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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7화 (7/221)

<혈통이 깡패임 7화>

7화 혈통이 같잖음 (1)

<‘용현무고(龍賢武庫)’의 문지기를 상대로 승리하셨습니다.> <‘용현무고(龍賢武庫)’의 출입 권한을 획득하셨습니다.> 감탄하고 권한울의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진(眞) 흑룡혈’임을 증명하셨습니다.> <소유자 ‘권현문’으로부터 ‘용현무고(龍賢武庫)’ 소유권을 이전 받습니다.> <소유자 ‘권한울’ 님, 용현무고(龍賢武庫)의 주인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권한울의 눈동자가 커졌다.

간혹 소유권을 따로 획득할 수 있는 유물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유물들은 소유주에게 특별한 힘을 부여하기 마련이다.

<칭호 ‘용현무고의 주인’을 습득하셨습니다.> <칭호를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모든 스킬 숙련도의 상승 속도가 30% 증가합니다.> <용현무고 내에서 스킬을 사용할 경우 스킬 숙련도의 상승 속도가 20%가 추가 됩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보상이었다.

스킬은 고등급으로 올라갈수록 숙련도를 높이기 쉽지 않다.

문제는 스킬은 능력치와 달리 인위적으로 상승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직접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깨달음’이라는 것을 얻으면 단숨에 증가시킬 수 있다지만 그리 자주 보이는 현상은 아니다.

“내가 주인이면 뭘 할 수 있는 거지?”

<용현무고(龍賢武庫)에 등록되어 있는 사용자들을 제재할 수 있습니다.> “깜짝이야. 대답도 할 수 있었어?”

<저장되어 있는 질문에는 대답이 가능합니다.> 과연 유물.

권한울은 소소하게 감탄했다.

“다른 사용자들을 제재할 수 있다…… 나름 쓸 만하겠는데.”

용현무고는 흑천의 비급을 습득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그곳의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권한이었다.

“혹시 이곳에 있는 다른 유물들도 진(眞) 흑룡혈인 걸 증명하면 권한을 양도받을 수 있는 거야?”

<저장되어 있지 않은 질문입니다.>

확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흑천 일가에 있는 중요한 유물들 대부분 권현문이 발견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시간 내서 한번 쭉 들려야겠어.”

어쩌면 소유권뿐만이 아니라 현룡승천공처럼 권현문이 남긴 안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권한울은 용현무고를 나가려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이봐 그럼 혹시 흑룡십이승무가 뭔지 말해 줄 수 있어?”

<저장되어 있는 질문입니다. 설명을 들으시겠습니까?> “어, 설명 좀 해 줘.”

용현무고는 곧바로 흑룡십이승무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한참 뒤, 권한울은 자신이 들은 내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권현문이 후손들을 위해서 남긴 열화판 현룡승천공이라 이거지?”

현룡승천공은 오로지 진(眞) 흑룡혈을 보유한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초대 가주 권현문은 흑룡십이승무를 만들었다.

그리고 원본인 현룡승천공은 언젠가 나타날 진혈을 위해서 용현무고에 숨겨 놓았다.

“현룡승천공과 흑룡십이승무는 기술의 형식이 똑같아서 외관상 큰 차이는 없다고?”

<예, 양쪽 모두 입문형, 기본형, 상승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현룡승천공 쪽의 위력이 훨씬 강하고, 세부적인 기술의 가짓수가 더 많습니다.> 현룡승천공을 모두 익히면 절기를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절기의 위력은 결전병기라고 불려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

“흠.”

권한울은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훨씬 좋은 비급을 익히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럼 이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 것인가.

‘현룡승천공을 익히고 있다는 건 숨겨야겠어.’

권한울은 자신의 처지를 냉정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된 능력도, 기반도 갖춰져 있지 않은 자신이 너무 튀어서는 좋을 게 없었다.

‘하지만 모두 감추지도 말아야겠지.’

권선우는 말했다. 성과를 보이면 그만큼 보상을 내려 주겠다고.

성혈들이 권한울을 노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저 말은 어찌 보면 모순된 것이었다.

그는 그 말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튀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뛰어나야한다는 뜻이지.’

다행히 현룡승천공은 흑룡십이승무랑 외관상으로는 똑같다.

“용현무고에 들어온 혈족들은 자질에 따라서 비급을 달리 습득하지?”

