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처음(3).
* * *
우리는 볼트를 따라 저택 별채로 이동했다.
이런 소도시에까지 용사만을 위한 별채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이 저택의 별채는 용사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었다.
‘본채에 비해 밀리지도 않아. 아마 별장 같은 느낌이겠지.’
프레소 백작이나 다른 귀인들이 들렀을 때,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느낌이다.
기사들이 머무는 숙소를 제공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불편한 것은 이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하녀장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하녀장, 베카라고 합니다.”
볼트의 옆에 선 하녀장 베카와 통성명을 나누었다.
베카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볼트는 우리에게 베카를 소개시켜준 후, 별채 밖으로 나섰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용사님. 교단과 함께 사후처리를 해야 해서요.”
“그래.”
“양해, 감사드립니다.”
흑마술사나 마족을 처리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혹시라도 마계침식이 일부 진행됐을 수도 있기에 정화작업을 펼쳐야 하고, 도시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사건전말에 대해 파악해두어야 한다.
흑마술사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아두기 위함이었다.
“언제든 불러주세요. 용사님.”
“…씻고 싶은데. 목욕탕은 어디에 있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베카가 앞장서서 안내했다.
애쉬는 베카의 뒤를 졸졸 따라가 목욕탕으로 향했다.
“방에 짐 좀 두고 올게.”
애쉬가 씻는 동안, 방에서 잠깐 쉴 생각이었다.
“그냥 따라와.”
잠시도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는다.
애쉬 혼자 일하러 갔을 때, 그 순간의 자유가 그리워졌다.
있으면 힘들고 없으면 그립고.
사람 마음이 참 갈대 같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었다.
“이곳입니다.”
베카는 목욕탕을 안내해준 후, 물러났다.
나는 씻으러 들어가는 애쉬의 뒤를 따랐다.
스윽. 스윽.
탈의실에서, 애쉬는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나신이 되면서 뽀얀 살색이 점차 늘어났다.
야릇한 검은색 속옷만 걸친 채, 애쉬가 나를 돌아봤다.
“뭐해? 안 벗어?”
“…나 씻었는데?”
그게 뭐, 어쩌라고.
나한테 씻고 기다리래놓고선….
애쉬는 내게 당장 벗으라며 눈치를 줬다.
혼자선 씻을 생각이 없다는 듯 제 혼자 팔짱을 끼고서 나를 기다렸다.
애쉬의 명령대로 옷을 다 벗었다.
그제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애쉬는 남은 속옷을 벗었다.
자꾸만 커다란 젖가슴에 시선이 갔다.
분홍빛 젖꼭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들어가자.”
후끈한 수증기로 가득한 목욕탕에 입장했다.
애쉬는 평소처럼 씻기 시작했다.
내가 뒤에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땀과 먼지를 닦아냈다.
나는 애쉬가 씻는 것을 얌전히 구경했다.
“…눈빛이 좀 많이 뜨겁네.”
“읏….”
내 노골적인 시선을 느꼈는지, 애쉬는 씻으면서 나를 흘겼다.
그와 동시에 발기 제한이 풀렸다.
내 자지에 피가 고이며 어느 때보다 단단해졌다.
애쉬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태양뱀 독 하나 가지고 와봐. 발라줄게.”
“…바르면 참기 힘든데.”
“괜찮아. 어차피 내 허락 없이는 싸지도 못 하니까. 네가 사정을 견디는 게 아니라 내가 견디는 거야.”
“뭔….”
괴상한 논리전개에 할 말이 많지만, 굳이 토를 달진 않았다.
나는 입을 꾹 다물고 태양뱀 독을 가져왔다.
손가락 크기의 병에 8할 정도 채워진 황금빛 액체.
남자에게 있어,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물이다.
“아니다.”
한 병을 소중하게 손에 꼭 쥐고 애쉬에게로 갔다.
다가가니, 애쉬가 고개를 저었다.
부족하다는 눈빛이었다.
“뭐가?”
“한 병으론 안 돼. 더 많이. 어차피 아낄 필요 없으니까, 배낭 통째로 가지고 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는 안 되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태양뱀 독 원액이 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 애쉬에게 넘겨줬다.
“태양뱀 독을 왜 불알에만 바르는 걸까? 이유를 알아, 강아지?”
“…똑같은 양을 발라도 효과가 가장 좋을 테니?”
