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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여)용사가 집착함-62화 (62/109)

〈 62화 〉 단련(1).

* * *

점심시간.

애쉬와 나는 식탁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식기를 들고 부딪치고.

우물우물 씹는 소리, 입 안에 음식을 넣고.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난…. 잘못 없어.’

태양뱀 독을 듬뿍 발라재끼는 것도 모자라 아예 담가버렸다.

덕분에 내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정력이 강해졌다.

영구적인지 아닌지는 천천히 확인해봐야겠지만.

이 사태의 원인을 찾자면, 애쉬가 9할 정도 가지고 있다.

‘그래도….’

먼저 말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내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애쉬?”

접시에 대고 나이프를 꼼지락꼼지락 놀렸다.

고기 한 점을 열심히 하트 모양으로 잘라서, 애쉬 그릇 위에 얹어주었다.

“내가…. 그, 관계가 처음이라서 말이야. 지나치게 흥분을 했던 것 같아. 미안.”

슬쩍 사과를 건네고 애쉬의 반응을 살펴봤다.

애쉬는 나를 무시하고 묵묵히 점심 식사를 할 뿐이었다.

“음….”

애쉬 눈치를 살피면서 거북한 식사를 이어나갔다.

괜히 어렵고 힘들다.

정신이 몽롱하니, 그냥 빨리 도망치고 싶다.

다른 애들은 애쉬 앞에서 항상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는 그냥 섹스를 했을 뿐인데.

자꾸 자지가 발기하니까, 가라앉히려고 애쉬 보지를 빌렸을 뿐인데.

왜 미움을 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드르륵­.

“…….”

애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를 다 마친 듯 접시가 비워져 있었다.

내가 넘겨준 고기만 빼고….

뒤에 서있던 하녀장이 애쉬에게 다가가 물었다.

“식사 맛있으셨습니까, 용사님?”

“그럭저럭.”

애쉬는 대강 칭찬을 남긴 후, 빠르게 벗어났다.

나는 혼자 남은 식당에서 조용히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애쉬가 있을 방으로 나아갔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무마해야 한다.

그것이 내 목표.

똑똑똑­.

조심스럽게 노크했다.

개목걸이 목줄이 왜인지 허전하게 흔들거렸다.

“애쉬?”

─ …….

안에서 대답이 없다.

문에 귀를 대고 쫑긋 세워보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들어가 볼까.

참아야 할까.

머릿속에서 두 진영이 회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기사단이 충돌, 이후 한쪽 진영이 무너져 내렸다.

‘들어가자.’

처음에 마음껏 싸도 된다고 한 사람은 애쉬다.

나는 애쉬가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보지─을 누렸을 뿐이다.

죄의 경중이 가볍다는 의미다.

“애쉬, 들어갈게.”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뭐야.

“애쉬?”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급하게 방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펴봤다.

창문만 활짝 열려있고, 사람이 안 보였다.

‘이게 대체….’

창문 가까이 다가갔다.

틀 일부가 박살이 나있었다.

누가 발로 차기라도 한 것처럼.

“대체 어딜 간 거야….”

* * *

애쉬는 교단 볼텐 지부로 향했다.

“텔레포트 마법사!”

귀띔도 없이 찾아와 텔레포트 마법사를 빌렸다.

“어디로 가십니까?”

“유테론.”

텔레포트 마법사는 더 묻지 않았다.

잘못 말을 꺼냈다간 애쉬에게 맞을 것 같았다.

‘얼굴이 왜 이렇게 시뻘건….’

궁금증을 애써 꾹 눌러 담으며, 유테론으로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했다.

유테론에 도착한 애쉬는 텔레포트 마법사에게 말했다.

“기다리고 있어. 금방 다시 돌아올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애쉬를 서포팅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아직까지 볼텐 지부에서 떠나지 않은 것도, 교단 본부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애쉬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라고.

교단 측에서는 무려 텔레포트 마법사 하나를 붙여주었다.

애쉬는 유테론에 도착하자마자 뒷골목으로 향했다.

뒷골목 어딘가 위치해있는 에르윈의 창관.

수많은 남정네들이 정기를 바치고 야릇한 꿈을 꾸는….

콰앙­!

애쉬가 그 창관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 용사님? 프레소로 가셨다고 들었는데, 어쩐 일로 오셨어요?”

“잠깐. 얘기 좀 해.”

애쉬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에르윈을 불렀다.

