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3화 (11/11)

외전. 늦봄

손을 꼭 잡고 볕이 드는 회랑을 걷는 두 아이는 동경을 마주 보는 것처럼 꼭 닮은 쌍생아였다. 둘 다 눈을 녹인 듯한 화사하고 반짝거리는 은발에 호박을 박은 듯한 또렷한 금안을 가졌다. 젖살에 묻힌 이목구비라도 황제를 아는 사람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두 아이는 영락없이 황제의 핏줄이었다. 황손이 모두 사망한 황궁에서 힘들게 태어난 적통이라 대신들이며, 궁인들은 두 아이를 금이야, 옥이야 보살피며 키웠다. 외모도 도자기 인형처럼 어여쁘고 사랑스러워 사람들로 하여금 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정말 가도 괜찮을까? 폐하께서 화를 내실 거야. 어머니를 건드리지 말라고 그러셨는걸.”

깨끗한 은발을 말꼬리처럼 묶고, 금실로 단정하게 장식한 아이가 회랑을 걷다 말고 초조한 듯 발을 달싹였다. 이제 4살이었지만, 황제의 핏줄답게 아이는 영특했고 발음도 뭉개지는 법이 없었다. 정작 이 사실을 황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딱히 칭찬은 없었다. 황제는 영과 균에게 정말 관심이 없었다. 그 사실을 황자들도 알아, 자신을 예뻐해 주는 모후에게 자주 매달렸다.

그러나 그것도 모후가 아우를 임신하자, 황제가 딱 잘라내어 버렸다.

‘어머니를 힘들게 하지 말거라.’

하지만 모후를 곤란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 건 황제였다.

“균아.”

머리를 하나로 묶은 아이와 대조적으로, 탐스러운 은발을 양쪽으로 나누어 둥글게 말아 올린 아이가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같은 4살이지만, 머리를 둥글둥글하게 묶은 아이가 확실히 더 어른스러웠다. 균이라고 불린 아이가 눈을 축 늘어뜨리고 눈치를 보았다. 균의 얼굴은 황제와 똑같았지만 성격은 완전히 강이라 늘 눈치를 보고 살았다. 지금도 같은 배에서 태어난 형, 영의 눈치를 살금살금 살폈다. 영이 균을 강제로 끌어 벽에 밀쳤다. 어린 영의 박력을 균은 이기지 못했다.

“아야!”

균이 작은 등이 벽에 얻어맞은 통증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 이러지 마. 영아.”

“이 바보야!”

영이 조막만한 손으로 균의 뺨을 잡고 늘어뜨렸다.

“아파, 아파…. 이러지 마. 아프단 말이야.”

“이 바보야, 잘 들어봐. 어머니께서 폐하에게 뭐라고 하셨는지 들었잖아. 분명히, 난 똑똑히 들었어. 어머니는 폐하께 ‘아바마마.’라고 했다고! 폐하는 우리의 아버지인데, 어떻게 어머니의 아버지가 된단 말이야?”

“…으응…. 나, 나도 알아. 하지만, 폐하가… 어머니를 건드리지 말라고….”

“그래서 영원히 어머니와 멀어지겠다는 뜻이니?”

영이 균의 어깨를 조막만한 손으로 잡았다. 균은 이대로 가다간, 영원히 어머니와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서러워졌는지 멍하니 있다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닭똥 같은 눈물이 차츰 굵어져, 균은 코까지 씰룩거렸다. 으아앙, 소리가 나올 정도로 울음이 무르익자, 보다 못한 영이 균의 입을 턱 막았다. 영의 금안이 늑대의 후손답게 날카로워졌다.

“어차피 이 황궁은 너 아니면 내 것이 될 텐데 무엇이 그리 두렵니? 아바마마가 우리를 혼내도 어머니가 계시니 걱정할 필요 없어.”

숨이 막히는지 균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갔다. 그래도 영의 말이면 대부분 맞다고 생각하는 균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균의 머리와 금실이 한데 어우러져 공중에서 움직였다. 영은 흡족한 얼굴로 손을 떼어냈다. 영은 손바닥에 묻은 균의 콧물과 눈물을 질색하는 얼굴로 보더니, 제멋대로 균의 옷자락에 닦아냈다. 균은 역시 아무 말도 못 하고 영의 야무진 손짓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깨끗해진 손을 본 영이 만족스럽게 균의 손을 꼭 잡았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항상 둘이 손을 잡고 다녀야 한다. 알았지?’

모후인 강이 다정하게 잔소리하던 게 생각났다. 영은 손가락을 꼼질거리며 정면을 노려보았다.

그날, 영과 균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늑대로 변해 황궁을 뛰놀고 있었다. 늦봄에 맞게 그들은 화원에서 서로의 꼬리를 잡는 놀이를 했다. 언제나 자신에게 낑낑거리며 지던 균이었는데, 볕이 따사로운 그날은 웬일로 승부욕이 넘치는지 앙앙거리며 달려들었다. 속으로 ‘어쭈?’ 하던 영은 후다닥 달려 모후와 황제가 자주 드나드는 예월궁 화원으로 도망친 균을 찾아 뛰었다. 원래 그곳은 영과 균에게 허락되지 않은 곳이었지만, 그날은 무슨 일인지 금기라는 생각도 못 하고 무작정 뛰어들었다.

황자들이 사는 궁에 있는 화원과 너무 다른 광경에 영은 걸음을 멈추었다. 앞발 하나를 든 영은 놀라서 금안을 더 크게 뜨며 주변을 살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꽃이 즐비하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야 알았다.

꽃냄새에 질식할 것 같았다. 영은 엉거주춤 들고 있던 앞발을 내리고, 톡톡 소리를 내며 화원을 걸었다. 균을 찾아야 했다. 균은 아직 새끼 늑대라 덩치가 작아 수풀에 묻혀있으면 보이지 않았다. 균아, 라고 소리를 부르고 싶었으나 화원에서 변신을 했다간 황자의 나신을 주변 사람에게 보여주게 된다.

