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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49화 (49/221)

<혈통이 깡패임 49화>

49화 마지막 권능 (1)

루인 아스파담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

아두스는 오래 쓸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오래 지속하면 지속할 수 록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이 컸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권한울을 죽여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미래란 없었다.

“리틀드래곤!”

문제는 권한울이 좀처럼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밀어붙여도 권한울은 결코 결정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막거나 피해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권한울의 갑옷에 깃든 저 불길한 힘이었다. 저 힘이 루인 아스파담의 공격을 번번이 막아냈다.

“네놈만큼은!”

하지만 루인 아스파담도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

카탈리나 님을 위해서, 한 번 더 그분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그 뜨거운 열기를 또 다시 느끼기 위해서.

“반드시!”

그때, 파괴되는 잔해와 번쩍이는 뇌광 속에서 루인 아스파담은 보았다.

권한울의 눈동자에서 가장 깊은 곳. 홍채가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것을.

루인 아스파담은 그 눈의 정체를 곧 바로 알아봤다.

명명안(冥明眼)

어둠을 밝히는 눈이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명명안은 모든 것을 꿰뚫어본다.

사물의 투시, 시야의 확장 및 확대, 그리고 동체시력의 향상 등등.

분명 강력한 권능이었으나 루인 아스파담은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지금 내게는 카탈리나 님의 가호가 함께 한다! 명명안 따위로는 어쩔 수 없을 거다!”

파괴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루인 아스파담에게 명명안은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권한울의 이마 정중앙이 길게 갈라지더니 좌우로 활짝 벌어졌다.

그 안에 있던 것은 눈이었다.

새까만 바탕에 황금색 동공이 박혀 있었다. 홍채는 파충류처럼 길게 찢어져 있었다.

“……세 번째 눈?”

명명안은 용투기, 흑린갑과 더불어 흑룡혈을 대표하는 세 가지 권능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많이 알려진 권능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간에 퍼진 정보와 소문 중에서는 명명안의 세 번째 눈 같은 건 없었다.

황금색 눈동자가 루인 아스파담을 응시했다. 그 시선을 받은 순간, 루인 아스파담은 온몸의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을 느꼈다.

불길함이 루인 아스파담을 채찍질했다. 루인 아스파담은 손에 뇌력을 응축했다. 권한울을 향해 내질렀다.

벽력굉천권 이천(霹靂轟天拳 二天)

뇌호아(雷虎牙)

루인 아스파담이 열 손가락을 휘둘러 허공을 베었다. 열 개의 뇌력이 송곳니가 되어 권한울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이윽고 흩어졌다.

막힌 게 아니다. 무언가 강력한 힘에 충돌한 것도 아니다. 솜사탕이 물에 녹듯이 사라진 것이다.

“……!”

명명안으로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아니, 명명안이 아니더라도 이런 현상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루인 아스파담은 한 번 더 소름이 쫙 돋았다.

S급 민첩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재능, 갑옷에 덧씌운 불길한 힘에 이어서 또 상식을 초월한 능력을 꺼냈다.

이쯤 되니 그건 또 뭐냐고 소리칠 여력도 없었다.

“아직 멀었다! 카탈리나 님의 은총이 얼마나 거대한지 다 보여 주지 못했어!”

루인 아스파담의 몸이 뇌광으로 물들었다. 움직임이 몇 배로 빨라졌다.

벽력굉천권 이천(霹靂轟天拳 二天)

순광신(瞬光身)

음속을 초월한 속도로 권한울에게 쇄도한다. 곧바로 달려들지 않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권한울의 주변을 둘러쌌다.

마치 권한울이 뇌력으로 된 반구형 철창에 갇힌 것 같은 형상이었다.

루인 아스파담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권한울의 빈틈을 찾았다.

그러나 문득 눈치 챘다.

권한울의 몸은 가만히 있었으나 유독 이마의 눈만큼은 바쁘게 움직이며 루인 아스파담을 정확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세 번째 소름, 아니 공포심이 온몸에 퍼졌다. 루인 아스파담은 이를 악물었다.