<맞습니다. 그 역시 전(前) 소유자 권현문의 지시였습니다.> “그럼 흑룡십이무를 전부 배운 사람은 모두 몇 명이지?”

<총 12명입니다. 최근 10년 안에는 단 한 명만 흑룡십이승무를 모두 익혔습니다.> 딱이군.

계획을 정한 뒤, 권한울은 용현무고를 나왔다.

* * *

용현무고를 나왔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주하연이 권한울에게 물병을 건넸다. 권한울은 감사를 표하며 물병을 받았다.

“좋은 결과를 얻으셨습니까?”

“글쎄요.”

권한울은 일부로 애매하게 대답했다.

“권한울 님, 용현무고에서 자질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실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권한울의 대답을 어떻게 이해한 것인지. 주하연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흑천 그룹 내에는 뛰어난 스킬들이 많습니다. 비록 비급만큼은 아니지만 그것들을 습득하시면 됩니다. 무엇보다 권한울 님께는 진(眞) 흑룡혈이 있으니…….”

“전부 다 얻었습니다.”

“……지금 뭐라고 하셨죠?”

“흑룡십이승무의 형식을 전부 다 익혔다고요.”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는지. 주하연은 잠시 침묵했다.

“……흑룡십이승무의 입문형, 기본형, 상승형을 전부 다 습득하셨단 말입니까?”

“예.”

주하연의 얼굴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리라.

상승형까지 모두 익히는 건 천재나 가능한 일이니까.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너무 중대한 사항이라 회장님께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그리 말한 뒤, 주하연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예, 회장님. 아주 중요한 일이…… 그러니까…….”

한동안 통화 소리만 들려왔다. 이윽고 주하연이 권한울에게 스마트폰은 내밀었다.

“회장님께서 통화를 원하십니다.”

생각 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권한울은 전화를 받았다.

-흑룡십이승무를 모두 다 익혔다고?

“그렇습니다.”

-흑룡십이승무 상승형의 첫 번째 식의 첫 번째 기술을 말해봐라.

과연 철저한 분이셨다. 권한울은 막힘없이 말했다.

“기격식 용성후입니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정말 모든 비급을 습득했군.

이번만큼은 회장도 놀랄 수밖에 없었는지. 말끝을 미미하게 떨고 있었다.

-천한 피가 섞였다고는 하나 과연 천이의 아들이로군. 그 피가 여전히 남아 있었어.

천이?

권한울은 곧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이 권천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수고했다.

“그게 끝입니까?”

-무슨 소리냐?

“저번에 말했잖습니까. 성과를 보이면 그만큼 보상을 내려 주겠다고요. 뭐 아무 것도 없습니까?”

당돌한 말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지금이라 말로 밀어붙일 타이밍이라고 보았다.

최대한 빨리 강해지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허헛.

스마트폰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같잖다. 가소롭다.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놀랍다라고 말하는 듯한 웃음소리였다.

-건방진 놈, 하지만 네 말이 맞다. 이렇게 멋진 결과를 보여 줬으니 나도 내 가 한 말을 지켜야겠지. 하연이를 바꿔 주거라.

권한울은 냉큼 주하연에게 스마트폰을 건넸다. 말을 듣자마자 주하연의 눈동자가 커졌다.

“흑천 일가의 비고를 개방하라고요? 아,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주하연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권한울 님, 축하드립니다.”

“뭘 준다고 하시던가요?”

“그건 비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혹시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겠지.

권한울은 약간 불길함을 느꼈다.

“많이 지치셨을 테니 이만 쉬실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아, 흑천 일가에 있는 유물을 한 곳만 더 들리고 싶은데요.”

다른 시설에도 권현문의 안배가 있는지. 소유권을 얻을 수 있는지.

그것들을 먼저 확인하고 싶었다.

“기왕이면 초대 가주님께서 찾아내신 유물이 좋겠네요.”

“알겠습니다.”

주하연은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곳은 용현무고 다음으로 흑천 일가 내에서 중요한 유물입니다.”

다음으로 주하연이 권한울을 데려간 곳은 흑천 일가 내에 있는 신체단련실.

체육관처럼 넓은 장소에 최신식 운동기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도 헌터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고가의 장비들이었다.

“여기가 유물이라고요?”

권한울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용현무고와 달리 그냥 현대식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주목하셔야 할 것은 운동기구들이 아닙니다. 바로 저것이죠.”