에르윈은 잠깐 카운터를 비우고, 애쉬를 따랐다.

“저기, 차라도 내와.”

“네, 언니.”

에르윈이 동생 중 한 명에게 부탁했다.

‘뭔가 일이 있었네.’

에르윈은 애쉬에게 생긴 변화를 눈치 챘다.

서큐버스의 피가 흐르는 에르윈의 눈에는 애쉬의 변화가 보였다.

‘남자의 정을 받았구나.’

그 남자라 하면, 아마도 강아진일 것이다.

로브로렌 마을의 일을 처리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누었기 때문에 알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

작은 테이블 위에, 차와 다과가 세팅됐다.

에르윈의 동생은 할 일을 마치고 지하로 내려갔다.

에르윈은 애쉬를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애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인 듯했다.

애쉬가 주먹을 바들바들 떨며 입을 열었다.

“이상해.”

“네?”

“네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이상했다고.”

애쉬는 에르윈을 노려봤다.

“내가 강아지를 따먹는 거잖아.”

“네. 무력의 우위가 용사님께 있으니까요.”

에르윈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대체로 남자가 따먹는다, 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건 무력의 우위와 자궁의 유무 때문이에요. 무책임하게 질 내에 사정하게 되면, 여성의 입장에선 운명을 하늘에 맡겨야 하니까요. 따먹혔다, 라는 표현이 쓰이게 되는 거죠.”

“그런데. 왜 내가 따먹혔어?”

“네?”

에르윈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애쉬의 말을 잠깐 이해하지 못했다.

애쉬는 에르윈의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말했다.

“처음에 분명히 괴롭혔어. 자지를 만져주면서, 강아지가 자의로 사정을 통제하도록 해, 주도권을 가지고 왔어. 네가 말해줬던 대로.”

“동정인 강아진 씨가 사정까지 통제 당했으니, 그 다음은 발정한 원숭이 마냥 허리를 흔드는 것 말고는 없겠죠. 용사님이 여전히 우위에 서있어요.”

“…나도 그런 줄 알았어. 근데….”

애쉬가 눈을 꽉 감았다.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 애쉬. 자지에 정액이랑 애액이 많이 묻었는데, 청소 해주면 안 돼? 해주겠다고? 고마워.

허벅지 베개는 좋았으나, 강아진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애기 젖병 물리듯 자지를 물려주고, 자신은 그 자지를 맛있게 빨아먹었다.

─ 애쉬. 엎드려서 엉덩이 내밀어봐. 후으으….

짜악­!

─ 아파? 하지말까? 알았어, 미안해. 한 번 해보고 싶었어.

자신을 개처럼 엎드리게 했다.

뒤에 자리 잡고서, 자신의 볼기짝을 두드렸다.

그 때 느낀 수치심에 정신을 차릴 뻔 했는데….

강아진이 힘껏 박아대는 탓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 아래에 강아지의 것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몸이 안 움직여.”

“…그럴 리가요. 자지에 박히면 꼼짝 못한다는 건, 그냥 낭설일 뿐이에요.”

“진짜야.”

처음에는 여성상위로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포지션의 이점을 버리고 내려왔다.

어색하게 허리를 놀렸다간 잡아먹힐 것 같아서.

강아진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대응할 생각이었다.

“처음에 강아지가 자지를 밀어 넣는데, 엄청 딱딱하고…. 뜨겁고…. 드디어, 라는 생각에 기분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지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죠. 이해해요.”

“넣자마자 사정했어. 그 때까지는 괜찮아, 버틸 만했거든. 그 뒤부터가 문제야.”

애쉬는 천천히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숙련자인 에르윈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서.

에르윈은 애쉬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아무리 들어봐도 별 내용은 없었다.

애쉬의 지랄을 피하기 위해 집중하는 척.

끝까지 연기를 했다.

‘첫 사정 이후 해볼만하다고 생각해 도발을 했어. 하지만 강아진 씨의 예상치 못한 정력에 당황, 그 이후 개처럼 따먹혔다.’

애쉬는 그 간단한 이야기를 열심히 포장했다.

남의 평가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애쉬가 수치심과 부끄럼을 숨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애쉬가 에르윈을 슬쩍 흘기며 물었다.

도저히 혼자서는 답을 떠올릴 수가 없어, 이렇게 찾아온 것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말하면 안 되겠지.’

첫 번째 이유는 애쉬 보지가 잘 느끼는 편이라는 것.

