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실전(5).
* * *
약속된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갔다.
오늘 하루, 지루한 수련에 종지부를 찍는다.
‘레벨이 6으로 올랐어.’
애쉬에게 뚜드려 맞는 것이 익숙해질 때쯤 레벨 업에 가속이 붙었다.
지금까지 얻어터지느라 고생했다는 듯 시스템이 레벨을 올려주었다.
덕분에, 지금 레벨은 무려 6이나 된다.
레벨이 올랐지만, 딱히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은 안 들었다.
클래스가 전사라도 됐다면, 그 변화를 확실하게 느꼈을 텐데.
도둑이라서 차이점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체력이 늘었다.
섹스를 할 때, 조금 더 오래 버틸 수가 있었다.
반응속도도 빨라졌다.
애쉬에게 100대 얻어맞을 것을 99대 맞고 끝냈을 정도로, 엄청 체감이 되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애쉬를 이길 수가 없었다.
제자리에서 목검만 붕붕 휘두르고 있는데도, 애쉬에게 닿는 것은 불가능했다.
‘무슨 수가 없을까?’
이대로 가면 큰일이다.
내기에서 승리했다는 이유로 소원을 강탈하고, 제멋대로 합법이라며 자기합리화를 한 후, 나를 강제로 범하려고 할 것이다.
내가 따먹히는 것은 크게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애쉬의 애널버진.
두 번째 순결, 똥구멍 처녀막을 뚫을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언제 다시 노려볼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
“점심 먹고 다시 하자.”
오전 내내 바닥을 굴렀다.
낙법 실력이 제법 많이 늘었다.
딱히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덜 아프기 위해 내 몸이 ‘잘’ 구르기 시작했다.
레벨 업 시스템은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그래도 내 기술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다.
실전에서 쓰기에는 아주 보잘 것 없는 수준에 가깝지만, 언젠가는 도움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용사의 무자비한 폭력을 견딜 수가 없었다.
“놉.”
애쉬가 자연스레 내게 다가왔다.
내 바지를 당연하다는 듯 벗기려고 했다.
나는 그런 애쉬의 손길을 막아 세우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집중해야겠어.”
“…뭐?”
내기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만큼은 내 컨디션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애쉬는 실소를 흘리며 내 손을 떼어냈다.
제법 날카롭게 나를 쳐냈다.
“지랄 마, 병신아.”
“에…?”
“네 몸이랑 자지는 내 거야. 네가 싫다고 해서 내가 봐줘야 할 이유는 없어. 내 거니까.”
애쉬가 내 바지 허리끈을 거칠게 풀었다.
반쯤 끌어내리고, 내 불알을 주물럭거렸다.
다시 한 번, 애쉬의 나쁜 손을 막으려 했다.
그러자 훅 들어오는 명령 한 마디.
“차렷.”
“…….”
내 몸뚱어리는 애쉬의 말을 따랐다.
나도 모르게 손을 머리 위에 얹고, 자지 만지기 쉽도록 다리를 벌렸다.
“흐흫.”
애쉬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내 불알을 조물조물 만져댔다.
발기 통제 각인이 없어서 자지가 자꾸 발기되려고 했다.
정조대의 압박감이 불쾌하게 다가왔다.
‘생각해내라.’
애쉬를 이길 수 있는 방법에 무엇이 있을까.
내 몸뚱어리로는 애쉬의 신체능력을 앞설 수 없다.
다른 방식의 공격을 사용해야 했다.
‘쥐어짜내.’
마침 애쉬가 내 불알을 움켜쥐고 짜내려 하고 있다.
정조대를 해제하고, 발기한 자지를 츄릇츄릇 빨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더러운 상태인데 아랑곳하지 않았다.
땡볕 아래에서 헤매다가 물그릇을 발견한 길고양이 마냥 허겁지겁 귀두를 핥아댔다.
부글부글 끓는 사정욕구를 참아내며, 애쉬 뒤통수를 딱 때릴 수 있는 방법을….
‘애쉬를 움직이게 할 방법이 없나?’
무조건 내가 애쉬에게 닿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애쉬가 스스로 제안한 제약.
움직이지 않겠다는 페널티를 깨버려도 내 승리다.
‘…….’
눈을 꾹 감고, 가능성을 점쳐본다.
가능성이 있나?
이런 병신 같은 발상에 천하의 애쉬가 낚일까?
‘시도해서 나쁠 건 없어.’
나한테 손해는 없다.
패배가 확정시된 상황인데, 뭔들 못할까.
“애쉬. 나 쌀 것 같은데.”
“안 돼. 싸지마.”
“주인님. 싸게 해주세요.”
내 입에서 주인님이란 호칭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다 부질없는 싸움이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애쉬가 잠깐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최대한 간절하게 불쌍한 눈빛으로 애쉬와 시선을 마주했다.
