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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11화 (11/221)

<혈통이 깡패임 11화>

11화 혈통이 궁금함 (2)

“이 빌어먹을 놈.”

권지석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을 내동댕이쳤다.

“나한테 그 내단이 얼마나 필요한데! 그걸 낼름 집어삼키고서 한다는 말이 뭐? 줄 수 없어?”

좀처럼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이 더러운 기분을 없애려면 다른 자극이 필요했다.

권지석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짧은 벨소리가 끝나고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그래 나다. 내가 말한 물건은 잘 구하고 있냐? 벌써 반이나 구했다고? 뭐뭐 구했는데?”

스마트폰 너머로 물품의 이름이 들려왔다.

오거라이트, 트로이트, 헤븐블루 등등.

전부 아이템 제작이 필요한 값비싼 재료들이었다.

“그래, 앞으로 수고 좀 해 주고.”

통화가 끝나고 권지석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빛이 떠올라 있었다.

“찬성 형님, 실력은 형님이 더 좋을지 몰라도, 장비만큼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 * *

권한울이 흑천의 혈족이 된지도 어연 세 달이 지났다.

훈련과 수업으로만 보낸 시간이었으나 지겹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살면서 이렇게 충실한 시간을 보낸 적이 또 있나 싶었다.

그 덕분에 권한울의 능력치는 하루가 다르게 상승했다.

각성자 : 권한울

칭호 : 용현무고의 소유자, 여의석의 소유자

근력(C) 42.25 / 민첩(C) 41.55 / 체력(C) 43.24

마력(C) 44.52 / 감각(C) 40.91 / 정신력(C) 42.18

본래 흑천의 혈족들은 여의석을 통해서 모든 능력치를 B등급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

그때까지 필요한 시간은 최단 1년, 최장 2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권한울은 불과 세 달 만에 B급을 코앞에 두고 있지.

건강혈과 여의석의 칭호 덕분이었다. 생각할수록 어처구니없는 상승 속도다.

능력치뿐만이 아니었다. 현룡승천공의 입문형도 이미 3성을 달성한 상태였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으나 딱 하나 아쉬운 게 있었다.

흑룡혈의 동화율이 9퍼에서 요지부동이라는 것이었다.

동화율이 10퍼가 되면 권능이 하나 개방된다. 그렇기에 굉장히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아쉬움도 커져만 갔다.

다른 훈련 방법이 필요한 것인가.

그렇게 여러 가지를 모색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권한울 님, 오늘 일정은 모두 취소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대뜸 주하연이 그렇게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의아해하는 권한울에게 주하연이 말했다.

“장비를 제작하기 위해 공방을 방문하셔야 합니다.”

* * *

식사를 마친 권한울은 전세기에 올라탔다.

흑천 그룹의 공방은 그 규모가 무척 커서 흑천 일가 내에 있지 않았다.

흑천 일가가 있는 평안북도 바로 옆 지방인 자강도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 전세기에 탑승한 것이다.

“원래 혈족들은 모든 능력치가 C등급이 되면 흑천 일가로부터 제작 장비를 지급받습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재료, 비용, 모든 것이 무료라고 한다.

“흑천의 공방에서 제작되는 장비면 굉장하겠네요.”

“최소 유니크 품질에 C등급 장비들이죠.”

장비랑 스킬은 등급과 품질로 나뉜다.

품질이 똑같더라도 등급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그중에서 유니크 아이템은 일단 나오기만 하면 헌터 업계가 떠들썩해지는 물건이다.

그걸 던전에서 얻는 것도 아니고 제작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니.

과연 흑천 그룹답다.

누구라도 감탄할 수밖에 없을 듯했다.

“정말 굉장하네요.”

“이마저도 흑천 그룹에서는 저급품입니다.”

“저급품이라고요?”

“지금 지급되는 장비들은 어디까지나 초기용입니다. 이후, 실적에 따라서 더 상위 장비를 제작하거나 지급받게 됩니다.”

유니크 템을 초기 장비로 취급할 줄이야. 권한울은 혀를 내둘렀다.

“헌터 시절에 장비를 제작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그럴 만큼 대단한 재료를 얻어 본 적이 없어서요.”

아이템 제작을 맡기는 경우는 몬스터에게 얻은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함이다.

삼류 헌터였던 권한울은 제작을 맡길 만큼 좋은 재료를 얻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기대가 좀 많이 되네요.”

생애 첫 맞춤형 아이템이기도 하거니와 생애 첫 유니크 등급의 장비다.

