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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좀비가 비처럼 내려와-65화 (6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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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와 사이다는 모조리 짐칸에 실려 있다. 그러니 지금 이대로 발각된다면 칼과 가위로만 싸워야 하는 셈이었다. 차 안의 공기가 긴장으로 급격히 팽팽해졌다. 저벅저벅, 좀비들과 검은 옷의 사나이들이 내는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이제 놈들은 불과 수십 미터 앞으로 다가온 상황. 앞장선 검은 옷의 남자에게, 혹은 점프 슈트 좀비에게 들킬 수도 있다는 생각에 태유준은 식은땀을 흘렸다.

빵.

그때 클랙슨 소리가 들렸다. 태유준은 바짝 긴장하며 고개는 숙인 채로 눈만 들어 클랙슨을 울린 차를 찾았다. 헤드라이트를 밝힌 트럭이 그 범인인 듯했다. 미리 와 있던 트럭 세 대가 아닌 네 번째 새로운 트럭이 나타났다. 네 번째 트럭은 천천히 움직여서 두 사람이 숨어 있는 고구마 트럭 근처에 차를 세웠다. 트럭 뒤 칸은 비어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중 가장 앞에 있던 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태유준은 흠칫하며 화가 난 듯한 남자와 트럭을 번갈아 살폈다.

곧 트럭의 운전석이 열리며 평범한 외관의 중년 남자가 내렸다. 그는 평상복을 입고 있었는데 아무런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좀비들에게 가까이 다가와 신기하다는 듯 구경하고, 한 놈의 이마를 쿡, 손가락으로 찔렀다. 저항 없이 뒤로 밀리는 좀비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그는 주변에 있는 좀비들의 뺨을 손등으로 때리거나 눈알이 있던 자리를 후벼 파며 장난을 쳤다.

“어어, 잠깐만!”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황급하게 손짓을 했다.

“얼른 도망쳐! 트럭에 타!”

운전수는 잘 들리지 않는지 귓가에 손을 가져다 댔다.

“뭐라고?”

“도망가라고!”

검은 옷이 다급하게 외치는 순간이었다. 이마를 얻어맞은 좀비 몇 마리가 사람 냄새를 맡았는지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의 흐느적거리던 움직임이 거짓말인 것처럼, 놈들은 꾸물거리다가 일순간 전신의 관절을 튕겼다. 타다닥 달려 도움닫기를 하고 하늘 높이 뛰어올라, 좀비는 트럭 운전수가 있는 방향으로 풀쩍 뛰었다. 그리고 바로 망설임 없이 운전수를 덮쳤다.

“으악!”

그는 순식간에 좀비 먹이가 되었다. 검은 옷의 사내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고, 그의 동료로 보이는 다른 검은 옷 남자들은 허탈하다는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

원혁과 유준은 차 안에서 최대한으로 목소리를 죽여 속삭였다.

“…이게 대체….”

“트럭 운전수가 좀비에 물릴 줄 알았던 거네.”

“차이점이라고는 딱 하나였어요.”

“아까 몸에 뿌린 액체. 맞지?”

“네.”

작은 소란이 일어난 탓에 검은 옷의 남자들과 좀비 떼의 대열이 흐트러졌다. 검은 옷의 남자들은 다시금 온몸에 액체를 분무한 다음 운전수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운전수의 사지를 들어 올려 풍덩, 바다에 빠뜨렸다.

그 소리에 점프 슈트 좀비들은 움찔거리며 느릿하게 사방을 둘러봤다. 대열이 흐트러지자 검은 옷의 남자들은 마치 분대장이라도 된 듯, 좀비들에게 발길질을 하고 총부리로 쿡쿡 찔러 대며 트럭 뒤 칸에 억지로 태웠다. 점프 슈트 좀비들은 비틀거리면서 대형 트럭으로 발길을 향했다. 놈들은 한 마리씩 올라타 스무 마리 정도 탑승을 마쳤다.

아까 죽은 트럭 운전수 대신 검은 옷 한 명이 운전석에 올라탔다. 곧 트럭 시동이 걸리고, 차는 곧 털털거리며 어둠이 깔린 거리를 빠져나갔다.

태유준이 숫자를 세어 보니 지금 부둣가에 남은 검은 옷의 남자들은 총 서른 명 가까이 되었다. 그들은 방독면을 벗거나 턱을 가렸던 폴라 티를 내렸다. 그리고 삼삼오오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원혁이 아주 살짝 차창을 내렸다. 덕분에 남자들이 하는 말이 작게나마 들렸다.

“와. 한시름 놨다.”

“한 무더기씩 육지로 내보낼 때마다 간담이 서늘하다니까. 아까 운전수 물려 죽었을 때 나 기절하는 줄 알았어.”

“등신 같은 새끼. 그러니까 트럭에서 내리지 말았어야지. 무슨 깡이 있길래 맨몸으로 내리냐?”

카악, 퉷. 한 남자가 바닥에 가래침을 뱉으며 허세를 떨었다.

“야, 넌 무섭지도 않냐? 난 남가도에서 싣고 올 때부터 무서워 뒈지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기피제 아니었으면 우리도 그 꼴 났겠지.”

또 다른 남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에 태유준이 멈칫했다. 분명히 남가도라고 했다. 거기서 싣고 왔다고. 옆을 쳐다보니 원혁이 끄덕였다. 자신도 들었다는 신호였다.

“아, 나도 오전조로 바꾸고 싶다. 컴컴할 때 좀비 새끼들 실어 나르는 거 무서워.”

“오전조라고 해서 좋은 게 아닐걸? 내가 아까 들었는데 낮에 사고 있었대.”

“사고라니?”

“누가 좀비들 썰어 놨대.”

“뭐? 누가.”

