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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56화 (56/221)

<혈통이 깡패임 56화>

56화 신입 데려온다 (4)

“제 팀에 들어오고 싶다고요?”

“네!”

메이홍이 힘차게 대답했다. 권한울은 어이없다는 투로 물었다.

“그럼 왜 아까는 도망친 건데요? 그 자리에서 받아들였으면 좋았잖아요.”

“미래의 상사님을 뵙는데. 피투성이가 된 채로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빨리 씻고 왔죠.”

납득이 갈 듯 말 듯 한 이유였다.

“왜 하필 제 팀으로 들어오기를 원하는 겁니까.”

게다가 메이홍은 권한울이 말하는 조건을 듣지도 않고 영입제안을 받아들였다.

반드시 권한울이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반했어요.”

옆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주하연이 사레라도 들린 것처럼 콜록콜록 기침하고 있었다.

“그날 메이 가문의 검수들을 상대로 싸우시던 모습을 단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반드시 권한울 님을…….”

“거짓말.”

권한울은 딱 잘라 말했다. 들을 것도 없었다.

가문까지 배신할 정도로 독한 여자가 겨우 연심 따위로 권한울을 선택할 리가 없다.

“…….”

메이홍은 잠시 침묵했다. 잠시 뒤, 꽉 다물어진 입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조용한 곳으로 가서…….”

그때였다.

“지금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니?”

갑자기 권미가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날카롭던 인상이 더욱 표독스럽게 변해 있었다.

“얘야! 내 말을 제대로 들었는지 모르겠구나! 이 검은 네 아버지의 검이야!”

“알고 있습니다.”

메이홍이 공손하지만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맨 처음부터 알아봤어요. 제 아버지의 검인데 모를 리가 없죠.”

“그런데도 권한울을 선택하겠다고? 잘 생각하렴. 네가 정말 저 녀석의 밑으로 들어가면 나는 이 검을 녹여 버릴 거야!”

권미의 경고에 메이홍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권미가 메이홍을 지긋이 노려봤다. 갑자기 홱 고개를 돌려서 권한울을 노려봤다.

“……재수 없는 녀석.”

그 말을 남긴 채, 권미는 건물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마침 권후돈도 박으로 나오는 중이었다.

“어, 엄마? 왜 이렇게 안 들어온…….”

“들어가자. 인사만 하고 돌아가야겠다.”

“어? 어어? 메이홍은?”

“들어가자니까!”

권미가 권후돈을 팔을 붙잡았다. 권후돈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다.

“자, 이제 방해물도 사라졌네요.”

두 모자가 떠나자마자 메이홍이 권한울에게 말했다.

“저희도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길까요?”

* * *

메이홍이 권한울과 주하연을 데려간 곳은 캠프에 있는 면회실이었다. 마땅한 장소가 없었기에 이곳을 빌렸다.

“궁금한 게 많을 거 같은데.”

메이홍은 먼저 자리에 앉은 권한울과 주하연의 앞에 음료수를 내려놓았다.

“마침 저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권한울은 음료수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빨리 말씀해 주시죠. 왜 제 팀을 선택하신 겁니까.”

“반해서 그렇다니까요.”

권한울이 경멸을 담아서 메이홍을 쳐다봤다. 메이홍은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진짠데…….”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시면 그냥 돌아갈 겁니다.”

“알겠어요. 진지하게 말할 게요.”

메이홍은 잠시 심호흡을 했다. 메이홍의 표정이 점점 진지하게 변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 이유는 저는 이미 소속될 팀이 정해져 있다는 거예요.”

권한울도 주하연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처음 들으실 거예요. 저도 어제 막 연락을 받았거든요. 강철대에서 절 데려가겠다고 통보가 내려왔어요.”

강철대라는 말에 권한울과 주하연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강철대(强鐵隊)

흑천 그룹 내에서 발생한 범죄자나 혹은 위험인물들을 잡아들여서 교화시키는 징벌부대다.

법도를 지키는 수호대와 달리 형벌만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특히나 악명이 높았다.

“대체 무슨 사고를 쳤기에…….”

“사고는 무슨 사고예요!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세요?”

“그게 아니고서야 강철대에서 나설 이유가 없는데요.”

