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최강의 용사(1).
* * *
“…….”
마왕 바알에게 당했다고 해도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용사 특유의 초감각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탁탁탁탁.
“…….”
애쉬는 두툼한 이부자리에서 일주일 째 생활하는 중이다.
볼일을 보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웬만해선 방 밖으로 나설 수 없었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니 방 안에만 계속해서 머물렀다.
일주일이란 시간은 지랄 맞은 애쉬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충 지어서 투박한 외관의 천장이 은근히 괜찮게 보였다.
낯설게 느껴졌던 남자의 냄새도 자신의 냄새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탁탁탁탁.
“…….”
하지만 그 남자가 혼자서 자지를 훑는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 됐다.
문을 꽉 닫고 소리를 죽이면 숨겨질 거라고 생각한 걸까.
집 밖에서 자위를 하면 용사의 기감을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걸까.
강아진이라 소개한 남자를 애쉬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푸슛. 푸슛.
─ 으, 애쉬, 이 시발년…!
집 밖에서 자지를 흔들던 강아진이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흙바닥에 희멀건 정액을 싸질렀다.
“…미친 새끼….”
강아진은 자신을 반찬 삼아 자위를 하고 있었다.
애쉬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자지를 쭈욱 짜냈다.
정액이 울컥울컥 새어나와 귀두를 타고 흘렀다.
애쉬는 이를 악물고 강아진에게서 신경을 끊으려 했다.
뷰륵, 뷰르르르릇!
─ 뷰지 딱 대…! 으아, 아아…!
강아진은 요도에 남은 정액 찌꺼기를 단 한 방울조차 남기지 않고 모조리 배출했다.
도대체 무슨 망상을 하며 욕망을 털어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몰려오는 수치심에 애쉬의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래도 움직여지지는 않았다.
─ 후으으…. 고 년, 똥구멍이 참 예뻤단 말이지. 츄릅, 존나 빨아보고 싶네.
“……!”
애쉬의 머릿속으로 오늘 아침 있었던 일이 스쳐 지나갔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개, 개새끼…!”
육체를 직접 움직일 수 없다.
그렇다고 에너지를 안 쓰는 것은 아니다.
애쉬의 몸은 꾸준히 신진대사를 이어가고 있다.
당연히 배설 작용 또한 필요하다.
애쉬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몸이 망가진 현재로서는 타인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강아진은 그런 애쉬를 씻겨주고 닦아주며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애쉬의 분홍색 똥구멍을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보기는 했지만.
“씨발새끼…!”
애쉬는 오전에 겪은 일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어떻게든 복수하고 말 것이다.
‘죽인다…. 죽일 거야….’
자신의 몸을 음흉하게 바라본 놈들을 모두 죽였다.
귀족이든 악당이든 가만 넘어가지 않았다.
끓어 넘치는 수치심을 부활의 양분으로 삼았다.
* * *
“자주 올게.”
참고로 애쉬는 값을 치르지 않았다.
그런데 에르윈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또 오겠다고.
에르윈은 입 꼬리를 파르르 떨며 웃어보였다.
억지로 미소를 지어내고 손님 애쉬를 배웅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용사니임…!”
에르윈의 목소리가 애쉬에 대한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괜히 내가 잘못 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정작 그녀를 화나게 만든 장본인인 애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다.
“가자, 강아지.”
애쉬는 에르윈을 뒤로 하고 앞장서 걸었다.
내 목줄을 손에 쥐고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각인….’
레벨업 시스템에 등록된 각인 정보가 떠올랐다.
[각인(SS)]
위치 『하복부』
1. 위치추적 / 2. 생명력 공유 / 3. 마력 공유
위치 『고환』
1. 성감 증폭 / 2. 성감 증폭 / 3. 성감 증폭
위치 『전립샘』
1. 발기 통제 / 2. 회복력 강화 / 3. 감각 공유
내 몸뚱어리에 새겨진 각인들이 가지고 있는 효과를 한 번에 읽어볼 수 있었다.
그것들을 읽어본 내 소감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좆 됐네.’
내 자지에 대한 통제 권한이 완전하게 애쉬의 손아귀로 넘어갔다.
