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 절반(1).
* * *
“이제 됐지?”
정신을 차린 애쉬가 내 자지를 핥았다.
정액으로 범벅인 자지를 깨끗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에 쥐었다.
“…….”
축 늘어진 고추는 애쉬의 한 손에 쏙 들어갔다.
수줍게 자리 잡았다.
애쉬가 마나를 일으켰다.
그녀의 마력에 반응하여, 정조대의 케이스가 씌워졌다.
내 자지에 다시 정조대가 채워진 것이다.
묵직한 감각이 자지를 감쌌다.
묘한 무게감이 낯설지 않았다.
이제는 없으면 허전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내 자지에 정조대를 채우고서, 애쉬가 투덜거렸다.
“도대체 얼마나 해댄 거야.”
애쉬는 자기 등허리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온몸이 뻐근한 듯 이리저리 몸을 풀어댔다.
“허리가 아파. 아래도 퉁퉁 붓고 쓰려. 차라리 악마를 잡는 게 널 상대하는 것보다 쉬울 것 같아.”
애쉬가 미간을 좁히며 나를 쳐다봤다.
빤히 보는 시선에서 책망이 느껴졌다.
너무 오래하는 것을 문제 삼으며 나무라고 있었다.
나로서는 억울한 말이다.
“네가 허락해준 거잖아. 고블린 일곱 마리 죽이면, 마음껏 하게 해준다고….”
“정도가 있는 거지. 아무리 태양뱀 독에 절어져 있다고 해도, 이렇게 해댈 줄은 몰랐다고.”
애쉬의 자궁에 잔뜩 사정했다.
정액의 이물감이 느껴지는지, 애쉬는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실소를 흘렸다.
“당분간은 생각도 안 날 것 같아. 아무런 성욕도 안 느껴져. 이게 그, 현자 타임이라는 건가?”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난 아직도 배가 고픈데.”
애쉬가 고개를 저으며 거부의사를 표현했다.
표정을 보니 진심으로 해탈한 듯 보였다.
쉬지 않고 박아댄 결과였다.
할 말이 없었다.
성욕 해소를 지나치게 하는 바람에, 섹스 생각이 안 난다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고 다시 활활 타오르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나는 주제를 돌렸다.
“그래서 오늘, 비앙카 찾아 갈 생각이지?”
“응.”
비앙카는 우리에게 날짜, 시간, 장소를 다 알려주었다.
자신이 어떤 계획을 꾸미고 있는지도.
전부 쪽지에 적어서 전달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상한 행동이었다.
용사 파티에게 자수 비슷한 짓을 하는 흑마술사라니.
당연히 원작에 없는 이벤트였다.
나나 애쉬 때문에 생기는 일인 것이다.
애쉬가 말했다.
“찾아가서 깽판 칠 생각이야. 뭘 노리고 나한테 알려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년 마음대로 흘러가도록 두진 않아.”
세계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다.
애쉬는 비앙카를 괴롭히기 위해서 움직일 생각이었다.
비앙카를 귀찮게 할 수 있다면, 수백이 죽어도 개의치 않으리라.
애쉬 성격상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목표를 달성할 수만 있다면, 주위에서 어떤 피해를 입어도 신경 안 쓰는 타입이었다.
‘회귀 전에는 그 성격 탓에 동료가 없었을 테지.’
까칠하고 지랄 맞은 성격, 이기적이며 냉소적인 태도, 용사로서 가져야 할 사명감이 전혀 없다.
원작에서 애쉬가 고립되는 이유다.
죽어서 헤어지는 동료, 애쉬의 폭력적인 행동을 참지 못하고 떠나는 동료, 하나둘 쌓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애쉬의 평판이 나락을 가고, 더 이상 곁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
‘과거의 내가 어떻게 그 벽을 허물고 애쉬와 인연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달달하게 꿀을 빨고 있다.
애쉬의 목적과 목표가 강아진이라는 남자에게 고정되는 순간부터, 애쉬는 주변을 살피지 않고 저돌적으로 행동했다.
나를 손에 넣기 위해 웬만한 일들은 서슴지 않고 저질렀다.
어찌나 든든한지 모른다.
이 위험한 세상에서 나를 위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자지에 정조대가 채워져 있어도, 얌전히 애쉬를 따라다닐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려고?”
“…….”
애쉬에게 물었다.
비앙카를 어떻게 족칠 생각이냐고.