메이홍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세한 속내를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어쨌든 저는 이 나이에 그렇게 흉악한 곳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요. 애초에 저는 흑천에 죄를 지은 적도 없다고요.”

그건 그랬다.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징벌부대에 들어가라고 하면 누가 냅다 받아들일까.

“권한울 님은 흑천의 진혈이시잖아요? 세상에 요즘 세상에 진혈이라니. 제 입으로 말하고도 못 믿겠네요. 제가 그 사실을 처음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어쩐지 엄청나게 강하시더라니.”

메이홍이 정신없이 말을 쏟아냈다. 정신이 없어진 권한울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예, 그래서요?”

“그 정도 위치에 계시면 강철대를 막을 능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말에 권한울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권한울이 진혈인 것은 맞지만 가문 내의 영향력이라고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죠.”

대답하기 곤란한 내용이라 일단은 얼버무리기로 했다.

“두 번째 이유는 뭐죠?”

“제가 어째서 메이 가문을 배반했는지 아시나요?”

“부모님의 복수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메이 가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흑천 그룹의 정보부에서는 메이홍을 심문했다.

그녀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가문을 배신한 여자를 무턱대고 믿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유라도 알아야했다.

그렇게 그녀가 털어놓은 배신의 동기는 끔찍했다.

“맞아요. 부모님의 복수 때문이었어요.”

메이홍의 아버지는 가문 내외로 굉장히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인망도 좋았기에 따르는 사람도 많았다.

흑천 그룹의 정보부에서도 그를 주시할 정도였으니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너무 뛰어난 재목은 그 자체로 시기와 질투를 사는 법.

“메이 가주는…… 당시에는 가주가 아니라 소가주였지만요. 어쨌든 그 남자는 저희 아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둘은 성향이 너무 달랐다.

희생이 따르더라도 결과를 내야한다는 메이 가주와 달리 메이홍의 아버지는 혈족을 먼저 챙겼다.

둘은 언제나 충돌했으며 한 번은 위험한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문제는 메이 가주가 자신의 적을 가만히 내버려두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메이 가주는 아버지께 누명을 씌웠어요. 아버지는 반론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처형을 당하셨죠.”

메이홍의 아버지는 분명 뛰어난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인 싸움에는 약했다.

그 때문에 메이 가주의 술수에 쉽게 말려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일을 도운 게 매중제일검이에요.”

“그때부터 가주의 심복이었나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메이홍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울 것 같은, 하지만 억지로 참는 듯한 얼굴이었다.

“……아뇨, 매중제일검은 저희 아버지를 귀검으로 만들기 위해서 계획에 동참했어요.”

“귀검이라고요?”

“수라혈의 권능 중 하나에요. 죽인 사람의 영혼을 사역해서 귀신으로 부리는 거죠.”

권한울은 인상을 썼다.

사람의 영혼을 다루는 것은 헌터 업계에서 금기로 취급되는 일이다.

그런 행위를, 그것도 같은 가문의 혈족을 대상으로 저질렀단 말인가?

“귀검의 성능은 영혼의 질에 따라서 크게 달라져요. 그 중에서 최고로 치는 게 같은 혈족이죠.”

메이홍의 아버지는 수라혈의 보유자 일뿐만 아니라 가주가 위기를 느낄 만큼 대단한 실력자였다. 귀검으로 만들기에 그만한 영혼도 없었으리라.

“메이 가문은 대역죄인에 한해서 귀검화가 허락이 돼요. 아버지가 그런 경우였고…… 매중제일검은 처형을 직접 집행함으로서 저희 아버지의 영혼을 귀검으로 만들었어요.”

입이 무거웠다. 마땅한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메이홍의 아버지는 억울하게 죽은 것도 모자라서 영혼마저 편히 쉴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 광경을 모두 목격했을 메이홍은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해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이미 죽었잖습니까.”

그 시점에서 메이홍의 복수는 완성이 됐을 터. 하지만 메이홍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한 명이 더 남아 있어요.”

“누구입니까.”

“혈화검 메이샤오.”

권한울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주하연의 반응은 달랐다.

“……암살검수들의 수장 말인가요?”

혈화검 메이샤오는 잘 몰라도 암살검수라면 권한울도 알고 있다.