내 의지만으로는 발기조차 불가능하고 쾌감도 못 느낀다.
묵직한 쇠의 감촉이 벌써 그리워질 줄은 몰랐다.
차라리 정조대를 착용하고 지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불공정한 계약이었다.
“강아지.”
“…왜 불러.”
“어깨 축 늘어뜨리고 불쌍하게 그런 표정 짓지 마.”
애쉬가 제 입술을 날름 훑으며 히죽 웃었다.
촉촉하게 적셔진 입술이 앵두빛으로 반짝였다.
“괴롭히고 싶어지잖아.”
애쉬는 내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웃는 표정이 너무 얄미웠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걸까.
‘회귀 전에는 대체 어떤 외로운 싸움을 해온 거냐, 1회차의 ‘나’…!’
지금의 나는 ‘나’와 달라 애쉬에게 대적하지 못한다.
그럴 만한 힘도 뭣도 없다.
천천히 내 육체 권한을 하나씩 넘겨주며 질질 끌려갈 뿐이었다.
애쉬는 곧장 유테론 가문의 대저택으로 돌아왔다.
진짜 각인만 새기려고 외출한 듯 용건 보고 바로 복귀해버렸다.
투명한 일과 소화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애쉬와 나는 외출 전에 잡아둔 방으로 들어갔다.
빈센트, 린과 소우타는 어느 방을 쓰는지 잘 모르겠다.
애쉬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지에 피가 쏠리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 자지는 발기를 허락받지 못했다.
발기할 듯 말 듯 근질거리는 느낌이 계속 이어진 채로 여기까지 걸어왔다.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애쉬.”
“응?”
“…….”
차마 내 입으로 말을 못하겠다.
발기 좀 시켜달라고 빌어야 하는 내 처지가 불쌍했다.
애쉬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나를 바라봤다.
순진무구한 얼굴이 더 없이 악마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왜?”
“…그, 발기 제한 좀 풀어주면 안 되나 해서.”
“아.”
애쉬가 내 바지 앞섶을 힐끔 흘겨본다.
그 시선도 내게는 큰 자극으로 다가왔다.
애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발기 시켜주면 이제 싸고 싶다고 할 거잖아. 안 돼.”
“…나 너무 힘든데.”
“일주일만 참아. 일주일에 한 번, 정액을 푹 묵혀서 받아야…. 그나마 확률 높일 수 있단 말이야.”
“…….”
애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었다.
말의 속뜻을 알아들었다고 해서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애쉬의 모든 행동이 내게는 의문투성이였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
“뭐가 궁금한데?”
애쉬는 셔츠를 벗었다.
검은색 브래지어가 애쉬의 젖가슴을 잡아주고 있었다.
점점 가벼운 차림으로 변해가는 애쉬를 향해 나는 허심탄회하게 물었다.
“나한테 왜 이래?”
“응?”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아무 죄도 없는 내 자지를 왜 괴롭혀?
보지 짝꿍도 못 만나본 불쌍한 친구인데 도대체 왜!
애쉬는 혁대를 풀어헤치며 되물었다.
“너를 왜 못 살게 구는 거냐, 그 이유를 묻는 거야?”
“그래.”
“이유 저번에 말해줬잖아.”
“언제? 무슨 이유?”
“사랑하니까.”
애쉬가 바지를 끌어 내렸다.
가느다란 허리, 쩍 벌어진 골반, 커다란 엉덩이.
바지 벗는 중에 낑낑거렸다.
들어갈 곳 들어가고 나올 곳 나온 근사한 몸매를 내 앞에 드러냈다.
입 안에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애쉬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사랑해. 네 아이를 가지고 싶어. 그래서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야.”
“아기 가지는 거랑 이런 각인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굳이 따지자면…. 아무것도?”
애쉬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시큰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꼴려서 그리고 넌 내 거니까.”
“…그냥 소유욕?”
“응, 그거면 충분한 이유 아닌가? 나 정도 되는 용사가 남자 하나도 내 마음대로 못 가져?”
애쉬는 거만하게 턱을 치켜 들었다.
당당한 눈빛은 진심만을 말하고 있었다.
“강아지 너, 예언자잖아. 어차피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우리가 어떤 관계가 될지.”
“……?”
