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악마들의 밤(11).
* * *
비앙카 바이올렛에 의해 납치를 당했다.
나를 미끼로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앙카에겐 나름의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내 심장에는 ‘맹약’이 새겨졌다.
내가 ‘진심으로’ 복종할 경우에, 그 때 발생하는 마기가 내 육체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선순환(?)의 결속이었다.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발언이지만, 비앙카가 그렇게 설명했다.
새로운 개목걸이도 채워졌다.
비앙카의 힘으로 만들어진 이 목걸이는 비앙카의 의지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호흡을 막거나 고통을 가하는 둥, 내 목숨을 위협할 만큼 위험한 물건이었다.
“멍! 멍…!”
나는 비앙카를 향해 짖었다.
놀이도 뭣도 아니었다.
내 자존심과 존엄을 짓밟는 명령을, 숨 쉬기 위해 열심히 수행했다.
비앙카의 말을 따르자마자 호흡이 가능해졌다.
공기가 이토록 달콤하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알게 되었다.
비앙카는 내 목줄을 손에 쥐고 말했다.
“음음, 반항하지 않으면 용사만큼이나 귀여워 해줄 거니까. 얌전히 잘 따라줬으면 좋겠어.”
비앙카의 손이 내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음흉한 손길에 담긴 의도가 느껴져, 불알이 파르르 떨려왔다.
이 년은 진심이다.
반쯤 장난이라 생각했던 애쉬와 달리, 비앙카는 진짜 내 뒷구멍을 뚫어버릴 생각인 거다.
안대 때문에 눈이 보이지는 않지만, 슬며시 올라가는 입 꼬리로 알 수 있다.
이 년 머릿속은 내게 박을 생각으로 가득했다.
‘도대체 왜….’
자연의 섭리라는 것이 있다.
남자는 박고 여자는 박히는.
진화를 통해, 남녀의 신체 구조 자체가 그렇게 이루어졌다.
왜 그것을 거스르고 남자에게 박으려고 하는 것일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약자의 입장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뒤엎고 탈출했을 텐데.
비앙카의 말대로, 나는 얌전히 있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그 외의 것들은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애쉬….’
속으로 애쉬만을 애타게 부르면서, 기다릴 뿐이었다.
비앙카가 말했다.
먼 산을 바라보듯 허공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지금 실시간으로 ‘헬 체인’ 본진이 날아갔어. 용사 애쉬가 방금 막 박살을 내버렸거든.”
“……?”
“생각보다 대응이 빨라. 자칫 잘못하면 이쪽으로 넘어올지도 모르겠어. 계획했던 것들을 빨리 처리해야겠네.”
비앙카는 엎드리고 있는 나를 뒤집어서 제단에 눕혔다.
헐벗은 상태로 배를 까놓고 있으니, 뒤늦게 수치심이 밀려 올라왔다.
비앙카의 손이 내 복부에 닿았다.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에, 자지가 꿈틀거렸다.
정조대가 없었다면 진즉에 발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나름 나쁘지 않은 몸이야. 재능이 없어 강해지진 못했지만, 미관상 보기 좋은 몸매. 칭찬이란다. 기뻐해도 좋아.”
비앙카가 어깨에 걸치고 있던 검은 로브를 끌어내려, 대충 바닥에 벗어두었다.
어울리지 않게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가리는 면적보다 드러낸 면적이 더 넓고, 골반부터 종아리까지 탁 트여 앞섶이 나풀거려, 원피스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비앙카는 한결 가벼워진 차림으로 제단 위에 올라섰다.
내 위에 올라탔다.
기승위로 허리라도 흔들려는 것인지, 야릇한 위치에 자리 잡았다.
내 허벅지에 앉은 비앙카가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 궁금하지 않니?”
“…….”
대답하지 않았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또 호흡을 통제당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묻지 않아도, 비앙카는 알아서 말을 이었다.
“내 복수를 이루기 위해서 나름 판단을 끝마친 거란다. 용사 애쉬가 ‘헬 체인’보다 확실한 수단이 될 것 같다고.”
“…….”
비앙카의 목적은 복수다.
누구에게 무엇에 대한 복수인지는 원작에서 나오질 않는다.
다 이루고 죽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상적인 히로인이 아니라서 주인공 용사 루크의 서사 뒤에 밀려 있다.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도 알 수 없는 것이 많았다.
비앙카는 애쉬를 이용해 복수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라는 존재는 애쉬에게 다가가기 위한 인질, 미끼의 역할이었다.
