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처음(4).
* * *
삼십 분 정도 물에 몸을 담갔다.
그냥 물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인데, 정력을 향상시켜주는 태양뱀 독 원액을 탄 욕탕이라 더 힘들었다.
게다가 곁에 애쉬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탕 밖에 있었으니까, 버틸 만했다.
그러나 애쉬가 탕 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인고의 시간이 시작됐다.
애쉬는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내 앞에 쪼그리고 앉은 애쉬가 자지를 훑고 불알을 주물렀다.
둘이 앉기엔 좁은 탕 안에서 1초도 쉬지 않고 사정에 가까운 쾌감을 주었다.
사정통제 각인이 없었다면, 내 정력에 한계가 없었다면, 이미 열댓 번은 사정했을 것이다.
실제로 정액을 배출하지는 못하고 사정에 가까운 쾌락만을 느낀다.
불알에 정액이 차곡차곡 쌓여, 터질 것 같이 빵빵해졌다.
그 착각 속에서 새로운 정자를 생성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입 벌려, 강아진.”
가렵고 따가운 감각은 애쉬의 손길 덕분에 희미해졌다.
하지만 그 대신 생겨난 욕구, 사정하고 싶은 욕망을 참아야 했다.
멍한 얼굴로 애쉬를 바라봤다.
시키는 대로 입을 벌렸다.
애쉬가 내 귀두를 꽉 쥐며 내게 키스했다.
서로의 입술이 포개지고 혀가 뒤섞였다.
쪼옵. 쪽.
“하암, 츄릅. 쯉.”
묵직한 애쉬의 젖가슴이 가슴팍에 스쳤다.
자지가 아파올 지경이다.
“강아지, 기분 좋지?”
애쉬가 입술을 떼고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삼십 분 내내 이 상황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한 시간을 반복해야 했다.
“허억, 허억….”
탕에 스며든 황금빛이 다 사라지고, 나는 물에서 나올 수 있었다.
아랫도리가 무거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진짜, 미칠 것 같다….”
“이틀이야. 이틀만 참으면 돼.”
애쉬가 내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만져댔다.
평소 칭찬해주듯 토닥거리는 느낌이 아닌 음흉하게 추행하는 손길이었다.
“옷 입고 가서 쉬어.”
“…넌?”
“나는 씻고 올라가려고.”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순식간에 애쉬의 나신을 훑었다.
발기한 자지 때문이었다.
시선처리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알았어.”
나는 애쉬를 내버려두고 여탕에서 나왔다.
‘잠이라도 자야 해.’
포경수술을 했을 때, 고통에는 잠이 보약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게임이고 뭐고, 일단 눈을 감아야 내 건강에 이롭다.
태양뱀 독이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중가면 어디에든 자지를 비비고 있을 것 같았다.
내 존엄성을 위해서라도 빨리 잠에 들 생각이었다.
옷 입는 것도 힘들다.
자지를 건드릴 수가 없어서, 최대한 조심스레 느릿하게 물기를 닦아냈다.
‘…옷을 못 입겠다.’
어차피 별채에는 애쉬와 나 밖에 없을 것이다.
가는 길에 하녀들을 마주칠 수도 있지만,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자지가 팬티에 닿는 것보다 시선에 농락당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대충 옷을 움켜쥐고 살살 걸었다.
서늘한 공기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이었다.
‘이대로 이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차라리 발기를 못하게 하는 건 어떨까?’
꽤 괜찮은 방법 같았다.
각인을 통해 발기를 못하게 만들면 사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강제로 고자가 되어, 싸고 싶은 마음을 통제한다.
버티기가 훨씬 수월하리라.
밖으로 향하던 걸음을 돌려, 다시 여탕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갔다.
후끈한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여탕 안.
“하아앙…. 하앙…!”
“……?”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의 신음소리인지 모르지 않았다.
모를 수가 없었다.
애쉬 이름을 부르려고 했는데, 가까스로 꾹 참았다.
고개만 들이밀고 안을 살펴봤다.
애쉬의 뒷모습과 뒤태에서도 보일 만큼 커다란 젖가슴이 보였다.
탕에 걸터앉아 다리만 담그고 있는 듯했다.