“그렇지. 다른 부위에 쓰는 것보다 월등히 효율이 좋아서 그런 걸 거야. 그런데 우리는 효율을 찾을 필요가 없잖아. 태양뱀 독이 이렇게 많은데.”
“…….”
활짝 웃는 애쉬를 보며 소름이 오도도 돋았다.
즐거움이 반, 욕망이 나머지 절반, 애쉬의 얼굴에는 가학적인 미소가 잔뜩 피었다.
“하나를 쓰는 것보다는 둘, 열을 쓰는 것보다는 백! 태양뱀 독을 팍팍 쓰면, 강아지 정력이 더 빨리 강해질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뭔 짓을 하려고 하는 건데.”
애쉬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강아진, 우리 지금 단 둘이 있어. 주인님이라고 불러야지.”
“…….”
시발이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잠잠한가 싶더니, 또 주인님이라고 부르란다.
“네, 주인님.”
나도 참 대단한 새끼다.
몇 번 겪어봐서 그런가, 주인님이란 호칭이 부끄럽지 않았다.
익숙하게 느껴졌다.
‘수치심이고 나발이고, 빨리 불러주는 게 내 정신건강에 좋아.’
일단 굽히고 본다.
버티면 부러지니까.
“강아지도 얼른 아기 만들기 하고 싶지?”
“…예!”
진심 존나 하고 싶다.
애쉬 때문에 싸지도 못하고 강제로 참는 중이라서 더, 간절하다.
힘들게 묵힌 정액을 애쉬에게 쏟아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그러려면 그만큼 네가 노력해줘야 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갑자기 의욕이 생긴다.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
내 비장한 각오가 마음에 들었는지, 애쉬가 나를 흡족하게 바라봤다.
“좋아. 그러면…. 일단 해보자고.”
애쉬는 그리 중얼거리며 배낭에서 태양뱀 독 원액을 꺼냈다.
그리고 탕을 향해 다가갔다.
저택 목욕탕은 그리 넓지 않다.
온탕의 크기도 유테론 남작 저택에 비하면 작은 편이었다.
말 세 마리 정도 나란히 세워두면 가득 채워질 사이즈.
남탕 여탕 나뉘어 있으니, 별채 목욕탕 규모는 이곳의 두 배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애쉬가 가리킨 탕은 달랐다.
1인용이라고 해야 할까.
욕조에 가까운 탕이었다.
애쉬가 코르크 병마개를 퐁, 열었다.
병 안에서 황금빛 액체가 넘실거렸다.
“강아지, 탕에 들어가.”
“…설마 그거, 물에 풀 건 아니지?”
이미 직감했다.
애쉬는 태양뱀 독을 온탕 물에 풀 생각이다.
불알에만 바르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전신으로 흡수시킬 계획을 세웠다.
“야, 사람 죽어. 불알에만 발라도 참기 힘든데, 아예 담그면….”
“강아진. 뭐해?”
“…….”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눈빛을 앞에 두고, 입이 열리지 않았다.
나는 애쉬의 눈치를 살피며 느릿하게 움직였다.
방금 전에 씻었는데, 다시 온탕에 몸을 담갔다.
나 하나 누우면 알맞을 크기.
들어가자마자 물이 넘쳤다.
애쉬가 나를 불렀다.
“강아지.”
“…왜.”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튀어나갔다.
뒤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틀만 참으면 돼. 그러면 잔뜩 싸게 해줄게.”
“그거 참 기쁜 소식이구만.”
“나 정도 되는 용사 임신시키는 게 쉬울 줄 알았어?”
왜 정액을 묵혀야 하는 건지 대충 짐작은 하고 있다.
지극히 합당한 이유라서, 나는 애쉬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애쉬가 나를 책망하듯 말했다.
“내가 네 애를 낳아주겠다고. 넌 그냥 정액 잔뜩 쌓아서 싸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힘들어? 응? 그 때까지 못 버텨? 응?”
싸지도 못하고, 잠들기 전에 쿠퍼액만 질질 흘리는 자지의 괴로움을 애쉬가 알까?
“…그게 얼마나 힘든데.”
“그 정도도 못 참아? 나는 그것보다 더 한 것도 견뎠어.”
“나는…. 나 진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긴장과 흥분이 뒤섞였다.
태양뱀 독 때문에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 알고 있어서, 괜히 무섭다.
그 분노를 담았다.
“네 보지구멍 씹창 낸다. 어? 씨발! 나 괴롭힌 만큼 존나 박을 거라고!”
