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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하라 키워놨더니 집착광공 됐는데-41화 (41/105)

041화

“채, 채이 님! 괜찮으십니까?”

“헉…!”

“어떡해. 안 다치셨어요?”

해츨링의 돌발 행동에 놀란 일행이 채이의 근처를 서성이며 안절부절못했다. 레오나드와 페르난데는 골칫덩어리를 보듯, 눈을 부리부리 뜬 채 해츨링을 노려보았다. 그러든 말든 해츨링은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서 채이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음?’

채이는 해츨링이 무언가에 불만을 느끼고 있음을 어렴풋이 눈치챘다. 아까부터 계속 옷을 물어뜯던 것도 그렇고.

“혹시… 배가 고파서 그러나?”

“꾸웅!”

꼭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대답하는 모양새에 채이는 한 번 더 놀랐다. 지켜보던 사람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채이가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드래곤이 보통 뭘 먹는지 알아? 음. 역시 고기 같은 거를 줘야 하는 걸까?”

일행들이 서로를 눈짓한다. 아무래도 인간과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하니 다들 드래곤이라는 생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나마 배운 것이 있는 레오나드가 턱을 짚은 채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드래곤들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냥하는 방법을 바로 배운다고 들었어. 이빨도 다 있고 기본적으론 잡식이니 질기지 않은 고긴 먹을 수 있을 거야. 닭고기 같은 거면 큰 문제 없겠지.”

“그렇구나.”

“그럼 닭고기로 준비해 올게요!”

냉큼 대답한 에녹이 로렌스를 데리고 가까운 오닉스 저택으로 향했다. 해츨링이 얼마나 먹는지 모르니, 주방장에게 부탁해서 대량으로 가져올 생각인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던 채이가 다시 해츨링에게 시선을 두었다.

“부모는 찾으러 올 수 있을까?”

“아마 멀어서 못 찾지 않을까.”

“아….”

레오나드의 말을 들으니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 아이도 제 부모한테서 떨어지고 싶어 떨어진 게 아닌데. 물론 우연 덕분에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겠지만…. 채이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그런 채이를 세심하게 살펴보던 레오나드가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쓸면서 말했다.

“내가 아는 드워프 지인이 한 명 있는데 그이에게 한번 물어보도록 할게. 전에 드래곤 친구가 하나 있다고 들었거든. 어쩌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 고마워, 레오.”

채이는 마음이 푸근해져서 슬쩍 웃었다. 레오나드가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채이 님! 공자님들!”

마침 에녹과 로렌스가 돌아왔다. 그들은 통에 허연 닭고기를 한가득 담아서 가져오고 있었다.

“여기! 닭고기 가지고 왔어요! 혹시 모르니까 양념이나 간이 안 되어 있는 생 닭고기로만요.”

“꾸앙!”

그 산더미 같은 닭고기의 냄새를 맡았는지 해츨링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마치 달라는 듯 앞발을 꼼지락거리며 내밀었다.

채이는 에녹에게 닭고기 몇 조각을 건네받아 해츨링 앞으로 가져왔다. 이내 해츨링의 주둥이가 아기 새처럼 뻐끔 열렸다. 그 안에 고기 한 점을 떨구자 해츨링은 짭짭거리며 잘 씹어 먹었다. 맛이 괜찮았는지 남은 고기는 자기가 앞발로 움켜쥔 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잘 먹네요…. 그래도 다행이다.”

“그러게.”

일행들이 모두 한시름 덜어낸 얼굴로, 먹는 데에 정신 팔려 있는 해츨링을 지켜보았다. 별안간 로렌스는 무언가 걱정스러운 듯 미간을 좁히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드래곤을 성체가 될 때까지 가문에서 키우게 되면 여러모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에 중요한 문제 하나를 떠올린 일행들이 침음을 삼켰다.

제국의 주춧돌이라고 불리는 5대 대공작 가문 중 하나인 랭커스터는 ‘마물의 개인 소유’를 허락받은 가문이었다. 문제는 소유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제정된 마물의 위험 등급이 5등급까지라는 점이다.

즉 마물의 개인 소유를 허락받았다 하더라도 길들여서 소유하는 게 가능한 건 어디까지나 5등급과 6등급 마물뿐인 것이다.

드래곤은 1등급 마물보다 위험한 존재이며 인간들이 길들일 수 없는 고등 이종족이다. 당연히 그와 관련된 법은 없었고 이는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었다.

“영지 자치법을 이용하면 키우는 게 가능은 하겠지만… 꺼리는 귀족들이 많아지겠지. 자칫하면,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페르난데가 해츨링을 내려다보며 덤덤한 투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번 일은 어미 잃은 길고양이를 줍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는 드래곤이 있다는 그 드워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일단 부모 드래곤 찾는 걸 우선으로 해보죠. 그동안 이 일이 밖으로 안 퍼지게끔 다들 입조심해 주십시오.”