그건 부끄러웠다. 영은 주둥이를 흙길에 박고 균의 냄새를 쫓아다녔다. 킁킁, 영의 작은 코가 연신 벌렁거렸다. 그러던 중, 기민한 후각에 균의 냄새와 비슷한 게 걸렸다.

황제의 냄새였다. 영은 고개를 좌우로 갸웃했다.

왜 아바마마의 냄새가 여기서 나는 것일까? 아바마마는 지금 한창 오후 정무를 보느라 바쁠 시간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쯤에서 그만둬야 할까.

하지만 그 나이답게 호기심이 왕성한 영은 냄새를 쫓아 헥헥거리며 뛰었다. 한참을 뛰다 보니 황제의 냄새에 어머니의 체취도 묻어나왔다.

어머니!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존재에 영은 더 빠르게 달렸다. 이제 영의 머리에 균은 사라졌다. 나비를 쫓는 고양이처럼 살랑살랑 꼬리가 움직였다. 어머니를 보면 한달음에 안겨야지. 어머니는 늑대로 변한 자신을 무척 좋아했다. 품에 꼭 끌어안고, 목덜미에 얼굴을 마구 부비고 주둥이에 뽀뽀도 해주었다. 폐하껜 비밀이라고 몰래 약속까지 했다.

어머니를 만나는 날이 정해져 있는 터라, 이런 식으로 가끔 어머니를 만나면 기분이 승천할 것처럼 좋아졌다. 금안이 귀엽게 휘어졌다. 어머니를 쫓아 뛰던 영은, 수풀에서 삐죽 나온 은색 꼬리를 발견하고 앞발로 꼬리를 꾹 밟았다. 균이었다.

갑자기 꼬리가 밟힌 균은 놀랐는지 고개를 휙 돌렸다. 균에게 여기서 무얼 하느냐고, 짖어서 말하려던 영은 귀에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아바마마, 아흣….’

아바마마? 이건 어머니의 목소리인데? 왜 어머니가 아바마마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지? 머리로 계속 이해가 되지 않아 어머니를 쫓아가려는데, 균이 목덜미를 잡아 눌렀다.

가지 마. 균의 눈이 단호하게 말했다. 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균의 말을 얌전히 따라 그곳에 앉았다. 오동통하고 작은 늑대들은 인간적인 감각보다 본능이 강했고, 그 본능에 의거하여 행동했다.

‘아바마마, 아아…. 아기가, 배 속에서….’

‘아비가 들어왔다고 움직이는구나.’

어머니가 훌쩍거리며 우셨다. 역시 못된 황제였다. 황제는 항상 어머니를 울린다. 영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꼬리를 휙, 휙 돌렸다. 황제에게 토라진 말투로 화를 내고 싶었지만 모후가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하늘의 아들이며, 너희들의 아버지이고, 항상 그를 충성과 애정의 마음으로 모셔야 한다고 누누이 말했다.

‘아바마마, 아기가 계속 움직여서, 기분이… 아흑, 아, 살살…!’

어머니는 미처 다 울지도 못하셨다. 찌걱, 퍽, 하고 젖은 소리와 뭔가 부딪히는 폭력적인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황제가 막힌 소리를 내며 낮게 말했다.

‘아기가 더 들어와 달라고 그러는데?’

‘아니에요, 아바마마…. 아, 싫어요, 여기서 젖은… 아응….’

쪽, 쪼옥….

그 소리에 결국 영과 균은 다 듣지 못하고 서둘러 화원을 벗어났다. 둘은 알 수 없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매일 밤 그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렸다. 그 쪽쪽거리는 소리는 분명히 젖을 빠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황제가 어머니의 젖을 빤다는 소리인가? 유모에게 묻자, 유모는 하얗게 질려갔다. 유모를 더 곤란하게 할 수 없어 영은, 균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누었다. 수줍음이 많고 소심하던 균도 이번만큼은 물러날 수 없는지 의연한 표정으로 영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하여 둘은 서로에게 의지해 모후가 있는 예월궁까지 왔다. 그들은 먼저 친군대장 예담영을 조우했고, 그다음엔 총관 태감을 만났다.

“어머니를 뵙고 싶어서 왔다. 어머니에게 패를 올렸으니 만나게 해다오.”

영이 또박또박 말했다. 영의 머리에 꽂힌 꽃이 팔랑거렸다. 영이 너도 말하라며 균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때렸기 때문이다. 난데없이 얻어맞은 균은 눈물을 글썽거리다가, 제법 황자다운 얼굴로 근엄하게 말했다.

“폐하께서도 허락하신 일이다.”

“지금은 아니 됩니다, 황자 마마.”

그러나 태감이 도통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영이 욱해서 균을 밀치고 앞으로 나가며 태감을 노려보았다.

“당장 열어. 어머니를 봐야겠다.”

“송구합니다만, 지금 폐하께서 희비 마마와 말을 타고 계십니다.”

“말을 타는데, 왜?”

태감이 조금 난처한 기색으로 변했다. 균이 순한 표정으로 태감을 보다, 영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그리고 불퉁한 표정의 영을 달랬다.

“영아, 조금 기다리자. 어머니께서 곧 오실 거야.”

“하지만….”

“괜찮을 거야.”

균이 환하게 웃었다.

“어머니는 우리를 사랑하니까, 와주실 거야.”

*

햇살이 기울어져 들어온 누각에서 강은 붉어진 얼굴로 누워있었다. 황제는 만삭인 강의 배를 사랑스러운 손길로 매만지다, 풍만하게 올라온 가슴을 틀어잡았다. 힘이 우악스럽게 들어온 손이 가슴을 자신의 것처럼 만졌다. 허락을 요구하지도 않은 손은 유두까지 올라가, 힘을 주어 눌렀다.

