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이 깡패임 22화>
22화 혙통이 발견함 (1)
권한울이 플래티넘 던전에 들어간 지 벌써 30분이 지났다.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게이트를 바라봤다.
‘지금쯤 죽었겠지? 분명히 죽었을 거야. 꼭 그래야 해.’
길드마스터는 권한울이 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딱히 그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권한울이 살아서 돌아오면 아이언펭 길드가 위험해지기 때문이었다.
‘젠장, 왜 하필 이딴 일에 휘말려서…….’
며칠 전, 흑천 그룹의 헌터가 아이언펭을 찾아왔다.
헌터는 이클립스의 촉수를 건네며 길드를 지키고 싶거든 이것을 플래티넘 던전에 집어넣으라고 요구했다.
‘집안싸움이 났으면 지들끼리 싸울 것이지. 왜 나까지 끌어들이는 거야.’
아이언펭이 대한민국 1위 길드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내에서나 통하는 이야기다.
세계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흑천 그룹과 비교하면 한없이 나약했다.
흑천 그룹 내의 다툼에 휘말렸다가는 길드 자체가 공중 분해될 게 뻔했다.
하지만 헌터의 요구를 거절했다가는 당장 길드가 위험해진다.
길드마스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권한울만 죽으면…… 만사해결인데.’
흑천 그룹의 헌터는 권한울이 죽으면 이 일을 조용히 묻겠노라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진짜 지킬지 어떨지는 차차 고민하더라도 권한울이 살아서 돌아오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만약 권한울이 살아서 돌아온다면 아이언펭이 저지른 일들이 모두 들통난다.
그럼 아이언펭은 그날로 끝이다.
‘제발, 제발 부탁이다!’
도시 규모의 위기라는 플래티넘급 던전에 위험도 SS랭크인 이클립스의 촉수까지 집어넣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권한울은 결코 살아서 돌아올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는 도통 안심할 수가 없었다.
“늦어지네요.”
길드마스터의 옆에 서 있던 여인이 혼잣말을 했다. 길드마스터는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정말 신기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시선을 뺏길 정도로 말이다.
여인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이 무슨 관계일까.
길드마스터는 멍하니 생각했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길드의 명운이 걸려 있는 이때, 여자에게 넋을 잃을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게이트가 커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한 사람이 간신히 통과할 크기에서 거대한 선박이 지나가도 될 정도의 크기로 변했다.
“몬스터가 튀어나온다! 다들 무기 들어!”
“보통 놈이 아니야! 절대로 도시로 보내면 안 돼!”
게이트의 크기로 보건데 초기에 튀어나오던 카란쿨라 일꾼과는 차원이 다른 개체가 탈출하려는 게 틀림없었다.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으나 길드마스터는 반대로 기쁨의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됐다! 그놈이 죽었어!’
권한울이 살아 있다면 몬스터가 던전을 벗어날 리가 없다. 권한울이 죽었기에 몬스터들이 외부로 관심을 돌린 것이다.
‘이제 내 길드는 무사하다!’
그러나 잠시 뒤, 길드마스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 어어?’
몬스터가 아니라 권한울이 나타난 것이다.
밖으로 나온 권한울은 게이트 속으로 다시 손을 집어넣었다.
팔을 힘껏 당기자 게이트 안에서 거대한 몬스터의 사체가 튀어나왔다.
“세, 세상에 저게 뭐야…… 카, 카란쿨라 장군이잖아!”
“카란쿨라 장군이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라고……?”
“저, 저거 카란쿨라 어미 아니야?”
“어미가 죽었다는 건…… 카란쿨라 무리를 몰살시켰다는 뜻인데…….”
아이언펭 길드원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아이언펭 길드마스터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 살아 있다고? 흐, 흑천의 혈족들은 죄다 괴물 투성이라지만…… 이, 이건 너무하잖아!’
길드마스터가 경악하는 사이, 권한울은 게이트에서 몬스터의 사체들을 완전히 끄집어 냈다.
