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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여)용사가 집착함-84화 (84/109)
  • 〈 84화 〉 실전(2).

    * * *

    내기가 성립됐다.

    애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혹시라도 내가 내기를 안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한 듯했다.

    ‘자기가 따먹힐 수도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군.’

    애쉬의 똥구멍이라니.

    생각만 해도 군침이 싹 돈다.

    어떻게든 승리한다.

    정정당당하게 승부에서 이기고, 소원을 요구할 것이다.

    그래서 애쉬의 엉덩이에 코를 박고 죽고 말리라….

    그런 보상이라면, 그 어떤 험난한 고난도 이해 가능하다.

    뒷구멍에 박히는 것이 아닌 뒷구멍에 박는 것.

    비록 첫 경험이지만 잘 해낼 자신이 있다.

    나는 단검을 쥐고 애쉬를 향해 겨누었다.

    나름 자세를 잡았다.

    애쉬는 나를 따라 목검을 들었다.

    한 손으로 대충, 설렁설렁 흔든다.

    도발이라도 하듯 나를 약 올렸다.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그 자리에서 다리 안 떼는 거, 맞지?”

    “응.”

    제자리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내 공격을 막거나 흘리거나 피하겠다.

    애쉬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난 딱 한 번만, 너한테 닿으면 되는 거고?”

    “그 단검으로 나를 베면 돼.”

    “위험할 것 같은데.”

    “…….”

    괜한 걱정이라는 듯 애쉬가 피식 웃었다.

    “베면 된다고 말을 했지만…. 표현이 그런 것뿐이야. 그 단검으로 나를 베는 건 무리니까. 인정사정 봐주지 말고 덤벼.”

    “…….”

    “아니면, 나한테 안기고 싶은 걸까? 흐흫….”

    이상한 생각이라도 하는 것인지, 애쉬의 광대가 요란하게 들썩였다.

    어울리지 않게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상냥하게 넣어줄게. 처음이지만, 아프지 않게 잘 풀어줄 거고….”

    애쉬는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쳤다.

    시뻘게진 얼굴을 보아 하니, 벌써 몇 번이고 범한 모양이다.

    침대 위에서 서로의 땀에 흠뻑 젖어서 더 이상은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나는 그런 애쉬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래에서 박히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애쉬다.

    그 사실을 상기시켜주겠다.

    애쉬의 꿈을 수정하기 위해 움직였다.

    빠악­!

    “끼에엑…!”

    애쉬는 날렵하게 허리를 비틀고, 나를 후려쳤다.

    목검이 둔탁한 힘을 자랑하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바닥을 한 바퀴 거세게 굴렀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아, 아파…!”

    생각보다 존나 아프다.

    팔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큰 고통이 밀려왔다.

    나는 어깨를 부여잡고 애쉬를 노려봤다.

    “강아지. 나 진심으로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진심으로 덤벼.”

    애쉬가 나를 내려다본다.

    그 시선에는 묘한 열망과 진심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나한테 개처럼 박히고 싶다면, 설렁설렁 해도 좋고.”

    애쉬는 혀를 날름거리며 입술을 훑었다.

    입맛을 다시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벌써 승리를 확신하는 듯했다.

    “그럴 리가 있나. 남자는 창, 여자는 방패. 박는 건 남자의 역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한 합으로 깨달은 것이 있다.

    웬만한 각오로는 애쉬에게 닿을 수 없다.

    뒷구멍을 또 다시 따먹히고 말 것이다.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하듯이, 수련도 마찬가지.’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의지를 다져야 했다.

    강해지고자 하는 이유를 떠올렸다.

    비앙카의 페니반이 내 뒷구멍을 쑤시던 감각….

    서늘하게 기억났다.

    어정쩡한 상태로는 나아지는 것이 없다.

    다음번에는 페니반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봤다.

    비앙카보다 더 적대적인 인물이 등장하고, 그가 내게 검을 휘두른다.

    치열한 사투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내 부족한 실력으론 그를 막을 수 없다.

    종국에, 상대의 검이 내 복부를 찌르게 될지도 모른다.

    배가 갈라지고 피가 쏟아진다.

    죽음이 내 앞에서 빛을 반짝였다.

    끔찍하다.

    차라리 뒤가 뚫렸으면 뚫렸지, 내 목이 날아가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다.

