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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여)용사가 집착함-26화 (26/109)

〈 26화 〉 죽음을 거부하는 까마귀(12).

* * *

야영지를 펼치고 불을 피웠다.

자칭 노장 빈센트와 혈풍 용병대장 루기우스가 거의 다했다.

그들에 비하면 린과 소우타의 레벨은 새싹에 가까웠다.

저녁 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하고 각자 휴식을 취했다.

빈센트는 말들의 상태를 확인했고 루기우스는 자신의 장비를 갈고 닦았다.

나는 소우타와 함께 도둑 기술들을 수련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틈만 나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언제든 런 때릴 수 있도록.’

나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다른 용사 파티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애쉬가 회귀자라는 것을 대충 유추해낸 뒤로 의문이 생겼다.

회귀자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까.

따위의 걱정이나 고민이 아니라 애쉬를 향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

‘나를 데리고 다니려는 이유가 뭘까.’

노예상인에게 팔려가는 나를 굳이 구해서 목줄까지 채우고 곁에 두려는 이유.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하자 많은 도둑 클래스인데다 재능도 뭣도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거라곤 원작 정보뿐.

분명 잘 쓸 수만 있다면 엄청난 힘이기는 했지만 회귀자에게 비비기엔 부족하다.

‘아닌가? 혼자 뽈뽈 거리면서 돌아다니게 두는 것보다야….’

대놓고 소설 속이라는 것을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당히 진실을 숨기고 정보를 써먹었겠지.

예언자 같은 고급 인력을 흉내 내면서….

‘잠깐만.’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회귀자고 나발이고 가장 큰 변수 조건을 깜빡하고 있었다는 게 소름이었다.

‘왜 내가 이 세계에 있으리란 사실을 당연하게 가정하고 있는 거지?’

애쉬는 원작에서 회귀한 애쉬 그레이필드가 아니었다.

강아진이라는 존재가 어떤 방향으로든 영향을 끼친 뒤틀린 원작에서 회귀했다.

노예로 팔려간 강아진이 도둑 클래스로 아등바등 발악하는 그 세상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애쉬가 회귀한 이유는….

‘실패했다.’

회귀라 함은 무엇인가.

실패한 자가 실패를 바로잡기 위해 하는 것이 회귀다.

수많은 장르소설이 그렇게 진행되어 왔다.

원작은 마왕 봉인에 성공했지만 뒤틀린 원작은 마왕 봉인에 실패하고 말았다.

애쉬는 마왕에게 패배한 세계에서 다시금 도전할 기회를 가지고 넘어온 것이리라.

‘나 때문인가….’

나비효과라는 게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이 될 수 있다는 그럴 듯한 말이다.

나비효과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원작 정보를 마구 휘두르고 다니는 강아진 때문에 원작대로 흘러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멸망의 단초를 내가 제공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것도 하질 못하겠다.

숲속에 들어가 숨어 사는 편이 낫지 않을까.

내가 없다면 다른 용사들이 주인공과 협력해 마왕을 봉인할 테니….

‘근데 이미 늦었어.’

이제 와서 원작대로 흘러가길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내가 문제가 아니라 회귀자 애쉬 때문에.

뒤틀린 원작에서 회귀한 애쉬가 주도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흑마술사를 빨리 잡으려는 이유가 그래서인가.’

좆같은 성격이기는 해도 세계 멸망을 달갑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이 사는 세상이니까 어찌됐든 지켜야 해서 이토록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리라.

“인원이 적어졌으니까 나도 불침번을 서야겠네.”

애쉬가 흔쾌히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총 인원이 여섯 밖에 안 돼서 어쩔 수가 없었다.

인원배분은 간단했다.

“빈센트랑 소우타, 루기우스랑 린. 그리고 나랑 강아지.”

밸런스도 맞고 사고도 안 일어날 것 같은 최적의 조합이 완성됐다.

애쉬는 그 조합을 단번에 찾아내서 배정한 것이다.

“빈센트가 처음, 우리가 중간, 게이가 마지막.”

거기다 살신성인 희생정신까지 발휘했다.

가장 좆같은 시간대에 불침번을 서겠다고 자진해서 들어갔다.

빈센트가 놀란 눈으로 애쉬를 흘겨봤다.