주하연은 단련실 정중앙에 놓여 있는 바위를 가리켰다.

자수정처럼 보라색을 띄고 있는 바위는 옅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여의석(如意石)’이라는 유물입니다. 초대 가주 권현문 님께서 발견하신 유물입니다.”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죠?”

“여의석의 범위 내에서 신체를 단련할 경우 능력치가 상승하게 됩니다.”

능력치는 결코 신체 단련으로 상승하지 않는다. 이는 이미 입증이 된 사실이었다.

헌터 전용 운동기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건 헌터들이 단순히 힘을 발산하기 위한 장난감에 불과했다.

정말로 단련을 목적으로 구입하는 헌터는 없었다.

“이곳에서 정해진 루틴대로 세 달만 단련하면 모든 능력치를 E등급에서 C등급으로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몇 년 동안 헌터로 일해도 C등급을 하나도 달지 못한 헌터들이 수두룩하다.

몬스터를 죽여야 경험치를 얻는데. 재능이 부족해서 상위 몬스터를 잡지 못하거나, 잡는다 해도 팀으로 움직이기에 도통 능력치를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한울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나면 모든 능력치를 B급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권한울은 벌어지려는 입을 억지로 다물었다.

모든 능력치가 B등급이면 1류 취급을 받는다. 1류 헌터는 어느 길드에서나 중요하게 대접을 받는 실력자다.

그것을 단 1년 만에 양성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아쉽게도 여의석의 효과는 B등급까지 입니다. 그 이상은 영약을 섭취해야 하죠.”

“다른 혈족들의 능력치는 어떻습니까?”

“잡혈과 열혈은 B급 이상, 순혈은 전원 A급 이상입니다.”

B등급이 넘는 능력치. 여기에 흑룡혈과 비급, 각종 고급 장비까지 더해지면 1류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을 것이다.

과연 흑천 그룹이 강한 이유가 있었다.

“권한울 님께서는 당분간 이곳에서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데에만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별안간 주하연이 무언가를 꺼냈다. 헌터 협회의 낙인이 찍힌 서류였다.

각성자 : 권한울

칭호 : 없음

근력(D) 15 / 민첩(D) 17 / 체력(D) 17

마력(D) 15 / 감각(D) 16 / 정신력(D) 18

서류에는 권한울의 능력치가 적혀 있었다.

“……이건 또 어디서 구한 겁니까?”

상태창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능력치 역시 누가 말해 주기 전까지는 절대로 알 수 없다.

“매년 정기적으로 헌터 협회에 헌터 등급 심사를 받을 때, 능력치를 기입하지 않습니까. 그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멋대로 그래도 되는 겁니까?”

“흑천에게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주하연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당사자인 권한울은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다만, 주하연도 모르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실제 권한울의 능력치는 저 정도가 아니었다.

각성자 : 권한울

칭호 : 용현무고의 소유자

근력(D) 25.12 / 민첩(D) 25.25 / 체력(D) 28.32

마력(D) 22.32 / 감각(D) 24.31 / 정신력(D) 26.12

요 이틀 동안 건강혈의 효능 덕분에 권한울의 전체적인 능력치는 이미 20을 넘긴 뒤였다.

앞으로 조금만 더 능력치를 상승시키면 C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제 능력치를 헌터 협회에서 얻었다고 했죠?”

“예, 그렇습니다.”

“그럼 다른 혈족들도 제 능력치를 알 수도 있겠네요?”

“확답은 힘들지만…… 그럴 것이라 사료됩니다.”

권한울은 턱을 매만졌다.

본래 신상정보가 터지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정보가 거짓된 것이라면?

그리고 이 거짓된 정보가 누군가에게 흘러들어간다면?

이 거짓된 정보를 기반으로 누군가가 모사를 꾸민다면?

‘어쩌면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는데.’

권한울이 그런 생각을 품고 있을 때였다.

“권한울 님, 잠시 이곳을 둘러보시겠습니까? 그동안 저는 잠시 다른 곳에 다녀오겠습니다.”

“무슨 일 있나요?”

“권한울 님께서 받으실 보상 때문에 잠시 비고에 들려야 해서요.”

그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었다.

“빨리 다녀오시죠.”

주하연은 고개를 숙인 뒤, 자리를 비웠다.

