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단련(4).
* * *
“용사님.”
“응?”
에르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는 애쉬를 붙잡았다.
“…용사님은 지금 강아진 씨와의 아이를 원하고 있는 거죠?”
“응.”
애쉬가 당당하게 말했다.
“종족이 달라서 조금 힘든데, 시간은 많으니까. 결국 생길 거라고 생각해.”
똑같은 인간으로 보이는데 왜 다르다고 말하는 건지, 궁금하지만 묻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알게 모르게 혼혈이 많았다.
서큐버스의 피가 흐르는 자신부터 시작해서….
괜한 호기심이 명줄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애쉬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핑계로 무언가를 뜯어내는 게 아니라면, 되도록 사적인 대화를 피하고 싶었다.
에르윈이 지금 말을 건 것은 애쉬에게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정보를 통해 애쉬를 더욱 골탕 먹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시로 관계를 가지셔야 합니다. 드문드문 가지는 관계로는 힘들어요. 용사님의 자궁에 강아진 씨의 씨가 항상 머무르고 있는 게 좋습니다. 종족이 다르다면 임신이 더 힘들 테니까, 1분1초도 비어두면 안 되겠죠.”
“정액을 묵혀서 농축된 것을 받는 게 더 낫지 않나? 나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
“아닙니다.”
의문형으로 되묻는 애쉬의 말에, 에르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모든 종족은 진화라는 것을 거칩니다.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의 삶을 선택하며 강해지죠. 용사님도 어딘가로 갈 때, 빠르게 가고자 지름길을 이용하잖습니까? 이곳에 올 때도 텔레포트 마법사를 대동하셨고요.”
“…그런데?”
“각 종족들의 행동 패턴은 그들 나름의 효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해왔습니다. 그 중, 임신과 번식으로 눈여겨봐야 할 종족이 하나 있죠.”
“…오크.”
“를 포함해 고블린까지. 그린스킨, 이라고 불리는 매일 발정하고 있는 놈들입니다. 그린스킨들은 다른 종족의 암컷들을 납치해 번식에 사용합니다. 그린스킨의 부락에 끌려간 암컷들은…. 하루 종일 삽입당하고 사정당하죠. 그린스킨의 새끼가 자궁에 자리 잡아도, 질 안의 정액이 마르는 날이 없어요. 놈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답을 정해놓고 물었다.
애쉬도 에르윈의 의도를 모르지 않았다.
잔뜩 묵힌 농축 정액보다 1일1섹스가 훨씬 유리하다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비유를 들고 있는 것이니까.
애쉬는 이미 예상하고 있는 답을 꺼내놓았다.
“다른 종족의 여성을 임신시키기에,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인가…?”
“맞습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효율을 찾아 본능에 새겨놓은 겁니다. 저희는 그러한 부분에서 배워야 한다는 거죠.”
“…….”
애쉬가 반쯤 넘어왔다.
에르윈은 더 끌릴 만한 내용을 던졌다.
“남성의 정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력?”
“용사님의 실력에 근력 운동을 예로 드는 것이 우습게 느껴지지만, 간단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용사님, 근력 운동을 며칠 쉬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크게 다치면, 회복하느라 움직이는 것을 최소화하는데.”
애쉬는 마왕에게 당했던 그 상처를 떠올렸다.
강아진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산골짜기 으슥한 흙바닥에서 꼼짝없이 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 당시, 강아진에게 지극적성(?)으로 보살핌을 받고 회복해서 일어났다.
“몸이 무거워져.”
“그렇습니다. 쓰지 않으면 무거워지고 약해집니다. 그리고 매일 두드리고 단련하면, 느리지만 분명하게 강해집니다. 정력도 마찬가지입니다.”
“…….”
에르윈은 주장했다.
“강아진 씨의 아기씨를 계속해서 짜내야합니다. 불알이 텅 빌 정도로 정자를 짜내면, 강아진 씨의 불알은 자연스럽게 아기씨를 재생성하기 시작합니다. 이전보다 강해진 아기씨만을 만들어, 불알에 쌓아둘 겁니다. 정력 또한 근력처럼 성장하는 것이죠.”
마냥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었다.
적어도 애쉬에게는 그럴 듯한 논리로 들려왔다.
‘…이걸 믿네?’
대충 섹스를 많이 하는 게 좋다.
라는 명제에 대한 근거와 신뢰를 만들기 위해 지어낸 말들에 불과하다.
단순무식하게 섹스 많이 한다고 정력이 좋아진다고 한라면, 수많은 귀족들이 정력에 좋은 것들을 찾아다니는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다.
애쉬는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면 섹스를 해야 한다는 거잖아.”
“하면 좋죠. 임신 확률을 높이면서 강아진 씨의 정력을 성장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강아진과의 섹스가 두렵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 아래에 깔려 신음만 흘리게 될 것 같아서, 섣불리 할 수가 없었다.
각오가 필요했다.
에르윈의 눈에, 망설이는 애쉬가 보였다.
살짝 틈을 만들어줘야겠다.
