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돼지들의 울음소리(3).
* * *
지하는 의외로 밝았다.
화사한 조명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었다.
음습한 취향들이 교차하는 창관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 약간 달랐다.
물론 그 생각이 바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미쨩…. 아이시떼루요….”
“하악! 하악! 더! 더 박아줘!”
“여동생에게 질싸르르르릇! 나는 쓰레기입니닷…!”
통로 양옆에 일렬로 방들이 있는 구조다.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은 각 방은 방음기능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개인 사생활이고 나발이고 내부 소리가 방 밖으로 훤히 들렸다.
“애미, 시발.”
“강아지. 말이 험해.”
“이 소리를 듣고 어떻게 참아.”
다 큰 남자들의 끔찍한 신음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진다.
커튼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기대감과 동시에 불안감이 내 몸을 옥죄기 시작했다.
그 때, 좌측 6번방에서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예쁘장한 얼굴과 글래머러스한 몸매.
자지가 발기할 것만 같다.
“엌….”
내 자지건강을 걱정해주는 걸까.
눈 깜빡할 사이에 애쉬의 손이 내 바지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내 허리춤을 들추고 손을 집어넣어 자지를 감싸 쥐었다.
일련의 과정이 순식간에 부드럽게 수행되었다.
그리고 조용히 협박한다.
“눈, 그냥 감아.”
“후우, 든든하네.”
나는 얌전히 눈을 감았다.
애쉬도 손에서 힘을 빼주었다.
더 이상 보이는 것도 없고 목소리만 들려왔다.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
좌측 6번방에서 나온 여자였다.
“에르윈 언니, 또 손님이에요?”
“응.”
“…서, 성검…. 용사인데…?”
“응.”
에르윈은 단답형 대답으로 일관했다.
애쉬가 뒤에 있어서 그런지 잔뜩 긴장한 듯했다.
“왜, 왜…? 우리 아무 잘못 안 했잖아….”
“맡기실 일이 있대. 각인.”
“각인?”
잠깐 말이 끊겼다.
“아아…. 그런 거라면 우리가 전문이기는 하지….”
“그러니까 준비 좀 해줘.”
“알았어요. 어느 정도로…? 약한 거…?”
누구에게 묻는 걸까.
의문은 금방 해결 됐다.
내 옆에 서있는 애쉬가 고개를 살랑살랑 저었다.
약한 건 싫다는 의미였다.
“센 걸로 원하세요?”
“…서큐버스들이 강제로 늘린 정력은 임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맞아?”
“네. 아기씨의 개체수를 늘려주는 것은 아니에요. 발기력이나 사정횟수…. 눈에 보이는 기능적인 면에서만 강화가 되죠.”
“그러면 정력 강화는 빼고.”
애쉬는 가장 센 것을 요구하며 세세한 조건을 말했다.
다시 찾아온 침묵.
“값이 비쌀 텐데요.”
“돈은 준비되어 있으니까 걱정 말고. 바가지 씌우려다가 걸리면 내 손에 다 죽는다.”
“…아래층에서 대기해주세요.”
애쉬가 살벌하게 경고를 남겼다.
짧은 대화가 끝나고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눈 떠도 돼.”
야하게 입은 여자가 사라졌다.
애쉬의 손이 바지 속에서 빠져나갔다.
나는 내 시력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지하2층으로 내려간다.
지하2층은 지하1층과 달리 하나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주변에 가지런하게 정리된 섹스 토이.
각양각색의 플레이를 위한 도구들.
정중앙에 놓여있는 커다란 침대 하나.
무슨 짓을 꾸미는 장소라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여긴…?”
은은한 분홍빛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내 몸이 자동적으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강아지, 긴장 풀어.”
애쉬가 내 어깨를 사알사알 주물러주었다.
나긋하게 속삭이는 애쉬의 목소리에 기분이 묘해진다.
가슴 한구석이 간질간질하고 계속 듣고 싶었다.
“남성분은 이쪽으로 오셔서 바지랑 속옷 벗으시고 침대에 엎드려 주세요.”
에르윈은 라텍스 장갑 비슷한 것을 착용하며 내게 말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저런 장갑을 끼는 걸까.
“…….”
좀 말려달라고 여기서 그만 멈춰달라는 의미에서 애쉬를 바라봤다.
애쉬는 그런 내 눈빛을 무시했다.
에르윈에게 몇 가지 물으면서 내 등을 떠밀었다.
“각인 전에 슬라임 이식도 되지?”