루기우스는 제 눈빛에 스며든 감정을 숨기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대단하군. 별 생각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흑마술사 사냥에 진심인 것을 보고, 너도 용사는 용사구나 생각했다.”

“겉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냉철한 판단이었네. 베테랑 용병이라 해도 믿겠어, 용사.”

빈센트도 루기우스의 말을 거들었다.

갑작스런 칭찬에 애쉬가 인상을 찡그렸다.

“뭐라는 거야.”

독단적으로 벡을 죽여 버린 것은 애쉬 나름의 합리적인 판단을 근간에 둔 행동이었다.

그것들을 애쉬에게서 전해들었을 때, 빈센트와 루기우스는 감탄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확실히 용사라서 그런가, 흑마술사들의 힘을 잘 아는 느낌이었다. 가시 까마귀 용병대장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그것을 역이용할 생각을 하다니….”

애쉬는 바리아에서 사건이 터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승기를 쥐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지만 부족했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 불필요한 과정들을 모조리 생략할 계획을 세웠다.

“폭력적이고 강압적이지만 의무는 행하는 용사라….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종류의 용사다.”

“내 강아지,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서 말하지 마. 눈알 뽑아버리기 전에.”

애쉬가 루기우스의 말을 끊고 으르렁거렸다.

루기우스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아까 전부터 나를 향해 보내는 눈빛이 부담됐었는데 다행이다.

“…각자 알아서 쉬어.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유언장 써두는 것도 나쁘진 않아.”

애쉬는 내 목줄을 잡아 끌며 일행에게 말했다.

당장 내일 흑마술사를 만나게 되리라 확신하는 듯했다.

괜히 겁을 주는 말에 린과 소우타의 낯빛이 새파랗게 질렸다.

“가자, 강아지.”

나는 애쉬의 뒤를 따라갔다.

어디로 가는 건지 대강 짐작이 됐다.

‘아까 전에 물가 찾는 걸 봤어.’

마차에서 싸버린 직후 대강 처리한 상태라 많이 찝찝했다.

씻을 수만 있다면 씻고 싶은 게 지금 심정이다.

“개울이네.”

좁게 흐르고 있는 강이 보였다.

“빨리 물의 정령이랑 계약을 하면 좋겠다. 그러면 훨씬 편할 텐데.”

나를 개울로 데려온 애쉬가 한 마디 던졌다.

물의 정령과 계약할 수만 있다면 용사의 여정을 이어가는데 확실히 편해질 것이다.

전투에는 크게 쓸모없는 최하급 정령이라 해도 생활수준을 확 뛰어줄 테니까.

“그러게.”

나는 대강 대답하며 웃옷을 벗었다.

어차피 벗게 될 것을 시간 끌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멀뚱멀뚱 애쉬를 바라봤다.

애쉬는 느릿하게 옷을 벗다 말고 피식 웃었다.

“정조대 벗겨줘?”

“…그, 씻으려면 풀어야 하긴 하는데.”

“안 벗어도 씻을 수 있잖아.”

물만 간단하게 적시는 것뿐이다.

굳이 정조대를 벗을 이유가 없긴 하다.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정조대를 차고 있기 때문에만 느낄 수 있는 해방감, 그게 얼마나 상쾌한데….

“…….”

“알았어, 알았어.”

애쉬가 키득키득 웃으며 옷 품에서 열쇠를 꺼냈다.

열쇠에서 새하얀 빛이라도 뿜어지는 것 같았다.

“흐.”

애쉬는 내 열렬한 시선을 눈치 채고서 열쇠를 손에 쥐었다.

손 안에 감추었다.

약간 멍해지는 것을 느끼며 애쉬를 쳐다보았다.

애쉬가 약 오르게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냥 벗겨주는 건 조금 그래. 강아지가 착한 짓을 해야지, 뭔가 명분이 있지 않을까?”

“…착한 짓을 하라고? 무슨…?”

도대체 무슨 짓을 시키려고 하는 걸까.

서로 나신을 드러낸 상태에서 뭘 할 수 있다고 이런….

“강아지가 해야 할 착한 짓이란 게…. 주인을 기쁘게 하는 것 말고 있어?”