매번 언커먼 등급의 장비로 고군분투하던 권한울에게 유니크 등급은 꿈에서도 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그것을 이렇게 쉽게 얻게 되다니.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흑천 그룹의 공방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권한울 님의 마음에 쏙 들 겁니다.”

주하연이 저렇게 자신 있게 나오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권한울은 기대감을 품었다.

“그보다 아버지에 대해서 정말로 말씀을 안 해 주실 겁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주하연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의 엄명이 있으셨기에…….”

몇 달 전, 권지석과의 통화 이후, 권한울은 주하연에게 아버지 권천에 대한 것을 물었다. 하지만 주하연은 대답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게다가 저는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권천 님께서 나가신 건 제가 흑천 그룹에 들어오기 이전…….”

“그럼 어쩔 수 없죠.”

권한울은 주하연의 말을 자르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구름이 쉴 새 없이 지나가는 비행기의 창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 * *

전세기는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공방이 있는 지역에 도착했다.

흑천 일가가 한옥과 현대식 건물이 결합된 곳이라면 흑천 공방은 인근 땅이 모두 공장과 매연으로 가득찬 곳이었다.

“저거 설마 던전은 아니겠죠?”

권한울은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돌덩어리를 가리켰다.

그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분명 저건 던전 게이트였다.

“맞습니다. 자원이 풍부한 던전은 이곳으로 옮겨서 자원을 채집에 사용됩니다.”

“……게이트를 옮긴다고요?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런 기술이 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그러실 만도 하죠.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기술이니까요.”

몇 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가능하다며 주하연이 말을 덧붙였다.

“공방은 이쪽입니다.”

주하연이 이 근방에서도 유독 크고, 거대한 굴뚝이 세워져 있는 건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열기가 얼굴을 뒤덮었다.

중앙에는 집채만큼 커다란 화로가 위치해 있었다. 그 화로를 따라 작은 화로들이 회선처럼 퍼져 있었으며 주위로 장인들이 열심히 망치질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현대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저들이라고 일부로 힘들게 과거의 방식으로 일하는 게 아니었다.

몬스터의 재료를 다루는 것은 현대의 기술로는 힘들다.

오로지 제작 스킬을 통해서만 다룰 수 있으나 이마저도 쉬운 게 아니었다.

실제 게임처럼 버튼을 누르면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는 뜻.

진짜 쇠를 녹이고, 가죽을 무두질 하는 등등. 직접 몸을 움직여야 했다.

권한울과 주하연이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장인 한 명이 다가와서 물었다.

“의뢰를 맡기려고 오셨습니까? 죄송하지만 현재 주문이 꽉 차서 예약을 하지 않으시면…….”

“이분은 기다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장인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곧 주하연의 말을 깨달았다.

“보, 본가 분이신가요? 죄송합니다! 처음 뵙는 얼굴이라 몰라 뵀습니다!”

“이분께서는 최근에 본가의 일원이 되셨으니 모르실 만도 합니다.”

장인의 눈동자가 커졌다.

“최근? 서, 설마 소문의 그 진혈이 바로…….”

주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인은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권한울을 응시했다. 마치 우상이라도 만난 듯한 반응이었다.

어찌나 눈빛이 뜨겁던지 권한울이 부담을 느낄 정도였다.

“다들 작업 중지! 본가의 혈족께서 오셨습니다!”

장인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작업 중이던 장인들이 모두 망치와 집게를 내려놓고 권한울 쪽으로 다가왔다.

“본가의 혈족이 오셨다고?”

“처음 보는 얼굴인데?”

다른 장인들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들을 부른 장인이 자랑하듯이 외쳤다.

“듣고 놀라지 마십쇼! 이분이 바로 소문의 그 진(眞) 흑룡혈을 가지고 계신 흑천의 혈족이십니다!”

“뭐, 뭐야? 이 사람이 그 진혈이라고?”

장인들은 경악을 했다. 이내 호기심이 들끓는 얼굴로 권한울을 바라봤다.

“진(眞) 흑룡혈이면 뭔가 특별한 재주가 있지 않겠는감?”

“순혈들은 전용 장비를 만드는 게 무지 힘든데. 진혈은 더 심하겠구먼. 만드는 보람이 있겠어.”

권한울은 주하연에게 물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을 필요가 있습니까? 보아하니 무척 바쁜 모양인데요.”

“원래 본가의 혈족이 사용할 장비를 제작할 때는 모든 장인들이 동원이 됩니다.”

“겨우 초기 장비인데요?”

