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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여)용사가 집착함-80화 (80/109)

〈 80화 〉 악마들의 밤(13).

* * *

강아진은 애쉬와 만나기 전까지 온갖 고생을 다했다.

귀족에게 노예로 팔려나가서 몸이 부서져라 노역을 하고.

마탑에 팔려가 실험체로서 독극물 실험 고문을 당하고.

용병들과 동행하다가 동정 상실 끔찍한 경험을 하고.

유물을 훔치다가 손목이 날아가고….

그가 산에 들어가 처박힌 것은 나름대로 이세카이 라이프를 포기하는 과정과도 같았다.

가지고 있는 재능에 실망했지만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겠다는 그 꿈.

분에 넘치는 포부를 고이 접어서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는….

그렇게 소박한 삶을 지내던 중 애쉬를 만났다.

자신으로 인해 뒤틀린 이야기, 그 결과물인 각성하지 못한 용사.

망가진 전개의 끝이 어떠한지, 강아진은 모르지 않았다.

자신이 해야만 했다.

아직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대의를 위해 죽어야 할 장소가 있다면, 기꺼이는 아닐지라도 죽을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이기적인 자신이 어째서 그런 죽음을 그리고 있는가.

이유는 몰랐다.

이상한 판타지 세상에서 신념에 따라 떠도는 용사들에게 감화가 된 것일 지도.

결국 그는 그 목적을 다하고 장렬하게 전사했다.

애쉬가 보는 앞에서 마왕 바알의 마수에 눈을 감았다.

애쉬는 그 광경을 잊지 않았다.

애써 외면하고 있던 감정을 깨닫게 된 날인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하지만 늦었다.

강아진은 이미 목숨을 잃었다.

되살릴 방법을 찾아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마왕의 마기가 직접적으로 작용한 탓에 신성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

그 뒤로, 방향을 바꾸었다.

강아진을 데리고 올 수 없다면, 강아진이 있는 곳으로 가겠다.

과거로의 회귀를 결심하고 방법을 찾아다녔다.

─ 교단이 그렇게 울부짖는 태양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어쩌면 당연한 발상.

하지만, 시야가 축소된 애쉬로서는 떠올릴 수 없었던 사고방식.

태양신이 애쉬에게 반응하도록, 그를 불러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

─ 단순하게 생각해보는 게 어때요?

─ 단순하게?

─ 태양신은 마왕을 견제하기 위해 용사를 창조해냈어요. 이 명제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죠.

태양신은 마왕 따위가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원한다.

태양신은 이 세상에 직접 개입해서 힘을 쓸 수 없다.

태양신은….

─ 세상을 멸망시켜보는 건 어때요? 그러면 태양신이 반응을 보일수도 있잖아요.

─ 세상을 멸망시켜?

강아진이 지키고자 했던 세상이다.

함부로 망가뜨릴 수는….

─ 용사가 헌신하고 희생해도, 금방 잊어버리고 나 몰라라 하는 세상인데요?

여자가 방긋 웃었다.

살살 긁는 말투에, 애쉬는 참지 못하고 여자의 목을 베어냈다.

검은색 안대가 풀어지고, 새하얀 동공이 초점조차 맞추지 못한 채 데구르르 굴렀다.

─ …….

무엇이 그리도 우스운 지.

여자의 입 꼬리가 씨익 올라가 있었다.

그 표정이, 애쉬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어차피 자신의 말을 따르게 될 거라고.

실제로도 목소리를 뱉었다.

애쉬는 그 말을 무시했다.

시간이 흐르고.

애쉬가 마왕을 자처했다.

─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 용사 애쉬.

처음에는 반응이 없었지만, 태양신도 오래 버티진 못했다.

진심으로 부수고 다니는 애쉬의 앞에 태양신이 모습을 비추었다.

세상을 멸망시키겠다는 협박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애쉬는 그렇게 과거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 과거에서 깨어나, 지금에 이르렀다.

어디에 숨어있던 것인지 모를 강아진을 찾아내서 품에 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홀로 외로이 보냈는지 모른다.

그런데, 빼앗겼다.

잠깐 한눈 판 사이에 누군지도 모를 놈에게 납치당했다.

애쉬는 가까스로 분노를 가라앉혔다.

이성을 잃고 폭주해봐야 도움이 안 된다.

