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통이 깡패임-20화 (20/221)

<혈통이 깡패임 20화>

20화 혈통이 결심함 (3)

실버급 던전.

일류 헌터가 포함이 된 5인 이상의 공략대에게만 입장이 허가되는 곳.

그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취라라라락!”

돼지의 머리에 푸르죽죽한 피부를 가진 괴인(怪人)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돌진했다.

두터운 근육질의 육체와 광석을 깨부숴 만든 도끼가 소름끼치도록 위협적이었다.

식인귀(食人鬼) 오크.

끝없는 투쟁심과 야성, 그리고 강철 같은 육신을 가진 몬스터.

경험 많은 헌터들조차 기피할 정도로 까다로운 몬스터가 수십 마리도 넘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 속으로 누군가 뛰어들었다.

단신으로, 그것도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누가 봐도 결과야 뻔했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오크 무리에게 짓밟혀서 죽게 되리라.

하지만 이어지는 광경은 정반대였다.

사내가 내지른 발차기에 오크의 머리통이 날아간다.

동료의 죽음에 오크들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변했다.

“취라라락!”

“취르라락!”

분노한 오크만큼 위험한 몬스터도 없다. 그 숫자가 수십 마리라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오크들이 무기를 쳐들고 적에게 달려들었다.

“……후우.”

오크에게 달려든 남자, 권한울은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폐를 가득 채운 산소가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진(眞) 흑룡혈이 용의 본능을 부여합니다.> <천재혈이 훈수를 둡니다.>

용의 본능과 냉철한 이성이 서로 맞물린다.

머릿속에 오크들의 움직임이 명확하게 그려진다. 마치 3인칭 시점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가까이에 있는 오크부터 한 마리씩.

권한울이 움직일 때마다 오크의 숨통이 하나씩 끊어진다.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머리가 터진다. 다리로 걷어찰 때마다 척추가 끊어진다. 다섯 손가락으로 목뼈를 으스러트린다.

권한울은 날렵하고 효율적인 동작으로 오크의 목숨을 취했다. 그 모습은 마치 양떼를 습격하는 짐승을 연상시켰다.

살아남은 오크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깃들기 시작했다. 투쟁심으로 이름 높은 오크들이 등을 보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열 마리!’

그 뒤를 쫓으며 권한울이 마음속으로 외쳤다.

* * *

‘대단해.’

멀찍이서 권한울의 전투를 지켜보던 주하연은 속으로 감탄을 했다.

‘한수 한수가 정확히 급소를 노리고 있어. 마치 어디를 공격할지 아는 것처럼.’

던전 안에 들어와 있음에도 주하연은 조금도 대비를 하지 않았다.

그만큼 권한울이 완벽하게 오크를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로(鬪路)가 계산적이야. 저렇게 많은 오크와 싸우면서 단 한 번도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어.’

얼핏 보면 권한울은 야성에 몸을 맡긴 것 같았다. 그 정도로 거칠고 폭력적이었다.

하지만 주하연에게는 보였다. 오크가 달려들기 전에 권한울이 먼저 행동하는 것을.

먼저 피하고, 먼저 공격한다. 먼저 막고, 먼저 반격한다.

오크들의 움직임을 모두 읽고 예측한 다음, 계획을 수립하고 있어야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더 놀라운 건…… 마력을 전혀 쓰고 있지 않다는 거야.’

권한울은 순수하게 육체 능력만으로 오크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마력은 한 톨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내단을 섭취한 권한울의 모든 능력치는 A다.

A는 진정한 초인이라 불리는 단계다. 오크 정도야 신체능력만으로 쉽게 압도할 수 있다.

‘하지만 무리를 상대로는 저렇게 싸울 수는 없지.’

한손으로 열손을 당해 낼 수 없는 것처럼 개인전보다 집단전의 난이도가 월등하게 높다.

더군다나 오크는 군집 활동으로 유명한 몬스터다.

모든 능력치가 A를 달성한 헌터라도 오크 무리를 마력 없이 상대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권한울은 신기에 가까운 예측과 넓은 시야로 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사실 권한울이 이렇게 전투에 제약을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공략했던 수많은 연습용 던전들도 제약을 두고 공략했다.

