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이 깡패임 57화>
57화 강철이 (1)
이무기는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련하여 여의주를 얻으면 용으로 승천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이무기가 용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련 부족해서, 혹은 도중에 살업을 쌓아서, 그 외에 여러 가지 이유로 승천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는 마음속에 지독한 분노와 증오심이 차오른다. 그리하여 그런 악한 감정이 극에 달하면 타락하게 된다.
그때부터 이무기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강철이
강철이로 변한 이무기는 자신의 울분을 풀기 위해서 지상에 온갖 해악을 일으킨다.
논밭을 불태우며, 산을 집어삼킨다. 식인을 저지르는 것은 예사다.
흑천 그룹의 징벌자라 불리는 강철대 역시 이 괴물에게서 이름을 따왔다.
흑천 일가의 죄인들 중에서 ‘쓸모가 있다’고 판단된 이들을 모아서 강제로 복종시켜서 ‘필요한 장소’에 투입시킨다.
그게 바로 강철대의 역할.
“구언 님, 이곳에 죄인은 없습니다. 이만 강철대를 물러주시지요.”
주하연이 남성을 향해 말했다. 주하연 역시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남성, 구언은 천천히 주하연을 돌아봤다.
“주하연, 잊었나보구나. 강철대는 죄인만을 수용하는 곳이 아니다.”
“무슨 말씀을…….”
“조금이라도 가문과 그룹에 해가 되는 이들을 데려다 쓸모 있는 도구로 만드는 게 강철대의 사명이다.”
구언이 다시 메이홍을 쳐다봤다.
“메이홍. 메이 가문의 배신자. 심문관들은 너를 믿을 만 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만 내 생각은 다르다.”
구언의 눈동자가 음침하게 가라앉았다.
“자신의 가문을 배신한 이가 또 배신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 무엇보다 다른 혈통을 멋대로 활개를 치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그때, 권한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메이홍은 이미 제 팀에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강철대는 위험인물이라 판단되면 부대와 상관없이 그 즉시 체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강철대가 징벌자라고 불리는 이유가 이것이다.
강철대의 권한은 회장 다음으로 강력하다. 언제 잡혀갈지 모르기에 모두가 강철대를 무서워하고 두려워했다.
“메이홍을 위험인물이라 간주하는 근거가 대체 뭡니까.”
“감이다.”
순간, 권한울은 구언이 농담을 한 줄 알았다. 하지만 구언의 얼굴은 진지하기만 했다.
“……권한울 님, 믿기 힘드실 지도 모르겠지만 구언 님의 감은 회장님께서도 신뢰하실 정도로 정확합니다.”
주하연이 재빨리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까지 구언 님께서 ‘감’에 의지해서 잡아들인 이들은 열 명이 넘어갑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남들 모르게 위험한 짓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위험한 짓이라고요?”
“미등록 던전 게이트의 거래, 위험 몬스터의 밀매, 혹은…… 반란이라던가요. 그래서 구언 님께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허가 없이 체포를 하는 월권행위가 허락되신 겁니다.”
일단 잡아들인 다음에 증거를 찾는다.
현대의 법에 의하면 상상도 못할 만큼 부조리한 행위다.
하지만 이곳은 흑천 일가다. 현대의 법정이 아니라. 또한 구언 역시 실적이 있기에 이런 억지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권한울도 이대로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었다. 다시 한 번 더 구언을 향해 말했다.
“메이홍은 적도, 위험인물도 아닙니다. 흑천 일가에 해를 끼친 적이 없잖습니까. 오히려 같이 싸웠죠.”
“진혈. 그 말에는 어폐가 있군.”
구언이 딱 잘라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적의 적이었기에 같이 싸웠을 뿐이다. 아군이라 할 수 없으며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는 입장이다.”
구언의 시선이 다시 메이홍에게 향했다.
“무엇보다 가문을 몰락시킨 저 행동성과 과감성은 평범한 사람은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이미 내부는 썩어 문드러졌을 게 분명하지.”
구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내 경험상 그런 악독한 인물은 결국 가문의 해악이 되더군.”
“그전에 잡아가겠다는 뜻입니까?”
“그렇다. 메이홍 정도의 인물이 흑천 일가를 적대한다면 골치 아픈 적이 탄생하게 될 게다. 그 전에 붙잡아서 쓸모 있게 바꾸는 게 나와 강철대가 존재하는 이유다.”
구언이 앞으로 다가왔다. 권한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알아들었으면 이만 비켜라. 나는 오늘 메이홍을 데려가야겠다.”
구언이 손을 까딱했다. 그의 뒤에 있던 이들이 몸을 일으켰다.
각기 다른 복장을 입고 있었으나 몸 어딘가에 족쇄를 매달고 있었다.
저들 역시 구언에 의해서 끌려온 죄인들이었다.
“메이홍을 내 앞에 끌고 와라.”
강철대의 징벌자들이 메이홍에게 다가갔다. 메이홍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갔다.
