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이 깡패임 48화>
48화 강제복종 (3)
숲에 검은색 도로가 뚫려 있었다.
나무가 새까맣게 타버리고 땅이 검게 그을렸다. 파괴의 흔적이 길게 이어져서 마치 길처럼 보였다.
그 길의 끝에 한 남자가 혼자 서 있었다.
“후우…….”
남자, 루인 아스파담은 양손을 털며 정면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권한울이 망신창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
입고 있던 갑옷은 걸레짝이 되었다. 근육과 뼈는 통째로 으깨졌다.
당연한 결과였다.
일수백변은 수백 번의 연격을 한순간에 쏟아내는 극한의 난타술이다.
누가 봐도 루인 아스파담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하지만 루인 아스파담은 어딘가 떨떠름해 보였다. 어딘가 걸린다는 듯이.
“아직 형체가 남아 있군.”
루인 아스파담은 권한울을 죽일 각오로 공격한 게 아니다.
권한울의 신체를 넝마조각처럼 찢어버릴 각오로 공격했다.
그러나 권한울의 몸은 사람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째서?
루인 아스파담은 권한울이 입고 있는 갑옷을 힐끔 쳐다봤다.
분명 권한울이 입고 있는 갑옷은 견고했다. 루인 아스파담의 공격을 몇 번이고 버텨냈으니까.
그 대가로 지금은 완전히 망가져버렸지만, 아마 오늘 이후로 두 번 다시 쓰지 못할 것이다.
“…….”
루인 아스파담은 고개를 저었다.
갑옷이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은 맞다. 하지만 연격 도중, 권한울은 몇 번인가 공격을 피해냈다. 그것도 치명상으로 이어지는 공격들만.
수천 개의 권격이 쏟아지는 와중에서 진짜 위험한 권격만 피해낸다?
감? 재능? 그런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날카롭고 정확했다.
루인 아스파담은 이만 고민을 멈췄다. 어차피 이긴 사람은 자신이니 말이다.
“이걸로 카탈리나 블라가 님의 총애는 다시 내게 돌아오겠지.”
루인 아스파담의 얼굴이 황홀경에 물들었다. 상상만 해도 흥분이 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였다.
“끄응…….”
권한울이 신음소리를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루인 아스파담의 깜짝 놀라서 권한울을 쳐다봤다.
“대체 그 악녀가 뭐가 좋다고 이 난리인지 모르겠네.”
루인 아스파담의 몸이 들썩였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내가 원래 좀 건강하거든.”
루인 아스파담은 볼 수 없었지만 권한울의 눈앞에는 이런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건강혈(健康血)’이 몸의 이상을 감지합니다!> <일시적으로 체력회복력이 200%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자연재생력이 100%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지구력이…….>
건강혈이 모든 권능을 동언해서 권한울의 망가진 몸일 치유하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속도였어. 과연 세계최속의 권법답더군.”
벽력굉천권 삼천(霹靂轟天拳 三天)
일수백변(一手百變)
사방팔방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주먹은 마치 수십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듯 한 착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빠른데 일격일격이 무거웠다. 그 단단하던 아룡태가 무참히 찢겨나갈 정도로.
“과연 카날리나 님께서 선택한 남자답군…… 그래, 이렇게 나와 줘야지.”
“아직도 그 타령이네. 이제 좀 정신을 차리지 그래.”
“닥쳐라!”
루인 아스파담이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네놈은 상상도 못할 거다! 카탈리나 님의 총애를 잃는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상상만 해도 오장육부가 비틀리는 이 기분을!”
그렇게 화가 났는지 루인 아스파담의 두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피눈물이라도 흘릴 기세였다.
“카탈리나 님의 총애는 내 것이다! 절대로 넘길 수 없어!”
“아, 필요 없다니까.”
루인 아스파담이 발로 땅을 내려찍었다. 그 순간, 뇌광이 번쩍이며 루인 아스파담이 사라졌다.
어느새 루인 아스파담은 권한울의 등 뒤에 나타나 있었다.
“정말 끝이다!”
루인 아스파담이 뇌력이 가득 담겨 있는 수도를 내리쳤다. 이대로 권한울의 목을 절단해서 죽일 생각이었다.