레오나드가 주위를 둘러보며, 특히 페르난데와 벤냑스를 겨냥한 듯한 충고를 꺼냈다. 그에 뒤이어 채이가 말했다.

“이 애는 당분간 내가 맡을게. 어차피 나랑 안 떨어지려 하니까. 억지로 떼어내서 격리하는 것보다 그게 나을 거야.”

“하지만….”

레오나드가 미간을 좁힌 채 말꼬리를 흐렸다.

드래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물 같은 존재다. 지금 당장은 잘 따를지 몰라도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걸 채이가 떠안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영 불안해진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 해츨링은 채이를 부모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어 억지로 떼어내려고 하는 일이 더 위험했다. 레오나드도 그것을 알기에 갈등의 늪에 빠졌다. 그런 레오나드를 안심시키기 위함인 듯 에녹이 나섰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공자님. 제가 당분간 채이 님 옆에 계속 붙어서 도와드리도록 할게요.”

그 말에 벤냑스도 하고 싶은 말이 생겼는지 수줍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채, 채이 님. 저도 힘닿는 데까지 도와드릴게요. 최대한!”

“재미있을 거 같으니까 나도.”

페르난데까지 합세하자 레오나드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뭔가 이 상황이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채이는 마냥 밝은 얼굴로 레오나드를 돌아보았다.

“다들 도와준대. 잘 됐다. 그치?”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레오나드는 그 순간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채이가 갸웃거렸다. 레오나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내젓고 입을 열었다.

“알겠어. 난 일단 드워프한테 연락 넣으러 가볼게. 그사이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나 바로 불러야 해.”

“그래. 계속 밖에 있을 수도 없으니까 우리는 오닉스 저택에 들어가 있을게.”

레오나드가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메인 저택으로 향했다. 등 뒤로 손을 흔들어 준 채이는 모두와 함께 오닉스 저택으로 돌아갔다.

***

그렇게 정신없던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잠이 오면 투정을 부리고 시도 때도 없이 배고파하고 심심하면 귀찮게 하는 해츨링을 상대하느라 채이는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역시 고등한 종족이라 그런지 학습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는 점일까.

인간을 가까이서 종일 관찰한 해츨링은 인간의 언어를 어느 정도 알아듣기 시작했다. 어딘가 불편하거나 원하는 게 있으면 자기가 직접 몸짓으로 표현도 했다. 경이로운 수준의 흡수력이었다. 덕분에, 충분한 의사소통이 가능하여 그런 점에서는 스트레스가 적었다.

다음 날에는 레오나드의 연락을 받은 드워프가 바로 랭커스터 가를 찾았다. 우정을 중시하는 드워프는 자신의 친우가 곤란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채이는 밤새 자신에게 안겨 잠들었던 해츨링을 안고서 에녹과 함께 대문 쪽으로 내려갔다. 레오나드와 델리온이 먼저 내려가 드워프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책으로만 보던 진짜 드워프….’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작구나.

채이는 너무 신기해하는 기색이 드러나지 않게 조심하며 눈앞의 드워프를 바라보았다. 작지만 근육으로 잘 다져진 체구에 갑옷을 차려입었고, 피부는 까무잡잡했다. 제 가슴께를 전부 덮을 만큼 길고 풍성한 턱수염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는 제국 공용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었다.

돌연 랭커스터 부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드워프가 채이를 돌아보았다. 가벼이 목례하자 드워프는 독특한 웃음소리를 내며 긴 턱수염을 쓸었다.

“호호홍. 네가 바로 그 베타 아가로구나. 한 번쯤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얼굴을 보게 돼서 반갑군. 내 이름은 쿠쿠프라고 한다.”

“아. 반갑습니다.”

채이는 새삼 대공작 가문에 얹혀사는 베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목을 사로잡게 된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그래그래. 흠. 그건 그렇고….”

쿠쿠프가 이내 날카롭게 눈을 좁히더니 채이에게 안긴 해츨링을 가까이서 관찰했다.

그 탓일까.

해츨링이 제 이빨을 슬쩍슬쩍 드러내며 경계하더니 채이 가슴에 더욱 몸을 붙였다.

“이 녀석이 레오 아가가 말한 그 해츨링인가…. 화이트 드래곤이로군.”

해츨링이 경계하지 않도록 다시 거리를 둔 쿠쿠프는 굉장히 신기해하며 턱수염을 매만졌다.

“호홍. 인간을 잘 따르는 드래곤이라니! 화이트 드래곤들은 다른 드래곤에 비해 덜 포악하다고 하지만… 똑똑하기 때문에 더욱 오만한 놈들이거늘. 내 이런 경우는 또 처음 보는군.”

“음. 알에서 깨자마자 본 게 저라서 그러는 거 같아요.”

채이가 머쓱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쿠쿠프는 의미심장하게 씩 웃더니 말했다.

“물론 태어나서 처음 본 이를 부모라 인식하는 건 맞아. 하지만 정말 그뿐이라고 생각하는 거라면 그 녀석이 서운해할 거다. 화이트 드래곤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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