“앗….”

그러자 젖이 흘러 황제의 얼굴과 옷에 튀었다. 옷이 더러워진다며, 그만하라고 그를 밀쳐내려던 강은 서슴없이 다가온 입술에 숨을 멈췄다. 배가 묵직해 멀리 도망갈 수 없어, 강은 정자의 너른 장소에 누워 그를 안아야 했다. 황제의 입술이 다급하게 유두를 머금고 볼이 홀쭉해질 만큼 힘을 줘 젖을 빨았다. 입에서 절로 토막 난 신음이 나왔다. 배 속의 아이가 그건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발을 꼼지락거렸다. 황제는 다른 손으로 살이 뽀얗게 차오른 가슴을 부여잡고 눌렀다. 주물거리는 손에 따라 젖이 이곳저곳으로 튀었다. 옷이 금세 모유로 젖었다.

“아읏, 아파요, 폐하….”

정무를 마치고 오면 상습적으로 젖을 빠는 황제였다. 그것뿐만 아니라 정사 중에도 가슴을 양쪽에서 틀어쥐고 젖을 짜내었다. 황제는 투명하고 하얀 뺨에 흐르는 젖을 엄지로 닦아내고, 입술에 가져가 핥아먹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강은 괜히 민망해져 고개를 돌렸다. 황제가 미소를 띠며 강의 바지를 벗겼다. 근육이 빠지고 말캉해진 살이 손에 다 잡혔다.

“아….”

황제가 발목을 잡자 강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오래 전의 기억이 몸에 스미는지 강의 동공이 커졌다. 그때의 충격이 머리에 박힌 듯 강은 옷자락을 잡은 채 떨었다. 유심히 강의 반응을 지켜보던 황제가 손을 떼어낼 때쯤, 강이 황제를 와락 안았다. 아무 말 없이 강은 황제를 힘을 주어 마주 안았다. 자신을 이리 만든 황제인데도, 상관없다는 듯 그의 품을 찾아 들어가 오들오들 떨었다. 부른 배 때문에 더 밀착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 황제는 쏟아지는 햇살을 고스란히 등으로 받으며 강을 안아 그늘로 데리고 갔다. 강의 바지를 벗기자 반쯤 발기한 남근이 만져졌다. 부푼 아랫배 쪽을 향해 꺼덕거리는 남근에 입술을 대고, 강의 발목을 잡아 활짝 벌렸다. 강의 눈이 풀리고 입술에서 밭은 신음이 나왔다.

“아!”

황제가 남근을 덥석 물고 목구멍을 이용해 전부 받아주자 강이 상체를 들썩였다. 젖을 빨 때와는 조금 다른 질척한 소리가 아래에서 들렸다. 혀를 굴려 귀두와 혈관까지 모조리 핥아주었다. 넘치는 쾌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강이 눈을 질끈 감았다. 고였던 눈물이 정자에 후드득 떨어졌다. 강의 손이 허공을 힘없이 유영하다 안착한 곳은 황제가 쓴 곤관이었다. 깜짝 놀란 강이 손을 거두고, 애꿎은 옷자락만 세게 움켜잡았다. 황제는 긴 막대를 입에 넣은 것처럼 힘을 줘 쭉 빨았다. 살짝 뱉어내고, 선단과 중앙까지 삼킨 후 혓바닥으로 기둥을 샅샅이 핥아주었다.

“아읏, 그만…!”

황제의 남근이 박히지 않은 내벽이 애가 타서 텅 빈 공간을 오물오물 조인다. 이제 참을 수 없었다. 한계였다. 안이 너무 간지러웠다. 강은 태동이 느껴지는 배를 감싸 안고 황제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배가 부풀어 위아래로 움직이는 곤관의 12류만 보일 뿐, 황제의 아름다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주는 쾌감에 무력하게 떨며, 아이가 있는 배를 감싸고 헐떡였다. 배가 알싸해진다. 아이가 거부하는 걸까. 아버지와 아이가 동시에 공존하는, 그 시간이 싫은 걸까. 강이 멍하니 아이 생각에 젖어갈 때쯤 황제가 고환을 덥석 물었다. 강의 눈이 커졌다. 연한 살을 입에 넣고 쪽, 빠는 힘에 눈꺼풀이 바들바들 떨리더니, 몸이 축 늘어졌다. 감히 황제의 입에 사정을 한 것이다. 탈력감이 들고 나서야 황제의 입에 버릇없이 사정한 걸 알아채고 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어린 시절부터 황제에 대한 굴종을 교육 받은 강은 황제를 함부로 대하지도 못했고, 반항하지도 못했다. 그는 언제나 강에게 빛나는 태양이요, 하늘의 아들이었다. 배 속에 황제의 아이를 품고 있는 유일한 비였고, 훗날 황후가 될 고귀한 몸이었지만 강은 그에게 미안하여 입술을 달싹여 사죄했다.

“폐하, 신첩이….”

강이 더듬거리며 말하는 사이, 황제는 입에 고인 정액을 손바닥에 느리게 뱉어내고 강의 안에 치덕치덕 발랐다. 갑자기 들어온 손가락에 강의 말이 멈추었다.

“으….”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굵고, 단단한 것이 안을 거칠게 긁어줘야 했다. 때론 부드럽게, 소중하게, 그리고 끝에 가서는 안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만큼 박아줬으면. 입술을 혀로 쓸며 무의식중에 다리를 벌렸다.

“으응… 읏, 아….”

찌걱, 찌걱….

정액이 안에 펴 발라지는 느낌이 너무 선연하게 느껴져 괴로웠다. 강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자신도 모르게 더, 더…. 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게 너무 민망하고, 음란해서 강은 손바닥 안에서 소리죽여 흐느꼈다. 허벅지 안쪽 살이 쾌감에 바들바들 떨렸다. 황제는 체모가 적고, 살이 유독 하얀 강의 다리를 눈여겨보다 붉은 내부에 시선을 꽂았다.