애쉬가 말했다.
“비앙카는 악마 소환을 하겠다고 말했지.”
“아주 대놓고, 마을 하나를 날려버리겠다고 했지.”
“악마를 소환한다는 사실을 왜 말해준 걸까? 나한테 말하면, 헛고생이 된다는 걸 알 텐데 말이야.”
애쉬는 나를 빤히 바라봤다.
나보고 이유를 말하라는 것 같았다.
“예언자잖아. 따로 보이는 것 없어?”
“음….”
과거의 나는 예언자 코스프레를 했다.
원작 내용을 써먹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의미가 없어졌다.
애쉬는 지나치게 강해졌고, 원작은 진즉에 뒤틀렸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가치가 없다.
예언자를 흉내 내도 효과가 있을까 의문이다.
나는 멋쩍게 대답했다.
“없는데….”
“예언이 별로 발동이 안 되네. 나 때문인가?”
애쉬는 내 예언 능력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압도적인 힘을 손에 쥐고 있는데, 예언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애쉬가 선택하는 길이 곧 미래인데 말이다.
“악마 소환을 밝혔다. 그럼 두 가지를 떠올려볼 수 있겠지.”
애쉬는 검지와 중지를 펼치고 말했다.
“악마 소환이 페이크. 나를 낚은 다음에 본 계획을 실행할 생각인 거야. 그런데 이 경우에는, 장소와 시간도 믿을 수가 없게 돼.”
“그러네.”
“두 번째는 모든 말이 진실인 경우. 비앙카가 날짜, 시간, 장소, 전부 사실만을 말한 거지.”
“왜?”
일단, 첫 번째의 경우는 우리가 고민할 필요가 없다.
흑마술사들은 늘 용사들을 속이고 뒤통수를 쳐왔다.
근데 그 놈들이 대충 던진 말과 정보에 휘둘린다?
풋내기 용사들이나 당할 법한 멍청한 짓이었다.
애쉬가 고려해야 할 것은 두 번째의 경우.
비앙카가 진실만을 말한 경우였다.
“왜 진짜로 정보를 뿌린 건지, 그 의도를 고민해봐야겠지.”
비앙카의 의도, 목적.
“아.”
비앙카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작에서 가끔 루크를 도와줄 뿐인 조연 캐릭터니까.
독자라고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복수.”
비앙카는 복수를 위해 움직인다.
그 복수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결국에는 이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끝까지 살아남아 복수를 해내는 것.
지금의 비앙카를 움직이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애쉬가 고개를 주억였다.
“이 짓거리도 다 복수를 위해서 벌이는 일이겠지.”
“너, 비앙카랑 만났을 때, 아는 듯이 반응하지 않았어?”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지기 전에 만난 적이 있거나.
아니면 회귀 전에 인연이 있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회귀하기 전에 만났었어. 복수를 끝마치고 반쯤 죽은 눈빛으로 돌아다니던…. 그 년을 마주쳤지.”
“복수를 끝마쳤을 때면…?”
“마왕 바알을 죽이고 난 이후.”
애쉬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애쉬에게 있어, 그 당시의 일들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인 듯했다.
“그 년이 회귀에 대한 단서를 줬어. 나로서는 회귀라는 가능성을 전혀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거든. 지나가듯 한 마디 던진 거겠지만, 나름 도움이 됐지.”
“…비앙카가 회귀를?”
“살리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과거로 돌아가면 되지 않아? 따위의 말투로 말을 했는데…. 자기 일 아니라고 막 말한 거겠지. 아마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야.”
애쉬가 혀를 끌끌 찼다.
“비앙카 덕분에 널 만나게 된 건 사실이니까. 너한테 못된 짓을 했지만, 고문은 하지 않을 생각이야. 내 나름대로 은혜를 갚아…. 아프지 않게 보내줘야겠지.”
애쉬는 결심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눈에서 살기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비앙카의 복수가 무엇인지, 그건 모르나?”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애쉬가 시큰둥하게 답했다.
“복수는 대부분, 누군가를 죽이는 것으로 끝나. 용서하지 않는 이상은 결말이 정해져 있어. 비앙카도 마찬가지겠지.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거야.”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고. 그러면 왜 흑마술사로서, 용사에게 이상한 정보를 흘리고 하는 거지?”
“복수를 위해 필요한 일이니까.”
