입되었기에 생소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 스킬은 다르다. 권한울이 고뇌하고, 끝없이 노력하고, 연구해온 결과물이다.
<‘천공비로(天空飛路)’의 1차로 ‘독주(獨走)’를 사용합니다.> <아직 스킬의 숙련도가 낮습니다. 대량의 마력을 소모합니다.> 마력이 뭉텅 깎여 나가는 감각과 함께 강풍이 분다.
모나르크의 권능으로 만들어낸 바람은 언제나 권한울의 주변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하늘 위로, 노호민이 도망친 방향으로 날아갔다.
<‘천공비로(天空飛路)’가 생성됩니다.> 노호민의 스킬을 봤을 때, 수라혈이 권한울에게 해답을 줬다.
바람의 흐름을 다루는 게 어렵다면 그냥 멋대로 움직이게 놔두자고.
그리하여 완성됐다. 하늘을 날 수 있게 해 주는 바람길이 말이다.
권한울은 주하연에게 스마트폰을 맡겼다. 그리고 구언을 돌아봤다.
“약속 꼭 지켜야합니다.”
바람길에 몸을 실었다. 그 순간, 강풍이 휘몰아쳤다. 너무 강해서 두 눈을 뜨고 있기 힘들 정도였다.
이윽고 돌풍이 멈췄을 때, 권한울은 그 자리에 없었다.
* * *
내가 대체 뭘 본 거지?
권한울이 사라진 직후, 구언은 자신이 본 광경에 대해서 곱씹었다.
화려하지는 않다. 경이롭지도 않다. 그저 날아갔을 뿐이다.
하지만 무섭도록 빨랐다. 순간적이지만 S급의 민첩에 가까운 속도를 내기까지 했다.
-구언을 바꿔주겠나?
주하연이 들고 있는 권한울의 스마트폰에서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언은 두 손으로 공손히 스마트폰을 받았다.
“예, 회장님.”
-자네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순간, 권한울이 사용했던 정체모를 스킬이 눈앞에 아른 거렸다.
허나 구언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두 말할 것도 없습니다. 노호민을 따라잡지도 못하고 놓치게 될 겁니다.”
구언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게 권한울의 실패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감인가?
“굳이 감을 들먹일 필요도 없습니다. 노호민은 재물에 눈이 멀어서 동료를 죽인 쓰레기입니다. 하지만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잡다한 이유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노호민은 S급 민첩의 소유자.
A급과 S급 사이에는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권한울은 절대로 노호민을 잡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죄인도 정상은 아닐 텐데.
“예, 내장을 토막 내고, 허벅지에 쇠창을 몇 번 박아 넣었습니다. 그 외에도 다수의 상처를 입고 있죠. 지금 노호민이 낼 수 있는 전력은 평소의 6할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권한울 그 놈이 놓칠 거란 말인가?
“예.”
구언이 다시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군. 하지만 이번만큼은 자네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군.
순간, 구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회장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저 건방진 녀석…… 권한울이라는 놈은 종종 예상을 뛰어넘는 짓을 벌이고는 하지.
권선우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네, 나랑 내기하겠나? 권한울이 그 놈이 죄인을 잡을 수 있을지 어떨지 말이야.
구언은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로 못 잡을 겁니다.”
* * *
“흐헤헷, 이게 웬 행운이냐.”
허공을 미끄러지며 노호민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대로 꼼짝없이 강철대에 붙잡혀서 부려 먹히나 했더니. 이렇게 도망칠 기회도 얻고.”
다른 건 몰라도 속도 하나 만큼은 자신 있었다. 그와 같은 동기, 후배, 선배. 어느 누구도 노호민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도망치면 뭐부터 할까? 우선 내 장비를 되찾고…… 아니지. 아니야. 그 전에 딸기를 먹자. 한 박스를 주문해서 찬물에 헹군 다음에 실컷 먹는 거야.”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는 듯 노호민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런 다음에는 날 고발한 놈들한테 복수해야지. 우선 손가락을 하나씩 부러뜨려서…… 젠장.”