“…슬라임 품질은 어느 수준으로…?”
“최상급.”
“하나 있기는 한데요. 값이 어마어마해서….”
“추진해.”
돈이 많이 들어도 슬라임 이식을 꼭 하겠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슬라임이라면 그 액체괴물 같은 녀석일 텐데 대체 내 몸 어디에 이식한다는 말일까.
‘…설마.’
주인공 용사 루크도 엄연히 남자다.
히로인이 존재하는 소설인 만큼 섹스를 암시하는 장면들이 간혹 나오곤 한다.
그 중에서 애널 섹스를 위한 관장, 그 역할을 대신할 슬라임을 뒷구멍에 삽입해 영구적으로 배설을 막는 기가 막힌 설정이 하나 있었는데….
‘에이, 그건 아니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내 실소를 마주한 애쉬가 나를 따라 해맑게 웃는다.
“우리 강아지, 눈치 챘구나?”
“시발.”
“아플까봐 무서워? 걱정하지 마. 천천히 길들이면 안 아프다고 했어.”
“나 상남자 강아진. 게이슬레이어의 뒤를 잇는 자. 똥구멍에 뭐 집어넣고 하는 거, 절대 못 참는다.”
애쉬는 내 살벌한 다짐에도 쫄지 않았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진정시키려 했다.
“우쭈쭈, 강아지. 겁먹지 마.”
“…이야다!”
“아, 이 새끼. 또 지랄이네.”
애쉬의 손을 뿌리치고 탈출 시도.
도망치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근력에서부터 한참이나 부족했다.
애쉬가 내 어깨를 짚고 힘을 주었다.
눈 뜨고 보니 애쉬 앞에 무릎 꿇고 있었다.
“아, 아아앜…!”
“어휴.”
나를 무릎 꿇린 애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웃옷을 벗기 시작했다.
“?”
에르윈이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나도 비슷한 표정이리라 생각된다.
멍청한 얼굴로 애쉬를 빤히 쳐다봤다.
다시 도망칠 생각도 못했다.
사락. 사락.
애쉬는 셔츠를 벗고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다.
팔로 젖가슴을 감싸 안은 채 브래지어를 바닥에 툭 내려두었다.
“얌전히 있으면 상을 줄게.”
“상…?”
함께 씻으면서 자주 봤던 젖가슴이지만 그 상황과 느낌이 전혀 달랐다.
당당하게 걸어 다니던 모습과 정반대의 분위기를 풍겼다.
“상, 이라면…?”
새하얀 상체만 드러낸 채 분홍색 젖꼭지를 힘겹게 가리고 있다.
수줍음을 숨기지 못하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 그리고 다소곳하게 선 애쉬.
“…….”
애쉬는 따로 포상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 몸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침대에 엎드리라고…?”
“슬라임 이식하고 각인 새길 거야. 최상급 슬라임은 버려진 영양분을 마력으로 치환해 몸에 축적까지 해주니까, 네 성장에도 도움이 돼.”
“…….”
어차피 도망 못 친다.
노예상인에게 팔리지 못했을 때부터 이미 정해진 미래였을지도 모른다.
내 뒷구멍이 애쉬에게 따먹히는….
“네 처음은 다 내 거야, 강아지. 대신에 내 처음도 네가 다 가져, 알았지?”
“…그래?”
“응. 네 뒤도 너한테 줄게. 그러니까 얌전히 각인 시술 받자?”
서로 교환을 하자고 한다.
애쉬 입장에서 안 줘도 될 것까지 양보해준 것이다.
감동을 받아야 하는 걸까?
잘 모르겠다.
‘남자인 내가 존나 손해 같은데….’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얌전히 침대로 나아갔다.
“바지랑 속옷 벗어주고 엎드려주세요.”
“…….”
에르윈은 아까보다 더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내게 부탁했다.
애쉬와의 거래를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천천히 바지를 벗었다.
속옷도 끌어내렸다.
오늘 처음 보는 에르윈 앞에서 하반신을 훤히 드러냈다.
수치심에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졌다.
“…….”
에르윈은 정조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용사님, 정조대 풀어주셔야 해요. 발기를 해야 각인을 새길 수 있거든요.”
“…알았어.”
애쉬가 정조대를 풀어줬다.
그리고 내 뺨을 붙잡고 내 시선을 자신에게로 고정했다.
“왜, 왜…?”
“자지 세우라고.”
“…….”
애쉬의 두 팔이 내 머리를 잡고 있다.