애쉬는 바지를 마저 벗고 속옷을 끌어 내렸다.

검은색 끈 팬티가 벗어둔 바지 위에 고이 포개졌다.

덜 벗은 블라우스 아래로 야시시하고 뽀얀 살결이 달빛에 반짝인다.

“나는 오늘…. 강아지의 봉사를 받고 싶은데 말이야.”

애쉬는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자랑이라도 하듯 씰룩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근처 평평한 바위 위에 걸터앉아 살짝 다리를 벌렸다.

벌어진 가랑이 사이 수북한 회색빛 보지털.

살이 차오른 보지둔덕에 새겨진 일자 균열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

자지가 터질 것 같다.

아직 정조대가 채워져 있는 상태라서 괴로웠다.

애쉬가 방긋 웃으며 가느다란 손을 아래로 내렸다.

내 시선은 고운 손길을 따라 움직였고 자연스럽게 애쉬의 보지에 닿았다.

애쉬는 검지와 중지로 도톰한 보짓살을 벌려 분홍빛 속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한다.

“강아진?”

“어…?”

“어서 와서 착한 일 해야지?”

투명한 물이 흐르고 애쉬의 보지가 촉촉하게 젖어간다.

붉게 물든 얼굴이 애쉬가 흥분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은은한 달빛 아래에 펼쳐지는 절경.

당장이라도 뛰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한 가지 의문이 내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도대체 왜….’

이 회귀자가 나에게 이러는 이유가 무얼까.

제 몸을 헤프게 굴리는 성격도, 남자에게 관심 가지는 성격도, 무엇도 아닌데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잡념에서 허우적거리는 사이, 애쉬의 기분이 팍 나빠졌다.

애쉬는 인상을 찡그린 채로 고저 없는 목소리를 뱉었다.

“강아진, 빨리 와서 핥아. 명령이야.”

“…….”

명령을 받으니 오히려 쉽게 움직여진다.

자잘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서인 듯했다.

그래도 궁금하다.

속으로만 끙끙 앓으면 절대 답을 못 알아낼 것 같다.

앞으로 승승장구 할 회귀자가 내게 집착하는 이유를….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

애쉬의 앞에 꿇어앉아서 물어봤다.

얼핏 보면 보지에 대고 물어보는 느낌.

관리가 전혀 안 된 수북한 보지털과 가지런하고 깨끗한 고래보지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상당하다.

당장 빨아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애쉬의 대답을 기다렸다.

“내가 널 사랑하니까.”

갑자기 튀어나온 대답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

애쉬를 쳐다봤다.

애쉬는 무덤덤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 뺨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내색하지 않는 게 용했다.

탄식을 내쉬듯 외마디 물음을 띄웠다.

“왜?”

“…나도 몰라. 그냥 그렇게 됐어.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니까 이게 사랑이래.”

“…….”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애쉬가 어깨를 으쓱였다.

감정을 숨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애쉬는 진심이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둘이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사랑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건가.

‘아, 회귀 전에 그런 사이였나?’

연인을 잊지 못해 회귀한다.

이전에 완성하지 못한 해피엔딩을 위해….

불알이 떨리는 서사.

‘나, 히로인된 거야?’

자지가 분기탱천 발기하려 한다.

당장이라도 정조대를 풀어줬으면 좋겠다.

“못 해봤던 것들, 해보고 싶었던 것들, 이번에는 다 해볼 거야.”

애쉬가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하게 스며있는 감정이 느껴졌다.

“…….”

애쉬가 회귀하기 전 나라는 새끼는 어떤 놈이었던 걸까.

그 미친 용사 애쉬와 어떻게 해서 이런 관계가 된 걸까.

주인공 용사 루크도 못한 일을 대체….

“그러니까….”

“…….”

애쉬의 손이 내 머리로 올라왔다.

힘을 꾹 누르면서 짓눌렀다.

“얼른 빨아, 강아진.”

애쉬 보지가 가까워졌다.

감동이고 나발이고, 일단은 혀를 내밀어 애쉬 보지를 맛봤다.

“하으응.”

애쉬의 신음을 배경음 삼아 열심히 빨았다.

핥핥핥핥.

용사 보지, 딜리셔스.

달짝지근한 것이 아주 맛있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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