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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여)용사가 집착함-21화 (21/109)

〈 21화 〉 죽음을 거부하는 까마귀(7).

* * *

우리 천막으로 들어오자마자 애쉬가 내게 말했다.

“전부 ‘감정’ 해봐.”

가시 까마귀 용병대에게서 털어온 물건이 제법 된다.

그 양이 배낭 하나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라 시간이 꽤 걸릴 듯했다.

[‘감정’에 성공하였습니다.]

처음 확인한 것은 팔찌다.

몸에 쌓인 피로감을 아주 약간 회복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거의 건강팔찌에 가까웠다.

소우타와 린이 빼앗은 장물들을 주섬주섬 정리했다.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들과 허접한 것들을 분류해 차례로 내게 가져왔다.

‘감정’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따로 스크롤이 없어도 아이템의 가치를 확인해볼 수 있어, ‘감정’ 스킬이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 중 가장 괜찮은 스킬이었다.

“이리 와서 해.”

애쉬가 나를 자신의 곁으로 불렀다.

나에게는 거부권이 없다.

얌전히 애쉬의 앞으로 다가갔다.

애쉬는 제 허벅지를 팡팡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 앉아.”

“…….”

다 큰 성인 남자를 상대로 한다는 소리가 저거다.

“아무리 그래도….”

“스읍. 빨리.”

애쉬의 표정을 보니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기필코 나를 앉히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나는 애쉬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당연하다는 듯 애쉬가 나를 끌어안았다.

[‘감정’에 실패하였습니다.]

[‘감정’에 실패하였습니다.]

스윽­.

“읏….”

“집중해.”

안 그래도 양이 많은데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애쉬가 나를 끌어안았다.

커다란 젖가슴이 등허리에 닿아 뭉개져 신경이 분산됐다.

애쉬는 자연스럽게 내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불알을 주물럭거리는 손길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계속해서 ‘감정’이 실패했다.

“…이렇게 방해를 하면….”

“왜? 내 강아지 자지 내가 만지겠다는데, 누구한테 허락이라도 맡아야 돼?”

“당연한 거 아니야…?”

애쉬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 기세가 느껴졌다.

내 불알을 감싸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표정이 얼마나 살벌했으면, 애쉬 맞은편에서 일하고 있던 린이 질색할 정도였다.

“히, 히익…! 마왕…!”

“…마왕…? 나보고? 최근에 살기 편한가보네?”

“죄, 죄송해요…!”

애쉬는 린을 향해 살기를 뿜어댔다.

린은 물건들을 정리하다말고 바닥에 고개를 처박았다.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린을 위해서, 나는 내 자지를 기꺼이 내어놓았다.

“아, 아니야. 나는 애쉬 거니까, 허락 맡을 필요가 없지.”

“그치?”

천막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애쉬에게 억눌렸던 린도 호흡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나는 애들 앞에서 아랫도리를 유린당하며 ‘감정’을 이어서 사용했다.

[‘감정’에 실패하였습니다.]

[‘감정’에 실패하였습니다.]

[‘감정’에 성공하였습니다.]

[‘감정’에……….]

불알을 주물럭거리는 애쉬의 손길이 익숙해졌다.

순수하게 가지고 노는 수준이라서 가까스로 외면할 수 있었다.

적응하기 시작한 후부터 ‘감정’은 성공가도를 내달렸다.

D랭크의 ‘감정’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냈다.

애쉬가 칭찬과 함께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 강아지.”

“아.”

불알을 괴롭히는 정도에 비해 그 손길이 사뭇 부드러웠다.

하지만 나는 다정한 손길에도 불구하고 움찔하고 말았다.

애쉬는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야, 네 자지 만진 손 아니니까 더럽다는 듯이 피하지 마.”

확인했다.

내 자지를 만진 손은 오른손,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손은 왼손.

나는 애쉬가 만족할 때까지 고개를 내어주었다.

애쉬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내 바지를 추슬러주었다.

자기 품에서 나를 풀어준 것이다.