좀 더 벌려볼까.

황제는 왼쪽 검지와 중지를 동시에 꽂아 넣었다. 손가락 네 개가 들어간 내부가 빠듯했다. 황제가 엇비슷하게 움직여 내부를 확장하자, 안에 있던 정액이 조금씩 흘러내려 밖으로 나왔다. 강의 신음은 점점 눅눅해졌고, 울음도 커졌다.

“아가, 다리를 더 벌리렴.”

황제가 우아한 말투로 음란하게 명령을 내렸다. 강이 숨을 고르게 내쉬려 하며, 다리를 들썩거려 벌렸다. 그러자 배 속에서 아이가 발길질을 하는지, 뱃가죽이 튀어나오는 게 보였다. 예전에는 자신의 남근을 넣었을 때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다.

“아윽!”

황제가 손가락에 힘을 줘 내벽을 벌렸다. 입구의 주름이 서서히 펴지는 게 시야에 확 들어왔다. 황제의 눈이 가늘어지며 좀 더 안을 자세히 보려고 노력했다.

“아프… 아아!”

“괜찮다.”

황제가 달콤한 위로를 건네며 내벽을 계속 벌렸다. 조금만 더 하면, 태의 입구가 보일 것 같았다. 강은 눈을 세게 감고 부들부들 떨었다. 아래가 벌어져서 아픈데, 아파야 했는데…. 또 느끼고 있었다. 아이에게 혹시나 해가 갈까 두려워 강은 이제 아랫배를 안은 채 숨을 왈칵 토해냈다.

“흐음….”

총 손가락 네 개, 그리고 좌우에서 벌리는 손가락 두 개로 인해 내벽이 대낮의 햇살 아래 보였다. 아주 농익었다. 즙을 토해낼 것 같은 붉은 내벽이 빛을 받아 잘 보였다. 저 안에 아이가 있었다. 저기가 강이 느끼는 곳인가. 황제가 음험하게 웃으며 내벽을 유심히 관찰했다. 마치 성교육을 받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태후가 보는 앞에서 여자를 어리숙하게 안아야 했던 그때도, 이렇게 설레진 않았다.

“자궁의 입구는 보이지 않는구나. 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사실 조금씩 보였지만 황제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했다. 빛을 비추면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붉은 통로는 촘촘한 주름이 있었다. 황제가 정성껏 씻기고, 길들여준 내벽은 상처 하나 없었다. 군데군데 백탁액이 응고된 채 안에 있었다.

그리고 가장 끄트머리, 안쪽에…. 아이가 있는 태의 입구가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강은 울먹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흐읏…. 그, 그만 보세요. 부끄럽습니다.”

“아비의 아이까지 가졌는데도, 아직도 부끄러우냐?”

황제는 만삭의 배를 감싸고 있는 강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아이의 태동이 거세졌다. 강이 아픈지 인상을 찡그렸다. 황제는 강의 머리 양옆에 손을 얹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정사의 기미에 강이 마른침을 삼켰다. 강의 붉은 눈가를 뚫어져라 보던 황제가 웃었다. 강과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그리고 황제가 배려도 없이, 강이 원하는 대로 태의 입구를 향해 곧장 찔러넣었다. 강의 몸이 처음엔 고통으로 경직되고, 갈수록 좋아서 바들바들 떨렸다. 강은 느끼면 온몸을 전율하고, 떨고, 끝에는 감당이 되지 않아 기절해버렸다.

“기절하지 말게.”

황제는 귀두가 입구에 걸쳐지게 빼내고, 다시 원하는 만큼 거칠게 박아주었다. 애석하게도, 강은 부드러운 정사를 잘 몰랐다. 황제의 취향대로 강도 따라 움직였다.

“아응…!”

깊숙이 들어온 남근에 강이 다급하게 황제의 팔뚝을 잡았다. 황제는 강의 입술에 먼저 입을 맞춰주고, 아래로 내려와 젖을 빨아먹었다. 쪼옵, 쫍, 하고 젖을 빠는 소리가 누각을 넘어 화원에도 드문드문 구름처럼 흘렀다. 황제의 다른 손은 당연한 것처럼 빨지 않는 가슴을 주물렀다. 모유가 사방으로 튀었다.

“아, 아아, 아흣…!”

황제가 젖을 빨다 흥분했는지 강의 유두까지 치아 사이에 넣고 살짝 깨물며, 허리를 세고 빠르게 움직였다. 내벽이 황제의 남근을 애무하고 조일 틈을 주지 않았다. 강이 하는 일이라곤, 다리를 벌려 황제에게 젖을 내어주는 것뿐이었다. 황제의 얼굴이 모유로 젖어갔다. 황제는 그걸로도 부족했는지, 입맛을 다시며 빨지 않았던 쪽의 젖까지 탐했다. 유두가 그의 혀에 굴려지고, 이로 깨무는 게 머리에 새겨질 만큼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강은 허리를 들썩였다. 배 속의 아이가 같이 꿈틀거렸다. 아버지와 아이가 동시에 배에 들어와 움직이는 그 느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으응…! 아, 더… 아읏, 좋아…. 좋아요, 아바마마…!”

강이 고개를 젖히며 부르르 떤다. 황제의 남근도 태의 입구에 딱 붙어 사정했다. 황제와 강의 입에서 더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황제의 남근이 다시 안에서 서는 게 느껴졌다. 강은 곱아든 발가락을 느슨하게 펴며, 다리를 활짝 벌려 그를 감쌌다. 만삭의 배가 그의 아랫배에 닿을락 말락 했다. 황제가 부푼 배를 만지고, 풍만해진 양쪽 가슴을 쥐었다. 이번에는 느리고 얄팍하게 움직이자 강이 한결 편해진 모습으로, 자신도 느리게 허리를 움직였다.