“후우, 무겁다.”
땀을 닦는 권한울에게 주하연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뭘 이 정도로 그러세요.”
권한울은 몬스터 사체를 두드리며 말했다.
“심하게 망가지기는 했지만…… 이 세 마리라면 괜찮은 장비를 만들 수 있겠죠?”
“박태식 명장님께 맡기면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굉장한 물건으로 변할 겁니다.”
주하연과 수다를 떠는 권한울을 보며 길드마스터는 깊이 갈등했다.
평생 동안 일구어 온 길드다. 이렇게 허망하게 망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기회를 봐서 기습할까? 심장에 칼이 꽂히면 제 아무리 흑천의 혈족이라도…….’
이미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하게 된 아이언 펭의 길드마스터였다.
그때, 그는 권한울이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재미있는 생각을 하고 계신 거 같은데.”
권한울이 기세를 일으켰다. 칠흑 같이 어두운 마력이 주변을 완전히 뒤덮었다.
벌레 울음소리가 차츰 줄어들었다. 세상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압도적이다 못해 절대적인 격차에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는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쓸데없는 짓은 집어치우시고, 댁이 저지른 일이나 한 번 따져봅시다.”
좆됐다.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 * *
“어디보자…… 첫째로 흑천 그룹의 행사를 방해했죠.”
권한울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아이언펭의 잘못을 되짚었다.
“둘째로 위험물로 지정된 이클립스의 촉수를 던전에 집어넣어서 큰 재앙을 초래할 뻔했고.”
세 번째 손가락이 접혔다.
“마지막으로 흑천의 혈족인 나를 죽이려고 했죠.”
권한울이 말을 할 때마다 길드마스터의 어깨가 떨렸다.
“하연 씨,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죠?”
“모조리 죽여야 합니다.”
주하연이 단호하게 말했다.
“흑천의 혈족을 위협한 죄는 무겁습니다. 명령만 내리시면 제가 직접 이들에게 죗값을 받아내겠습니다.”
길드마스터는 땅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저, 저희들은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흐, 흑천에서 사람이 와서…… 그, 그래서 그냥…….”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그래도 모조리 죽여야 합니다.”
주하연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사정이 어떻든 이들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길드마스터를 비롯한 아이언펭 길드원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흠.”
권한울은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흑천 그룹에 들어오기 전부터 아이언펭과는 악연이 있었죠.”
아이언펭 길드는 후계자가 저지른 잘못을 권한울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다.
때마침 주하연이 나타난 덕분에 무사히 넘길 수 있던 거지, 만약 그녀가 없었더라면 끔찍한 일을 당했으리라는 건 자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날 사지에 몰아넣었네요.”
타의였다고는 하지만 아이언펭이 권한울에게 두 번이나 몹쓸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 그건 혀, 협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 일을 돕지 않으면 아이언펭 길드를 없애 버리겠다고 해서…….”
“그러니까 나는 무섭지 않았다는 거네요.”
길드마스터의 얼굴이 멍해졌다.
“그,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나 같은 새끼는 죽어도 문제없겠다. 그렇게 판단한 거죠?”
“그, 그게 아니라.”
“왜? 내 말이 틀렸어?”
순간 권한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다.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는 입을 다물었다.
“뭐, 목숨은 살려 드리죠. 길드도 안 건드리고.”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는 귀를 의심했다.
“대신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기면 그때는 반드시 제 편을 들어야 합니다.”
“아, 암요! 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길드마스터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앞으로 두 번 다시는 흑천 그룹과는 연관되지 않으리! 설사 아시아를 떠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좋아요. 마스터님의 말을 믿겠습니다.”
“권한울 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정말 심하셨겠네요. 이리 휘둘리랴 저리 휘둘리랴.”
권한울은 길드마스터를 위로하며 무언가를 꺼냈다.
낡고 볼품없는 반지였다.