    몸에 힘이 들어갔다.

    애쉬에게서 뒤를 지키는 것은 부가적인 이유다.

    애쉬의 똥구멍을 따먹는 것도 후순위로 넘어간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내 힘을 기르는 것.

    무려 용사 애쉬의 시간을 빌려, 내 몸에 실전감각을 새길 수 있는 기회다.

    놓칠 수 없다.

    애쉬를 향해 단검을 겨누었다.

    자세를 낮추고, 언제든 쇄도할 수 있게 했다.

    애쉬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눈빛이, 장난기 없는 표정. 오랜만에 보네.”

    어딘가 서글픈 눈으로 나를 흘겼다.

    그러다가 눈망울을 옷소매로 벅벅 문질렀다.

    나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발을 굴러, 단숨에 애쉬에게 접근했다.

    애쉬는 잠깐 딴 짓을 하다가도, 금방 자세를 고쳐 잡고 목검을 휘둘렀다.

    유연하게 내 몸을 흘리고 밀쳐냈다.

    일련의 과정, 동작들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눈 뜨고 보니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진짜 치졸하게…. 예상은 했지만, 어이없어서 할 말이 안 나오네.”

    애쉬가 실소를 흘리며 목검을 붕붕 휘둘렀다.

    힘이 실린 목검은 공기를 밀어내며, 살벌한 소리를 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빈틈투성이인데.

    그 영역 안으로 들어가면 옴짝달싹도 할 수가 없다.

    내 허접한 실력으로는 애쉬에게 농락당하는 것이 전부였다.

    ‘덕분에 배우는 것도 있어.’

    목검은 생각보다 더 아프다.

    사람을 패죽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애쉬가 말했다.

    “벌써 지친 건 아니지? 이제 겨우 아침이야. 나가떨어지기엔 많이 이른 시간대라고.”

    “…전혀?”

    당당하게 중얼거리며, 자세를 잡았다.

    단검의 기본은 회피다.

    장검에 비해 가볍고 자유로운 무기니까.

    그 사용법도 달리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야.’

    단검으로 무언가를 막는 것은 한참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나이프 격투….

    생각해보면, 나이프끼리 부딪치는 경우는 잘 없었다.

    해보니까 알겠다.

    시발, 그냥 말도 안 된다.

    ‘진입해서 피한다.’

    내 몸뚱어리로 애쉬의 목검을 회피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일단 해보기로 했다.

    빠악­!

    “앜!”

    애쉬는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질 않았다.

    내가 영역에 들어가면, 반격하는 형식으로 이어갔다.

    반응할 수가 없다.

    애쉬의 범위에 들어가는 순간, 목검은 내 몸을 가격했다.

    계속해서 반복했다.

    맞고 구르고 일어서고.

    맞고 구르고 일어서고.

    수십 차례 반복하다보니, 맞기 직전에 서늘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성과라면 성과였다.

    빠악­!

    “헠!”

    수련….

    이라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는 폭력.

    무자비하다.

    애쉬는 무관용의 자세를 관철하며 나를 두들겼다.

    “아악, 앜…!”

    내 단검은 날카롭다.

    테스트 결과, 무 정도는 가뿐하게 썰어버릴 정도로 예리하다.

    허접한 근력으로라도, 애쉬의 살갗을 피로 적실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닿지를 못했다.

    애쉬가 허락하지 않았다.

    “헤엨, 헤엨…!”

    전신이 땀에 젖었다.

    입고 있던 옷에 자꾸 유두가 쓸려, 쓰라렸다.

    “…슬슬 점심 먹으러 가면 될 것 같네.”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한 애쉬가 자리에서 발을 뗐다.

    오전 단련을 끝내겠다는 의미였다.

    “아이고….”

    처음부터 기대도 안 했다.

    내 실력으로 최강의 용사를 터치할 수 있으리라….

    착각하는 것 자체가 애쉬를 향한 무례였다.

    당연히 예상했던 결과지만, 어딘가 아쉬움을 달랠 수가 없다.

    나는 축축하게 젖은 웃옷을 벗었다.

    땀과 먼지로 무거워진 셔츠를 대충 던져버렸다.

    “이제 좀 살겠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땀이 식으면서 열기를 빼앗아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몸을 닦을 수 있는 수건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교단 사람을 부를 만한 여유가 없다.