그리고 던전을 거칠수록 권한울의 전투능력은 증가됐다.

마치 새로 구입한 자동차에 하나하나 적응해 가는 것처럼.

‘만약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전투에 임한다면…….’

단언 컨데 플래티넘 던전 ‘따위’는 문지방을 넘는 것처럼 손쉽게 클리어할 것이다.

“후우.”

깊이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전투가 끝나 있었다.

모든 오크를 처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5분이 넘질 않았다.

“재미도 없을 텐데 뭐 하러 구경한다고 여기까지 들어오셨어요.”

“아닙니다. 멋진 전투였습니다.”

“또 빈말하신다.”

권한울이 쑥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간혹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연덕스러운 권한울이었으나 칭찬에는 유독 약한 면을 보였다.

“빨리 돌아가죠.”

쑥스러움을 감추려는 듯 권한울이 앞장섰다.

* * *

그날 저녁, 권한울은 아이언펭이 준비해 놓은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이언펭은 권한울을 위해서 호텔의 최상층을 완전히 비워 놓았다.덕분에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저 때문에 아이언펭의 재정이 많이 위태로워졌겠는데요.”

“권한울 님께서는 흑천의 혈족이십니다. 이 정도도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주하연의 대답에 권한울은 쓴웃음을 지었다.

태생 때문인지 아니면 흑천의 혈족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직 이런 대접에 영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부탁한 건 알아보셨나요?”

“예, 안 그래도 지금부터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주하연은 들고 있던 서류 봉투를 열었다. 안에서 사진 몇 장과 태블릿을 꺼냈다.

“3일 전, 보문산 등산로의 감시카메라에 찍힌 사진입니다.”

감시 카메라의 성능이 별로인지 화질이 무척 나빴다. 다행히 내용물을 알아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여기 보시면 아이언펭의 길드원들이 무언가를 나르고 있는 장면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아이언펭 길드원 수십 명이 커다란 수레를 밀고 있었다. 수레 위에는 커다란 천이 덮여 있었다.

“이게 뭐죠?”

주하연은 말없이 태블릿을 내밀고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감시카메라의 영상.

아이언펭의 길드원들이 낑낑거리며 수레를 미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수레를 덮고 있던 천이 펄럭이더니 아이언펭 길드원 한 명이 수레 속으로 빨려들었다.

이윽고 수레가 들썩이며 핏물이 튀기 시작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수레 담겨 있는 물건은…….”

“이클립스의 촉수군요.”

권한울의 대답에 주하연은 크게 놀랐다.

감시 카메라의 영상은 화질과 프레임이 좋지 못하다. 때문에 이클립스의 촉수가 길드원을 끌어들이는 모습이 몇 컷 찍혀 있지 않았다.

주하연조차 재생을 속도를 낮추고, 집중을 하고 나서야 알아볼 수 있었다.

“금방 알아보시는군요.”

“익숙해서 한번 찍어봤어요.”

“제대로 보셨습니다. 수레의 담긴 물건은 이클립스의 촉수로 생각이 됩니다.”

“잘린 촉수가 어떻게 움직이는 거죠?”

“대괴수라 칭해지는 몬스터들은 생명력이 무척 강합니다. 절단된 부위조차 오랫동안 살아 있을 정도죠.”

실로 경악스러운 생명력이었다.

사실 신경 써야 할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이클립스의 촉수가 여기 있다는 건…….”

“권찬성 님께서 손을 쓰신 모양입니다.”

아이언펭을 사주한 사람은 권찬성이었다.

한 번 충돌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손을 수작을 부릴 줄은 몰랐다.

“그렇게 자존심이 상했나.”

문득 권한울은 신기하다는 듯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주하연을 발견했다.

“왜 그러세요?”

“어떻게 아이언펭이 수작을 부렸다는 걸 아신 겁니까?”

“별거 아니에요. 카란쿨라 새끼들은 식욕이 왕성해서 게이트를 자주 탈출하거든요. 그런데 아이언펭 길드마스터는 최근에 그런 일이 없다고 했잖아요.”

“네,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런 경우는 딱 하나거든요. 던전 내부로 무언가를 집어넣었을 때뿐이죠.”

몬스터가 게이트를 탈출하는 이유는 대부분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반대로 배가 고프지 않으면 던전을 나올 일이 없다.