하지만 심호흡을 하자마자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더 이상 다가오면 베어내겠다는 듯이 살의가 담긴 눈빛으로 강철대원들을 노려봤다.
“반항하면 팔다리를 모두 부러뜨려라.”
그러나 구언은 담담히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 하지만 강철대의 징벌자들은 더 이상 다가가지 못했다.
“그만.”
권한울이 징벌자들의 앞을 가로 막았기 때문이었다.
“권한울, 내가 말했을 텐데. 강철대는 누구든지 잡아들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대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잡아넣어주길 바라는 건가?”
섬뜩한 경고였다. 권한울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곤란하죠.”
“그럼 당장 물러나라.”
“그것도 곤란한데요.”
구언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드러났다. 약간의 불쾌함을 드러내며 권한울에게 말했다.
“난 말장난에 시간을 쓸 만큼 한가하지 않다.”
“메이홍은 이미 제 사람입니다. 위험인물? 실제로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그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넘기라고요?”
권한울 역시 인상을 썼다. 구언과 달리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딴 개짓거리에 호응해 줄 필요는 없죠.”
구언의 어두운 눈동자가 권한울을 가만히 응시했다.
“……과연 진혈이로군. 강철대의 악명을 듣고도 겁먹지 않다니.”
구언에게서 폭발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온몸이 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기개만큼은 인정해 주도록 하지. 그럼 그만한 실력이 되는지 확인해 보도록 할까?”
구언은 몸에서 용투기가 뿜어져 나왔다
평범한 용투기와는 전혀 달랐다.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흉포함이 느껴졌다.
그런 구언을 바라보며 권한울도 손을 들어올렸다. 구언의 입 꼬리가 살짝 꿈틀거렸다.
“싸우겠다는 소리는 아닌데요.”
순간, 구언의 눈동자에 힘이 풀렸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뭐라고 했지?”
“제가 미쳤다고 그쪽이랑 싸우겠습니까.”
구언의 기운은 권선우, 권명우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 말은 구언 역시 그 둘과 비슷한 경지에 올랐다는 뜻.
그런 최고수와 어떻게 싸운단 말인가.
“……방금 나랑 맞서겠다고 하지 않았나?”
“맞서기는 할 건데. 다른 방법을 써야죠.”
“권한울. 내 명령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회장님이 아니고서야…….”
권한울은 구언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스마트폰을 꺼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끝나고 전화가 연결됐다.
-……네놈.
스마트폰 너머로 굉장히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지막한 소리였으나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감히 허락도 구하지 않고 내게 전화를 하다니. 죽고 싶은 게냐?
흑천 일가의 가주.
흑천 그룹의 회장.
권선우의 목소리였다.
* * *
“충!”
권선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구언은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이 목소리는…… 구언이로군.
-흑천의 주인을 뵙습니다!
-그 딱딱한 태도는 여전하구나. 그나저나…… 권한울, 너는 또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저 녀석과 함께 있는 게냐?
전화기 너머로 짧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아 그게 말이죠.”
권한울은 방금 전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모두 들은 뒤, 권선우는 딱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 건방진 놈이.
섬뜩할 만큼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애새끼도 아니가 자기 물건이 뺏기게 생겼으니 그걸 나한테 이르러 왔단 말이냐? 대신 지켜달라고?
“아, 지켜달라는 건 아니고요.”
-개소리 하지 마라! 내가 이딴 일에 쓰라고 너에게 전화기를 준 줄 아느냐!
“성격도 급하셔라. 그게 아니라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죠.”
-기회?
“예, 제가 말하면 소용없을 거 같아서요.”
권한울은 구언에게 물었다.
“메이홍은 위험인물이니 제대로 교육시켜야 한다고 했죠?”
“대충 그렇다.”
“하지만 그걸 꼭 강철대가 할 필요는 없죠. 메이홍이 흑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가 교육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구언 같은 인물에게 메이홍이 위험인물이 아니라고 설득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그 논리에 동조하는 식으로 말을 해야 했다.
“물론 말만으로는 부족하겠죠.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자격을 증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증명하겠다는 것이냐.
“그건 강철대의 조건에 따르도록 하죠. 그래야 양쪽 모두 납득할 게 아닙니까.”
구언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마음에 안 드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구언은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다.
-호오…….
스마트폰 너머로 회장이 흥미롭다는 듯이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연락했군.
“예.”
-구언,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이 녀석의 입만 살았는지. 아니면 뭔가를 보여 줄지 궁금하네만.
“저는 회장님의 뜻을 따를 뿐입니다. 다만…….”
잠잠했던 구언의 눈동자가 다시 섬뜩하게 빛났다.
“불가능한 시험이 될 것입니다.”
-그건 자네 마음대로 하게. 저 놈의 고집을 들어줬으니 자네도 그 정도 고집은 부려야하지 않겠나?
권한울은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어째 괜히 나섰다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권한울 님.”