홀로 남겨진 권한울은 신체단련실 안으로 들어가 봤다.

<‘여의석(如意石)’의 범위 안에 진입하셨습니다.> <신체를 단련할 시 능력치를 추가로 습득할 수 있습니다.> 권한울은 시험 삼아서 아령 하나를 들고 열심히 흔들었다.

<근력이 0.02 상승합니다.>

3분쯤 휘두르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건강혈(健康血)’이 행동을 감지했습니다!> <상부 근력에 좋은 운동입니다! 효율이 극대화됩니다!> <근력이 0.02 상승합니다!>

<건강혈(健康血)이 여의석(如意石)의 효능을 흡수합니다!> <근력이 0.01이 추가로 증가됩니다!> 그것도 좀 많이.

“건강혈이 적용되는 건 확인했고…….”

권한울은 여의석으로 다가갔다. 그 위에 손을 얹었다.

<‘여의석(如意石)’이 진(眞) 흑룡혈을 감지합니다.> <소유자 ‘권현문’으로부터 여의석(如意石)의 소유권을 이전 받습니다.> <소유자 ‘권한울’ 님, 여의석(如意石)의 주인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안배는 없는 건가?”

아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곧바로 사라졌다.

<칭호 ‘여의석(如意石)’의 소유자를 습득하셨습니다.> <칭호를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여의석(如意石)을 통해 상승되는 능력치의 양이 증가됩니다.> <칭호를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능력치가 추가로 20퍼가 상승됩니다. 이는 소유하고 있는 능력치와 따로 적용이 됩니다.> <영구적으로 능력치가 30 증가합니다.> 기묘한 힘이 전신으로 퍼졌다. 뼈와 근육이 뒤틀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각성자 : 권한울

칭호 : 용현무고의 소유자, 여의석의 소유자

근력(C) 5.12 / 민첩(C) 5.25 / 체력(C) 8.32

마력(C) 2.32 / 감각(C) 4.31 / 정신력(C) 6.12

헌터가 되고 3년 하고도 6개월.

그렇게 해도 오를 수 없었던 2류에 수준에 드디어 도달했다.

그것도 단 이틀 만에.

“드디어 C등급이라니…….”

등급이 오르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

D 49와 C 0은 겨우 능력치가 1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했다. 성인 남성과 격투기 선수 정도라고 해야 할까.

권한울이 시험 삼아서 몸을 움직여보려던 찰나였다.

“권한울?”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대여섯 명의 단련실로 들어오는 대여섯 명의 청년들이 보였다.

“맞네! 권한울이야,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

선두에 있던 사내가 반갑다는 얼굴로 인사했다.

문제는 저 남자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누구십니까?”

“아, 역시 모르는구나. 어쩔 수 없지. 어제 성인식에서 본 사이니까.”

“어제라고요?”

“동생 성인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로 내려갔는데. 설마 그렇게 멋진 구경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

사내가 큰소리로 웃었다. 권한울은 웃지 않았다.

“순혈이십니까.”

“아니? 나는 잡혈에 분가인데?”

남자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동갑인 거 같아서 편하게 말을 놨는데. 설마 기분 나쁜 건 아니지?”

비로소 권한울은 남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잡혈 출신에 분가임에도 권한울에게 함부로 반말을 사용한다? 그것도 통성명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건 대놓고 상대방을 깔보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의 경험상 이런 인간들은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초대 가주만 가지고 있었다던 진(眞) 흑룡혈! 얼마나 대단할지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데. 대련이라도 해 보지 않겠어?”

“아뇨, 오늘은 좀 피곤해서요.”

권한울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의도가 불순한 인간을 오래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분가라 해도 현재 권한울보다 강할 게 분명했다.

권한울은 신체단련실을 나가려 했다. 등 뒤로 그 사내가 소리쳤다.

“기껏 나온 진혈이 저런 겁쟁이라니.”

권한울의 발걸음이 멈췄다.

“하기사 밖에서 삼류 헌터 노릇이나 하면서 남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온 놈이 무슨 자존심이 있겠어.”

사내를 돌아봤다. 사내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 혼잣말인데. 다 들렸나봐?”

원래 권한울은 이런 시시한 도발에는 넘어가지 않는다.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니까.

하지만.

<동화율 1% -> 3%>

가슴 한구석에서 무언가 올라왔다.

“좋습니다.”

권한울이 사내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어디 한번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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