싸고 싶을 때 싸지 못하는 자지의 울분을 토해냈다.
급발진.
애쉬가 방긋 웃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거, 진짜 기대되네.”
또르르륵.
애쉬의 손이 기울어졌다.
병에 담겨 있던 황금빛 액체가 흐르고, 욕탕 물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시발. 시발….”
“이제 한 병이야.”
“…주인님, 이제라도 멈추면 안 될까요? 그냥 불알에만 바르는 걸로 합의를….”
“안 돼.”
애쉬가 빈 병을 목욕탕 구석에 던져버렸다.
쨍, 하고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병을 집었다.
퐁, 마개를 열고 다시 탕에 부었다.
사골 끓이듯 나를 우려내는 느낌이다.
“이제 두 병.”
쨍, 퐁, 또르르륵.
쨍, 퐁, 또르르륵.
애쉬는 쉬지 않고 태양뱀 독을 풀었다.
욕탕 물이 점차 황금빛으로 물들어갔다.
“시발. 시발…!”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정신을 멀쩡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앞섰다.
애쉬에 대한 신뢰와 원망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나를 위해서 이러는 건 알겠는데.
너무 나만 힘든 게 아닌가 싶었다.
“열 병.”
아직 몸에 반응이 안 왔다.
태양뱀 독에 비해 물이 너무 많아서 그랬다.
애쉬는 예상했다는 듯 태양뱀 독을 쏟아 부었다.
쉰 병을 털어 넣었을 때.
슬슬 반응이 올라왔다.
“헙…!”
“효과가 오나보네.”
머리와 팔을 제외한 몸 전체가 물에 닿아있는데, 자지에만 느낌이 왔다.
부글부글 끓는 열탕에 자지를 담갔다가 빼낸 느낌.
가렵고 따갑고, 자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히익…!”
손으로 자지를 훑었다.
가려움이 조금이나마 사라지기를 바라며, 조금 격하게 주물렀다.
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나갈래…. 나, 나 나갈래…!”
욕탕에서 몸을 일으켰다.
더는 안에 못 있겠다.
그러자 애쉬가 내 어깨를 짓눌렀다.
일어나지 못하게 힘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애쉬를 노려봤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이었다.
애쉬와 눈이 마주쳤다.
괴롭히면서 즐거워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하늘빛 눈동자는 의외로 진지하게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강아지. 나, 안 따먹고 싶어?”
“…….”
애쉬가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천천히 내려와, 귀를 꼼지락거리며 만지고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계속, 너 따먹고 싶어서 기다렸는데.”
애쉬가 터질 듯이 딱딱해진 내 자지를 흘겼다.
탕에 걸친 내 팔을 잡아 이끌고 자신의 비부로 가져갔다.
“이렇게 젖어, 당장 하고 싶은 것도 참고 있는데.”
내 손은 어정쩡하게 허공을 떠돌았다.
막상 만지라고 대주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손가락을 파르르 떨며, 애쉬를 쳐다봤다.
애쉬가 말을 끝맺었다.
“좀 얌전히 버텨주면 안 될까?”
“…불알 터질 것 같아.”
“안 터져. 몸에 나쁜 성분은 없다고 그랬어.”
만약에 터지면?
자지가 망가질 것 같은 이 감각을 버텼다가 그대로 터져버리면?
“자지 못 쓰게 돼도 안 버리니까 걱정하지 마.”
“…진짜?”
애쉬를 바라봤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있어서도 안 되지만.
혹시라도 자지가 못 쓰게 되어도, 애쉬는 나를 버리지 않겠단다.
“응. 뒷구멍으로도 서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괜찮아.”
“…뒷구멍?”
태양뱀 독이 뒤에도 효과가 있었나?
똥구멍이 움찔움찔 떨렸다.
애쉬가 히죽 웃었다.
나는 탕에서 일어났다.
“……이 씨발년아!”
“탕에 몸 담그고, 움직이지 마.”
내 손목을 놓고 내 불알을 쥐었다.
엄청난 스피드의 스위칭.
“히잌…!”
아이러니하게도, 애쉬가 만져주니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
“앉아.”
애쉬의 명령에 따랐다.
다시 탕에 몸을 담그고, 버텼다.
“싸게 해줘. 싸게 해줘….”
“징징거리지 마. 나도 참기 힘들어.”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가.
황금빛이 내 불알에 스며들어 사라질 때까지.
욕탕에 앉아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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