“하으응…. 아진아…. 읏…!”
애쉬는 내가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자위에 열중하고 있었다.
내 이름을 부르면서 말이다.
팔이 마구 흔들린다.
한 손으론 보지를 비비고, 한 손으론 젖가슴을 주물렀다.
애쉬의 아래에서 야릇한 물소리가 울려 퍼졌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방으로 돌아가자.’
나는 조심히 물러났다.
험한 꼴 당하기 전에 도망쳤다.
얌전히 방으로 들어갔다.
조심히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웠다.
이틀이다.
이틀을 참아야 한다.
나 자신을 격려하며 잠에 들었다.
“…….”
한숨 푹 자고 일어났다.
태양뱀 독으로 인한 흥분이 안정적으로 식었다.
애쉬가 곁에 누워 있다.
나를 애착인형으로 생각하는 건지, 꼬옥 끌어안고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검은색 속옷만 입고서….
꿀꺽.
새하얀 속살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숨을 쉴 때마다 애쉬의 체향이 폐부 깊이 스며들었다.
발기 통제가 걸려있지 않았다면, 이미 발기를 해버렸을 것이다.
‘잘 자네.’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어제 목욕탕에서 자위하던 애쉬의 모습이 떠올랐다.
애쉬가 나를 반찬 삼아 자위한다.
빈센트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느낌이 달랐다.
기분이 묘했다.
애쉬를 살짝 옆으로 밀어두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창문 너머에서 빛이 비쳐 따스한데, 힘이 쭉 빠지는 아침이다.
싸야 할 때 싸지 못한다는 것.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만들었다.
‘…하루다. 하루 남았어.’
며칠을 참았는지 모르겠다.
애쉬가 이틀만 버티라고 했으니, 그것만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방 밖으로 나갔다.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해서 레벨을 올려볼 생각이다.
겨우 1레벨 도둑.
용사를 따라가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레벨이 오른다고 해도, 부 능력치는 티끌만큼 오르겠지만.
1레벨보단 나을 것이다.
무작정 별채 밖으로 나섰다.
어정쩡한 정원이 펼쳐졌다.
나는 저택 담벼락을 따라서 뛰었다.
일단 달렸다.
그래도 백작가 기사들이 파견 오는 곳인데, 변변찮은 운동시설도 없나?
그런 잡다한 생각을 하며 땀을 쭉 뺐다.
혹시라도 레벨이 오르지 않았을까, 내 정보를 확인했다.
이름 『강아진』
클래스 『도둑F』
레벨 『1』
스킬 『감정D』 『소매치기F』 『해제F』
레벨은 미동도 없다.
클래스 랭크도 그대로였다.
언제쯤 2레벨이 되고 D랭크가 될까.
궁금했다.
30분 동안 달렸다.
적당히 체력을 조절하며 달렸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허억, 허억, 허억.”
멈추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온몸이 땀에 젖어서 축축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뭔가 다리에서부터 간질간질한 감각이 피어올랐다.
지금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야가 흔들리고, 진짜 뒈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레벨이 올랐습니다.]
반가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케이…!”
마음 놓고 달리기를 멈췄다.
땅바닥에 그냥 냅다 드러누웠다.
“허억! 허억! 허억! 시바알…!”
레벨 업 시스템은 한계를 뛰어넘으려 할 때, 성장한다.
안 되겠다 싶은 순간, 힘겹게 내디디는 한 걸음이 답이었다.
“한 단계 성장했군.”
“…볼트 님.”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었던 듯 볼트가 내게 다가왔다.
“용사님은 어디에 계시는지 아는가?”
“…방에서 자고 있을 겁니다.”
“아침잠이 많으신가보군. 아침 식사라도 함께 할 수 있는지, 여쭈어보려 했는데 말이야.”
“아침 식사 말입니까?”
볼트는 애쉬에게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어제 해치운 흑마술사에 대해 궁금한 게 아주 많네. 교단 측에서는 정보를 숨기고 있어서, 용사님께 직접 물어보고 싶네.”
“…애쉬가 썩 반길 것 같진 않은데요.”
“그래도 프레소 백작님께 보고를 올리려면…. 후우….”