한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난들 알겠냐. 근데 시체가 좀 희한했다는 거야. 돌처럼 굳어 있었다나 봐. 치우느라 애먹었대.”

“그게 말이 되냐. 하여간 오전조 새끼들 허풍은 알아줘야 돼.”

대화를 훔쳐 듣는 내내 태유준의 가슴은 미친 듯이 뛰었다.

남가도에서 점프 슈트 좀비를 옮겨 왔다. 오전조가 돌처럼 굳은 시체를 발견해 치웠다더라.

이 모든 말을 종합해 봤을 때, 저 남자들은 남가도에서 좀비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 자들이 틀림없었다. 추가하자면 그 좀비들을 육지로 운송해 어디론가 싣고 가는 일까지.

대체 남가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태유준의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태유준과 원혁이 다시 한번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했다. 서로 생각하는 게 똑같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린 19호 대신 저놈들의 배를 이용해서 남가도로 들어간다.

“저 배에 타려면 저 새끼들 옷부터 훔쳐야 돼.”

“네. 그런 다음에 한패인 척 배에 타요.”

원혁과 태유준은 각자 중화도와 가위, 그리고 총 한 자루씩을 챙겼다.

원혁이 먼저 차에서 내려 주변을 살폈다. 태유준도 소리를 최대한 줄이며 차에서 내렸다. 남자들은 여전히 삼삼오오로 뭉쳐 담배를 피우고 잡담을 하고 있었으므로 대형 트레일러 뒤에 몸을 숨긴 원혁과 태유준을 눈치채지는 못했다.

한참 동안 숨죽이고 남자들을 지켜보고 있던 차, 드디어 빈틈이 생겼다. 남자 두 명이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태유준이 놈들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조용히 남자들의 뒤를 밟았다. 처음에는 간격을 멀리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남자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남자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원혁은 뒤에서 놈들을 급습하며 일격에 두 남자의 목을 낚아챘다.

“으읍!”

“읍!”

원혁의 팔뚝에 목을 짓눌린 남자들은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원혁은 두 남자를 양팔로 붙들고 트레일러와 트레일러 사이의 좁은 골목으로 그들을 끌고 갔다. 무리가 있는 곳과 상당히 먼 데다가 파도 소리가 엄청나게 시끄러워 작은 소음 정도는 묻히는 거리였다.

“조용히 닥치고 있어. 소리 지르면, 알지?”

태유준이 남자들에게 총을 겨누었다. 남자들은 갑자기 자신들을 덮친 덩치 큰 원혁의 모습과 총에 쫄아 붙은 기색이었다.

태유준은 연이어 한 남자의 이마에 총을 들이댔다. 남자는 식겁하며 양손을 번쩍 들었다.

“벗으세요.”

“뭐?”

“그쪽 옷 말입니다.”

남자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원혁에게 걸린 쪽은 바닥에 엉덩방아부터 찧었다. 원혁이 시커먼 그림자를 드리우며 다가오는 것만으로 겁이 난 모양이었다.

“형씨. 옷 좀 빌립시다.”

“헉, 헉! 알겠습니다!”

남자는 황급하게 위아래 입고 있던 옷을 모조리 벗고 헬멧과 방탄조끼까지 원혁에게 바쳤다. 마스크까지 벗어서 바치려는 그에게, 원혁은 남이 썼던 건 됐다며 마스크를 집어 던졌다. 원혁은 거리낌 없이 옷을 갈아입고 검은 목 폴라를 올려 최대한 얼굴을 가렸다. 트렌치코트를 포함한 자신의 옷가지는 둘둘 말아 옆구리에 꼈다.

“저, 저는 뭐 입으라고요!”

“바꿔 입잔 소리는 아니었는데.”

원혁이 씩 웃었다. 한순간에 벌거벗은 차림이 된 동료를 보고, 나머지 남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옷을 벗어 태유준에게 건넸다. 태유준도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자기 옷은 잘 챙겼다. 그리고 원혁과 마찬가지로 폴라 티에 얼굴을 깊이 묻었다.

“춥지? 너희는 저 안에 들어가 있자.”

“네?”

“겨울이잖아. 실내에서 지내야지.”

원혁이 남자들을 끌고 빈 창고로 갔다. 안에는 짐을 묶을 때 쓸 법한 노끈과 밧줄 등이 여러 개 방치돼 있었다.

“그럼 잠시만 묶여 있기로 해. 추우니까 떨어지지 말란 의미야.”

원혁과 태유준은 합심해서 남자들을 기둥에 묶었다. 남자들은 공포에 질려 울먹였다.

“아, 맞다. 아까 너희가 메고 있던 농약 통 같은 거. 이거 뿌리면 좀비가 안 붙나?”

“그, 그게….”

“대답이 느리네. 내가 묻는 말 안 들려?”

원혁이 중화도를 들어 올려 칼등을 손으로 슥 쓸었다. 그러면서 한 남자와 눈을 턱 하니 마주치자, 남자는 오줌이라도 지릴 듯 겁먹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그렇습니다. 기피제예요. 근데 저 좀 풀어 주시면 안 될까요?”

“응. 안 되니까 좀 쉬고 있어.”

원혁은 가식적으로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창고에 나뒹굴고 있던 박스 테이프를 뜯어서 그들의 입을 막았다. 그러고는 울먹이는 남자들을 뒤로하고 태유준과 함께 창고를 나섰다.

차에 원래 옷을 집어넣은 뒤, 태유준과 원혁은 남자들이 바닥에 떨어뜨렸던 농약 통을 멨다. 헬멧도 썼고 폴라 티는 턱을 다 덮다 못해 코 아래까지 바짝 당겨 입었더니 전체적으로 모습이 그럴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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