“아바마마, 아이가… 곧 나올 거 같아요.”

강이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황제가 남근이 푹푹 쑤셔질 때마다 조금 느리게 움직이는 배를 보며 웃었다.

“딸이면 좋겠군.”

“…신첩도요.”

강이 흐릿하게 웃었다. 황제가 땀과 눈물에 푹 젖어 축축해진 강의 뺨을 엄지로 만졌다. 강의 턱에도 모유가 튀었다. 혀를 내밀어 아깝다며 모유를 다 빨아먹었다. 아침, 저녁으로 아이 대신 자신이 모유를 먹으면서…. 강은 힐긋 그를 보며 목에 팔을 둘렀다. 황제가 강을 안았다. 부푼 배와 근육으로 다져진 황제의 배가 만났다. 남근은 고환이 눌릴 만큼 들어와 안을 민망할 정도로 쑤셨다.

“영을 태자로 삼을 생각이다.”

“하아… 영을요?”

첫째 아이의 이름을 멍하니 중얼거리던 강은 황제의 어깨에 이마를 댔다. 뜨겁다. 너무 뜨거워서 이대로 녹아내릴 것 같았다. 강의 신음이 황제의 쇄골 부근에 쏟아져 고였다. 기특하게도, 황제의 쾌감을 위해 만삭의 몸으로 강의 느릿느릿 움직였다.

“그대가 곧 황후가 된다는 뜻이지.”

황제는 뿌듯하게 웃으며 강의 가슴을 오른쪽 손으로 주물렀다. 튀어나오는 모유를 고양이처럼 할짝거린 황제가 누각의 기둥을 잡게 했다. 강의 무릎이 누각의 바닥에 닿았다. 금세 시뻘게지겠지.

그러나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지금은 뒤에서 자신을 마구잡이로 탐하는 아버지가 좋았으니까. 강은 손등에 이마를 대고, 왼쪽 손으로 부푼 배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황후가 되면…. 밖으로 나가 공무를 봐야 하나요?”

그건 싫은데. 강이 중얼거렸다. 황제도 바라는 바였다. 그는 하얀 살이 없는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으며 대답했다.

“나가면 곤란하지.”

황제가 까슬한 음모가 닿을 만큼 쑤셔 넣자, 강이 “아앗….” 하고 신음을 흘리며 몸을 웅크렸다. 이번 태동은 조금 버거웠다. 강이 배를 감싸고 토닥였다.

“이렇게 예쁜데. 누구한테 이 어여쁜 걸 보여주려고?”

“으응….”

황제의 손아귀에 잡힌 유두가 단단해졌다. 선홍색으로 변한 유두에서 모유가 질금질금 나왔다. 황제가 손바닥을 적시는 모유를 강의 입가에 가져갔다. 모유는 대부분 강의 입에 닿았고, 나머지는 부푼 배에 조금 떨어졌으며, 그 외는 빗물처럼 누각 바닥에 고였다.

“하읏!”

그러나 황제가 허리를 움직이며, 강의 무릎이 같이 쓸려 그 모유가 뭉개졌다. 예전이라면 기겁했을 광경이었지만, 영과 균이 클 동안 황제가 하도 젖을 당연하게 빨아 강은 가만히 있었다.

다만, 황제는 아무렇지 않게 마시고, 즐기는 모유를 아이들에겐 한 번도 물리지 못한 거 같아 조금 미안해졌다. 배 속에 있는 아이도 그걸 알고 발길질을 심하게 하는 걸까.

“아, 아흣, 아, 아바마마, 자, 잠시…. 아! 아읏!”

강이 헛생각을 하는 걸 알았는지, 황제가 뒤에서 배를 두 손으로 감싼 채 허리에 힘을 싣고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움직였다. 기둥을 잡은 손이 미끄러졌다. 강의 몸이 결국 폭력적인 황제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부푼 배가 바닥에 닿을 듯, 허리가 숙여졌다.

뒤에서 짐승처럼 박아오는 황제의 힘에 강의 머리가 위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황제가 머리채를 잡아 내렸다.

“하앗…!”

너무 빠르고, 깊다. 강의 손이 바닥을 긁어 내렸다. 태동을 감당하면서, 한꺼번에 황제의 삽입도 견뎌내야 했다.

그리고 배 안에서 요동치는 쾌감도. 강의 발가락이 곱아 들었다.

“아응, 좋아…!”

너무 좋아서, 아이의 안부도 잊을 만큼 허리를 흔들었다. 황제와 맞닿은 둔부는 발갛게 익었다. 황제가 강의 둔부를 잡아 벌리며 거대한 남근을 한꺼번에 욱여넣었다.

더 이상 이성을 다잡을 수 없었다.

*

누각에서 만삭의 몸으로 멍이 들 정도로 뒹굴다니…. 강은 민망함에 가마에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뉘엿뉘엿 지는 노을보다 붉게 불타는 얼굴을 긴 소매로 가렸다. 목덜미와 귀까지 붉게 물들인 강을 보며 황제는 정갈한 태도로 웃었다. 얼굴이 빨리 식어야 할 텐데. 강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황제의 상체에 기대었다. 그에게 시달린 아래가 부어서 홧홧하고 쓰라렸다. 황제는 길고 탐스러운 강의 머리카락을 슬슬 쓰다듬으며 정수리에 턱을 대었다. 그가 좋아하는 자세라, 강은 힘을 빼고 나른하게 있었다. 그가 좋아하면 자신도 좋았다. 이런 게 사랑인가 보다, 하며 강이 쓰게 웃을 무렵 아이의 울음소리가 귀에 걸렸다. 황궁에서 저리 서럽게 울 사람은 하나밖에 없었다. 균이었다. 강은 가마를 세우게 하고, 안아주겠다는 황제를 만류하고서 옷자락을 잡으며 울음소리가 난 방향으로 갔다. 그곳은 예월궁을 들어서는 문 근처였다.