그래서 한때, 약소한 국가들 사이에서 던전에 억지로 사람을 집어넣는 일이 횡행한 적이 있다.

“그래서 뒤가 수상해서 조사를 부탁드렸던 건데…… 설마 이클립스의 촉수를 집어넣었을 줄은 몰랐네요.”

주하연은 여전히 신기하다는 얼굴로 권한울을 바라봤다.

삼류 헌터라는 경력치고는 알고 있는 게 지나치게 많았다.

“왜 하필 이클립스의 촉수를 넣었을까요.”

권한울은 사진 속 이클립스의 촉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클립스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일 겁니다.”

“특성이요?”

“이클립스의 피에는 몬스터들을 강제로 복종시키고, 변이시키는 능력이 담겨 있습니다. 권찬성 님은 아마 그 점을 노리고 이클립스의 촉수를 집어넣은 게 아닐까 사료됩니다.”

변이라.

권한울은 턱을 매만지며 기억을 더듬었다. 이클립스를 따르는 몬스터 군단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 두려움을 성토하는 신문 기사를 잠깐 읽은 적이 있었다.

“만약 카란쿨라가 이클립스의 촉수를 먹었다고 한다면…….”

“지금쯤 던전 내부는 끔찍한 마굴로 변했을 겁니다.”

가뜩이나 위험하다고 평가받는 카란쿨라가 이클립스의 촉수까지 먹어치웠다?

“이미 플래티넘급 던전의 위험도를 넘어섰을 겁니다. 어쩌면 다이아급일 수도 있습니다.”

주하연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권한울 님, 이 던전은 너무 위험합니다. 회장님께 이 사실을 밝히고 새로운 던전을 찾으셔야 합니다.”

“회장님께서 이 사실을 과연 모르실까요?”

권한울의 말에 주하연은 입을 다물었다.

“……아마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죠. 흑천의 회장이라는 분께서 이런 일도 모르실 리가 없죠. 분명 알면서도 방관하셨을 거예요.”

첫 만남 때, 권선우는 말했다. 보물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 법이라고.

그런 지론을 가지고 있는 권선우라면 이 정도 수작쯤은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제가 이 일을 밝히고 던전을 바꾼다면…… 회장님은 분명히 실망할 겁니다. 그럼 저를 거들떠보지도 않겠죠.”

그 말은 곧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잃는 것과 똑같았다.

좋든 싫든 흑천 그룹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장의 지원이 꼭 필요했다.

“계획대로 플래티넘 던전에 도전하겠습니다.”

주하연이 표정이 어두워졌다. 말리고 싶은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권한울은 어깨를 으쓱 올렸다.

“흑천의 정점에 오르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문어 다리나 갉아먹은 거미들한테 겁을 먹으면 안 되죠.”

다른 이유도 있었다.

호승심, 그리고 확신이다.

진(眞) 흑룡혈을 보유하고 있는 자신이 저깟 촉수 따위에게 겁을 먹어서야 쓰겠냐는 호승심이 권한울을 부추기고 있었다.

“근데 이대로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 거 같네요.”

하지만 어쨌거나 권한울의 입장에서는 불쾌한 일이었다.

“기왕 도전하는 거. 판돈이나 높여 보죠. 전화 좀 걸어 주세요.”

“어디로 연결할까요?”

“권찬성 형님한테요.”

주하연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그녀는 스위트룸의 무선 전화기에 번호를 입력한 뒤, 권한울에게 내밀었다.

몇 번 신호가 가고, 통화가 연결됐다.

“형님, 안녕하십니까.”

-한울 동생?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나?

“하연 씨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래 하연이가 있었지. 갑자기 전화를 하다니 무슨 일인가?

권한울은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이럴 때는 역시 내지르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데뷔전을 치를 플래티넘 던전에 재미있는 수작질을 벌이셨더군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오, 동생. 그걸 알아낸 거야? 내 예상보다 빠른데.

침착을 가장했으나 시간차가 길었다.

권한울의 입가가 올라갔다. 설마 이런 식으로 한 방을 먹일 줄은 몰랐을 거다.

-기왕 알아냈으나 하는 말인데. 그 던전은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이클립스의 촉수를 집어넣었기 때문입니까?”