볼트가 답답한 듯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다가 나를 흘기곤 은근히 물어본다.
“용사님이 프레소 백작령에 오신 이유가, 어제 그 일 때문인가?”
“…아뇨?”
“그러면 어째서 오신 건지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나? 프레소 백작님이 꼭 알아오라고 명령을 하셔서….”
위에서는 빨리 알아오라면서 쪼는데, 교단에선 정보의 일부를 숨겼다.
게다가 세상에서 가장 사나운 용사에게 잘못 걸려, 물어보기도 애매하다.
프레소 백작과 용사 애쉬 사이에 낀 볼트가 우왕좌왕 삽질하고 있었다.
충성을 맹세한 자의 검이 되기 위해 단련만 하는 이들이라서, 이런 부분에서 물러터진 경향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에게 사실만을 말했다.
“유테론 아가씨 생일 연회에 방문하려고요.”
“용사님이 유테론 영애를 왜…?”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간절히 쳐다보는 볼트를 애써 외면했다.
‘말해주면, 굳이 가는 이유가 없잖아.’
유테론 남작이 거래를 통해 애쉬를 보내는 이유.
가문의 힘을 은근슬쩍 드러내기 위해서다.
용사와 이 정도의 연이 있다.
부럽지?
내 머리로는 그 정도 해석이 최대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뜻을 전하기엔 충분했다.
“말해줘서 고맙네. 덕분에, 일단 하나 해결 했어.”
“다행이네요.”
“단련을 하고 싶다면 저기로 가보게. 저택에 머무는 기사들이 사용하는 연무장이야.”
“감사합니다.”
허락을 받지 못해서 들어가기가 애매했는데, 다행이다.
그 때였다.
콰앙!
“…뭐지?!”
별채 상단부가 박살났다.
천장이 날아갔다.
회색 흙먼지가 뭉개뭉개 피어났다.
“내 뒤로 오게!”
볼트가 내 앞에 섰다.
만일에 하나, 적의 기습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연기 속에서 무언가 하늘로 솟구쳤다.
은빛의 마력이 흘깃 보였다.
애쉬가 하늘에서,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속옷차림의 애쉬 말이다.
“…용사님?”
멍청하게 중얼거리는 볼트를 뒤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애쉬를 마주했다.
애쉬는 사뿐하게 착지해서 내게 달려왔다.
출렁거리는 젖가슴에 눈이 갔다.
“왜, 내 허락도 없이 혼자 나가?”
내 예상과 달리 잔뜩 화난 목소리였다.
표정도 살벌하게 굳어 있었다.
괜히 주눅 들었다.
“…간단하게 운동이라도 하려고….”
애쉬가 내 앞에 멈춰 섰다.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킁킁.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았다.
나는 그런 애쉬를 살짝 밀어냈다.
“지금 땀을 많이 흘려서 말이야. 냄새 나니까 좀….”
“…진짜….”
애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내가 어제 말했잖아. 나도 참고 있는 거라고.”
“…그랬지?”
“그런데, 이렇게 야한 냄새 풍기면서 유혹하고 그래?”
“뭐? 엌…!”
애쉬가 갑자기 나를 들쳐 업었다.
보쌈이라도 하듯 들고, 뛰기 시작했다.
배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눈 깜빡하는 순간, 별채의 아무 방에 들어와 있었다.
쿵.
문을 거칠게 닫아버리고.
“아…!”
나를 바닥에 내려두었다.
“…나도 몰라. 하루 더 묵히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천천히 다가오며, 애쉬는 브래지어 후크를 풀어 벗었다.
풍만한 젖가슴을 한 팔로 감싸 안고 나를 향해 발을 뻗었다.
“윽…!”
“이 자지에서, 얼마나 음탕한 냄새가 날까? 하아…. 나 정말 미치겠어, 아진아.”
꾸욱.
발기하는 자지를, 발로 지그시 눌렀다.
훑는 솜씨가 많이 어색했다.
애쉬의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배운 기술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어린 애처럼.
“싸게 해줄게. 그 동안 쌓아둔 거, 내 자궁에 싸는 거야. 알았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바라던 바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