“으아아아앙….”

울음소리에 마음이 다급해졌지만, 황제에게 계속 시달려 얼얼한 그곳이 아파 걸음을 빨리 할 수 없었다. 황제는 불퉁한 얼굴로 혀를 찼다.

“다 거짓 울음이건만….”

저렇게 아우에게 약하니 큰일이라며, 황제가 투덜거렸다. 황제도 가마를 세우고 내렸다. 아이들이 도대체 무슨 영문으로 예월궁까지 왔는지 보러 갈 참이었다.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가는데, 두 손을 앙증맞게 쥐고 자기와 똑같은 얼굴로 훌쩍거리며 우는 균이 보였다. 균의 옆에는 머리를 둥글게 말아 올린 영이 불퉁한 얼굴로 볼을 부풀리고 있다. 안 봐도 어떤 상황인지 눈에 그려졌다.

“영아. 또 균이를 괴롭혔느냐? 그러지 말래도.”

황제가 나긋하게 말하며 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 머리를 담당한 궁녀가 영의 머리를 정성껏 꾸몄는지, 둥글게 만 머리엔 꽃까지 꽂혀있다. 붉은 꽃이 화사한 은발에 있으니, 마치 눈밭에 피어난 동백을 보는 듯했다. 강은 자신의 품에 파고든 균의 머리를 만져주며 난감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도대체 왜 싸운 것이야?”

영을 보며 황제가 묻자, 영이 휙 고개를 돌렸다. 황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건방지기가 하늘을 찌른다. 도대체 누굴 닮은 건지 모르겠다. 황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영을 바라보았다. 영은 황제의 시선은 의식하지도 않고, 짧은 다리를 야무지게 움직여 균을 품에 안고 토닥거려주는 강에게 다가갔다.

“어머니!”

영이 강을 불렀다.

“왜 그러니, 아가야.”

강이 어린 아들이자 아우인 영의 포동포동한 뺨을 만져주었다. 영은 아버지인 황제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방긋방긋 웃었다. 강이 자기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어머니, 균이가 어머니 보고 싶다고 운 거예요.”

“그랬어?”

강이 균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강의 부른 배 때문에 팔이 등에 닿지 않아 균이 실망했는지 축 늘어졌다. 능숙하게 쌍생아 둘을 달래는 강을 황제는 팔짱을 끼고 지켜보았다. 햇빛보다 따가운 시선에 강이 어색하게 웃으며 황제를 보았다. 황제가 강의 시선에 빙그레 웃고는, 웃으며 다가와 균의 손을 잡았다. 강처럼 황제를 잘 따르는 균은 따스한 손길에 이끌리듯 고개를 들었다. 황제가 화사한 얼굴로 웃으며 “균아.”라고 부르자, 균이 훌쩍거리며 웃다가 두 팔을 벌렸다.

“안아주세요, 아바마마.”

“안아주면 울지 말거라. 네 어미가 당황한다.”

황제가 두 손을 벌렸다. 균이 꾸물꾸물 다가왔다. 균이 작은 머리를 끄덕이며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아바마마. 안 울 터이니 안아주세요.”

“착하구나.”

황제가 균을 단번에 안아 왼쪽 팔을 엉덩이 받치고, 다른 손은 아이가 뒤로 넘어가지 않게 등을 감쌌다. 균은 자연스럽게 황제의 남자다운 목에 짧은 팔을 두르고 황제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황제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더니 오랜만에 ‘하하!’ 하고 유쾌하게 웃었다. 강은 연신 소매를 잡고 애교를 부리는 영의 볼이며 목을 만져주다, 그의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강이 송아지 같은 눈을 느리게 깜박거렸다. 영은 아우가 있다는 배에 귀를 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빨리 동생이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여자아이면 좋겠다고 징징거리던 영이었다.

“어머니, 오늘 균이 왜 운지 모르시지요?”

영이 황제와 똑같은 얼굴로 웃는다. 강은 볼이 포동포동한 아이를 보며 ‘폐하도 저렇게 귀여우셨을까.’라고 멍하니 생각했다.

“영이가 괴롭힌 게 아니면….”

영은 툭하면 균을 밀고, 괴롭혔다. 성격이 자기와 똑같은 균은 그때마다 화도 못 내고 엉엉 우는 게 고작이었다. 제발 그만 좀 때리라고 해도 영은 공부한 걸 몸으로 복습한다며, 균을 세워놓고 주먹질을 했다. 그래서 균에게 ‘너도 때려도 된단다.’라고 말했지만, 균은 순한 얼굴로 눈물을 톡톡 떨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영이가 다치면 어떡하지요, 어머니?’

황제와 같은 얼굴이 둘인데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 한 놈은 영악한 꼬맹이였고, 다른 놈은 맹했다. 강은 황제가 달래주는 사이 울음을 그친 균을 보았다. 균이 눈이 마주치자 헤벌쭉 웃었다. 그 미소에 또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래, 저리 예쁘고 귀여운데…. 성격이 맹한 것도 나중에 차차 고쳐지겠지. 강은 태평하게 생각하며 잡아달라는 영의 손을 맞잡았다. 너무 작은 손이 보들보들해서 귀여웠다. 황제는 균을 안고, 강은 영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었다. 그들은 예월궁이 아닌 석반이 준비된 송요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있잖아요, 어머니. 오늘 어머니가 폐하와 말을 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균이도 자기가 말을 타고 싶다며 막 울지 뭐예요?”

말을 탄다. 그 단어에 강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 누각을 가게 된 연유도, 황제가 오랜만에 둘이서 말을 타자며 자신을 유혹했기 때문이었다. 배가 불러 이동이 힘들어, 한동안 말을 타지 않아 몸이 쑤셨다. 그걸 알아챈 황제가 자신이 잡아주겠다며 데리고 갔는데…. 말 위에서 자꾸 음험한 짓을 하기에 그를 끌고 누각으로 간 것이었다.