“심심한 사죄의 뜻으로 드리는 물건이에요. 맹세의 증거라고 생각하고 항상 가지고 다니세요.”
아이언펭 길드마스터는 양손으로 반지를 받았다.
혹시 대단한 물건인가 싶어서 냉큼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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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 것도 표시가 되지 않았다. 길드마스터는 크게 실망했다.
“이런 선물까지 주시고……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속마음이 어떻든 간에 최대한 입에 발린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런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를 보며 권한울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 * *
“어째서 용서해 주신 겁니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주하연이 물었다. 권한울은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전 용서해 준 적 없어요.”
“아이언펭을 가만히 놔두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거요.”
권한울은 웃옷을 벗으며 말했다.
“이번 일을 주도한 사람은 찬성 형님이에요. 아이언펭은 장기짝에 불과하죠.”
이미 죽은 장기짝을 부숴봤자 게임에는 아무 영향도 미칠 수 없다.
“그러면 차라리 내가 뺏어서 요긴하게 쓰는 게 좋지 않겠어요?”
흑천 그룹보다는 못한다지만 대한민국 1위 길드라는 위치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잘만 활용하면 권찬성에게 크게 한 방을 먹일 수 있을 것이다. 권한울은 그렇게 판단했다.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는 믿을 수 있는 인간이 아닙니다. 중요한 순간에 권한울 님을 배신할 겁니다.”
“알아요. 그래서 미리 목줄을 채워 놨어요.”
아이언펭의 길드마스터에게 건네준 반지는 권찬성에게 강탈한 속박의 반지였다.
지금쯤 세뇌 저주가 지속적으로 아이언펭 길드마스터의 머릿속을 오염시키고 있으리라.
세뇌가 끝나면 사냥개로 부려도 좋고, 편리한 도구처럼 써도 좋다.
활용할 방법이야 무궁무진했다.
“목줄이라고 하셨습니까?”
주하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권한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놀랍게도 권선우였다.
이 늙은이가 무슨 일이지? 권한울은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시죠?”
-여전히 붙임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말투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회장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권한울이 붙임성이 없는 정도라면 회장의 화법은 화가 날 정도로 무성의했다.
-데뷔전을 무사히 치룬 걸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설마 이클립스의 촉수를 흡수한 카란쿨라 무리를 혼자서 궤멸시킬 줄은 몰랐다.
역시 권선우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방치했다.
고약한 늙은이 같으니. 권한울은 짧게 혀를 찼다.
-시험을 모두 통과했으니 약속을 지켜야겠지. 흑천비고의 이용과 팀의 창설을 허락하겠다.
권한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흑천 그룹에서 팀의 창설 허가를 받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오랫동안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회장의 허락도 필요했다.
괜히 부회장의 차남인 권지석이 최근에야 팀 창설을 허가받은 게 아니다.
-이것만 주면 심심하겠지. 흑천 일가로 돌아오면 아공간 스킬을 넘겨주마. 요긴하게 쓰일 거다.
그 말에 권한울의 눈동자가 커졌다.
아공간 스킬을 익히면 차원을 왜곡시켜서 여러 가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다.
유용한 만큼 무척 희귀해서 일 년에 채 세 개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렇게 귀한 물건을 덜컥 주다니.
과연 흑천의 회장다운 재력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예, 말씀하십시오.”
-정말 훌륭했다.
잠시 머릿속이 멍해졌다. 설마 지금 이 노인네가 칭찬을 한 건가?
자세히 되묻고 싶었지만 그보다 먼저 권선우가 화제를 돌렸다.
-팀을 창설하려면 돈과 장비가 많이 필요하겠구나.
“그거야 흑천 그룹에서 당연히 알아서 해 주는 거 아닙니까?”
-재미있는 말을 하는구나. 흑천 그룹이 땅 파서 장사해먹고 사는 줄 아느냐.
권한울은 잠시 당황했다.
-능력도 확실치 않은 팀을 지원해 줄 만큼 흑천 그룹은 너그러운 곳이 아니다.