메이 가문이 가지고 있는 어둠의 칼.

오직 가주의 명령만을 따르며 가문 안팎의의 위험분자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은 이들이다.

“아버지가 잡혀가셨을 때, 어머니는 절 데리고 도망치셨어요. 하지만 가주는 이미 메이샤오를 보냈고…… 저와 어머니는 바로 붙잡혔죠.”

꽉 쥐어진 메이홍의 두 주먹이 덜덜 떨렸다. 어찌나 세게 쥐었던지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살해당하셨어요. 그때 메이샤오가 뭐라고 말했는지 아세요? 어머니는 너무 약해서, 쓸데가 없어서 귀검으로 만들 가치도 없다고 했어요.”

메이홍의 얼굴에 격한 분노가 떠올랐다.

“그 뒤로 저는 메이 가주에게 끌려갔어요. 메이 가주는 절 죽이지 않았어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아직 나이가 어리니 잘 키워서 써먹을 생각이었어요.”

메이홍이 자신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옷깃이 늘어나며 목덜미가 훤히 보였다.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킬 만큼 새하얀 피부 위로 새빨간 낙인이 새겨져 있었다.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을 써서 제게 세긴 낙인이에요. 이 낙인 때문에 저는 반항 한 번 못하고 메이 가주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죠.”

메이홍의 얼굴에게 경멸이 어렸다.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권한울은 메이 가주가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메이홍의 재능을 생각하면 그대로 죽이기에는 무척 아까웠을 테니까.

“메이 가주가 죽은 지금, 메이 가문의 혈족들은 메이샤오를 중심으로 집결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주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흑천의 정보원들은 이미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혈화검은 분명 권한울 님을 죽이러 올 거예요. 그때, 그 여자에게 복수하고 싶어요.”

“왜 절 노린다고 확신하시는 겁니까?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닌데.”

“권한울 님께서 매중제일검을 죽였으니까요.”

권한울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혈화검은 매중제일검의 제자거든요. 메이샤오는 거의 광신적일 정도로 스승을 존경하고 있어요. 그녀가 암살검수가 된 것도 스승을 위해서였죠.”

“매중제일검을 위해서였다고요?”

“혈화검은 제자 시절에 이미 스승을 뛰어넘었어요. 만약 혈화검이 실력을 드러냈다면 매중제일검이라는 칭호는 그 여자가 가져갔을 거예요.”

“정말입니까?”

“예, 하지만 혈화검은 매중제일검의 명예를 위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죠. 대신 모든 걸 버리고 암살검수들의 수장이 되었어요.”

권한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혈화검 메이샤오야 말로 실질적인 메이 가문 최강자라는 뜻이다.

“이 이야기를 조사관한테는 말했습니까?”

“했죠. 근데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하던데요. 흑천은 그런 일 따위로 겁을 먹지 않는다고요.”

“아니 왜 당사자 의견은 묻지도 않고…….”

권한울은 얼굴 모를 조사관을 원망했다.

“제 이야기는 모두 끝났어요.”

메이홍이 비장한 눈빛으로 권한울을 바라봤다.

“선택은 권한울 님의 몫이에요. 하지만 이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절 받아들이시면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메이홍은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권한울은 잠시 당황했다.

“어떤 명령이든 따르겠습니다. 개가 되라 하면 개가 되고, 죽으라고 하면 죽을 게요. 혈화검 메이샤오만 죽일 수 있다면…… 제 모든 걸 바치겠습니다.”

권한울은 곧바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잠시 고민했다.

그때였다.

“너무 위험합니다.”

주하연이 나서며 말했다.

“메이홍을 데려가려면 강철대와 대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흑천 일가 내에서 강철대와 다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저 말대로라면 혈화검은 이미 권한울 님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메이홍까지 받아들이면 위험성이 더 커집니다.”

혈화검 입장에서는 애인의 원수와 가문의 원수가 한 곳에 모여 있는 상황이다.

혈화검이 얼마나 과격하게 행동할지는 불 보듯 뻔했다.

“지금은 메이홍을 받아들일 게 아니라. 혈화검을 대비해야합니다.”

“하연 씨의 말도 일리가 있네요.”

그 말에 메이홍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강철대의 악명은 저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못 담글 수는 없죠.”