“그렇다 해도 본가 분께서 쓰시는 장비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하지 않냐는 주하연의 대답에 권한울은 할 말을 잃었다.

흑천 그룹에 소속되어 있는 만큼 이 장인들의 솜씨는 보통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주문이 밀려 있는 상황에서 본가 혈족의 장비를 제작하기 위해서 이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다니.

‘본가의 권력은 과연 대단하군.’

권한울이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저 뒤편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놈들아! 다들 일 안 하고 뭐 하냐!”

장인들이 쫙 갈라졌다. 그사이로 수염이 잔뜩 그을린 노인이 걸어왔다.

얼굴만 보면 노인이 확실했으나 몸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짐승을 보는 듯이 온몸이 근육으로 꽉 차 있었다.

“박태식 님, 오랜만입니다.”

“엉? 하연이잖아. 너 웬일이냐. 또 장비 만들려고 왔냐?”

“아니요. 오늘은 이분을 모시려고 왔습니다.”

주하연이 권한울을 가리켰다. 얼굴을 보자마자 박태식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권천?”

박태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네놈이 바로 그놈이구나. 소문의 진혈 말이다.”

“그럼 노인 분께서는 제가 아는 그 명장 ‘박태식’이 맞는 겁니까?”

“뭐야, 날 알고 있었냐?”

이번에는 권한울이 경악할 차례였다.

명장 박태식.

최강의 무기 ‘멸천검(滅天劍)’을 만들어 낸 명장.

동시에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레전더리 장비를 제작한 장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오래 전에 행방불명 돼서 다들 죽은 줄 알고 있었는데. 설마 흑천 그룹에 있을 줄은 몰랐다.

“이 애송이를 데려왔다는 건 보나마나 초기 장비를 맞추려고 온 거겠지?”

“맞습니다.”

“나 참, 하필이면 일손이 부족할 때 올 게 뭐람. 권선우 그놈도 참 골치 아픈 규칙을 내걸었어.”

“일손이 부족하면 박태식 님께서 만들어 주시면 되지 않습니까.”

주하연의 말에 박태식은 코웃음을 쳤다.

“아서라, 나는 저런 핏덩이들은 상대 안 한다. 내 솜씨를 직접 보고 싶거든 그만한 자격을 보여야지.”

“자격이라뇨?”

호기심에 권한울이 질문했다.

박태식의 실력은 전 세계 최고다. 그에게 제작을 맡길 수만 있으면 엄청난 물건을 얻게 될 게 분명했다.

“나는 실력 있는 놈한테만 장비를 만들어 준다. 아니면 내 시험을 통과한 놈만 상대하지.”

나중이면 모를까. 아직 권한울은 박태식의 눈에 들 만한 실력자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두 번째 조건에 관심이 쏠렸다.

시험은 어떤 시험을 말하는 거냐고 물으려던 찰나, 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뒤에서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공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권한울도 익히 알고 있는 남자였다.

“어? 너?”

그 남자, 권지석이 권한울에게 삿대질을 했다.

“네가 여기 왜 있어!”

* * *

“뭐? 초기 장비를 맞추려고 왔다고? 푸하핫.”

권지석은 다짜고짜 비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웃기십니까.”

“너, 그룹의 지원만으로 장비를 맞출 거지?”

“당연한 거 아닙니까.”

“추가 재료는 없고?”

“그런데요.”

권지석이 다시 비웃음을 머금었다. 권한울은 짜증을 느꼈다.

“천한 네놈은 모르겠지만 흑천의 혈족은 초기 장비를 맞출 때, 부모에게 추가 재료를 받는 게 관례야. 그래서 더 강력한 장비를 제작하지.”

그리고 순혈의 경우, 본가에 소속되어 있기에 추가 재료의 양과 질이 더 높았다.

“그런데 네놈은 본가의 혈족식이나 돼서 그룹의 지원만으로 초기 장비를 제작한다고 하니 웃길 수밖에 없지. 안 그래?”

권지석의 웃음소리는 멈출 줄 몰랐다.

“이래서 천한 놈은 안 돼요. 지 애비가 남긴 게 없으니 되는 게 없잖아.”

권한울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평소 같으면 조롱하고 넘길 말이었으나 지금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쩌면 이제 막 생겨난 아버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지도 몰랐다.

“더 이상 네놈을 상대해 봤자 시간 낭비고…… 박태식 명장님?”

권지석이 손가락을 튕겼다. 뒤에 서 있던 남자들이 들고 있던 철제 상자들을 나란히 배치했다.