“후우, 이제 저것들 중에 강아지가 마음에 드는 거 다 챙겨.”

“…다…?”

“응. 가지고 싶은 거 가져. 유테론에 도착하면 더 좋은 거 사줄 거니까, 너무 집착하지는 마. 남는 것들은 전부 애들이랑 늙은이한테 쥐어주고.”

“…….”

자유를 되찾았다.

그리고 장비 선택권을 선물로 받았다.

‘좋은 거라….’

‘감정’을 통해서 웬만한 것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반쯤 언데드가 된 가시 까마귀의 장비라서 그런가, 상태 좋은 장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쓸 만하게 보이는 것들이 몇몇 개 있었다.

[고블린 샤먼의 투박한 반지(D)]

고블린 샤먼의 의식용 반지.

스킬, ‘미스트(E)’를 사용할 수 있다.

[무거운 돌 목걸이(D)]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무거운 돌 목걸이.

착용할 경우, 근력의 성장속도가 상승한다.

정말 강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쓸모없다.

소규모 안개지대를 생성하는 ‘미스트’, 근육성장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목걸이.

딱 D랭크에 어울리는 허접한 아이템들이다.

하지만 내게는 이 정도 아이템들도 감지덕지하다.

레벨1의 도둑 클래스에게는 없어서 못 쓰는 것들이었다.

[피 묻은 단검(E)]

무뎌질 대로 무뎌진 단검.

아주 낮은 확률로 상태이상 ‘출혈’을 부여한다.

호신용 단검까지 하나 챙기고 쇼핑을 끝냈다.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까 마음 한 구석이 괜히 뿌듯해졌다.

내가 물러나자, 소우타와 린이 물건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쓰레기봉투를 뜯고 헤집는 고양이들처럼 하나둘씩 챙겨서 내게 가져왔다.

“형, 이거 어떤 효과라고 했어요?”

“오빠, 이거는요?”

나는 애들을 위해 성능들을 알려주었다.

그 결과, 소우타와 린도 장비들에 뒤덮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이렇게 다니면 금방 죽고 뺏긴다. 가지고 있는 물건은 어떻게든 숨기고, 못 가진 자를 연기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어.”

밖에 있다가 들어온 빈센트가 한숨을 내쉬며 애들 장비를 해체시켰다.

누더기 골렘 같던 아이들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린은 이거, 소우타는 이거. 나머지는 다 쓰레기일세. 두고 가는 편이 더 나을 거여.”

빈센트는 이것저것 살펴본 후에 적당한 장비들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남은 것들을 흘기며 말했다.

애쉬도 빈센트의 말에 긍정했다.

‘감정’으로 살펴봤지만 특별할 것은 없었으니까.

“구석에 밀어두고 잘 준비 하자.”

애쉬는 천막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였다.

“강아지는 내 옆.”

내 자리도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어차피 불침번을 서는 것도 아니니까 나쁘지 않은 자리선점이었다.

“…….”

얌전히 애쉬의 옆자리에 누웠다.

착용하고 있던 장비들은 머리맡에 벗어두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용사님.”

“그래.”

린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쉬는 대강 대답을 하고 눈을 감았다.

시간이 흐르고 잠에 들 무렵.

당연하게도 내 자리와 애쉬의 자리에 대한 경계가 사라졌다.

애쉬가 자연스럽게 지 자리를 넘어 내 자리로 침투했고, 다리를 들어 나를 감싸면서 뱀처럼 옭아맸다.

“흠냐, 흠냐….”

애쉬의 잠버릇이 애미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발기하려는 자지를 애써 위안하며 익숙하게 애쉬를 품에서 잠에 들었다.

“…….”

그리고 잠에서 깼다.

쌀쌀한 공기가 천막 안에서 감돌고 있다.

밖이 조용하고 어두운 것으로 보아 아직 밤인 것 같았다.

‘오줌 마려워….’

나는 조심스럽게 애쉬를 밀어냈다.

밀어내려고 했다.

“으응….”