비앙카가 중얼거린다.
“여성의 순결이 품고 있는 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니?”
“…….”
나는 고개를 저었다.
“파과의 순간에 흐르는 처녀의 피는 특정 술식을 발동시키는데 아주 좋은 촉매로 작용한단다. 재료로서 사용하면 상등품의 것이 나오고, 마기추출에 쓰면 고품질의 마기를 뽑아낼 수 있지.”
“…….”
비앙카는 원피스 앞섶을 들추며 고간을 드러냈다.
털이 잘 정돈된 보지가 내 시야에 가득 담겼다.
자지에 피가 쏠렸다.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자극이었다.
“나는 그것을 술식에 사용할까 해. 아마 엄청난 효과가 적용되겠지.”
비앙카의 마기가 내 자지를 감쌌다.
정확히는 분홍빛 정조대를 물들였다.
“아주 잠깐이지만, 용사의 마나를 속인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네.”
비앙카는 땀을 뚝뚝 흘리며, 내 정조대를 벗겼다.
벗긴다기보다는 해제하는 것에 가까웠다.
검보라색을 띤 정조대가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공간 마법의 묘리를 응용한 것인지, 열지 않고 벗겨냈다.
덕분에 내 자지가 금방 발기해버렸다.
비앙카가 내 아랫도리를 빤히 내려다본다.
안대를 쓰고 있음에도 다 보인다는 듯 중얼거렸다.
“알고는 있었는데 말이지. 실제로 보니까, 생각보다 더 커. 용사의 개답게 근사한 물건을 가지고 있네.”
“읏….”
비앙카는 내 자지를 손에 쥐고 천천히 훑었다.
애쉬가 아닌 다른 여자의 손길….
보이는 것도, 느껴지는 것도, 완전히 달랐다.
“음음, 발정한 개 마냥 준비가 되었네. 나만 마음을 다잡으면 될 것 같아.”
비앙카가 무릎을 세우고, 내 자지 위로 올라왔다.
어색하게 내 귀두를 잡고 자신의 구멍에 잇댔다.
찔걱.
발기한 자지는 보드라운 보짓살을 쉽게 벌렸다.
“───.”
비앙카는 느릿하게 엉덩이를 내리며, 주문 비슷한 것을 읊조렸다.
웅얼거리는 운율에는 마기가 스며있었고, 점차 강렬하게 진동했다.
자지에서 느껴지는 감촉을 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비앙카 주위로 요동치는 마기 때문에, 몸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투둑.
“───.”
귀두가 비앙카의 보지를 파고 들면서, 얇은 막을 찢는다.
비앙카는 자신의 처녀막이 뚫리는 중에도, 무게를 싣고 나를 깔아뭉갰다.
스스로 순결을 깨부쉈다.
푸욱.
“───.”
비앙카가 잠깐 인상을 찡그렸다.
고통을 느끼는 듯 입술을 앙 깨물며, 흐름에 집중했다.
꾸욱 맞닿은 자궁구와 귀두.
자궁의 무게감에 자지를 짓눌렀다.
그 접점에 마기가 뭉치고, 전신으로 스며들었다.
자지가 불에 타듯 뜨거워졌다.
“크윽, 악…!”
비앙카의 속살이 쪼여온다.
자지를 물어뜯는 것만 같았다.
비앙카가 나를 내려다봤다.
“내 순결을 바쳐서, 영혼공유의 술식을 발동했어. 무슨 의미인지 아니?”
“…영혼, 공유…?”
듣도 보도 못한 술식이지만, 왜인지 소름이 끼친다.
괜히 엮여서 성한 꼴을 못 볼 것 같았다.
“내 순결의 흔적을 촉매로 활용해, 너와 내 영혼을 공유하도록 만들었어. 재료가 재료인 만큼 그 효력이 보통의 술식과는 궤를 달리할 정도로 강화됐네.”
비앙카는 손가락 끝에 마기를 뭉쳐, 내게 보여주었다.
“이걸로 내 손바닥을 그어볼까?”
손바닥을 곱게 펼치고 마기로 만들어낸 칼날을 갖다 댄다.
뭐하는 짓인가.
그 의문은 길게 가지 않았다.
“아…!”
따끔한 고통이 왼손바닥에서 느껴졌다.
비앙카의 손바닥에서 핏물이 주륵 흐르는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프니? 술식이 잘 적용된 모양이네.”
