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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여)용사가 집착함-82화 (82/109)

〈 82화 〉 악마들의 밤(15).

* * *

애쉬는 자고 있는 강아진의 품에 안겨 있다.

제법 단단한 팔뚝에 머리를 기대고, 규칙적인 호흡과 맥박에 귀를 기울였다.

쿵, 쿵, 쿵­.

심장이 뛰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죽지 않고 자신에게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강해졌다.

과거보다 더 강한 힘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소중한 것을 잃을 뻔했다.

지나치게 안일했다.

강하니까, 당연히 지켜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적들은 항상, 빈틈을 파고 들어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진이를 성장시켜야 해.’

험한 꼴을 당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대비를 해둬야 한다.

자신이 찾으러 갈 때까지는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좋겠다.

애쉬는 곤히 잠든 강아진의 뺨을 어루만졌다.

무엇을 그리도 맛있게 먹는 것인지, 우물우물 쩝쩝거리는 꼴이 귀엽게만 보였다.

“애쉬…. 젖꼭지…. 오이시….”

“…….”

괴로운 짓을 당했는데, 그래도 꽤 멀쩡한 것 같아 다행이다.

톡­. 톡, 토도톡­.

해가 지고 어두컴컴한 밤에, 까마귀 한 마리가 창문을 두드렸다.

강아진의 곁에서 안정을 느끼던 애쉬가 인상을 팍 구겼다.

분명 비앙카의 연락이리라.

애쉬는 짜증을 내며 강아진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포근하고 따스한 온기가 사라지니, 아무래도 좋을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까, 깍깍­!

까마귀가 이상한 괴음을 내며 죽어간다.

“…시발….”

일단 창문을 열고, 애쉬는 까마귀의 상태를 확인했다.

까마귀는 켁켁 격하게 숨을 토해내며, 무언가를 뱉었다.

새빨간 색의 개목걸이였다.

‘또, 쪽지?’

당장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참아냈다.

애쉬는 쪽지를 펼쳐서 한 글자씩 읽어나갔다.

내용은 간단했다.

이 개목걸이는 평범한 것이 아니다.

무려, 위치좌표와 마기흔적을 가려주는 효력을 지닌 상등품의 장비, 라는 설명이었다.

뇌물로서 애쉬에게 드린다고, 비앙카가 적어두었다.

‘마기라….’

강아진의 몸에 생긴 변화를 알고 있다.

새로이 새겨진 각인과 강제로 이어진 맹약.

애쉬의 입장에서는 그 두 가지를 어떻게 해서든 해주해야만 했다.

‘맹약 내용보다는 각인이 문제야.’

맹약은 비앙카에게 복종할 때에 발현된다.

비앙카와 떨어진 지금, 크게 의미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각인은 아니었다.

강아진의 불알과 전립샘에 새겨진 각인은 강제로 발정하게 해, 정상적인 활동을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주기를 알 수 없어서 더 불편했다.

빠른 시일 내에, 각인을 해제할 수 있는 계획을 찾아야 했다.

‘이 목걸이도 믿을 수가 없어.’

도대체 무얼 믿고 강아진에게 착용시킨단 말인가.

강아진을 납치하고 강제로 범한 여자의 말을 믿을 리가 없다.

‘일주일 뒤에 악마를 소환할 거라….’

비앙카는 선전포고를 했다.

최강의 용사 애쉬에게 악마소환을 예고해버렸다.

찾아와서 막든지 가만히 방치하든지.

두 가지 선택지를 내어주었다.

‘어쩌라는 거지.’

비앙카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감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괜히 불쾌하고 기분이 나빠졌다.

과거에 한 번 봤던 사이라서 더더욱 꺼림칙했다.

복수를 마친 비앙카가 억지로 자신에게 길을 알려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의 검에 목이 날아간 후에도, 죽어가면서 짧게 한 마디를 남겼었다.

복수는 허무한 것이니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라고….

‘…무슨 짓을 해도 용서 못한다.’

강아진이 겪은 최악의 경험, 두려움과 공포,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영혼공유의 술식, 맹약, 각인.