루인 아스파담이 몸이 사라졌다. 나타난 것은 하늘 위였다. 한쪽 다리를 높게 치켜든 채 모든 뇌력을 끌어 모았다.

벽력굉천권 이천(霹靂轟天拳 二天)

낙뢰(落雷)

“흐아아아압!”

온힘을 다해서 다리를 내려찍었다. 거대한 번개가 권한울이 서 있는 지점에 내리꽂혔다.

한 번 떨어지고 끝이 아니라 계속 떨어졌다. 마치 뇌력의 기둥이 하늘과 땅 사이에 박혀 있는 것 같았다.

그곳의 중심에 권한울이 서 있었다.

낙뢰는 권한울의 몸을 침범하지 못했다. 권한울이 있는 곳만 빗겨서 떨어졌다. 권한울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둥근 공간이 생겨났다.

루인 아스파담은 할 말을 잃은 채 그 광경을 쳐다봤다.

“옛말에 따르면 용의 눈은 천지의 이치를 꿰뚫어본다고 하지.”

권한울이 입을 열었다. 루인 아스파담은 무언가에 홀린 듯 그의 말을 듣기만 했다.

“이 눈에 무엇이 보이는지 너는 짐작도 하지 못할 거다.”

그 말 대로였다. 짐작은커녕 루인 아스파담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두스인지 뭔지를 꺼낸 것은 좋았지만 익숙하지도 않은 스킬을 사용하면 어떻게 하나.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권한울이 손을 위로 뻗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낙뢰가 일시에 사라졌다.

“나한테 파훼당하지 않았나.”

멍하니 풀려 있던 루인 아스파담의 눈동자에 힘이 들어갔다.

파훼? 파훼라고?

카탈리나 블라가 님의 은총 덕분에 사용한 이 스킬이 파훼 당했다고?

스승님이 평생 동안 일궈온 이 스킬이 파훼를 당했단 말인가?

“건방진 놈! 다시는 그딴 헛소리를 지껄이지 못하도록 지저주마!”

신체가 거의 한계에 도달했으나 상관없었다. 목숨을 버려서라도 이 치욕을 되갚아야 했다.

루인 아스파담이 주먹을 쥐었다. 팔 전체가 뇌력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먹, 그 다음에는 팔꿈치, 이윽고 어깨까지 새파랗게 물들었다.

“오?”

권한울의 입에서 처음으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그건 내가 간섭할 수 없겠군.”

권한울이 마력을 일으켰다. 검은 오러가 그의 주변을 둘러쌌다.

루인 아스파담의 입가가 비틀렸다. 용투기 따위로 이 스킬을 막으려 한다는 건…….

“……뭐, 뭐야.”

더 이상 놀랄 일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권한울이 방출해 내는 용투기가 주변 땅을 완전히 뒤덮자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어떻게 이런 양의 마력을……?”

본래 사람은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는 마력의 양이 정해져있다.

100의 마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마력은 겨우 20이 될까 말까할 터.

자동차의 속력은 최대 200km/h까지 낼 수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만한 속도를 다룰 수 없는 것과 똑같다.

하지만 지금 권한울이 일으킨 마력의 양은 명백하게 상식을 초월하고 있다.

10의 마력을 모두 발산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었다.

“그쪽이 먼저 시작하시지.”

루인 아스파담은 으득, 이를 갈았다.

“사양하지 않겠다!”

루인 아스파담이 두 다리를 땅에 고정시켰다. 응축시켰던 뇌력을 한꺼번에 내질렀다.

벽력굉천권 이천(霹靂轟天拳 二天)

섬뢰분지(閃雷分地)

선명한 뇌광이 땅을 반으로 쪼갰다.

뇌광이 닿기 전, 권한울이 양손을 가슴 앞에 모았다. 손바닥을 붙이지 않고 살짝 떨어트린 채였다.