그 찰나, 권한울이 허리를 틀었다. 팔꿈치로 루인 아스파담의 얼굴을 강타했다.
“컥!”
예상치 못한 공격이라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엄청난 충격이 들이닥쳤다.
루인 아스파담은 뒤로 물러났다. 얼굴에 의문이 가득했다.
어떻게 날 공격한 거지?
“네놈!”
루인 아스파담의 몸이 다시 사라졌다. 이번에는 권한울의 앞에 나타났다.
좌측의 관자, 정면의 인중, 몸통의 명치.
눈 한 번 깜빡할 찰나에 세 부위를 연달아 타격했다. 너무 빨랐던 탓에 동시에 때린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권한울은 아무렇지도 않게 팔뚝으로 루인 아스파담의 공격을 막아냈다.
“……뭣?”
거기서 멈추지 않고 손바닥을 내질러 루인 아스파담의 몸통을 가격했다.
붕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루인 아스파담의 입가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커억!”
루인 아스파담은 복부를 붙잡은 채 뒤로 물러났다.
“……어떻게 한 거지?”
루인 아스파담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 번이면 그러려니 할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두 번째는 연격을 막아내고 반격까지 하지 않았던가?
“설마…… 내 움직임이 보이는 거냐?”
“그건 아니고.”
권한울은 루인 아스파담의 말을 시원시원하게 부정했다.
“내가 무슨 재주로 그쪽의 움직임을 보겠어.”
루인 아스파담은 S급 민첩을 보유하고 있다.
그나마 신체능력만으로 움직일 때는 어느 정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루인 아스파담은 벽력굉천권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권한울의 능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로 움직임을 볼 수 없었다.
”미리 읽고 대처하는 게 전부지.”
“……읽었다고?”
루인 아스파담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지금 이 남자는 자신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는지 알고 있는 걸까?
보고 피하는 걸 누가 못하겠나. 진짜 어려운 것은 움직임을 읽는 것이다.
읽는다는 것은 예측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걸 위해서는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상대방의 분위기, 버릇, 기술 등등.
여러 가지 요소를 파악하고 이해고 있어야 가능했다.
하물며 루인 아스파담은 S급 민첩에 벽력굉천권까지 사용했다.
그런 루인 아스파담의 움직임을 예측한다는 것은 신기에 가까운 묘기였다.
“이제 대충 감이 잡히는군.”
권한울이 목을 좌우로 꺾었다. 우득우득, 소리가 들렸다.
“내가 가진 능력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하고, 극대화 시킬 수 있을지 말이야.”
“능력? 흑룡혈을 말하는 건가?”
“그것도 있고.”
그것도 있고?
루인 아스파담은 권한울의 말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수라혈이 단순히 병장기만 잘 다루게 되는 혈통인 줄 알았거든.”
틀린 말은 아니다.
본래 수라혈은 한 가지 무기만 익혀도 백 가지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재능을 부여해 주는 혈통이다.
하지만 권한울이 보유하고 있는 수라혈은 진혈인데다 아수라왕까지 깃들어 있다.
그렇기에 다른 수라혈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었어. 수라혈이 주는 진짜 권능은 무(武)를 꿰뚫어보는 재능이었어.”
루인 아스파담이 일수백변을 펼쳤을 때, 권한울은 그 스킬의 흐름과 원리가 보였다.
모두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커다란 윤곽은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수라혈만으로 루인 아스파담의 움직임을 읽어낸 것은 아니었다.
“천재혈이 아니었으면 그 정보들을 완전히 활용하지 못했겠고.”
수라혈은 단지 정보만 제공해줬을 뿐이다.
그것들을 모두 이해하고, 해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천재혈 덕분이었다.
루인 아스파담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할지.
천재혈은 그 모든 질문에 방안을 내놓았다.
“즉시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흑룡혈 덕분이었지.”
정보와 해답이 있어도 실제로 쓰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수천 번 연습한 기술도 실전에서 한 번 써먹기 힘든 법이니까.
하지만 권한울에게 흑룡혈이 있었다.
흑룡혈이 부여한 용의 본능 덕분에 권한울은 갑자기 습득한 정보를 곧바로 전투에 적용할 수 있었다.