누각에서 했던 음탕한 정사가 생각나자 얼굴이 붉어졌다. 영은 석양을 받은 어머니의 얼굴을 빤히 보며 배시시 웃었다.

“어머니, 말을 잘 타셨나요?”

아이의 순한 물음이 이렇게 마음에 직격으로 오다니. 강은 아이의 손을 놓을 뻔했다. 강이 타고난 반사 신경으로 몸을 다잡았으나 살짝 비틀거렸다. 만삭의 몸으로 계단을 오르던 강을 받쳐준 건, 균을 내려놓고 온 황제였다. 황제는 뒤에서 강의 허리를 감싼 채,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보는 영과 균에게 명령을 내렸다.

“서로 손을 잡거라.”

“싫어요! 균이는 자꾸 운단 말이에요! 눈물을 소자가 닦아줘야 하는데, 더럽단 말이에요!”

그 말을 들은 균이 충격을 받은 듯, “나, 나는 더럽지 않아!”라고 소리쳤으나 그 누구도 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영이 씩씩거리며 사납게 일갈하자, 황제는 참지 않고 입을 열었다. 강은 참을 수 있어도, 두 아이의 재잘거림은 참을 수 없었다.

“고얀 녀석, 지금 누구 안전이라고 소리를 지른단 말이냐?”

황제가 영의 반항에 낮게 윽박지르는데도 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바마마 앞에서요!”

황제가 고개를 휙 돌려 강을 보았다. 강만 아니었다면. 속으로 중얼거린 황제가 탄식했다.

“영이는 누굴 닮아 저러는지….”

“폐하를 닮았습니다.”

강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자 황제가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자신을 닮은 건 외양뿐이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영이 불쑥 들어와 말을 꺼냈다.

“맞습니다, 아바마마. 소자를 낳은 건 아바마마와 어머니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소자가 누굴 닮았겠습니까? 아바마마지요.”

“영아, 폐하께 무슨 말버릇이냐? 이 어미가 널 그리 가르쳤더냐?”

황제에게 깝죽거리는 영의 태도가 영 마땅치 않아, 강이 나직하게 영을 타일렀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강에게 한 소리 들은 영은 탐탁지 않은 듯 입술을 삐죽였다가, 이내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았다. 균은 찡찡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그 나이보다 잘 울었지만 영은 영특하고 어른스러워 운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영이 갑자기 서럽다는 듯, 균의 손을 잡고 눈물만 소리 없이 뚝뚝 흘리자 강과 황제는 동시에 놀랐다. 강이 황제의 품에서 서서히 나와 영에게 다가가는데, 영이 다가오는 강에게 달려들어 와락 안겼다. 그리고 영이 예쁘장한 얼굴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바마마가 맨날 어머니 괴롭히잖아요!”

“아니란다, 아가야. 아바마마는….”

“다 들었어요! 어머니는 맨날 아바마마랑 계시면 우시는 걸요!”

생각지도 못한 영의 고백에 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에 비해 황제는 태연했다. 영은 뒤에서 어깨를 으쓱이며 싱긋 웃는 황제를 불퉁한 눈으로 쳐다본 후, 강을 순한 얼굴로 보며 징징거렸다.

“어머니, 아바마마는 못된 분이어요. 맨날 어머니를….”

“어허. 폐하께 무슨 말버릇이냐. 항상 폐하께 충성해야 한다고 이 어미가 그랬거늘.”

“어머니, 왜 폐하를 아바마마라고 부르셨어요?”

그때, 가만히 있던 균이 불쑥 다가와 물었다. 강의 얼굴이 백자보다 더 하얗게 질려갔다. 충격으로 몸까지 바들바들 떨었다. 강이 구원자를 찾듯 황제를 보았다. 황제가 절도 있는 걸음으로 다가와, 훌쩍거리는 영과 정말 순전히 궁금해서 눈을 깜박거리는 균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폐하, 신첩이 소원이 있습니다.’

‘무엇이지?’

강은 아이를 낳기 전, 고통에 헐떡거리면서 황제의 손을 부여잡고 애절하게 말했다.

‘아이들에겐…. 진실을 나중에 말씀해주세요.’

황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왜 아이들에게 진실을 나중에 말해야 하는지, 불쾌해하는 얼굴이었다. 강은 왜 그가 그런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강과 함께할 연인사이라는 걸 당당히 알리고 싶어 했다. 왜 계속 숨어야 하는지,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강은 아이들에겐 최대한 진실을 나중에 알려주고 싶었고, 또한 그가 이해해주길 바랐기에 힘이 없는 손을 움직여 그의 뺨을 만졌다. 황제가 천천히 다가와 뺨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그리하마.’

그대가 원하니까.

황제가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그래서 아이를 낳으러 산실에 가기 전, 안심하고 약에 취할 수 있었다. 고통을 최대한 희석해주는 약에 의지해 강은 그의 손을 다시 한번 잡고 속삭였다.

‘사랑해요, 아바마마.’

그래서 아이들이 점점 커가도, 궁인들에게 입단속을 시켰기에 아이들은 황제와 강의 사이가 진짜 혈연 사이며, 심지어 부자지간이라는 것도 몰랐다. 아이들이 언제 그걸 들었는지 몰라 강이 손톱을 뜯으며 불안해했다. 내가 이래서 밖에서 하지 말자고 했는데! 강은 황제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씹었다. 황제가 강을 향해 “어허, 희비. 손을 내려놓게.”라고 말한 후에야 손톱을 뜯은 걸 알고, 민망한 얼굴로 손을 내렸다.

“네 어미는 내 아들이란다.”

“네?”

“예?”