말을 하다 말고 노호민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무리 몸 상태가 이 지경이 됐어도 겨우 여기까지밖에 못 오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야.”
3분이 막 지났을까.
노호민이 도망쳤던 캠프는 이미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지 오래다.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가공할 속도로 움직이고 있음에도 노호민은 자신을 느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계획은 다 취소다. 일단 몸 상태부터 회복을…….”
문득 귓가에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노호민은 속도를 유지하며 뒤를 돌아봤다.
“……저게 뭐야?”
저 뒤에서 누군가 날아오고 있었다.
아니, 저걸 날아온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무언가에 끌려오는 것도 같고, 밀려오는 것도 같다.
이윽고 노호민은 제대로 된 비유를 떠올렸다.
“……물살?”
물살에 휩쓸리는 것 같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아졌다.
“이런 미친!”
노호민은 속도를 더욱 높였다. 저게 뭔지 모르겠지만 불길한 예감밖에 들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그 누군가가 사라졌다.
“어? ……컥!”
당황한 찰나, 등 뒤에서 충격이 가해졌다. 그 누군가가 노호민의 등을 짓밟은 채, 아래로 찍어 눌렀다.
“커억!”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노호민은 추락했다. 지면을 뚫고 저 아래까지 박혔다.
노호민이 추락한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누군가 가볍게 착지했다.
“후.”
권한울이 짧은 숨을 내뱉었다.
“간신히 따라잡았네.”
노호민을 따라잡기 위해서 온힘을 쥐어짜냈다. 마력이 거의 바닥이 났으나 덕분에 노호민을 붙잡을 수 있었다.
<‘건강혈(健康血)’이 사용자의 피로를 감지합니다!> <일시적으로 마력 회복속도가 100% 증가합니다!> 숨을 몇 번 내쉬자 바닥이 났던 마력이 금세 차올랐다.
권한울은 노호민을 마저 제압하기 위해서 천천히 다가갔다.
“크, 크윽!”
충격이 꽤 컸는지. 노호민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이봐.”
권한울의 부름에 노호민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권속혈(眷屬血)’의 권능을 발현합니다.> 권한울의 눈동자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권속혈의 권능이 담긴 눈동자가 노호민을 직시했다.
권한울이 구언의 제안을 자신 있게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가 권속혈이었다.
<대상의 정신력이 너무 강합니다.>
<대상이 격한 적의에 휩싸여 있습니다.> <지배가 불가능합니다.>
블라가 가문의 혈족과 루인 아스파담 때와 달리 지배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권한울은 딱히 실망하지 않았다. 이미 확인이 끝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일반인은 지배하기 힘들군.’
루인 아스파담과 싸운 이후, 권한울은 권속혈에 대해서 조금 더 연구해봤다.
특이하게도 블라가 가문의 혈족이나 권속은 손쉽게 지배할 수 있었으나 일반인은 그렇지 못했다.
권한울의 마력과 정신력이 압도적으로 강하면 지배할 수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격차가 적으면 힘들었다.
이럴 때는 모종의 방법으로 정신력을 깎아내야 지배가 가능했다.
‘그럼 이놈을 어떻게 지배해야할…….’
별안간 노호민이 몸을 틀었다. 앉은 채로 왼발을 휘둘렀다.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잡아당겼다. 권한울은 허리를 뒤로 젖혔다.
그 순간, 오러의 참격이 날아왔다.
참격이 권한울의 코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한참 뒤에 있는 산등성이에 직격했다.
온몸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산의 한쪽 면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씨이이이발!”
욕이 들려왔다. 권한울은 뒤로 젖혔던 허리를 펴며 앞을 쳐다봤다.
노호민이 핏발선 눈으로 권한울을 노려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기분 더러워 죽겠는데 날 밟았다 이거지? 그것도 아직 A급에서 머무르고 있는 애새끼가!”
“어떻게 알았지? A급이라는 게 티가 나나?”
“당연히 티가 나고말고! 하수는 고수를 알아보지 못해도 고수는 하수를 알아보는 법이란 말이지!”
퉤.
노호민이 땅에 침을 뱉었다.