그때, 메이홍이 권한울의 소매를 잡았다. 걱정으로 가득한 얼굴이었다.
“괜찮아요. 같은 팀이 됐으니 이 정도는…….”
“꼭 이기세요! 저는 저런 음침한 부대에 가기 싫어요!”
기대와는 다른 대화에 권한울은 살짝 기분이 떨떠름해졌다.
그 사이 구언은 강철대원들에게 한 가지 명령을 내렸다.
“배철민, 가서 어제 잡은 죄인을 데려와라.”
강철대원 중 한 명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여기까지 타고 온 헬기에 볼일이 있는 듯 했다.
잠시 뒤, 강철대원들은 어린애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크기의 철제 우리를 들고 내려왔다.
그 안에는 성인 남성이 구겨져 넣어져 있었다.
무릎을 바짝 붙이고, 허리를 바짝 붙여서 최대한 웅크린 상태였다.
더 심한 것은 남자의 몸 상태였다. 열 개가 넘는 쇠말뚝이 남자의 몸을 관통해서 박혀 있었다.
“……여긴 또 어디야.”
그런 처참한 상태로도 남자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이봐! 대머리 양반! 날 또 어디로 데려온 거야!”
오히려 큰 소리로 외치기까지 했다.
“노호민.”
구언이 남자의 이름을 말했다.
“흑천 그룹의 특급 헌터로 상당히 촉망받는 헌터였지. 임무 도중에 던전 보상에 눈이 멀어서 동료를 살해하는 바람에 이 꼴이 되었지만.”
특급 헌터.
흑천 그룹에 속해 있는 일반 헌터들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특급 헌터의 자격을 얻는다.
특급 헌터쯤 되면 흑천의 혈족들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 정도로 대단한 존재.
그런 인물이 저렇게 처참한 몰골로 우리에 갇혀 있었다.
“나도 잡는데 고생을 좀 한 녀석이다. 그 탓에 메이홍을 늦게 만나러 오게 됐지.”
그런 놈을 내보내다니. 구언도 어지간히 메이홍을 놓치기 싫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권한울이 자존심을 너무 자극했거나.
“폭력을 써도 좋고, 회유를 해도 좋다. 수단에는 제한을 두지 않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남자를 굴복시키고, 복종하게 만들어라. 그럼 네가 메이홍을 제어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해 주도록 하마.”
구언이 손가락을 튕겼다. 강철대원이 열쇠를 들고 다가왔다.
“우리를 열고 내가 신호를 하면 그때 죄인을 풀어놓겠다. 그때부터 시작…….”
철컥, 우리가 열렸다. 그 순간, 우리가 박살이 나면서 열쇠를 들고 있던 강철대원이 멀리 날아갔다.
“후우.”
죄인, 노호민이 허리를 곧게 편 채 어깨를 가볍게 돌렸다
“뭐가 어떻게 된지는 모르겠지만 풀어줘서 고맙수!”
노호민의 몸이 살짝 떠올랐다. 발밑에 불투명한 발판이 나타났다.
“그럼 나는 가도록 하지! 으하하핫!”
노호민은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허공을 미끄러지듯 날아갔다. 마치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참, 말을 하지 않은 게 있군. 노호민은 특급 헌터들 중에서도 가장 빠르기로 유명했다. 이미 오래 전에 민첩이 S급에 도달했지.”
권한울을 향해 구언이 입을 열었다.
“저대로 가면 완전히 도망치겠군. 하긴 죄인을 다루다보면 이런 예기치 못한 일도 종종 벌어지는 법이야.”
죄인이 도망을 치고 있음에도 구언은 조금도 급해 보이지 않았다.
일부로 신호도 없이 노호민을 풀어준 게 분명했다.
“이대로 저 놈을 놓친다면 너도 문책을 면하기는 힘들 거다. 네 놈의 요구 때문에 이 사단이 났으니.”
문득 구언은 이상한 점을 눈치 챘다. 권한울이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던 것이다.
“권한울 님?”
주하연이 권한울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제야 권한울은 정신을 차렸다.
“아, 뭘 좀 보느라고요.”
“보셨다고요?”
“예, 저 사람의 스킬을요.”
권한울은 다시 허공으로 시선을 옮겼다.
<진(眞) 수라혈이 새로운 스킬의 원리를 파악합니다!> <진(眞) 천재혈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악마의 권능 ‘모나르크’와 ‘순광보’의 결합이 완료됩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됩니다!>
천공비로(天空飛路)
-품질 : 레전더리(???)
-설명
권능 ‘모나르크’와 ‘순광보’를 융합시켜서 만들어낸 스킬. 바람의 권능에 뇌력의 묘리가 합쳐졌다.
*성장형 스킬
**창조자 ‘권한울’에 한해서 스킬의 계승이 가능.
**단, 계승을 받는 이가 풍(風) 속성 마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초식
1차로 : 독주(獨走)
2차로 : (미생성)
3차로 : (미생성)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