두 아이가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강은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뚝뚝 흘렸다. 배가 알싸하게 아파왔다. 배 속의 아이도 진실을 듣고 놀란 것인지, 발길질을 세게 했다. 강이 비틀거리며 신음을 흘리자, 황제가 매정하게 두 아이를 내버려두고 강에게 다가갔다. 강이 쓰러지듯 황제의 품에 기댔고, 황제는 자연스럽게 강을 받쳐 안았다.

“희비는 나의 아들이며, 나의 연인이고, 너희들의 어미다. 그래서 천자를 아바마마라고 부른 것이다. 이제 이해가 가느냐?”

“폐하….”

강이 떨리는 목소리로 황제를 불렀다. 그만하라는 저의가 담긴 말에도 황제는 묵묵히 강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진실을 감춘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그걸 알고 그대도 천자를 연인으로 택한 것 아닌가? 그 증거로 아이가 셋이나 되거늘.”

맞는 말이었다. 진실은 감추어도 진실이었다. 훗날 알게 되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진실이라면, 차라리 지금 아는 게 낫다는 것인가. 강은 흔들리는 시선으로 황제를 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늘 이렇게 어, 어…. 하는 사이에 황제에게 휘말리니. 정말 큰 문제지만, 도통 해결될 기미가 없기에 강은 황제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폐하.”

“이 아비는, 내 아들을 연모하여 연인으로 만들었다. 그 증거로 너희들이 태어난 것이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영특한 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황제는 무심한 얼굴로 대꾸했다.

“왜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 이리 사랑하는데.”

균도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이제 아이들이 나를 싫어하겠구나. 강은 침울해져 황제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역시, 내 인생에는 아우들도, 아이도 없이 폐하만 있는 건가. 아버지를 연인으로 선택했을 때, 모두가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보았는지 알기에 강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럴수록 상처 받는 건 자신이었으니까.

“너무하세요.”

영이 씩씩거렸다. 어떻게 아버지가 되어서 저렇게 나쁠 수가 있을까! 자기 아들이고, 사랑한다면 더 아껴줘야지! 어머니가 싫어하는 걸 뻔히 알면서 화원에서 그리 울린 황제였다. 용서할 수 없었다. 어머니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영이 주먹을 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가 어떻게 아들을 그리 괴롭히죠? 어머니는 저희들을 괴롭히지 않으셨어요. 역시, 폐하는 나쁜 분이에요! 어머니만 울리고!”

강의 눈이 커졌다. 영은 주먹까지 움켜쥐며 화를 냈다. 균은 황제의 서슬 퍼런 시선에 겁을 먹고, 영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강은 황제의 품에 안겨 자식들을 보다가 그만 웃고 말았다.

그냥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언제 울었냐는 듯, 화를 버럭 내며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영이나, 울보이면서 영을 만류하는 균이나, 그런 아이들과 진심으로 싸울 채비를 하는 황제나.

“그만하세요, 폐하.”

세 사람은 기분이 회복되어 원래의 강으로 돌아온 희비를 보며 얼굴에 화색을 띄웠다. 특히 영이 굳건한 얼굴로 씩씩하게 웃으며 강에게 다가와 손을 잡아끌었다. 황제가 “어허!” 하며 다그쳤으나, 강은 황제의 품에서 내려와 영에게 손을 건네주었다.

“이 어미가…. 너의 형인데, 괜찮으냐?”

“어머니야말로, 아바마마가 괴롭히는데 괜찮으세요? 그날, 엄청 우셨….”

강은 아이가 말한 그 울었다는 날이 무엇인지 슬슬 알아채고, 쓰게 웃으며 검지로 입술을 막았다. 태동도 조금씩 나아져, 숨 쉬기가 아까보다 수월했다. 강은 어여쁜 금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보며 웃는 아이를 보고 동경을 보듯 웃었다.

황제를 그렇게 쏙 빼닮더니, 자신을 좋아하는 것도 닮았다. 이러다가 폐하가 질투하겠는걸.

“쉿. 괜찮으니, 이제 조용히.”

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강의 근처에 서서 자신과 어머니 사이를 째려보는 황제를 보고 씩 웃더니, 보란 듯이 강의 목에 팔을 둘렀다. 황제가 하, 하고 짧게 웃었다.

건방져, 역시 너무 건방져…. 누굴 닮아서 저러지?

황제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대놓고 질투하자니 강과 영, 균이 한심하게 볼까 봐 그러지도 못했다. 최대한 어른스럽게 팔짱을 낀 채 너그러운 척 둘을 보는데, 영은 황제에게 시선을 고정하고서 강의 귀에 대고 입술을 속삭였다.

“아바마마가 괴롭히면 말씀하세요. 소자가 어머니를 지켜드리겠습니다.”

황제는 정말 어이가 없어 얼굴에 비웃음을 담았다. 정작 강은 귀여운 아이의 장난이라 생각했는지,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영의 볼을 쓰다듬었다.

“고맙구나.”

“어머니, 배고파요.”

거의 대부분의 행동이 엉뚱한 균이 강의 소매를 잡으며 송요전을 가리켰다.

“배고파요, 아바마마. 소자는 맛있는 송어가 먹고 싶습니다. 오늘 석반에 송어가 나온다고….”

늑대는 늑대인지, 아이들은 생선이나 고기를 무척 좋아했다. 사소한 습성까지 황제를 닮은 아이들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강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영과 균이 강의 양옆에서 손을 맞잡고 계단을 올랐다. 황제는 세 사람의 앞에서 위엄 넘치는 군주답게 걸었다.

늦봄의 더위가 가시고, 거기에 추위가 서리자 황제가 입고 있던 장의를 벗어 강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강은 그의 장의에서 나오는 체취를 맡으며 소담스럽게 웃었다. 아이들은 시큰둥하게 보던 황제도, 강의 애교 어린 행동에 살짝 웃었다.

홍염 (紅炎) 외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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