세 가지의 혈통이 서로 합작한 결과, 권한울은 수백 번도 넘게 쏟아지는 연격 속에서 치명상을 피해낼 수 있게 되었다.
혈통의 연계.
그를 통해 얻어지는 힘은 권한울이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루인 아스파담을 처음 봤을 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혈통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혈통들이 있으면 루인 아스파담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였다.
<‘천재혈(天才血)’과 수라혈(修羅血)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혈통들의 힘이 크게 확장되었다.
<‘천재혈(天才血)’의 능력이 강화됩니다!> <뇌의 용량이 확장됩니다!>
<모든 인지능력이 상승됩니다!>
<정신력이 크게 강화됩니다!>
그 순간, 권한울이 인지하고 있는 세상이 크게 넓어졌다.
보이지 않는 족쇄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수라혈(修羅血)의 동화율이 크게 상승합니다!> <진(眞) 수라혈 동화율 8% -> 20%> <진(眞) 수라혈의 동화율이 20%에 도달했습니다.> <‘아수라왕(阿修羅王)’의 봉인이 일부 해제됩니다.> <‘아수라왕(阿修羅王)’의 권능 을 습득합니다.> <권능 ‘삼계육도(三界六道)’ ‘인간도(人間道)’가 개방됩니다.> 내부에 잠자고 있던 아수라왕의 눈을 떴다. 기쁨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겨우 20%까지 올랐을 뿐이지만 변화는 엄청났다. 작은 불씨가 크게 번지는 듯 했다.
“끝낼 때가 됐군.”
까득.
권한울은 엄지손가락을 깨물었다. 아룡태의 정중앙에 혈선을 내리그었다.
혈선에서부터 붉은 빛이 아룡태를 물들였다. 섬뜩한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아수라왕(阿修羅王)’이 눈을 뜹니다.> <일시적으로 신체능력이 강화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저항력이 증가됩니다! 모든 저항력의 수치가 100을 달성합니다.> <일시적으로 기술이 증가됩니다! 모든 무기를 전문가 이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삼계육도(三界六道)’ ‘인간도(人間道)’를 발현합니다!> 아수라왕이 모습을 드러낸다.
왜 이제야 꺼냈냐고 항의하듯이 아수라왕의 기운이 폭발하듯이 사방으로 퍼졌다.
“……뭐냐.”
루인 아스파담이 입을 열었다. 나지막한 목소리였으나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대체 그건 뭐냐!”
루인 아스파담이 경악하는 동안에도 아수라왕의 힘은 더욱 커져갔다. 아수라왕의 기운으로 푸른 하늘이 붉게 물들 정도였다.
“말해라! 대체 무엇을 꺼냈냐 말이다!”
루인 아스파담은 절규했다.
온몸의 감각이, 본능이, 저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불길하고, 흉악한 기운이었다.
권한울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과 루인 아스파담의 힘을 가늠해볼 뿐.
아직은 조금 부족했다. 그렇기에 또 다른 힘을 불러일으켰다.
<악마의 권능 ‘모나르크’를 발현합니다.> <바람이 당신의 의지를 따릅니다.>
권한울을 중심으로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일찍이 메이 가문을 상대하기 위해서 익혔던 바람의 권능이었다.
“이제 좀 해볼 만하겠군.”
루인 아스파담이 안색을 굳혔다. 이윽고 권한울을 비난했다
“리틀드래곤, 그렇게 해서라도 내게서 카탈리나 블라가 님의 총애를 빼앗아가려는 거냐.”
“…….”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할 말을 잃는다더니 권한울이 딱 그 상황이었다.
“아, 그래. 너도 제정신이 아니었지.”
어차피 설명해봤자 알아들을 상황도 아니기에 권한 울은 오히려 루인 아스파담을 도발했다.
“그래, 이 자리에서 널 죽이고 카탈리나 블라가의 총애를 가져가도록 하마.”
“이제야 진실을 말하는구나! 너 같은 놈한테 카탈리나 님을 맡길 수는 없다! 이 자리에서 반드시 쓰러트려주마!”
루인 아스파담은 마력을 한계까지 이끌어냈다.
푸른 뇌력이 루인 아스파담을 휘감았다.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래, 너도 모든 패를 꺼내놔야지.”