“싫어. 어디서 동정심 자극, 불쌍한 척이야. 콱 씨! 물어뜯는다?”
“…그러면 아기 못 만드는데.”
“닥쳐어!”
“아앜…!”
자기 불리하니까 불알을 세게 쥐어뜯는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후들후들 떨렸다.
그래도 주저앉지는 않았다.
앉을 수가 없었다.
애쉬가 나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식사 왔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사제님.
힐다가 식사를 가지고 왔다.
‘저 사제도 망가졌군.’
이쪽을 빤히 흘기면서,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관심 있는 것 같은 표정을 보아하니, 괴상한 취향이 생긴 것 같다.
이 세계 남자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S끼의 성벽….
“애쉬, 이제 그만….”
“…….”
나는 힘차게 버둥거려 애쉬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애쉬가 놓아준 것에 가까웠다.
“마지막 날이니까. 이쯤 하고 봐줄게.”
“…그거 참 고맙네.”
“이리와. 정조대 채워야 하니까.”
애쉬 앞으로 다가갔다.
발기한 자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애쉬는 내 자지를 눈앞에 두고 말했다.
“오늘 밤에 귀염 받을 준비 됐어?”
“나야 뭐, 언제든 준비 됐지. 첫날부터 말했잖아. 해보고 싶으면 말하라고.”
“…….”
“애쉬 너라면, 나는 내 엉덩이도 기꺼이 내어줄 수 있어.”
단단하던 자지가 축 늘어졌다.
앙증맞게 작아진 자지에, 분홍색 케이스가 씌워졌다.
“뭐래.”
애쉬가 내 자지를 툭 치면서 몸을 일으켰다.
등을 돌리고, 점심 식사를 향해 나아갔다.
귓불이 묘하게 붉게 보였다.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먹자마자 움직여서, 몸에 이로울 게 없었다.
잠깐 쉬어주고 다시 수련을 이어서 진행했다.
애쉬는 제자리에 서서 목검을 가지고 놀았다.
작고 고운 손 안에서 목검이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떨어뜨리지 않고 컨트롤하는데, 진심으로 신기했다.
“윽…!”
“그래도 움직임이 부드러워졌어. 계속 구른 보람이 있네.”
애쉬의 목검과 단검이 부딪칠 때마다 내 몸을 통제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있는 힘껏 힘을 줄수록 그만큼 반동이 심해졌다.
애쉬가 가볍게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데, 쉽지가 않았다.
‘천천히 하나하나.’
단순한 접근법으로는 애쉬를 이길 수 없다.
내 레벨과 기술로, 애쉬에게 닿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점을 비틀어야 한다.
내가 쥐고 있는 무기를 떠올리고, 이기기 위해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
“허억, 허억. 후우우….”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
잠깐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수련이다.
휴식도 없이 몰아치지는 않는다.
그래도 최대한 짧게 쉬려고 노력했다.
기습적으로 애쉬를 향해 쇄도한다.
단검을 힘차게 휘두르면, 애쉬가 가뿐하게 막아낸다.
카각!
“조금 더 분발해야지? 내가 이기면 뒤에도 정조대 채울 거야. 마개로 구멍을 막아둘 거라고. 응? 그렇게 되고 싶진 않지? 그럼 열심히 해!”
“끼에엑!”
순간, 애쉬가 목검을 비틀었다.
칼날끼리 맞대고 있는 상태로 검을 뒤집으니, 힘의 방향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내 몸이 아래로 고꾸라졌다.
얼굴이 갈릴 수도 있는 상황, 잽싸게 몸을 말아서 구른다.
곧장 자세를 회복하고 다시 달려들었다.
“좋아, 좋아! 체력도 좋아졌고, 반응속도도 빨라. 나쁘지 않아!”
애쉬는 손뼉을 마주치며 내 단검을 흘렸다.
검끼리 마주치기도 전에, 내 몸은 애쉬의 곁을 스쳐지나간다.
눈 뜨고 보니 바닥을 뒹굴고 있다.
땀에 흠뻑 젖었다.
바지도 벗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상의탈의까지가 내 마지노선이다.
볼텐 기사들의 저택에서도 바지는 벗지 않았다.
‘슬슬, 준비를 해야겠어.’
진짜 같은 연기가 필수.
애쉬를 낚기 위해 리얼리티가 생명이다.
내 몸뚱어리를 제물로 바쳐 실행하는 작전.
강아진 필살 오의라고 봐도 무방했다.
“뭐해? 또 잠깐 쉬려고?”
“…….”
애쉬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물었다.
애쉬의 발 주변에 그려진 원, 그 위치에서 움직이질 않았다.