“아닌가? 큰 줄기 밖에 못 봐?”
뜬금없이 예언자가 왜 나온단 말인가.
‘설마….’
원작 정보를 활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언자를 흉내 내는 것이다.
큰 사건을 몇 번 맞춰주면 금방 믿음을 살 수 있으니까.
‘…애쉬와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구나.’
회귀 전의 애쉬와 1회차의 ‘나’는 용사와 예언자의 관계다.
‘나’는 예언을 팔아서 애쉬와 동행했고 그 끝을 보았다.
‘무언가 틀어져서 마왕 봉인에 실패했고, 애쉬는 회귀해서 넘어왔다.’
1회차의 내가 씹마조새끼였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충격 먹은 나를 향해 애쉬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언자라고 해도 나와의 관계를 확신하기 힘들 수도 있겠네.”
“…….”
“진실만을 말할게. 나는 회귀했어.”
“…뭐요?”
진실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애쉬는 회귀 사실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에게만큼은….
‘내가 예언자 코스프레를 했다면 숨기는 게 의미가 없지.’
이제까지 말하지 않은 것은 내가 예언자라고 믿고 있어서 굳이 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쉬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회귀하기 전에 너랑 나랑 사랑하는 사이였어. 분명 그건…. 사랑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으니까. 응, 확실해. 사랑이야. 다들 사랑이라고 말해줬어.”
“…….”
“근데 이루지 못했지. 끝이 안 좋게 끝났거든. 골 비어 있는 귀족 영애들이나 읽을 법한 삼류 로맨스처럼 말이야.”
“…….”
“이번에는 절대 실패 안 해. 마왕도 죽이고 네 아이도 낳을 거야.”
진짜 사랑하는 사이였나?
작가에게 버려진 히로인 애쉬 그레이필드와 내가?
‘각인 새기고 사정 관리 당하면서 애쉬에게 따먹히는 것이 내 이세카이 판타지 라이프…?’
애쉬의 표정을 보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강아지.”
애쉬가 방긋 웃으며 다리를 살짝 벌렸다.
축축하게 젖은 보지에서 음습한 열기가 훅 밀려왔다.
멀리서도 그 기운이 보일 정도였다.
달콤한 향기가 폐부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파블로프의 개 마냥 내 입 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내가 자각하기도 전에 내 눈은 애쉬의 보지에 고정되어 있었다.
“얼른 와서 봉사해야지?”
“…….”
내 몸이 천천히 애쉬에게로 다가갔다.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 나를 이끄는 것만 같았다.
나는 애쉬의 보지 앞에 꿇어 앉았다.
눈높이를 대강 맞추고서 애쉬 가랑이 사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츄릅. 츄르르릅.
“하으응…. 아진아….”
애쉬가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내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 쥐고서 가녀린 신음을 흘렸다.
자지가 단단하게 발기할 것만 같다.
조금이라도 만져줬으면 했다.
내 마음을 알아차려준 걸까.
애쉬의 발이 스리슬쩍 내 안쪽으로 들어왔다.
“……!”
“흐흫….”
애쉬는 발을 까딱거리며 바지 앞섶을 지그시 눌렀다.
느긋하게 즈려밟으며 문질렀다.
“애쉬…. 제발….”
“싸고 싶어?”
“…….”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간절한 부탁에 애쉬가 고민되는 듯 중얼거렸다.
“일주일 못 묵히면 안 되는데….”
“…….”
“그래, 오늘 각인 얌전히 받았고 말 잘 들어줬으니까. 상이야.”
각인의 일부가 일시적으로 해제됐다.
애쉬의 발에 의해 짓밟히는 느낌이 자지를 딱딱하게 만들었다.
“아흐흥…!”
애쉬의 보지를 더 게걸스럽게 빨아재꼈다.
쌀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에 안 그래도 달짝지근한 보지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 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들겼다.
똑똑똑.
“…….”
나와 애쉬가 동시에 인상을 찡그렸다.
밖에 찾아온 불청객은 우리의 기분을 알지 못했다.
우리에게 전해야 하는 용건만 간단하게 전달했다.
─ 드레이크 용사님이 유테론에 방문해주셔서, 현재 별채에 머물고 계십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