둘은 서로 동시에 달려들었다.
시작은 동시였으나 먼저 도달한 것은 루인 아스파담이었다.
루인 아스파담은 푸른 뇌광과 함께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단숨에 권한울의 명치를 꿰뚫었다.
그 순간, 권한울이 손등으로 루인 아스파담의 주먹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반대쪽 주먹으로 늑골을 강타했다.
“크윽!”
루인 아스파담은 이를 악물고 양손의 관수를 동시에 내질렀다.
권한 울은 기다렸다는 듯이 두 주먹으로 관수를 내려찍었다. 그리고 앞으로 튀어 나가며 무릎으로 명치를 찍었다.
루인 아스파담의 얼굴이 다시금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분명 속도는 루인 아스파담이 앞서고 있다. 계속 선공을 가져가는 게 그 증거였다.
하지만 권한울이 그 모든 공격을 읽고, 반격을 가하니 도무지 우위를 차지할 수가 없었다.
“건방진 놈!”
루인 아스파담은 분노했다.
아직 S급의 능력치도 얻지 못한 헌터를 상대로 전력을 다하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데. 밀리기까지 한다고?
“이제부터가 진짜다! 나는 아직 내 기술을 다 보여 주지 않았어!”
루인 아스파담의 양손이 뇌력으로 물들었다.
벽력굉천권 삼천(霹靂轟天拳 三天)
일수백변(一手百變)
권한울 역시 곧바로 대응했다.
현룡승천공 기본형(玄龍昇天功 基本形)
순격식 증속권(勝擊式 增速權)
수십 개의 권격이 쉴 새 없이 날아든다. 권한울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증속권은 쓰면 쓸 수 록 속도가 빨리는 권법.
일수백변을 막으면 막을 수 록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어림도 없다!”
루인 아스파담이 더욱 속도를 높였다. 수십 개의 권격이 수백 개로 불어났다.
증속권이 가속되는 것보다 일수백변의 권격이 더 빨랐다.
움직임을 읽어도 막을 수 없다면 소용이 없는 법.
결국 일수백변의 권격이 권한울의 몸 곳곳을 강타했다.
“크으으윽?”
하지만 타격을 입은 쪽은 오히려 루인 아스파담이었다.
아룡태에 맺힌 붉은 기운이 너무나도 강맹해서 역으로 루인 아스파담의 주먹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기껏 잡은 승기를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놓칠 수는 없었다.
“으아아아악!”
루인 아스파담은 이를 악문 채 권한울의 몸을 쉴 새 없이 난타했다.
루인 아스파담의 주먹도 으스러지고, 깨졌지만 권속의 재생력을 이용해서 버텨냈다.
“카탈리나 님을 위해서!”
그렇게 외친 직후, 루인 아스파담의 몸이 튕겨나갔다.
“컥!”
루인 아스파담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두 팔에 집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뭐야.”
어느새 두 팔이 완전히 날아가 있었다.
“……이번에는 또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루인 아스파담이 고함을 질렀다. 권한 울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묻지 말고 직접 시험해 보시지.”
루인 아스파담이 으득, 이를 갈았다.
권속의 재생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사라졌던 팔이 순식간에 재생됐다.
“네 말대로 직접 시험해 주마!”
뇌력이 번쩍였다. 그러자 루인 아스파담의 몸이 여러 개로 분열되었다.
벽력굉천권 삼천(霹靂轟天拳 三天)
뇌성지청(雷聲地靑)
분신들이 동시에 권한울을 향해 달려들었다. 분신들은 각기 다르게 움직이며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권한 울은 대응하지 않았다. 두 손을 내리고 가만히 있을 뿐.
“미친 것이냐!”
그렇다고 루인 아스파담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 순간, 아룡태에 맺힌 붉은 기운, 아수라왕의 힘이 술렁였다.
루인 아스파담이 타격하는 지점마다 붉은 기운이 응집되었다.
붉은 기운과 주먹이 충돌하는 순간, 강렬한 폭발과 함께 주먹이 사라졌다
“끄, 끄으윽!”
루인 아스파담은 사라진 손목을 붙잡은 채 물러났다.
“삼계육도 인간도(三界六道 人間道).”