박태식은 인상을 쓰며 물었다.

“이게 뭐냐?”

“재료들입니다. 이걸로 제 장비를 제작해 주십시오.”

박태식은 상자를 하나하나 열며 내용물을 확인했다. 확인한 상자의 개수가 늘어날 때마다 박태식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죄다 몬스터의 피를 머금은 레어메탈들이군. 비싼데다 구하기도 힘든 건데…… 어떻게 구했지?”

“그거야 기업 비밀이죠. 어쨌든 제가 원하는 장비는…….”

“애들아 손님 주문하신다. 잘 들어놨다가 알아서 만들어라.”

박태식이 몸을 돌리려 했다. 권지석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어디 가십니까? 저는 그쪽한테 제작을 맡기려고 여기 온 겁니다!”

“난 애송이는 상대 안 해.”

“내, 내가 애송이라고?”

권지석은 크게 충격받은 얼굴을 했다. 박태식은 당연하다는 듯이 비웃음을 지었다.

“실적 하나 쌓지 못한 놈이 애송이지. 그럼 프로겠냐?”

“말조심하시죠. 제가 실적이 없는 건 회장님한테 팀을 만들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지 못해서 그런 겁니다!”

“그게 바로 네가 애송이라는 증거지. 하여간 일 없다. 꺼져라.”

권지석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러자 박태식이 비웃음과 함께 말했다.

“좋다. 그럼 이렇게 하자. 내 시험을 통과하면 제작을 해 주지.”

“정말이십니까?”

“대신 통과를 못하면 군말 없이 이 자리를 떠나는 거다. 알겠냐?”

권지석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태식이 웃으며 손짓을 했다.

“좋아. 이쪽으로 와라…… 흠, 아니지.”

그러다 권한울을 돌아보며 물었다.

“너도 한번 참가해 볼 테냐?”

* * *

박태식이 권한울과 권지석을 데려간 곳은 공방의 어느 창고였다.

“시험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이 창고에서 용종(龍種) 몬스터에게 나온 재료들을 찾으면 돼.”

권한울과 권지석은 한 마음 한 뜻이 돼서 창고를 돌아봤다.

공방의 규모가 규모인 만큼 창고도 어지간한 물류 창고보다 훨씬 컸다.

이곳에서 언제 용종을 재료를 찾으란 말인가?

게다가 둘은 재료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문외한이었다.

재료를 뚫어져라 쳐다봐도 그게 용종의 것이 맞는지 아닌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어디 한번 잘해 봐라.”

박태식은 접이식 의자를 펼쳐놓고 그 위에 앉았다. 팔짱을 낀 채 금세 골아 떨어졌다.

“정신나간 늙은이 같으니. 대체 여기서 어떻게 용종 몬스터의 재료를 찾으라는 거야!”

권지석이 빠득 이를 갈았다. 그가 화를 내는 동안 권한울을 창고를 돌아다니며 재료를 확인했다.

뿔, 뼈, 이빨, 가죽, 인대 등등.

온갖 물품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하지만 잘려져 있어서 아무리 봐도 구분할 수 없었다.

<진(眞) 흑룡혈이 용의 힘을 감지합니다.> ……없을 줄 알았다.

권한울은 놀란 얼굴로 눈앞에 있는 가죽을 들춰봤다. 손끝에 묘한 마력이 묻어나오는 게 느껴졌다.

<진(眞) 흑룡혈이 용의 힘을 감지합니다.> 눈의 착각이 아니었다. 똑같이 메시지가 떠올랐다.

‘일이 이렇게 잘 풀려도 되나?’

권한울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이걸로 최고의 명장이라 불리는 박태식의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기뻐할 일이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권지석이 헤매는 걸 보니 용의 힘을 감지하는 것은 진(眞) 흑룡혈만 가능한 게 분명했다.

마침 잘됐다.

권지석에게 받아야할 빚이 굉장히 많으니까.

“이봐요.”

“앙?”

“이렇게 막연하게 찾는 것도 재미없는데. 우리 내가 하나 합시다.”

권지석이 인상을 썼다.

“뭔 개소리야.”

“그쪽이 이 시험을 통과하면 내단을 드리지.”

권한울의 조건에 권지석의 눈동자가 커졌다.

“대신 내가 시험에 통과하면 그쪽은 내 앞에 무릎 꿇어야 합니다.”

권지석을 똑바로 노려보며 권한울이 말했다.

“무릎을 꿇고 정식으로 내게 했던 모든 모독을 사과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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