비앙카가 저지른 짓들을 전부 무(無)로 돌리고, 죽인다.

마왕 바알을 때려잡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애쉬는 손에 쥔 개목걸이를 대충 던져버리고, 슬그머니 강아진의 품으로 기어들어갔다.

꿈속을 유영하던 강아진은 자연스럽게 팔을 벌리고 애쉬를 안았다.

쿵, 쿵, 쿵, 쿵­.

탄탄한 가슴팍에 머리를 기댔다.

귓가에 들려오는 심장소리는 그 어떤 자장가보다 듣기가 좋았다.

* * *

“…….”

힘세고 굳센 아침.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왜?”

애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색하게 그 이유를 물으니,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피한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어젯밤에 격렬했던 관계가 떠올라서, 아직까지는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나름 괜찮을지도.’

애쉬는 어제부터 계속해서 내 상태를 살폈다.

비앙카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생기진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덕분에 즐거웠다.

항상 내 자지와 불알을 쥐락펴락하던 그 애쉬에게 내 욕망을 오롯이 부딪치는 건, 엄청나게 짜릿한 일이었다.

나는 애쉬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내 자지에는 여전히 정조대가 채워져 있지만, 느낌이 달랐다.

천하의 애쉬가 내 품에 쏘옥 들어와, 내게 안긴 채로 기대고 있다.

쓰다듬고 어루만져도 얌전하다.

마음에 안식이 찾아오는 것 같다.

애쉬가 내 품에 고개를 파묻고 중얼거렸다.

“이렇게 버르장머리 없게 구는 거 다 봐주면, 강아지 버릇 나빠지는데.”

“…아, 엉덩이가 아파.”

“진심 지랄 염병한다.”

으르렁거리는 애쉬의 등을 토닥였다.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 때문에 떨어지고 싶지가 않았다.

애쉬도 가만히 몸을 내어주었다.

내가 아무리 주물럭거려도, 피하지 않고 내게 몸을 맡겼다.

똑똑똑­.

─ 용사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문 바깥에서 누군가 노크를 했다.

애쉬가 느릿하게 내 품에서 벗어났다.

애쉬는 널브러진 블라우스를 걸치고 바지를 주워 입었다.

금방 본래의 모습을 하고서, 문 밖을 향해 소리쳤다.

“들어와.”

─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다급하게 이불을 올려 몸을 가렸다.

정확히는 자지를 감싸고 있는 정조대를 숨겼다.

아무래도, 남에게 보이기가 껄끄러운 흔적이었다.

사제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몸을 섞고 땀을 흘렸다.

남녀의 찐한 체취가 풍기는 방 안에서, 사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애쉬를 바라본다.

애쉬가 물었다.

“왜 왔어.”

“프레소 백작가에서 악마 푸르푸르를 사냥하는데 성공했다고 들었습니다. 그에 관련된 보고를 듣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아.”

애쉬는 뒤늦게 자신이 이룬 위업을 떠올렸다.

푸르푸르, 마계 서열 34위에 달하는 악마.

애쉬가 당당하게 말했다.

“벨리알 때와 마찬가지로 소멸시켰어. 프레소 지부를 통해 보고가 올라가지 않았나?”

“용사님께 직접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성자님께서 푸르푸르의 소멸을 확인하셨지만, 조금 더 정확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죠.”

“…….”

애쉬는 차근차근히 과정과 결과를 말했다.

푸르푸르를 소멸시킨 것에 대해, 교단은 위대한 업적이라며 칭송했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입니다. 마계에 존재하는 악마를 둘이나 소멸시키다니…. 용사님은 그 어떤 용사보다 강한…. 정말, 최강의 용사입니다. 그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직 많은 악마들이 남았다.

일흔에 달하는 숫자가 마계에서 머물고 있지만, 그럼에도 애쉬는 용사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

만약 애쉬가 벨리알과 푸르푸르를 잡지 않았다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마을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예삿일이고, 도시 하나가 무너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애쉬 한 명이 수백, 수천의 생명을 구했다.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교단을 대표해서 감사의 말을 올립니다.”

사제가 고개를 숙였다.