그를 향해 권한울이 입을 열었다.
“내가 감지해내지 못한 공격을 자동적으로 방어해 주는 권능이지.”
이를 테면 자동방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성능은 루인 아스파담의 모든 권격을 막아내고, 그것도 모자라서 본인에게 타격을 입힐 정도로 강력했다.
이 권능을 쓸 때는 강기를 발현할 수 없다는 큰 단점이 있지만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덕분에 루인 아스파담과 대등한 위치까지 설 수 있었으니까.
“빌이먹을 놈! 이런다고 내가 포기할 것 같더냐!”
루인 아스파담이 소리쳤다.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 내 모든 것을 걸고 카탈리나 님의 총애를 지키겠다!”
쿵!
권한울은 처음에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쿵! 쿵!
이윽고 눈치 챘다. 이건 루인 아스파담의 심장소리였다.
심장이 거칠게 날뛰기 시작한다. 혈류의 흐름이 빨라지며 온몸의 피부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기괴하게 변한 것은 신체뿐만이 아니었다. 루인 아스파담의 몸에 흐르는 뇌력도 이상하게 변했다.
뇌력의 양이 두 배가 넘게 증가하더니 금방이라도 터질 거처럼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마치 물풍선에 한계 이상의 물을 주입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권속은 총애를 많이 받으면 받을 수 록 주인의 힘을 일부 빌려올 수 있다.”
루인 아스파담이 입을 열었다. 나름 미성이었던 목소리가 쇳소리처럼 거칠게 변했다.
“블라가 가문에서는 이걸 아두스(Adus)라고 부르지!”
루인 아스파담이 땅을 박찼다. 하늘 높이 뛰어오른 뒤, 두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뇌력이 번쩍이더니 인근 땅이 완전히 날아갔다.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무시무시한 파괴력이었다.
“이 힘이야 말로 카탈리나 님의 사랑! 애정의 결실!”
이만한 힘을 쏟아내고도 루인 아스파담은 조금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많은 뇌력을 일으키며 달려들었다.
“단순히 힘만 강해진 게 아니다! 지금 내게는 카탈리나 님의 경험과 재능이 함께 한다!”
루인 아스파담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뇌력이 응집되더니 길쭉하게 늘어났다.
그것을 있는 힘껏 권한울을 향해 던졌다.
벽력굉천권 이천(霹靂轟天拳 二天)
뇌창(雷槍)
번개의 창이 권한울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권한울이 서 있는 곳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에 꽂혔다.
그 순간, 뇌력이 폭발했다.
권한울은 용마기를 둘러서 피해를 막아냈다. 직격을 당한 것도 아닌데. 그 여파만으로 몸이 뒤흔들렸다. 실로 무지막지한 위력이었다.
“하하핫! 이게 바로 벽력굉천권 이천의 기술이다. 스승님은 내게 불가능하다 했지! 하지만 봐라! 카탈리나 님이 계시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루인 아스파담이 광소를 터트리며 권한울을 노려봤다.
“카탈리나 님이 함께하는 한 너 따위는 내 적수가 되지 못해!”
루인 아스파담의 말이 아니꼬운 것은 둘째 치고 위력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신체능력과 마력이 상승하고, 사용하는 스킬의 격도 올라갔다.
루인 아스파담처럼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밀어붙이는 적에게는 혈통의 조합도 통하지 않았다.
“리틀드래곤! 도망치지 마라!”
하지만 권한울은 당황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루인 아스파담의 공격을 피하며 때를 기다렸다.
<‘흑룡혈(黑龍血)’이 눈을 뜹니다!> 메시지가 떠올랐다. 권한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 게으른 놈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진(眞) 흑룡혈 동화율 26% -> 27%> 흑룡혈의 동화율을 빠르게 상승시키는 방법은 강적과의 전투뿐이다.
<진(眞) 흑룡혈 동화율 28% -> 29%> 계속 되는 전투 속에서 흑룡혈은 루인 아스파담을 위험한 강적으로 인식했다.
<진(眞) 흑룡혈 동화율 29% -> 30%> 30%의 도달.
그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흑룡혈의 동화율이 30%에 도달했습니다!> <세 번째 권능 ‘천리용안(天理龍眼)’이 개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