애쉬는 성검을 챙겨 들었다.
“일단 비앙카가 고지한 장소로 가서 대기하고 있자. 일이 터지면 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아스페라톤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그 현장에 있는 것이 훨씬 나았다.
반응하기도 편하고, 판단 내리기가 수월하다.
교단 지부로 향했다.
텔레포트 마법사를 대동할 생각이다.
텔레포트 마법사는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두고 있었다.
애쉬에게 배정된 고급 서포터, 용사 개인을 위한 마법사였다.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용사님?”
“셀논으로. 작은 마을이야.”
“혹시 아스페라톤 근처입니까?”
텔레포트 마법사가 주섬주섬 지도를 꺼냈다.
위치좌표를 확인하기 위핸 대륙 서부 지도였다.
“지도에서 찾아주실 수 있으십니까?”
“…….”
애쉬는 가지고 있던 쪽지를 꺼냈다.
그곳에는 위치 좌표까지 친절하게 적혀 있었다.
비앙카는 작정하고 모든 것을 알려준 것이다.
“좌표가 있네요. 이동하겠습니다.”
텔레포트 마법사가 텔레포트를 발동했다.
마력이 우리를 감싸고, 순식간에 이동시킨다.
눈 깜빡 할 사이, 처음 보는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는 흑마술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 무리의 중심에는 비앙카가 고고하게 서서, 한창 일을 주도하는 중이었다.
‘진짜, 진실만을 알려줬네.’
숨기는 것 하나 없이 용사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되면, 비앙카의 의도는 악마 소환을 막아달라는 것에 가까웠다.
“읏….”
심장에 새겨진 맹약이 반응한다.
비앙카와 가까워지니까, 몸에서 열기가 치솟았다.
시야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발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애쉬는 비앙카를 노려보며 성검을 뽑아들었다.
텔레포트 마법사가 놀란 눈으로 애쉬를 흘겼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내신 겁니까? 흑마술사들이 이런 짓을 벌이고 있다니….”
대답하지 않았다.
흑마술사 비앙카가 스스로 알려주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애쉬는 입을 꾹 다물고 비앙카를 향해 소리쳤다.
“비앙카!”
비앙카가 고개를 돌렸다.
이쪽을 바라본다.
두 팔을 아래로 벌리며 활짝 웃는다.
“용사님, 저를 믿고 와주셨네요? 조금 일찍 찾아와서 준비가 덜 된 상태지만.”
안대 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히죽 올라간 입 꼬리를 통해 미소를 유추할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 희열을 느끼는 듯했다.
“강아지도 데리고…. 오랜만이야, 강아지야.”
비앙카는 나를 향해서도 손을 흔들었다.
친구라도 되는 것 마냥 내게 인사했다.
나는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음음, 꽤 길게 헤어져 있어서 그런가? 어색해하는 것 같네. 괜찮아. 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의미니까.”
“누가 너랑 가까워진다고, 이 시발년아?”
애쉬가 버럭 화를 내질렀다.
하지만, 비앙카를 베어내진 못했다.
영혼공유의 술식 탓에, 차마 건드릴 수가 없었다.
애쉬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비앙카를 노려봤다.
비앙카가 말했다.
“저랑 강아지랑 친해져야죠. 서로 첫 경험을 나눈 사이인데, 너무 멀게 지내면 슬프잖아요.”
“뭐?”
“서로의 첫 경험을 나누었다고요. 저는 제 처녀성을 강아지에게 주었고, 강아지는 자신의 동정을 제게 바쳤죠. 남성으로서 절대 잊지 못할 첫 경험일 거예요.”
“…….”
파악!
화를 참지 못한 애쉬가 포탄처럼 쏘아졌다.
비앙카를 제외한 흑마술사들을 베어냈다.
“꺄아!”
“…죽이지는 못해도, 붙잡아둘 수는 있어. 이 씨발, 좆같은 년아.”
애쉬는 비앙카를 제압했다.
몸으로 짓누르고 깔아뭉갰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러면서도, 상처가 나지 않도록 힘을 조절했다.
덕분에 내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용사님, 용사님. 악마 소환은 이미 진행되고 있어요. 뒤에 친구들이 죽으면 작동하도록 설계를 해뒀거든요.”
비앙카는 애쉬에게 깔린 채로 낄낄거리며 웃었다.
바닥에 새겨진 마법진이 강렬하게 빛을 뿜어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