“지원을 받고 싶으면 성과를 보여라 이거군요.”
-이제는 내 말을 금방 이해하는구나.
에라이.
권한울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마침 적당한 일거리가 있는데. 한번 들어보겠느냐.
“그게 뭡니까.”
-천강의 메이 가문을 알고 있느냐.
흑천의 회장씩이나 되는 인물이 거론할 메이 가문은 한 군데밖에 없었다.
“알고 있습니다. 중국을 지배하는 명문가가 아닙니까.”
세상에는 강대한 힘을 가진 가문들이 몇 군데 더 존재한다.
현재는 흑천이 최고지만 그들의 성장세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가문들 사이에서의 탐색과 견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들었다.
그중 한 곳이 바로 천강의 메이 가문이었다.
“흑천의 혈족들처럼 메이 가문의 사람들도 혈통을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흥, 모르는 소리. 그래 봤자 흑룡혈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저열한 혈통이다.
권한울은 쓴 웃음을 지었다.
동아시아의 지배자라 불리는 흑천 가문만큼은 아니지만 메이 가문도 중국 전역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대단한 가문이다.
그만큼 메이 가문이 보유하고 있는 혈통 역시 강력하다고 들었다.
-최근에 던전을 놓고 메이 가문과 분쟁이 일어났다. 내 이번 기회에 그 건방진 놈들을 박살을 내버리려고 생각이었다만…… 놈들이 재미있는 제안을 하더구나.
“무슨 제안입니까?”
-가문의 대표 세 명을 뽑아서 단체전을 벌이고, 승리하는 쪽이 던전의 소유권을 가지자고 하더구나.
권선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나 이번 단체전은 굉장히 중요한 자리였다.
두 가문이 대표자를 뽑고 겨룬다. 이는 가문의 명예와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였다.
-마침 메이 가문에서 대외 활동을 하지 않은 혈족들로 참가자를 제한하자고 하더구나. 아마 그쪽에서도 걸출한 신인이 하나 등장한 모양이지.
그렇겠지.
흑천을 이기면 본인의 이름을 한 방에 알릴 수 있다.
그래서 권한울에게 이야기를 꺼낸 모양이다.
권한울은 이제 막 데뷔전을 치렀을 뿐이지 아직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으니까.
-어떠냐, 관심이 있느냐?
“지원비나 두둑하게 준비해 두시죠.”
고민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 * *
권선우는 통화를 종료했다. 전화기를 제자리에 돌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어떠냐, 내가 말한 대로 되지 않았더냐?”
그 말에 권찬성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은 돌덩어리처럼 굳어 있었다.
“이렇게 빨리 순혈이 진혈에게 한 방 먹을 줄은 몰랐구나. 혈통의 차이인지. 아니면 사람의 차이인지. 참으로 궁금하구나.”
권찬성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 일로 자신의 가치는 낮아지고, 권한울의 가치는 높아졌다.
이 일이 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몰라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은 자명했다.
“이만 나가 봐라.”
축객령에 권찬성은 군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저택을 벗어나 한참을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으아아악!”
억눌렀던 분노가 터져 나왔다. 권찬성은 근처에 있는 나무를 걷어찼다.
나무 밑동이 산산조각이 났다. 권찬성은 그 잔해를 하나하나 짓밟아서 으스러트렸다.
한참 동안 난동을 피운 뒤에야 권찬성은 간신히 진정할 수 있었다.
“……한울 동생. 이 일은 아주 비싸게 먹힐 거야.”
으득, 이를 가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그때였다.
권찬성의 주머니에 담겨 있던 스마트 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권한울에게서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내기는 제가 이겼습니다.
약속 잊지 마세요.
-권한울-
혈압이 빡 올랐다. 권찬성은 애써 진정시켰다.
그때, 두 번째 문자가 도착했다.
도박에는 재능이 영 없으신 것 같습니다.
-권한울-
“이 빌어먹을……!”
결국 권찬성은 뒷목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