두 번째 이유는 애쉬와 강아진의 합이 잘 맞는다는 것.

전자의 경우에는 사람에 따라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후자의 조건을 알려주는 게 신상에 훨씬 이로울 것 같았다.

에르윈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용사님과 강아진 씨의 궁합이 좋은 것 같아요.”

“…궁합?”

“남성의 자지와 여성의 보지, 그 형태는 열쇠와 자물쇠의 구조와 유사해요. 그 형태가 딱 들어맞으면, 서로가 느끼는 쾌감이 수십 배로 늘어나요.”

“…수, 수십 배?”

에르윈의 말에, 애쉬가 관심을 보였다.

에르윈은 적당히 숫자를 날조하고 예쁜 포장지를 가져와, 애쉬가 강아진에게 따먹혔다는 사실을 가려주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용사인 너로서도 피할 수 없는…!

“용사님이 강아진 씨에 의해 절정을 느끼고 반항하지 못한 것…. 용사님의 문제가 아니에요.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일이죠.”

“좋아해야 한다고? 내가 강아지한테 따먹혔다는 걸…?”

“서로 맛있는 걸 먹여준다고 생각해보세요. 기분이 어떤가요?”

애쉬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강아지가 맛있게 먹어주면, 좋을 것 같아.”

“네. 맞아요. 기쁘고 행복하죠. 그것의 연장선이랍니다. 강아진 씨는 용사님의 것을 맛보고 좋았을 거예요. 몇 번이고 발기해서, 용사님의 음부에 삽입하고, 자궁에 사정한 것은…. 아무리 먹어도 맛있게 느껴지는, 그러한 이유 때문이죠.”

“…….”

애쉬는 아리송한 눈빛으로 에르윈을 바라봤다.

“용사님이 기분이 좋았듯 강아진 씨도 기분이 좋았어요. 서로의 성기가 아름답게 딱 맞물려 떨어지는, 하늘 아래에 하나뿐인 한 쌍…. 천생연분이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나랑 아진이가 천생연분…?”

“네. 그렇기에, 용사님은 여자로서 느낄 수 있는 최대치의 쾌감을 느낀 거죠. 그래서 용사님의 몸과 마음이 강아진 씨를 완전하게 받아들인 거예요.”

승기가 넘어왔다.

이 상담을 무사히 끝낼 수 있겠다, 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쇄기가 필요하다.

“용사님이 얼마나 강하신데. 현 세대 최강의 용사인 드레이크도 일격에 참살하셨잖아요. 그런데 강아진 씨의 고기 막대에 찔렸다고 움직이지 못한다? 말이 안 되잖아요. 그죠?”

“그렇긴 하지.”

“…용사님과 강아진 씨의 인연이 용사님의 힘을 가뿐히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의미에요. 둘의 인연이 서로를 꽉 잡아당기기 때문에, 용사님의 힘으로도 몸을 겹치고 있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거랍니다.”

“…아!”

에르윈의 말을 곰곰이 곱씹던 애쉬.

입 꼬리가 들썩거리고 천천히 말려 올라간다.

활짝 웃는 모습에, 에르윈은 식은땀을 닦아냈다.

‘해냈구나, 에르윈. 장하구나, 에르윈!’

되도 않은 개소리다.

에르윈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허접보지인 애쉬가 강아진에게 짐승처럼 따먹힌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에르윈은 그 사실을 숨겼다.

고객이 듣고 싶어 하는 말, 듣고 좋아할 말들만 해주었다.

그 결과, 애쉬는 신뢰 가득한 눈으로 에르윈을 바라봤다.

“어떻게….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낮과 밤의 구분을 확실하게 해주세요. 궁합이 잘 맞아, 밤에는 주도권을 내어주게 되는 경우가 많아질 테니까요. 그 대신, 밤에는 흐름을 따라야겠죠. 섹스 순간에 느껴지는 감각을 다시 한 번 확인을 해보신 후, 다시 찾아와주실 수 있나요? 이번에는 더 자세하게….”

에르윈은 애쉬에게 작전을 세워주었다.

내용은 별 거 없었다.

‘엿이나 먹어라.’

얌전히 돌아가서 강아진에게 따먹히라는 말을, 돌려서 했다.

애쉬는 각오를 다지며 고개를 주억였다.

“알았어. 해볼게.”

‘바보.’

해맑게 희망을 가지는 애쉬를 쳐다보며, 에르윈은 미소 지었다.

접대용 80%, 진심이 20%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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