손바닥 사이의 공간에 용마기가 모여들었다. 모여든 용마기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현룡승천공 기본형(玄龍昇天功 基本形)

참격식 풍절(流格式 風絶)

용마기를 방출했다. 거대한 원형 칼날이 앞으로 날아갔다.

검은 칼날과 뇌광이 서로 부딪혔다. 충돌할 틈도 없이 뇌광이 갈라졌다.

풍절은 섬뢰분지를 소멸시키고도 멈추지 않았다. 그 뒤에 있는 루인 아스파담의 몸까지 가르고 나서야 사라졌다.

“……어?”

루인 아스파담의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혈선이 그어졌다.

루인 아스파담은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꽉 눌렀다. 그래도 혈선에서 피가 새어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카, 카탈리나 님…….”

그게 루인 아스파담의 유언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루인 아스파담의 몸이 양쪽으로 갈라져 땅으로 떨어졌다.

권한울은 한동안 루인 아스파담의 시체를 지켜봤다.

완전히 죽은 것을 확인한 뒤에야 땅에 주저앉았다.

“와, 힘들어 죽겠네.”

긴장을 풀자마자 아수라왕이 사라졌다. 이마의 눈도 감겼다. 극심한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애써 버티기는 했지만 사실 권한울도 한계에 도달한지 오래였다.

“쿨럭.”

피로 정도가 아니었다. 입에서 피까지 터져 나왔다. 복수의 혈통과 권능을 한꺼번에 운용하는 것만으로 내상을 입고 말았다.

“혈통을 조합하는 게 좋기는 한데…… 몸에 부담이 너무 크군.”

실시간으로 수명이 줄어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천리용안에서 한계를 넘고 말았따.

흑룡혈의 세 번째 권능 천리용안(天理龍眼).

이 권능을 사용하면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의 원리가 눈에 보이고 간섭할 수 있게 된다.

루인 아스파담의 기술들이 권한울의 주변에서 소멸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권한울이 한계 이상으로 마력을 다룰 수 있었던 것도 천리용안의 힘이었다.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겠는데…….”

권한울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이만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그때, 루인 아스파담의 시체 옆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권한울은 그쪽으로 다가갔다.

마름모 모양의 수정이 떨어져 있었다.

“아공간 보석이잖아?”

아공간 스킬을 익힌 사람이 사망할 시, 그 사람의 아공간이 이렇게 보석으로 남게 된다.

이 보석이 있으면 죽은 사람의 아공간을 열 수 있다. 단, 꺼낼 수만 있지 다시 집어넣을 수는 없다.

“루인 아스파담의 아공간 같은데.”

권한울은 보석을 이리저리 살피다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루인 아스파담 정도 되는 인물의 아공간이다. 틀림없이 대단한 보물들이 들어 있을 터.

권한울은 아공간 보석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리자 주하연이 보였다.

“하연 씨!”

권한울이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주하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언제부터 들어와 있었나요?”

“권한울 님께서 수라기를 사용할 때부터 들어와 있습니다.”

권한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들통이 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하연 씨. 그러니까 그게…….”

“제 눈을 속일 생각은 하지 마세요.”

싸늘한 말에 권한울은 입을 다물었다.

“권한울 님을 돕기 위해서 급하게 달려왔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서 보여서 잠시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걸 보게 될 줄은…….”

주하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많이 지치신 듯 하니 더 이상 묻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꼭 설명해 주셔야 합니다.”

주하연은 루인 아스파담의 시체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권한울만 데리고 던전 밖으로 나갔다.

주하연의 부축을 받으며 권한울은 비로소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수라혈을 어찌 해명해야할지 머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주하연이 있으니 마음 놓고 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권한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빛나갔다.

“……나왔냐.”

던전 밖으로 나가자 권지석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그 옆에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있었다.

“리틀드래곤! 다행히 무사하셨네요!”

카탈리나 블라가가 환하게 웃으며 권한울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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