자연스럽게 젖가슴의 봉인이 풀렸다.
탐스러운 젖가슴, 핑크빛 젖꼭지.
애쉬는 내 음흉한 눈빛이 퍽이나 마음에 드는 듯 키득거리며 웃었다.
자지는 금방 발기해버렸다.
“입맛 다시는 거야?”
“…….”
“슬라임 이식 얌전히 받으면, 마음껏 갖고 놀게 해줄게.”
“…뭐를?”
“내 입으로 말하게 할래?”
“아앜…!”
애쉬가 내 자지를 세게 쥐었다.
나는 입을 합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잠깐 대기.
아까 전에 봤던 6번방 여자가 준비물을 가지고 왔다.
스크롤 여러 장과 분홍빛 보석 그리고 반투명한 액체괴물까지.
“에르윈 언니! 각인 준비 다 해왔어!”
“가지고 와. 그리고 애들 몇 명 더 불러줘.”
“알았어.”
호다닥 위층으로 올라간다.
각인 과정에 꽤 많은 사람이 필요한 듯했다.
“침대 위에 엎드려 주세요. 엉덩이는 제 쪽으로 내밀어주시고요.”
씻고 가자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나름 깨끗하게 씻었지만 창피함을 막을 순 없었다.
나는 수치심을 꾹 참고 에르윈 앞에 엎드렸다.
내 얼굴을 살펴보던 애쉬가 내 왼손을 마주잡았다.
그리고 제 젖가슴에 갖다대주었다.
“오옵…!”
말랑하고 부드러운 젖가슴이 손바닥에서 녹아내린다.
한 손에 다 담을 수 없는 커다란 크기의 살덩이에 자지가 더욱 딱딱하게 발기했다.
“착하네, 우리 강아지.”
애쉬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도 은근슬쩍 애쉬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그렇게 쥐어짜내듯 잡으면 아파. 살살 부드럽게…. 소중하게 만져야지.”
“아….”
중력에도 불구하고 물방울 모양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던 애쉬의 젖가슴이 내 손 아래 들어왔다.
내 힘에 따라 그 아름답던 젖가슴의 모양이 뭉개지고 찌그러졌다.
그 좆같기로 소문난 용사.
주인공 용사 루크조차 만져보지 못한 그 젖가슴이 내 손에.
군침을 삼키며 손의 감각에 집중하는 사이.
“허흡…!”
내 엉덩이 중심을 파고 들어오는 유체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안 아파요. 긴장하지 말아요. 엉덩이에 힘주면 슬라임이 자리 잡는데 오래 걸려요.”
에르윈이 내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주사 맞을 때 그 느낌이라 나도 모르게 힘을 풀고 말았다.
애쉬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에르윈을 노려본다.
에르윈이 딸꾹질을 시작했다.
“히끅…!”
“끄아, 악…!”
아프지 않다.
그렇다고 느낌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낯선 감각이다.
꾸물꾸물, 내 속을 억지로 비집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대장 내시경이든 항문외과 진료든 무엇 하나 받아본 적 없지만 이런 느낌일 것 같다고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헤으응….”
“강아지, 고생했어. 안 아프지?”
“…생각한 것보다는.”
“최상급이라서 이질감도 안 느껴질 거야. 마력도 차곡차곡 쌓여서 조금이나마 강해질 수도 있고. 엄청 좋아.”
슬라임은 정확히 배꼽 부근에 정착했다.
내 왼손은 여전히 애쉬의 젖가슴 위에 머물고 있었다.
“흐응….”
애쉬가 가녀린 신음을 흘렸다.
나도 모르게 상체를 세우고 애쉬를 바라봤다.
애쉬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각인도 얌전히 받는 거다?”
은근슬쩍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왼손만 맛볼 수 없다.
오른손으로도 애쉬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애쉬는 얌전히 제 가슴을 내어주었다.
그 넓은 아량에 자지가 터질 것만 같다.
조금 더 무리한 부탁을 해볼까.
“…젖꼭지 빨아보면 안 돼?”
“각인 다 받으면.”
애쉬가 조건을 내걸었다.
“…빨리 각인 좀 새겨주십쇼. 오네가이시마스.”
나는 에르윈을 향해 몸을 돌리며 그녀를 재촉했다.
“다음은 가, 각인을 진행하도록 하, 할게요!”
“에르윈 언니! 각인 도와줄 애들 데리고 왔어!”
지하1층에서 여자들이 우르르 내려왔다.
에르윈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