    이대로 나가도 괜찮을까.

    상의 탈의 정도는 상관없지 않나?

    그런 걱정들 사이에 문득 드는 생각 하나.

    왜 자연스럽게 상의를 벗은 거지?

    볼텐 기사 저택에서 이상한 것에 물들어버렸다.

    “…….”

    애쉬가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그 발걸음에 거침이 없었다.

    뺨이 발그레 달아올라 있다.

    색깔이 선명해서,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지 눈에 보였다.

    ‘방에 가서 또 한바탕 하겠네.’

    매일 꾸준히 임신 섹스를 하고 있다.

    내 정력이 받쳐주는 데까지 쉬지를 않았다.

    태양뱀 독이 없었다면, 진즉에 리타이어 됐을 것이다.

    잠깐을 참지 못하고 셔츠를 벗어던진 바람에, 점심 식사가 오기 전까지 착정 당하게 생겼다.

    수련을 빙자한 폭력….

    그것에 복수를 할 때가 찾아왔다.

    나는 내던진 셔츠를 주섬주섬 챙겨들고, 수련장 밖으로 나섰다.

    나가려고 했다.

    “강아지.”

    애쉬는 내 손목을 잡고 당겼다.

    보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여기서?”

    나는 손해가 없다.

    자지에 박히면 꼼짝 못하는 것은 애쉬다.

    이리저리 신음을 터트리면, 애쉬만 쪽팔린 것이다.

    나로서는 배려를 해주려고 했다.

    그나마 방에서 하는 편이 덜 부끄러울 테니까.

    방에 가서 할 생각이었다.

    애쉬는 참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성기사단의 수련장에서 그냥 저지를 기세였다.

    애쉬가 나를 힘차게 밀어붙였다.

    애쉬에게 한 걸음씩 물러나던 중,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음을 깨달았다.

    벽이 내 등 뒤를 가로막고 있었다.

    애쉬의 팔이 나를 가두었다.

    “이렇게 땀 잔뜩 흘려놓고 웃옷을 벗어버리면 어떡해? 괴롭혀 달라고 애원하는 거야?”

    “…네가 멋대로 해석해놓고?”

    “강아지. 팔 들어.”

    “……?”

    애쉬는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내가 되물었다.

    “팔을 들라고?”

    “두 손을 깍지 끼고 머리 뒤로 들어.”

    시키는 대로 얌전히 따랐다.

    불편하면서 수치스러운 자세.

    내 흉곽을 훤히 내보이고 있어, 부끄러웠다.

    “오늘부터 수련을 시작하는데…. 강아지, 네 교육도 겸할 생각이야.”

    “교육?”

    “안 좋은 일도 있었고 해서, 내가 많이 봐주고 있었잖아. 이제 다시 잡을 때가 왔어.”

    “…….”

    자지를 괴롭히겠다는 말로 들렸다.

    “나 아니면 발기조차 안 되도록…. 각인 같은 것에 기대지 않고 네 몸에 직접 새겨줄게.”

    애쉬는 내 바지 허리끈을 풀어헤치며, 속삭였다.

    그 손길이 어째서인지 다급하게만 느껴졌다.

    격한 숨을 토해내는 애쉬….

    “하아아….”

    애쉬가 내 바지를 벗겨내고, 쪼그리고 앉았다.

    정조대가 채워진 내 아랫도리를 몽롱하게 쳐다보다, 얼굴을 콱 박고 문질렀다.

    축축하고 습한 자지 냄새를 격하게 맡아댔다.

    스읍­. 하아­. 스읍­. 하아­.

    “찐한 냄새…. 존나 좋아. 운동 시키는 보람이 있네에….”

    애쉬의 호흡, 숨결이 불알에 닿아 흩어졌다.

    몸이 움찔거리며 떨렸다.

    애쉬는 스스로가 만족할 때까지, 내 가랑이 사이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나는 반쯤 만세를 한 자세로 한참이고 서있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제야 애쉬가 나를 놓아주었다.

    “앞으로 차렷하라고 하면, 그렇게 팔 올리고 다리 살짝 벌리는 거야. 알았지?”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흡족하게 웃는 것을 보니 만족스러운 대답인 듯했다.

    “점심 먹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이어서 하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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