“가만 보니까 이 새끼 이거 여유를 부리고 있네? 흑천의 혈족이라고 내가 순순히 놔줄 줄 알았나 본데.”
노호민의 몸에서 살기와 마력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도저히 부상자로는 보이지는 않는 기세였다.
“잘근잘근 다져서 죽여주마!”
그 분노에 찬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화가 잔뜩 난 상대를 굴복시키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날 죽이겠다고? 근데 나는 널 살려서 데려가야 하거든. 그러니까…….”
주먹을 쥐는 대신 뒷짐을 졌다.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 인상을 쓰는 노호민에게 말했다.
“주먹은 쓰지 않겠다. 발로만 적당히 상대해 주지.”
잠시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뒤, 노호민의 얼굴이 호일처럼 구겨졌다.
“이 새끼가! 날 같잖게 보는 것도 정도껏이지!”
그런 노호민을 바라보며 권한울은 흑룡혈의 권능을 일깨웠다.
<‘천리용안(天理龍眼)’이 떠오릅니다.> 권한울의 눈동자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 * *
“무엇보다 노호민은 단순히 속도만 빠른 헌터가 아닙니다.”
구언의 말이 이어졌다.
“노호민은 흑천 그룹에 입사한지 불과 5년 만에 특급 헌터의 자격을 따냈습니다. 이 정도로 빠른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죠.”
-그렇군.
“그만큼 전투에 대해서 천부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호민을 처형하지 않고 생포한 것입니다.”
강철대에 강제로 편입된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그만큼 뛰어난 실력자라는 뜻이다.
강철대란 죽이기 아까운 이들을 재활용하는 곳이니 말이다.
“진혈의 활약은 저도 숱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권한울은 흑천 일가에 들어온 지 1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노호민을 어쩌지는…….”
스마트폰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미안하게 됐네. 비슷한 말을 했던 녀석이 한 명 있어서 말이야.
사과를 하고도 회장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럼 어디 한 번 결과를 기다려볼까?
* * *
“명명안(冥溟眼)?”
검게 물든 권한울의 눈동자를 보며 노호민은 떠올렸다.
명명안(冥溟眼)
흑룡혈의 동화율이 50%가 넘었을 때 발현되는 권능.
흑천의 혈족 내에서도 명명안을 개안한 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강력한 권능이었다.
“설마 그걸 믿고 나한테 덤벼든 거냐?”
하지만 노호민이 판단했을 때, 권한울은 모든 능력치가 A급에 머물러 있다. 반면 자신은 민첩이 S급.
명명안이 강력하다 한들 S급과 A급의 격차를 뒤집을 수준은 되지 못한다.
“이거 흑천의 혈족께 주제파악이 뭔지 알려드려야겠군.”
노호민의 다리에 오러가 모여든다. 발꿈치부터 종아리까지 오러의 칼날이 돋아났다.
“일단 뱃가죽부터 찢어드리지.”
노호민이 권한울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빙판길을 미끄러지는 듯한 기묘한 보법이었다.
보기에는 이상했지만 엄청난 속도였다. 순식간에 최고 속도에 도달하더니 엄청난 속도로 발끝을 내질렀다.
최속으로, 최대의 위력의 발차기를 꽂아 넣는다.
이 한 방에 나가떨어진 몬스터의 숫자는 무수히 많았다 A급 따위는 볼 수도, 반응할 수도 없으리라.
노호민의 앞차기가 권한울을 꿰뚫었다. 그 직전, 권한울이 무릎을 차올렸다.
교모한 각도로 올라온 종아리가 노호민의 앞차기를 흘러 보냈다.
노호민의 앞차기는 권한울을 크게 벗어나 옆으로 빠졌다.
“……뭐?”
권한울이 쳐들었던 무릎을 다시 휘둘렀다. 땅을 딛고서 있는 노호민의 다리를 가격했다.
무릎이 꺾이며 머리가 내려온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권한울이 무릎으로 턱을 찍었다.
“으므억!”
쇠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뒤흔들렸다. 부러진 이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노호민의 몸이 뒤로 휘청거렸다.