비앙카가 흡족하게 웃었다.
나는 내 왼손을 멍하니 바라봤다.
영혼공유의 술식.
비앙카의 손바닥에 생긴 상처가 내 손바닥에도 생겼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말로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 처녀를 바치는 게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어.”
비앙카는 마기 칼날을 내 뺨에 겨누었다.
아주 살짝.
“아….”
내 뺨을 베었다.
핏물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비앙카의 얼굴은 멀쩡했다.
내게 생긴 상처가 비앙카에게는 생기지 않았다.
“원래는 나도 고통을 전해 받아야 하는데 말이야. 내 순결의 값이 꽤 나갔던 건지, 일방적인 공유가 됐네. 내가 죽으면, 너도 죽어. 하지만 네가 죽는 건, 나한테 아무런 데미지가 없어.”
“…….”
“뭔가 애매한 표정이네. 설명해줄까?”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비앙카가 혼자서 설명을 시작했다.
“영혼공유의 술식은 흑마술사와 대상의 영혼을 하나로 묶어주는 술식이야. 영혼을 공유하여 대상이 지닌 재능의 힘 일부 흡수할 수 있는 술식. 대신 대상이 죽을 경우, 시전자인 흑마술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
“…이, 이걸 왜…?”
“당연히 내 목을 지키기 위해서겠지? 용사 애쉬에게 걸리면, 그 성검에 목이 날아갈 테니까.”
인질이었다.
흑마술사 비앙카를 죽이면, 나도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성검을 막거나 피할 생각을 하다니, 그냥 멍청한 생각이 아닐까? 처음부터 못 휘두르게 하면 되잖아.”
비앙카가 방긋 웃었다.
엉덩이를 살짝 들어, 삽입되어 있는 자지를 보여주었다.
자지 기둥에는 비앙카의 순결이 흘리고 간 핏물이 묻어 있었다.
찔걱.
“음음, 처음이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느낌이야.”
비앙카는 살짝 엉덩이를 튕겼다.
내 위에 주저앉아, 살살 반동을 주며 허리를 놀렸다.
“흐응….”
비앙카가 천천히 내 자지를 맛보았다.
찐득하게 맞물린 보지 속살을 자지로 긁고, 흔들었다.
쪼옵쪼옵, 자궁구와 귀두가 서로 맞닿아 키스했다.
찌걱. 찌걱.
애쉬 외의 보지는 처음이다.
그 쪼임이 색다르게 다가와, 금방 사정감이 차올랐다.
“싸고 싶니?”
“…….”
비앙카가 내 가슴팍에 손을 얹고 속삭였다.
손가락이 꾸물거리며 내 유두를 문질렀다.
“안 움직이고 잘 참네. 그래, 이렇게 계속 얌전히 있어. 괜히 대들지 말라는 말이야.”
비앙카는 내 위에 올라타, 쉴 틈 없이 허리를 움직였다.
엉덩이로 방아를 찧으면서, 출렁거리는 젖가슴을 자랑스레 드러냈다.
분홍빛 젖꼭지가 탐스럽게 반짝였다.
“하앙, 흐응…. 내가 허락하기 전까지 싸지 마렴.”
혼자 즐기면서 신음하는 꼴이 좆같다.
애쉬가 걱정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부글부글 끓어오른 정액이 차갑게 식는 느낌이다.
나는 비앙카를 향해 법규를 날렸다.
“…씹창허벌갈보에는 내 정액이 아깝다. 시발년아.”
“꼴에 남자라고 센 척 하는 거니? 내가 분명히 대답할 때는 ‘멍’이라고, 귀엽게 하라고 했을 텐데 강아지야.”
개목걸이가 꽉 쪼여온다.
비앙카의 의지에 따라 천천히,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그래도 나름 처녀였었는데.”
“커흑, 흡…!”
“어차피 싸게 해줄 생각도 없었단다. 그러니, 괜히 날 세우지 말고 얌전히 있어.”
“콜록, 콜록!”
목줄을 잡고 버둥거렸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내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러자, 숨통이 트였다.
비앙카가 제재를 풀어준 것이다.
“용사님이 구하러 올 때까지. 그 때까지 참을 수 있나, 한 번 보자.”
비앙카는 나를 완전히 구속하고, 들썩이기 시작했다.
찔걱. 찔걱.
찌걱. 찌걱.
움직임이 점점 격해졌다.
철퍽. 철퍽.
퍼억. 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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