애쉬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깨어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악스럽게 힘을 쓰기 시작했다.

“가지 마, 강아진…. 가면 죽는단 말이야….”

“?”

뭐라고 웅얼거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러는 것도 이미 익숙해졌다.

애쉬는 잠결에도 나를 붙잡았다.

밤중에 어디가려고 하면 못 가도록 꽉 붙들고 늘어졌다.

그럴 때 해결법을 알아냈다.

“오줌 싸러 갈 거야.”

“…우응….”

애쉬의 귓가에 대고 왜 벗어나려는지 이유를 말해주면 됐다.

그러면 애쉬는 내 진심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판단해서 풀어주었다.

지금도 나는 진심만을 말했다.

진심으로 오줌 마려워서 나가는 것이다.

애쉬의 품에서 나와 천막 밖으로 향한다.

이부자리에는 린의 자리가 비어있다.

불침번을 서고 있는 듯했다.

입구에 늘어뜨린 천을 들추고 천막 밖에 나왔다.

소름끼치게 조용한 숲의 어둠 속에서 잡담소리가 소곤소곤 들려왔다.

슬쩍 모닥불 쪽을 바라보니 베로니카와 린이 고개를 모으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용사랑 그 남자가 그렇고 그런 사이구나?”

“네. 용사님이 아진이 오빠를 엄청 좋아해요.”

“도대체 왜? 용사 정도 되면 이 남자 저 남자 골라 먹을 수 있을 텐데.”

“저도 잘 몰라요.”

총 네 명이 모여 있었는데, 여자 둘이서만 떠드는 중이었다.

“내가 용사였으면 말이야. 일단 루기우스 대장을 밤에 자빠뜨려서….”

“애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네, 베로니카.”

“뭐래. 애는 누가 애라는 거야? 수인은 생긴 걸로 판단하면 안 돼. 얘가 이렇게 어리게 보여도 사실은….”

무어라 말하려는 베로니카의 입을 린이 가로막는다.

킁킁, 견족답게 후각으로 누군가의 접근을 알아차렸다.

“쉿, 쉿! 언니! 조용히! 누, 누가 왔어요!”

린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내가 밖에서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베로니카는 나를 확인하고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용사 남자친구네.”

심심하던 찰나에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악동 같은 웃음이었다.

나는 베로니카의 시선을 외면하고 등을 돌렸다.

괜히 잡혔다가 불침번 같이 서고 싶지 않았다.

오줌이나 누고 바로 돌아가서 잘 생각이다.

불침번 중 남자 하나가 내게 다가왔다.

“어디 가는 건가?”

“…오줌이나 싸려고요.”

“흐, 그래. 이 밤중에 나올 이유가 그것 말고는 없지.”

남자는 혈풍 소속 용병이었다.

베로니카에게 딴죽을 걸었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내 용무를 물은 뒤 모닥불로 돌아갔다.

나는 조용히 마차 뒤편으로 넘어가 바지를 내렸다.

자지에 씌워진 정조대가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새까만 배경 속에 자라난 수풀을 향해 조준했다.

그리고 방광에 힘을 풀었다.

쪼르르르­.

사악­. 삭­.

시원하게 싸지르는 중, 마차 위에서 천과 천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덜미를 스치는 오싹한 감각을 애써 무시하며 자지를 탈탈 털었다.

“…오우야…. 남자인데 정조대? 용사가 채운 거야?”

“……?!”

여자 목소리가 머리 위쪽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베로니카가 이쪽을 내려다보며 방긋 웃고 있었다.

나는 다급하게 바지를 올렸다.

“용사 그 년은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었구나?”

“…아, 그….”

“진짜 변태가 누군데, 루기우스를 게이라고 몰아붙여?”

베로니카는 진실을 모르는 듯했다.

아니면 진실에서 고개를 돌리고 있거나.

베로니카가 이어서 말했다.

“야, 너 오줌 다 싸고 와. 대화 좀 하고 들어가.”

“…….”

“…언데드 관련된 내용이야. 긴장하지 말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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