이 상황의 끝을 보기 전까지는 정신을 붙들고 있어야 했다.

“…….”

용사 하나의 힘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압도적인 무력을 선보이며, 섬을 헤집어놓았다.

텔레포트 마법사는 허허벌판이 된 버려진 섬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으윽, 윽…! 용사가 어떻게 여길 알고…!”

마기에 의해 펼쳐진 결계가 부서지면서, 흑마술사들이 사용하고 있었다는 흔적들이 발견되었다.

지하에 머무르고 있던 흑마술사도 셋이나 찾아내어 생포할 수 있었다.

노인 흑마술사들은 애쉬를 노려보며 분통을 터트렸다.

성검을 겨누자마자, 그런 적대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단 말이다…!”

흑마술사들이 울음을 터트렸다.

치매 생긴 노인을 보는 듯했다.

‘타인의 목숨은 가벼이 여기는 놈들이….’

정작 자신의 죽음 앞에서는 그것을 억울하게 생각했다.

텔레포트 마법사는 그런 흑마술사들이 역겹게 느껴졌다.

애쉬는 개의치 않았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물을 뿐이었다.

“내가 원하는 답을 내놓으면, 살려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알고 있는 것들을 숨기지 않고 말해.”

애쉬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흑마술사들은 냉큼 비앙카를 팔았다.

“비앙카! 비앙카 고 년이 납치했다!”

“비앙카…?”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다.

─ …비앙카 바이올렛. 혹시라도 회귀하게 되면, 복수는 의외로 싱겁고 재미없으니까 때려치우라고 전해주세요.

회귀하고 10년,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애쉬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년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원하는 정보를 캐내진 못했다.

누가 강아진을 납치했는지, 거기까지만 알아낼 수 있었다.

늙은 흑마술사들도 개개인의 은신처까지는 모르는 기색이었다.

‘냉정하군.’

텔레포트 마법사는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용사 애쉬를 흘겨보았다.

흑마술사에게서 정보를 뽑아내고, 단호하게 베어내는 성정….

용사의 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냉혈한이었다.

하지만, 애쉬의 낯빛은 밝아졌다.

단서를 찾아낸 것만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이거.”

애쉬가 헬 체인의 본진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텔레포트 마법사도 애쉬의 뒤를 따라 바닥을 살펴봤다.

그러다가 속옷 한 장을 주워들었다.

널브러져 있던 비앙카의 속옷이었다.

애쉬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비앙카의 흔적, 마기가 스며있는 속옷을 은빛 마나로 불태웠다.

이어진다.

애쉬의 마나와 비앙카의 마기가 실처럼 이어지고, 끊어졌다.

비앙카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찾았다.”

“…이동하겠습니다.”

애쉬는 텔레포트 마법사에게 위치좌표를 전달했다.

전문적이지 않아 두루뭉술한 값이지만.

텔레포트 마법사에겐 충분했다.

“…콜록…!”

“……?”

텔레포트가 제대로 발동되지 않았다.

발동할 수 없었다.

텔레포트 마법사는 피를 토하며, 계속해서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이곳까지 오면서 혹사당한 몸과 정신이 휴식을 요구하고 있었다.

“10분…. 10분만 주세요. 죄송합니다.”

텔레포트 마법사가 애쉬에게 빌었다.

뿜어져 나오는 살기 때문에, 빌지 않고는 숨 쉴 수가 없었다.

“5분.”

애쉬는 가까스로 분노를 식히면서 때를 기다렸다.

* * *

찌걱­. 찌걱­.

“으읍, 흑…!”

누군가가 내 엉덩이에 대고 살을 부딪쳐온다.

크지 않은 것이 내 구멍을 뚫고, 속살을 세게 긁어냈다.

생각보다 낯설고 소름끼치는 감각이었다.

“음음, 자지가 작아서 잘 안 되네. 천천히 길들여서, 나중에는 네 자지 크기 정도 되는 걸로 박아봐야겠다.”

“흐읍…. 악….”

비앙카는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었다.

좀 더 깊숙이 삽입하려는 듯 내 엉덩이에 아랫배를 꾸욱 문질러댔다.

비앙카의 체온이 내게 전달되고 있었다.

서로 맞닿아 있는 면적이 점차 넓어졌다.