“…물론 무조건 섹스를 해야 한다, 라는 말은 아닙니다. 섹스로만 착정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
애쉬의 표정이 점차 다채롭게 변했다.
걱정이 의문으로, 의문이 발견으로, 발견이 기쁨으로.
“그러네. 정액을 자궁에 받으면 좋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거네.”
고개를 주억이는 애쉬를 보며, 에르윈이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수컷이 풍기는 찐한 냄새를 맡으면, 알아서 가랑이를 벌리겠지.’
어차피 애쉬는 강아진에게 박히고 말 것이다.
에르윈은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
“왜 그러십니까, 용사님?”
“혹시 정조대 하나 없어? 쇠 말고 다른 재질로 된 거.”
“…있습니다.”
에르윈이 잠깐 대답을 망설였지만, 애쉬는 그 불순한 짓을 모르는 척 해주었다.
상담도 해주고 조언도 받았기에, 이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었다.
“돈은 나중에 따로 줄 테니까 가져와봐.”
에르윈은 억울함을 꾹 참고 정조대를 가져왔다.
분홍색이었다.
* * *
애쉬는 내 자지의 자유를 완전히 빼앗아갔다.
이상한 재질의 정조대를 가져와 채우고, 모든 행위를 보고하고 하라며 명령했다.
진짜 사정관리, 발기통제가 시작됐다.
‘도대체 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각인을 새긴 이후에 풀어주기로 했으면서.
외관적으로 보기 흉한 정조대를 사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바지 올려.”
“…….”
애쉬가 시니컬하게 턱을 까딱거렸다.
바지 올려 입으라는 말에, 나는 주섬주섬 옷매무새를 갖추었다.
쇠 특유의 서늘한 감촉이 안 느껴진다.
조금 더 말랑한 느낌이 고간을 감싸고 있다.
며칠 안 차고 있었다고, 정조대가 어색했다.
“따라와.”
애쉬가 수련장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뒤를 졸졸 따라 걸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어색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우리가 떠나자마자, 개인 단련을 이어서 할 것이다.
나는 애쉬의 뒤태를 빤히 쳐다보며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굳이 생각해보자면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인데.’
정말 그것 때문에 이러는 걸까?
그 잠깐 나한테 발려서 속수무책으로 박힌 것 때문에?
다 큰 어른이 애도 아니고 유치하게….
내 잡념은 길게 가지 못했다.
설마 하는 가정이 거의 확신에 가깝게 느껴졌다.
애쉬라면, 알량한 침대 위의 서열 때문에 이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애쉬는 나를 데리고 별채로 향했다.
땀에 흠뻑 젖은 상태라서 많이 찝찝했다.
“나 씻고 와도 돼?”
“…같이 가자.”
혼자 보내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우리 둘은 자연스럽게 여탕으로 갔다.
별채에 둘밖에 없어서 가능한 짓이었다.
애쉬 눈치를 보며 옷을 벗었다.
애쉬는 뒤에서 지켜만 봤다.
애쉬에게 내 알몸을 드러냈다.
자지를 감싸고 있는 분홍색 정조대가 앙증맞게 보였다.
‘차라리 은색이 더 나은 것 같은데.’
은색 쇠 정조대는 강압적인 느낌이 있었다.
애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러나 분홍색은 달랐다.
분홍색 정조대는 내가 씹게이 새끼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씻고 올게.”
“…따라와.”
애쉬가 먼저 앞장섰다.
옷도 벗지 않고 욕탕으로 들어갔다.
후끈한 수증기가 욕탕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차렷.”
애쉬는 나를 세우고 부동자세를 시켰다.
얌전히 애쉬의 명령을 따랐다.
애쉬가 내 자지에 손을 얹었다.
마력이 주입되고, 정조대가 해제됐다.
지이잉.
“읏….”
정조대가 꾸물거리며 벗겨졌다.
애쉬의 마력에 반응하여, 자지를 드러냈다.
“이게…. 뭐야?”
“내 마력으로 손쉽게 탈부착 할 수 있어.”
링 부분은 그대로 끼워져 있다.
애쉬가 마력을 주입하면, 케이스 부분만 링에 스며들 듯 흡수되는 구조였다.
정조대를 벗었다고 말하기엔 뭔가 애매했다.
‘수갑 차고 감방에 갇혔는데 수갑만 벗은 느낌이야.’
여전히 자지가 답답했다.
“이쪽에 다리 벌리고 누워.”
애쉬는 욕탕에 준비된 매트리스를 가리켰다.
투명하고 튜브 같은 재질이라서 하나도 젖지 않았다.
나는 애쉬가 시키는 대로 매트리스 위에 누웠다.
대(大)자로 다리를 쭉 뻗고, 애쉬를 노려봤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한 번 해보라고.
애쉬와 눈이 마주쳤다.
애쉬의 눈꼬리가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내 당당한 태도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기까지 했다.
“강아지, 표정이 살아있네? 기세등등한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아.”
자지가 천천히 발기되기 시작했다.
발기 통제를 풀어준 것 같았다.
애쉬는 매트리스 위에 앉으며 손을 뻗었다.
단단하고 뜨거운 자지를, 애쉬의 부드러운 손바닥이 감쌌다.