궁금한 표정을 지을 뿐, 딱히 내 가까이 오거나 하진 못했다.
내기에 걸린 제약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애쉬와 거리를 벌리고 심호흡을 했다.
나름 큰 공격을 할 생각이라고, 마구 어필했다.
애쉬가 조금이나마 긴장해주길 바라면서.
“하아암….”
애쉬는 나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졸린 듯이 하품 하는 척 하면서, 도발했다.
귀여운 도발에 걸려줄 생각이 없다.
미동조차 보여주지 않고 낮아진 텐션을 유지했다.
“대체 뭘 하려고, 그렇게 시간을 끄는 거야?”
그런 나에게 애쉬가 관심을 보인다.
“그런 자세를 잡는다고 해서 나한테 닿을 수나 있을 것 같아?”
“…….”
“나, 애쉬 그레이필드, 용사야. 교단에서 S랭크, 최강이라고 부른다고. 너도 예언자니까 알잖아.”
과거의 나는 예언자 코스프레를 했다.
아마 원작 내용을 이용하기 위해서이리라.
“내가 결국 어떤 일을 해내는지, 아직 못 본 거야? 마왕 바알을 잡는 미래…. 흠? 아아, 그래서 요즘 버릇없게 대들고 그러는 건가? 아직 아무것도 못 봐서?”
애쉬가 잠깐 생각에 잠겼다.
“내 생각이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네. 예언자라고 해서 모든 미래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자신이 납치당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겠지.”
애쉬는 고개를 주억이며, 자신의 가설을 확신했다.
나는 그런 애쉬를 향해 뛰어들었다.
작전개시의 순간.
“느려, 느리다고!”
애쉬의 입 꼬리가 쭈욱 올라간다.
거의 광소에 가깝게 웃는데, 소름이 끼쳤다.
“힘 대결이라도 하게? 나야 좋지이!”
단검을 휘둘렀다.
애쉬가 맞받아쳤다.
‘힘을 받아들여. 용기를 내!’
평소보다 조금 더 멀리 나가떨어지면 된다.
애쉬 주위에서 구르는 것이 아니라 격하게 뒹굴 필요가 있다.
“커헉!”
손아귀에서 찌르르 흐르는 통증을 가슴 깊이 담아 토해냈다.
고통 섞인 한숨을 뱉으며, 뒤로 힘차게 몸을 던졌다.
신명나게 굴러볼 생각이었다.
애쉬가 걱정하면서 제 발로 나오도록.
그 순간, 팔찌가 진동했다.
드레이크에게서 약탈한 팔찌….
[‘소망(A)’이 발동되었습니다.]
무슨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감정’을 하지 못한 상태라서 그냥 장식품에 가까웠다.
언젠가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그 결과, 효과도 모르는 스킬이 발동되었다.
‘소망’, 무려 A랭크의 스킬.
‘큽…!’
충격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힘이 내 단검에 부딪치며, 내 몸을 거칠게 밀었다.
공중에 떠올랐다.
“끄, 아…!”
내 몸뚱어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낙법도 하지 못해서, 시발, 너무 아프게 굴렀다.
“아으, 윽…!”
눈이 안 떠진다.
무슨 꼴을 당한 건지 모르겠다.
“강아지, 뭐해. 너무 오버하면서 날아가는 거 아니야?”
애쉬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꽤 멀게 들리는 것을 보니까, 생각보다 멀리 날아온 모양이다.
다치지 않고 멀쩡하긴 한 건지 걱정이 들었다.
‘…어?’
몸이 안 움직여진다.
몸에 힘이 안 들어갔다.
고통이 적어서 괜찮으리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완전히 맛이 가버린 듯했다.
‘아니네.’
팔찌가 진동한다.
그러자, 금방 몸의 기능이 돌아왔다.
‘소망’의 효과가 어떤 것인지 대강 느낌이 왔다.
“강아진?”
“…….”
“놀리지 말고, 빨리 일어나.”
명령에 가까운 말투.
화내듯이 소리쳤다.
나는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망’ 스킬이 도와준 덕분에, 리얼하게 연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다행이다.
애쉬의 목소리에 옅게나마 다급함이 서리기 시작했다.
“…강아진!”
애쉬가 단호하게 원에서 벗어났다.
얌전히 엎드려 있는 나를 향해 냉큼 날아와, 내 상태를 확인했다.
“강아진…?”
내 몸이 뒤집혔다.
애쉬가 팔로 내 머리를 받치고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슬며시 눈을 뜨고, 애쉬를 마주했다.
애쉬의 눈망울이 물기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뭔가 잘못된 것을 느꼈지만, 내 입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이겼다. 인정?”
“…….”
내가 멀쩡한 것을 확인한 애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를 꽉 끌어안았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
애쉬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너무 심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