“크, 크으어!”
몸과 정신이 휘청거린다. 그 속에서 노호민은 격한 의문을 느꼈다.
어떻게?
어떻게 A급이 내 공격을 막아낸 거지?
아니, 그보다 나는 지금 A급 따위한테 얻어맞은 건가?
격한 분노와 수치심이 노호민을 사로잡았다. 잠시나마 고통을 잊을 정도였다.
“으아악!”
고함소리와 함께 노호민이 다시 스킬을 발동했다.
무영각(無影脚)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발차기를 연달아 날리는 스킬. 노호민의 주특기이자 가장 강력한 스킬이기도 했다.
안 그래도 속도에 집중된 스킬에 S급 민첩이 적용되었다.
그 속도는 보이지 않는 것을 넘어서 여러 개로 늘어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노호민의 다리가 여러 개로 분열되었다. 각각의 다리가 권한울을 공격했다.
아니, 노리려고 했다.
분열된 다리가 공격을 시작하기 직전, 권한울이 발꿈치로 허공을 찍었다. 노호민의 몸이 뒤로 밀려나며 분열되었단 다리가 모조리 사라졌다.
별다른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노호민의 얼굴에는 충격이 가득했다.
“어, 어떻게 무형각의 약점을 정확하게…….”
무형각은 무릎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렇기에 때문에 스킬이 발동되기 전, 무릎만 때릴 수 있으면 스킬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무영각의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그 타이밍을 노리기 힘들다는 것.
그러고 보면 아까부터 권한울 자신의 약점만 정확하게 찔러왔다.
마치 노호민의 생각을 읽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대체 뭐하는 놈이냐.”
“더 없냐?”
“……뭐라고?”
권한울은 노호민의 질문에 대답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없으면 이번에는 내가 간다.”
권한울의 발밑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노호민은 황급히 자세를 잡았다.
‘아무리 그래도 속도는 내가 더 빠르다. 네 놈의 공격을 전부 피해 주지!’
권한울이 움직인다.
아니, 움직인다 싶었을 때는 이미 코앞에 있었다. 노호민은 흠칫 놀라며 무릎으로 권한울을 찍었다.
그보다 먼저 권한울의 발차기가 노호민의 명치를 꿰뚫었다.
“크어억!”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아팠다. 노호민은 어떻게든 정신을 다잡았다.
그 사이, 권한울이 다시 달려들었다. 앞발을 축으로 허리를 크게 돌렸다.
‘뒤돌려 차기!’
노호민도 똑같은 동작을 준비했다. 같은 기술이라면 노호민 쪽이 더 빠를 터!
그때였다.
권한울의 몸이 갑자기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과절에 모터가 달린 것 같았다.
“뭐, 뭐어…… 컥!”
크게 원을 그리며 날아온 뒤꿈치가 노호민의 턱을 가격했다. 뭔가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노호민은 뒤로 크게 날아갔다.
땅에 떨어진 노호민은 엎드린 채로 신음했다.
“어, 으어…… 어어……!”
턱이 으스러지는 바람에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때,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권한울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섬뜩함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을 눈앞에 둔 것 같았다.
“사, 사려…….”
노호민이 애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권한울은 매정히 다리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으, 으으…… 어어…….”
발의 그림자가 노호민의 얼굴을 뒤덮었다. 노호민의 눈동자가 덜덜 떨렸다.
“사람 살려!”
권한울의 발이 노호민의 얼굴을 내려찍었다.
* * *
“짜식.”
권한울은 발을 거두며 말했다.
“쫄기는.”
노호민의 머리는 멀쩡했다. 대신 바로 옆에 있는 땅바닥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권한울은 천리용안을 감았다. 세 번째 눈까지 뜰 필요도 없었다. 천리용안의 기본적인 능력만으로 노호민을 이길 수 있었다.
“이거 기절한 건가?”
권한울은 노호민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은 실성한 것처럼 풀려 있었다.
“이거 권속혈을 쓸 필요도 없을 거 같은데.”
권한울은 볼을 긁적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미리 권능을 걸어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