예상외의 대답이었는지. 두 여자의 눈동자가 커졌다.

“혈화검이야 어차피 절 공격할 텐데. 한 명이든 두 명이든 큰 차이는 없을 거 같네요.”

권한울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메이홍,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

메이홍은 물끄러미 그 손을 바라봤다. 이내 똑같이 손을 내밀었다.

“으앗싸!”

그러다 주먹을 높게 쳐들며 환호했다. 그 격한 반응에 권한울과 주하연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러거나 말거나 메이홍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 * *

“그럼 제가 영광스러운 1호 팀원이네요?”

세 사람은 면담실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메이홍은 자신이 1호라는 사실이 퍽 기쁜 모양이었다.

“그게 그렇게 좋으십니까?”

“첫 번째라는 뜻이잖아요? 뭐든지 처음이라고 하면 기분 좋잖아요!”

묘하게 메이홍의 대화를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크흠.”

그때, 조금 뒤에서 걷고 있던 주하연이 헛기침을 했다.

“1호는 맞지만 가장 처음은 아닙니다.”

“예?”

메이홍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이 주하연을 쳐다봤다.

“권한울 님을 먼저 보좌한 건 저니까요.”

“아! 그럼 제가 처음은 아니네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언니한테 양보할 게요!”

“이해해 주시니 다행…… 어, 언니라고요?”

“네, 언니.”

주하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답지 않게 당황해 하고 있었다.

“참, 권한울 님. 절 받아주셨으니까 선물을 하나 드릴 게요.”

“괜찮습니다.”

권한울은 거절했다. 아직 흑천 일가에 자리 잡지 못한 메이홍에게 선물을 받다니.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게 나을 판이었다.

“괜찮다고요?”

“예.”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메이 가주의 숨겨진 개인 창고를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정말 괜찮……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권한울이 놀라서 말했다.

“메이 가주의 일을 도우면서 알게 됐어요. 메이 가주가 숨겨둔 창고가 좀 많더라고요.”

“죄송하지만 그런 곳은 이미 혈화검이 회수했습니다.”

주하연이 입을 열었다. 메이홍은 천만의 말씀이라는 듯 검지를 좌우로 까딱거렸다.

“어느 누구도 모르는 창고가 딱 한군데 있어요. 크기는 작지만 메이 가주의 보물들만 모여 있죠.”

“……그게 정말 입니까?”

귀가 저절로 솔깃해지는 정보였다. 권한울이 관심을 보이자 메이홍은 씩 미소를 지었다.

“말씀드렸잖아요. 절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고. 여기는 듣는 귀가 많으니 나중에 말씀드릴…….”

그렇게 건물을 나왔을 때였다.

하늘 위에서 거칠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군용헬기 몇 대가 날아오는 게 보였다.

권한울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주하연의 반응은 달랐다. 헬기에 박혀 있는 문양을 노려보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강철대(强鐵隊)? 벌써 도착했다고?”

별안간 헬기의 문이 열렸다. 그곳에서 대여섯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밖으로 뛰어내렸다.

“뭐야?”

권한울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저들이 뛰어내리는 방향은 권한울이 있는 곳이었다.

“물러나세요!”

권한울이 두 여인을 가로 막으며 말했다. 그 순간, 하늘에서 떨어진 이들이 지상을 강타했다.

굉음이 연달아 울렸다. 모래가 연기처럼 사방을 뒤덮었다.

“후우…….”

누군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권한울은 긴장된 얼굴로 그 남자를 노려봤다.

머리카락도, 눈썹도 없다. 대신 흉터가 온몸을 빼곡하게 뒤덮고 있었다.

“좀 점잖게 내리고 싶었건만.”

남성의 목소리가 낮고 넓게 울려 퍼졌다. 권한울은 식은땀을 한 방울 흘렸다.

남성의 기세가 권한울을 짓눌렀다. 마치 공기가 진흙으로 변해서 몸에 달라붙는 것 같았다.

이 위압감, 권선우와 권명우 때와 똑같았다.

“하지만 위험분자가 도망치는 걸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남성의 시선이 메이홍에게 향했다. 메이홍은 침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메이홍, 강철대에서 널 데리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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