“오늘 아침에 재밌었지?”
“…….”
역시.
이러는 이유가 아침에 있었던 섹스 때문이구나.
‘나는 마음껏 하라고 해서, 신나게 해댔을 뿐인데.’
존나 억울했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어떻게든 달래줄 수 있는 말을 꺼내, 애쉬의 똥구멍을 살살 빨아.
그래야 내 정신건강에 이롭다.
“…애쉬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지랄 말고.”
“읔…!”
애쉬는 내 말을 무시하며 자지를 움켜쥐었다.
그 힘이 생각보다 강해서, 다리가 움찔거렸다.
“움직이지 마.”
“……?”
말로만 하는 명령이 아니었다.
은빛 마력이 내 몸에 스며들어, 체내의 마나와 공명했다.
정말, 진심으로, 안 움직여진다.
‘허리, 엉덩이, 허벅지. 여기까지만 움직여져.’
애쉬가 매트리스에 본격적으로 앉았다.
내 가랑이 사이에 자리 잡고, 내 허벅지를 끌어당겼다.
등허리가 들리면서, 애쉬의 허벅지와 내 다리가 교차됐다.
애쉬는 바지를 벗지 않았다.
바지가 맨살에 닿으면서, 야릇한 감촉이 느껴졌다.
“서로 위치가 바뀐 것 같은데?”
“언젠가는 바뀐 위치가 당연하게 느껴질 거야.”
“…하, 한 번만 봐줘라.”
똥구멍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불알이 오싹오싹 떨려온다.
내 반응을 살피던 애쉬가 피식 웃으며 자지를 훑었다.
두 손으로 쥐고, 위아래 왕복을 시작했다.
“오늘 당장은 아니야.”
“후으으…. 이런 거였구나? 애쉬, 기분 좋아…. 그래도, 조금은 살살 해줘….”
“살살? 알았어.”
설욕이라도 하려는 건가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애쉬는 나긋하게 속삭이며 내 자지를 대신 흔들어주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속도와 강약까지 조절하면서.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젤을 듬뿍 바르고.
자지를 마찰하니.
야릇한 소리가 챡챡챡챡 터져 나왔다.
사정감이 금방 찾아왔다.
“애쉬, 쌀 것 같아.”
“주인님이라고 해야지.”
“주인님, 애쉬 주인님. 쌀 것 같아요.”
이미 복종선언을 한 개새끼 마냥 배를 까뒤집은 상태로, 애쉬에게 싸고 싶다며 마구 앙탈을 부렸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내 존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입은 멈추지 않았다.
당장 싸고 싶다는 욕망이 불알 아래에서 부글부글 끓었다.
자존심보다 한 발의 사정이 더 급했다.
귀두 끝에 정액 방울이 맺혔다.
애쉬는 사정을 제재하지 않았다.
“그래, 싸버려.”
오히려 허락해주었다.
뿌리에서부터 귀두까지 자지를 길게 훑으며 쭈욱 짜내기 시작했다.
“윽…!”
푸슛! 푸슛!
아침에 몇 번이고 사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정과 동시에 정액이 세게 튀었다.
애쉬의 얼굴에, 벗지 않은 블라우스에, 누런 정액이 묻었다.
애쉬는 피하지 않았다.
뷰륵. 뷰륵.
“후읏, 흐으…! 주인님…!”
찌극, 찌극.
젤과 쿠퍼액이 섞이며 찐득해졌다.
애쉬가 꾸덕꾸덕해진 자지를 느리게 훑어주었다.
사정의 여운을 배려해주듯 천천히….
챱챱챱챱.
“엌…! 잠깐, 잠깐…! 살살!”
갑자기 속도가 높아졌다.
애쉬의 손이 자지를 세게 쥐고 빠르게 흔들기 시작했다.
방금 막 사정한 상태라서 민감해도 너무 민감하다.
그런 자지를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문질러댔다.
어떻게든 피하기 위해 허리를 비틀어보지만,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애쉬! 애쉬! 그만…!”
애쉬는 내 간절한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약 오르게 올라간 애쉬의 입 꼬리가 냉소를 띠고 있었다.
“시발! 복수구나! 복수하려고 이런 짓거리를…!”
“울고불고 빌 때까지 짜낼 거야. 각오하고 있어.”
챡챡챡챡챡챡챡챡.
애쉬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감각에, 허리가 파르르 떨렸다.
“흐힠, 힛…!…!”
내 입에서 이상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못 참는다.
오줌이 나올 것 같은 격통이 요도에서 느껴졌다.
푸슛. 푸슛. 푸슛.
빨갛게 퉁퉁 부은 귀두에서 투명한 액체가 뿜어졌다.
애쉬의 몸에 잔뜩 뿌려졌다.
알 수 없는 물을 얼굴로 받은 애쉬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강아지, 기분 좋았어? 얼마나 좋았으면, 암캐처럼 분수도 뿜고 그래?”
내 아랫배를 꾸욱꾸욱 누른다.
불알을 조물조물 주무른다.
“이제 시작이야,강아지.”
애쉬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