이름 모를 지부의 지부장일 텐데, 그는 진심으로 애쉬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애쉬는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감사고 나발이고, 전혀 관심 없는 것 같았다.

“좀 쉬고 싶은데, 나가줄 순 없나?”

“알겠습니다. 용사님께 보고를 전달받았으니, 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지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쉬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망설임 없이 방을 나섰다.

다시, 방 안에는 둘만 남게 되었다.

침대를 팡팡 두드리며 애쉬를 불렀다.

“애쉬, 일루와.”

“뭔가 바뀐 것 같은데. 네가 나한테 안겨야지. 왜 내가 너한테….”

“빨리이.”

이상한 고집을 부리려는 애쉬.

나는 그런 애쉬를 재촉했다.

아직까지는 비앙카 약발이 남았다.

앙탈을 부리니, 애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고 내게 져주었다.

이불을 들추고 애쉬가 내 품 안으로 들어왔다.

애쉬를 끌어안고 키스했다.

쪼옥­. 쪼옥­.

“하고 싶어?”

애쉬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굳이 부정하지는 않았다.

부정할 수가 없었다.

시야가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발정이 훅 올라오는데.”

“…뭐?”

애쉬의 체향이 야하게 느껴졌다.

정조대 때문에 발기를 못하고 있다.

자지가 너무 아팠다.

“빨리, 빨리 풀어줘.”

애쉬의 손에 자지를 갖다 댔다.

애쉬가 마나를 불어넣어, 정조대를 해제해주었다.

“나랑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각인 때문에 발정이 온 거야?”

“…둘 다.”

“어휴.”

애쉬는 싫은 기색을 애써 감추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구석에 대충 던져둔 슬라임 오나홀을 들고 돌아왔다.

입술을 꽉 깨물면서, 내 자지를 손에 쥐었다.

“…비앙카…. 이 년을 빨리 찾아서, 죽여 버려야겠어.”

“영혼공유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애쉬가 내 자지를 겨냥하고 침을 쭈욱 늘어뜨렸다.

축축하게 젖은 자지에, 슬라임 오나홀을 끼우고 흔들었다.

챡챡챡챡­.

한 번 해봤다고, 손놀림이 약간 능숙해졌다.

발정 상태라서 사정감이 금방 차올랐다.

“빨리 싸고, 애쉬….”

뒷말을 삼켰다.

발정 상태를 해제하고, 애쉬를 안고 싶었다.

거의 의무적인 사정이었다.

“쌀게…!”

푸슛­. 푸슛­.

애쉬의 손이 자지 뿌리를 감싸고, 오나홀 깊숙하게 사정을 개시했다.

뷰륵­. 뷰륵­.

희멀건 정액이 오나홀 자궁 부분에 채워졌다.

곧바로 흡수되어 사라졌지만.

“후으으….”

한 발 사정하고 나니까 정신이 돌아왔다.

말똥말똥해진 정신력으로, 애쉬를 끌어안았다.

나는 비앙카에게 당한 강간을 이유로 요양 아닌 요양을 받았다.

자지 괴롭힘 전혀 없고, 원하는 것 다 들어주고.

끊임없이 사랑을 속삭여주고, 품속에 안겨 꼼지락거려주고.

딱 이틀 동안, 애쉬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이제 멀쩡하지?”

“…아직 아파.”

“지랄하지 마.”

애쉬가 내 가슴팍을 밀어내고 품에서 벗어났다.

“이틀 내내 너한테 박히기만 했어. 보지가 얼얼해, 아프다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임신이 안 될 수가 있나? 진짜 존나 억울한데.”

“…….”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으니까. 이 정도면 됐어. 휴식은 이제 끝이야.”

내가 뭉그적거리며 움직이지 않고 버티자, 애쉬는 직접 내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힘으로 일으켜 세워서 하나씩 차례대로.

“…마왕을 빨리 잡아야겠어.”

“뭐?”

“마왕 죽이고 나면, 어디 시골 한적한 마을에 처박혀서…. 하루 종일 섹스만 할 수 있겠지?”

내 의문 섞인 물음에, 애쉬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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