땀에 흠뻑 젖은 몸뚱어리가 찐한 살내를 풍겨댔다.

하체가 부들부들 떨리고 정신은 몽롱하게 붕 떠올랐다.

“아.”

내 뒷구멍에 하반신을 열심히 치대던 비앙카.

잠깐 머뭇거리며 단발성 신음을 흘렸다.

“걸렸다. 이걸 찾아내네. 어떻게 한 거지?”

비앙카는 그리 중얼거리며, 다급하게 내 엉덩이에서 허리를 빼냈다.

페니반에서 찐득한 즙이 흘러내렸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아직 덜 따먹었는데.”

비앙카가 내 목줄을 잡아당겼다.

한껏 거칠어진 손길에, 오히려 내가 더 당황했다.

“잠깐 실례.”

“윽…!”

푸욱­.

비앙카의 중지가 뒷구멍을 헤집고 들어왔다.

거칠게 쑤셔 넣고, 전립샘을 꾸욱 눌러댔다.

내 자지는 곧바로 반응하며 투명한 액체를 싸질렀다.

“천천히 길들이려 했지만 어쩔 수가 없겠어.”

비앙카는 남은 손으로 내 불알을 움켜쥐었다.

전립샘과 불알에, 마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흡…!”

뜨거운 기운이 회음부에서 요동쳤다.

서로 공명이라도 하는 듯 자지의 떨림이 멎지를 않았다.

“급하게 준비하는 거라서 성의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선물이니까 용사님이 고맙게 받아 주리라고 생각해. 강아지야, 나중에 말 예쁘게 전해줘. 알았니?”

“허윽, 헉…!”

각인이 새롭게 새겨졌다.

에르윈의 것보다 한 단계 높은 SSS랭크.

불알에 있던 각인이 지워지고 전립샘의 것과 통합되었다.

내용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불알에 쾌감증폭×3.

전립샘에 새로이 등록된 것 하나.

두 각인을 연동시켜, 순환하며 발현되도록 만들었다.

“새로 새긴 각인은 발정이야. 그 강도가 조금 세서, 주기적으로 발정해서 불알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해. 해소해주지 않으면 펑 터져버려, 남자로서의 인생이 끝장나게 되는 무서운 각인이지.”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비앙카의 보지를 통한 사정.

“애쉬의 보지로는 해주할 수 없어. 오로지 내 것으로만 발정을 풀어줄 수가 있지.”

“…….”

“이거, 내 보지를 본 뜬 슬라임 오나홀이야. 발정할 때마다 불알이 텅 빌 때까지 여기에 듬뿍 사정하면, 자연적으로 풀려.”

비앙카는 검보라색의 슬라임 덩어리를 제단 위에 올려두었다.

투명한 색상 탓에, 내부 구조가 훤히 보였다.

질 주름, 돌기, 자궁경부, 아기집까지.

비앙카가 말했다.

아쉽다는 듯 탄식이 섞여있었다.

“길들인 다음에 전해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나를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내는 바람에, 내 계획이 다 흐트러졌어. 에잉.”

“애쉬, 애쉬가 온다고…?”

“이것도 치워줘야겠네.”

내 목을 옥죄던 검보라색 개목걸이가 사라졌다.

비앙카가 스스로 마기를 거둔 것이다.

“온다.”

비앙카는 나를 품에 안고 지하실 문을 바라봤다.

뒤에서 나를 끌어안아, 인질로 잡은 형태였다.

콰앙­!

무언가가 힘차게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찬란하게 빛나는 은발의 용사….

성검에서는 강기가 일렁거리고 있다.

“용사님, 안녕하세요?”

비앙카는 해맑게 웃으며 인사했다.

애쉬는 비앙카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곧바로 성검을 휘둘렀다.

뱀처럼 휘어지는 강기가 비앙카의 목에 닿았다.

“아….”

따끔한 고통이 목에서 느껴졌다.

“음음. 역시 용사님, 반응이 빠르시네요.”

“…이게 뭐야.”

애쉬가 살벌하게 물었다.

비앙카와 내 목에서 동시에 흘러내리는 핏물 때문에, 애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흑마술사답게 약아빠진 술수를 좀 써봤답니다.”

비앙카가 헤실헤실 웃었다.

말려 올라간 입 꼬리가 얄밉게 휘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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