-…….

두 번째 침묵.

이번에는 조금 더 짧았다.

-나중에 보여 주려고 숨겨 둔 선물상자를 미리 까버리다니. 오늘따라 동생이 재미가 없게 느껴지는군.

권찬성이 짧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래서 동생, 그걸 따지려고 내게 전화했나?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있겠습니까.”

-맞는 말이야. 동생은 역시 눈치가 빨라.

전화기 너머로 권찬성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동생, 충고 하나 해도 될까? 혹시 던전을 포기할 생각이라면…….

“그럴 생각 따위는 없으니까 괜한 걱정은 하지 마시죠.”

무슨 말이 나올지는 뻔했기에 먼저 선수를 쳤다.

“저는 예정대로 이 플래티넘 던전에서 데뷔전을 치를 겁니다.”

-동생, 이런 말해서 미안한데. 혹시 지금 술을 마신 겐가?

“아뇨, 멀쩡한 정신으로 한 말입니다.”

권한울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 한결 편한 자세로 말을 이어 나갔다.

“회장님께서는 예전에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물은 어떤 상황에서도 가치를 잃지 않는다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때, 권한울은 대번에 권선우라는 인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정도 일을 회장님께서 예상하지 못하셨을 리가 없죠. 알면서도 방관하셨을 겁니다.”

회장이 말한 과제는 이런 불상사까지 포함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권한울이 ‘이런 불상사’ 때문에 던전을 공략하지 못하겠다고 나선다면?

“회장님께서는 제게 크게 실망하시고 두 번 다시 관심을 가지지 않으시겠죠.”

꼭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반대로 이번 과제를 완수하면 회장님께서는 제게 더 많은 기대를 거실 겁니다.”

권선우는 결코 속 좁은 인간이 아니다. 보물의 가치가 판명되면 그 가치를 키우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것이다.

-그렇지. 하지만 동생,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그거야 해 봐야 아는 거 아니겠습니까.”

-동생, 나는 이번 일을 위해서 이클립스의 촉수 두 개를 기꺼이 내놓았어.

“알고 있습니다.”

-이클립스의 촉수를 먹어치운 카란쿨라 둥지를 동생이 혼자 힘으로 클리어한다? 동생의 실력이 뛰어난 건 알고 있지만 불가능하지.

“저번에도 그러다 저한테 당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다시 한 번 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동생, 나는 그날 동생의 밑바닥을 확인했어. 이 두 눈으로 직접 말이야.

이필승과의 일전에서 권한울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권찬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동생의 실력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이번 계획을 세웠지. 동생은 절대로 이 던전을 클리어할 수 없어.

“그날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다르죠.”

-이무기의 내단을 섭취한 걸 말하는 건가? 이무기의 내단은 먹어본 적이 없지만 비슷한 급의 영약을 몇 번 먹어봤어. 덕분에 동생이 얼만 강해졌을지도 훤하지.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반대로 묻지. 내가 과연 동생의 실력과 성장을 착각할까?

권한울은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

“그럴 일은 없겠죠.”

권찬성은 단순한 헌터가 아니다.

SS랭크 대괴수 이클립스를 사냥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최상위 헌터다.

그런 실력자가 권한울을 가늠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오히려 줄자로 잰 것처럼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을까?

-장담하지. 동생은 던전을 클리어할 수 없어.

아마 권찬성의 말대로 됐을 것이다.

권한울이 진혈이 아니었더라면.

그리고 다른 혈통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그럼 한번 내기라도 해 보시겠습니까?”

-곧 죽을 사람과 왜 그런 걸 해야 하지?

“사람 일이라는 게 또 모르지 않습니까.

그 말에 권찬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저번에 들었던 것과 똑같은 목소리였다.

강아지의 재롱에 기꺼워하는 듯한, 사람을 은근히 얕잡아보는 웃음소리 말이다.

권한울은 주먹을 움켜쥐며 물었다.

“제가 던전을 클리어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가 아끼는 보물을 하나 내주지. 어떤가?

“정말이십니까?”

-나는 살면서 약속을 어긴 적이 없어.

그 말에 권한울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방금 하신 말씀, 꼭 지키셔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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